Chapter 1
어느 저녁의 이야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여간 요즘은 방심할 수가 없어. 와다(和田)까지 게이샤를 알고 지내니 말이야.”
후지이(藤井)라는 변호사가 라오추(老酒, 중국식 황주) 잔을 비우고 나서, 거창한 몸짓으로 좌중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둥근 식탁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같은 학교 기숙사에 있던 우리 여섯 중년이다. 장소는 히비야의 도토테이(陶陶亭) 2층, 때는 6월 어느 비 내리는 밤이었다. 물론 후지이가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어느덧 우리 얼굴에도 술기운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 무렵이다.
“내가 그 광경을 똑똑히 목격했을 때는, 진짜로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더라고……”
후지이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의과의 와다라고 하면, 유도 선수에다 식당 정벌(賄征伐, 기숙사 음식 항의)의 대장에다 리빙스턴(Livingstone) 숭배자에, 한겨울에도 홑옷 한 벌로 버틴 사내. 한마디로 말하면 호걸이지 않았나? 그런 그가 말이야, 게이샤를 알고 지내는 거야. 게다가 야나기바시(柳橋)의 코엔(小えん)이라는……”
“자네 요즘 자리를 옮긴 건가?”
불쑥 말을 가로챈 이는 이누마(飯沼)라는 은행 지점장이었다.
“자리를 옮겨? 어째서?”
“자네가 데려갔을 때 아닌가, 와다가 그 게이샤를 만났다는 게?”
“섣불리 단정하지 말게. 누가 와다 따위를 데려가겠나……”
후지이는 도도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게 지난달 며칠이었더라? 아무튼 월요일이나 화요일이었지. 오랜만에 와다와 얼굴을 마주했더니, 아사쿠사(浅草)에 가자는 게 아닌가? 아사쿠사는 그다지 끌리는 곳이 아니지만, 친애하는 옛 벗이 하는 말이니 나도 순순히 찬성해서 말이지. 한낮에 6구(六区)로 나선 거야……”
“그래서 활동사진관 안에서라도 마주친 건가?”
이번에는 내가 앞질러 끼어들었다.
“활동사진이라면 차라리 낫지. 메리고라운드라네. 거기다 둘 다 목마 위에 떡하니 올라앉아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한심한 노릇이지. 하지만 그것도 내 발의가 아니야. 와다가 하도 타고 싶어 해서, 어울려 잠깐 타 본 거지……. 그런데 그게 만만치 않더군. 노구치(野口)처럼 위가 약한 사람은 안 타는 게 좋겠어.”
“애도 아니고, 목마 따위에 타는 인간이 어디 있나?”
노구치라는 대학 교수는 거무튀튀한 송화단(松花蛋)을 입에 가득 문 채, 비웃듯 픽 웃었다. 그러나 후지이는 아랑곳없이 이따금 와다 쪽으로 눈길을 던지면서, 으스대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와다가 탄 것은 흰 목마, 내가 탄 것은 붉은 목마였는데, 악대와 함께 빙빙 돌기 시작했을 때는 도대체 어쩌나 싶더군. 엉덩이는 들썩이지, 눈은 핑핑 돌지, 떨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셈이지. 그런데 그 와중에도 눈에 띈 것이, 난간 바깥 구경꾼들 사이에 게이샤로 보이는 여자가 섞여 있다는 거야. 살결이 창백하고, 눈이 촉촉이 젖은 듯하고, 어딘지 묘하게 우수에 잠긴……”
“그것까지 알아챘으면 멀쩡한 거지. 눈이 핑핑 돌았다는 것도 수상하구먼.”
이누마가 또다시 입을 끼웠다.
“그러니까 그 와중에서도라고 했잖나? 머리는 물론 이초가에시(銀杏返し), 차림은 옅은 청색 줄무늬 세루(serge)에, 무언가 사라사(更紗) 무늬 띠를 둘렀던 것 같은데, 어쨌든 화류 소설 삽화 같은 청초한 여자가 서 있는 거야. 그러더니 그 여자가……. 어찌했을 것 같나? 내 얼굴을 흘낏 보더니, 그야말로 언연(嫣然)히 한 번 미소를 짓는 거야. 어라 싶었지만 이미 늦었지. 이쪽은 목마에 올라타 있으니, 어느새 여자 앞을 지나쳐 버리지. 누구더라 싶을 즈음에는, 벌써 내 붉은 목마 앞에 악대 무리가 나타나 있고……”
우리는 다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지. 또 여자가 빙긋 웃네. 그러는가 싶더니 안 보이게 돼. 뒤에는 그저 앞뒤좌우로 목마가 뛰고, 마차가 들썩이고, 아니면 나팔이 뿌우뿌우 울리고, 큰북이 둥둥 울리고 있을 뿐. 나는 곰곰이 생각했지. 이건 인생의 상징이라고. 우리는 모두 똑같이 실생활의 목마에 태워져 있으니, 어쩌다 ‘행복’을 마주쳐도 잡아채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 버린다. 만약 ‘행복’을 잡을 작정이라면, 단숨에 목마에서 뛰어내리는 게 좋다고…….”
“설마 정말로 뛰어내리진 않았겠지?”
놀리듯 이렇게 말한 이는 기무라(木村)라는 전기 회사 기사장이었다.
“농담 말게. 철학은 철학, 인생은 인생이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세 번째가 됐다고 치게. 그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건 나도 놀랐다네. 그 여자가 미소를 짓고 있던 것이, 안타깝게도 내게가 아닌 거야. 식당 정벌의 대장, 리빙스턴 숭배자, ETC. ETC. ……. 닥터 와다 조헤이(和田長平)에게였던 거지.”
“그래도 뭐 철학대로, 뛰어내리지 않은 것만 다행이었어.”
말수가 적은 노구치도 농담을 거들었다. 그러나 후지이는 여전히 이야기를 이어 가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와다 녀석도 여자 앞에 오면, 영락없이 기쁜 듯 인사를 하는 거야. 그것도 또 이렇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흰 목마에 걸터앉은 채 넥타이만 앞으로 늘어뜨리고 말이지…….”
“거짓말 말게.”
와다도 마침내 침묵을 깼다. 그는 아까부터 쓴웃음을 지으며, 라오추만 들이켜고 있던 것이다.
“무슨, 거짓말은 무슨. 그런데 그때까지는 그래도 나았지. 마침내 메리고라운드를 빠져나오게 되니, 와다는 나마저 잊은 듯 여자하고만 떠들지 않겠나? 여자도 선생님 선생님 하고. 메울 길 없는 들러리는 나 하나뿐이고…….”
“과연 이건 진귀한 이야기로구먼……. 어이, 자네, 이렇게 됐으니 오늘 밤 회비는 통째로 자네가 내야겠어.”
이누마는 큰 위츠(魚翅, 상어 지느러미) 그릇에 은수저를 찔러 넣으면서, 옆에 있는 와다를 돌아보았다.
“한심한 소리. 그 여자는 친구가 데리고 사는 여자야.”
와다는 두 팔꿈치를 받친 채, 무뚝뚝하게 잘라 말했다. 그의 얼굴은 둘러보건대 좌중의 누구보다도 햇볕에 그을려 있다. 이목구비도 그다지 도시풍이 아니다. 게다가 5분 깎기로 친 머리는 거의 바위처럼 단단해 보인다. 그는 옛날 어느 학교 대항전에서 왼쪽 팔꿈치를 다친 채로 적을 다섯이나 메다꽂은 적이 있었다. 그러한 지난날의 호걸 기풍은, 검은 양복에 줄무늬 바지라는 요즘 유행하는 차림을 하고 있어도 어딘가에 또렷이 남아 있다.
“이누마! 자네가 데리고 사는 여자 아닌가?”
후지이는 슬쩍 올려다보더니, 히죽 취한 사람의 미소를 흘렸다.
“그럴지도 모르지.”
이누마는 냉랭히 받아넘기고는, 다시 한 번 와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그 친구라는 게?”
“와카쓰키(若槻)라는 실업가인데……. 이 중에도 누가 알고 있지 않을까? 게이오(慶応)인가 어딘가를 졸업하고 나서, 지금은 자기 은행에 나가고 있는, 나이도 우리와 비슷한 사내야. 살결이 희고 눈매가 부드럽고 짧은 콧수염을 기른…….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풍류를 사랑할 만한 호남자라고나 할까.”
“와카쓰키 미네타로(若槻峯太郎), 하이호는 세이가이(青蓋) 아닌가?”
나는 옆에서 입을 끼웠다. 그 와카쓰키라는 실업가와는, 나도 바로 사오일 전에 함께 연극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아. 『세이가이 구집(青蓋句集)』이라는 책을 낸……. 그 사내가 코엔의 단나(檀那, 후원자)인 거지. 아니, 두 달쯤 전까지는 단나였지. 지금은 완전히 손을 끊었지만…….”
“허, 그럼 그 와카쓰키라는 사람은…….”
“내 중학 시절 동창이야.”
“이건 점점 심상치가 않군.”
후지이는 다시 흥겨운 목소리를 냈다.
“자네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중학 시절 동창이라는 자와 더불어 꽃을 꺾고 버드나무에 매달려서…….”
“한심한 소리. 내가 그 여자를 만난 건, 대학 병원에 찾아왔을 때 와카쓰키한테 부탁받은 일이 있어서 편의를 봐 준 것뿐이야. 축농증인가 뭔가의 수술이었지만…….”
와다는 라오추를 쭉 들이켜고 나서, 묘하게 생각에 잠긴 눈빛이 되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재미있는 사람이야.”
“반했나?”
기무라가 차분히 놀려 댔다.
“그건 어쩌면 반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또 조금도 반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여자와 와카쓰키의 관계야…….”
와다는 이렇게 운을 떼고 나서, 평소에 없던 웅변을 떨치기 시작했다.
“나는 후지이가 말한 대로, 얼마 전 우연히 코엔과 마주쳤어. 그런데 마주쳐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코엔은 벌써 두 달쯤 전에 와카쓰키와 헤어졌다지 뭔가? 왜 헤어졌느냐고 물어봐도 변변한 답을 하지 않아. 그저 쓸쓸하게 웃으면서, ‘본디 저는 그분처럼 풍류인이 아니에요’라고 하는 거야.”
“나도 그때는 더 깊이 묻지 않고 그대로 헤어져 버렸는데, 바로 어제, 어제는 정오 지나서 비가 내렸지? 그 비가 한창일 때 와카쓰키한테서, 밥 먹으러 오지 않겠느냐는 편지가 온 거야. 마침 나도 한가했고, 일찌감치 와카쓰키 집에 가 보니, 선생은 운치 있는 6첩 서재에서 변함없이 유유히 독서를 하고 있더군. 나는 보는 바와 같이 야만인이라, 풍류가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해. 그러나 와카쓰키의 서재에 들어가면, 예술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살림이 그것이려니 하는 기분이 들지. 우선 도코노마(床の間)에는 언제 가도 오래된 족자가 걸려 있어. 꽃도 한시도 끊긴 적이 없지. 책도 일본 서적 책장 외에, 양서 서가까지 늘어서 있어. 게다가 섬세한 책상 옆에는, 샤미센(三味線)도 가끔 꺼내져 있는 거야. 그뿐 아니라 거기 있는 와카쓰키 본인도, 어딘가 요즘 우키요에에서 빠져나온 듯한, 통인(通人, 풍류·문예에 정통한 자)다운 차림을 하고 있지. 어제도 묘한 옷을 입고 있길래, 그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점성(占城, 참파산 직물)이라는 것이라고 답하지 않겠나? 내 친구가 많다지만, 점성 따위의 옷을 입고 다니는 자는 와카쓰키 말고는 한 사람도 없을 거야. 어쨌든 그 사내의 살림살이라는 것이, 모든 면에서 이런 식이지.”
“나는 그날 밥상을 앞에 두고, 와카쓰키와 술잔을 주고받으며 코엔과의 사연을 들었지. 코엔에게는 따로 사내가 있다. 그건 뭐 별달리 놀라울 일도 없겠지. 그런데 그 상대가 누군가 했더니, 나니와부시(浪花節, 강담조 음곡) 가타리의 말단이라는 거야. 자네들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코엔의 어리석음을 비웃지 않을 수 없겠지. 나도 그때는 정말이지 쓴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였어.”
“자네들이야 물론 모르겠지만, 코엔은 와카쓰키한테 이 삼 년 동안 어지간히 보살핌을 받아 왔어. 와카쓰키는 코엔의 어머니뿐 아니라 여동생까지 돌봐 주고 있었지. 그 코엔 본인에게도 읽기 쓰기는 물론 예능까지,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익히게 해 주고 있었어. 코엔은 춤도 이름이 났지. 나가우타(長唄)도 야나기바시에서는 손꼽힌다더군. 그 밖에 홋쿠(発句, 하이쿠)도 지을 줄 안다고 하고, 지카게류(千蔭流)인지 뭔지의 가나(仮名) 글씨도 솜씨가 좋다지. 그것도 모두 와카쓰키 덕분이야. 그런 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자네들이 우습다고 느끼는 것 이상으로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와카쓰키는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 ‘뭐, 그 여자와 헤어지는 일쯤은 별달리 마음에 두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가능한 한 그 여자의 교육에 힘써 왔습니다. 부디 매사에 이해가 닿고 취미가 폭넓은 여자로 길러 주고 싶다, 그런 바람을 갖고 있었지요. 그런 만큼 이번에는 실망했습니다. 사내를 만들 거면 굳이 나니와부시 가타리에 매달릴 일이 아닐 텐데. 저렇게 예능에는 정성을 쏟으면서도, 근성의 천박함은 고쳐지지 않는가 싶으니, 정말이지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와카쓰키는 또 이렇게도 말하더군. ‘그 여자는 이 반년쯤, 다소 히스테릭하게 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때는 거의 매일같이 오늘부로 샤미센을 잡지 않겠다는 둥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울었습니다. 또 그건 왜냐고 물어보면, 당신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능을 익히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느니 하는 묘한 핑계를 들고 나옵니다. 그런 때는 제가 무어라 해도, 귀에 담을 기색조차 없습니다. 그저 당신은 박정하다, 그것만 분하다는 듯 되풀이합니다. 하긴 발작만 가시면 늘 웃음거리가 되지만요…….’”
“와카쓰키는 또 이렇게도 말하더군. ‘뭐든지 그 상대 나니와부시 가타리는 손쓸 수 없는 난폭자라는 모양입니다. 전에 정 들었던 새고기집 여종업원에게 사내인지 뭔지 생겼을 때는, 그 여종업원과 난투극 끝에 큰 부상을 입혔다지 않습니까? 이 밖에도 그 사내에게는, 강제 동반 자살을 시도한 일이며, 스승의 딸과 야반도주한 일이며, 여러 나쁜 소문이 들립니다. 그런 사내에게 빠진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속셈인지요…….’”
“나는 코엔의 헤픈 행실에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했지. 그러나 와카쓰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에 점차 나를 움직여 온 것은, 코엔에 대한 동정이야. 과연 와카쓰키는 단나로서는 요즘 보기 드문 통인일지도 몰라. 그러나 그 여자와 헤어지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가? 비록 그것이 외교적 발언이라 해도, 격렬한 집착은 없는 것이 분명해. 격렬한……. 이를테면 그 나니와부시 가타리는, 여자의 박정함을 미워한 나머지 큰 부상을 입혔다는 것이지. 나는 코엔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상하지만 냉담한 와카쓰키보다, 천박하지만 격렬한 나니와부시 가타리에게 마음을 쏟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코엔이 이런저런 예능을 익히게 한 것도 와카쓰키에게 사랑이 없는 증거라고 했어. 나는 이 말 안에서도 히스테리만을 보려 하지는 않아. 코엔은 역시 와카쓰키와의 사이에 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거야.”
“하지만 나도 코엔을 위해, 나니와부시 가타리와 어울리게 된 것을 축복하려고는 생각지 않아. 행복해질지 불행해질지, 그건 어느 쪽이라고 할 수 없겠지. 그러나 만일 불행해진다 한다면, 저주받아야 할 것은 그 사내가 아니야. 코엔을 거기까지 이르게 한, 통인 와카쓰키 세이가이라고 생각해. 와카쓰키는, 아니, 요즘의 통인은 어느 누구나 개인으로 생각하면 사랑할 만한 인간이 분명하겠지. 그들은 바쇼(芭蕉)를 이해한다. 레오 톨스토이를 이해한다. 이케노 다이가(池大雅)를 이해한다. 무샤노코지 사네아쓰(武者小路実篤)를 이해한다. 카를 마르크스를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그들은 격렬한 연애를 알지 못해. 격렬한 창조의 환희를 알지 못해. 격렬한 도덕적 정열을 알지 못해. 격렬한, 무릇 이 지구를 장엄하게 할 만한 격렬한 그 무엇도 알지 못한 채로 있는 거야. 거기에 그들의 치명상도 있고, 그들의 해독도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해독의 하나는 능동적으로 다른 사람마저 통인으로 변모시켜 버리는 것. 해독의 둘은 반동적으로 한층 다른 사람을 속되게 만드는 것이지. 코엔 같은 경우가 바로 그 예 아닌가? 예부터 목이 마른 자는, 흙탕물이라도 마시는 법이라고 정해져 있어. 코엔도 와카쓰키의 첩으로 살림에 들지 않았더라면, 나니와부시 가타리와 엮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
“또 만일 행복해진다 한다면, 아니, 어쩌면 와카쓰키 대신에 나니와부시 가타리를 얻은 것만으로도, 행복은 분명히 행복이겠지. 아까 후지이가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모두 똑같이 실생활의 목마에 태워져 있으니, 어쩌다 ‘행복’을 마주쳐도 잡아채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 버린다. 만약 ‘행복’을 잡을 작정이라면, 단숨에 목마에서 뛰어내리는 게 좋다고. 말하자면 코엔도 단숨에 실생활의 목마에서 뛰어내린 거야. 이 격렬한 환희나 고통은, 와카쓰키 같은 통인이 알 바가 아니지. 나는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면, 백 명의 와카쓰키에게는 침을 뱉더라도, 한 명의 코엔을 떠받들고 싶어.”
“자네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와다는 취한 눈빛을 빛내며, 소리 없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후지이는 어느새 둥근 식탁에 머리를 떨군 채, 마음 편한 듯 깊이 잠들어 있었다.
(다이쇼 11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