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
하지만 유리 회사 사장 게에루는 틀림없이 사람 잘 따르는 갓파였습니다. 저는 자주 게에루와 함께 게에루가 속한 클럽에 가서 유쾌하게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그 클럽이 톡이 속한 초인 클럽보다 훨씬 마음 편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게에루의 이야기는 철학자 마그의 이야기처럼 깊이는 없었지만, 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넓은 세계를 들여다보게 해 주었습니다. 게에루는 언제나 순금 숟가락으로 커피잔을 저으며 쾌활하게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느 안개 짙은 저녁, 저는 겨울 장미를 꽂은 꽃병을 사이에 두고 게에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방 전체는 물론 의자와 테이블도 흰색에 가는 금테를 두른 세세션 풍의 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게에루는 평소보다 더 의기양양하게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그 무렵 천하를 쥐고 있던 쿠오라크스 당 내각 이야기 같은 것을 했습니다. 쿠오라크스라는 말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감탄사이니 “어라”쯤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무엇보다 먼저 “갓파 전체의 이익”을 표방하는 정당이었습니다.
“쿠오라크스 당을 지배하는 것은 이름난 정치가 로페입니다. “정직은 최고의 외교다”라는 것은 비스마르크가 한 말이지요. 하지만 로페는 정직을 내치(內治)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로페의 연설은 ……”
“자, 제 말을 들어보세요. 그 연설은 물론 전부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니, 결국 정직과 다를 바 없겠지요. 그것을 무조건 거짓말이라 하는 것은 당신들만의 편견입니다. 우리 갓파는 당신들처럼, ……하지만 그건 됐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로페 이야기입니다. 로페는 쿠오라크스 당을 지배하고, 그 로페를 지배하는 것은 프우·후우 신문의 (이 “프우·후우”라는 말도 역시 아무 의미 없는 감탄사입니다. 굳이 번역하면 “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 쿠이쿠이입니다. 하지만 쿠이쿠이도 그 자신의 주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쿠이쿠이를 지배하는 것은 당신 앞에 있는 게에루입니다.”
“하지만 — 이건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프우·후우 신문은 노동자 편을 드는 신문이지요. 그 사장인 쿠이쿠이도 당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
“프우·후우 신문 기자들은 물론 노동자 편입니다. 하지만 기자들을 지배하는 것은 쿠이쿠이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쿠이쿠이는 이 게에루의 후원 없이는 지낼 수 없는 것입니다.”
게에루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순금 숟가락을 장난감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게에루를 보니, 게에루 자신을 미워하기보다 프우·후우 신문 기자들에게 동정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자 게에루는 저의 침묵에서 이 동정을 즉각 알아챘는지, 커다란 배를 부풀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뭘요, 프우·후우 신문 기자들도 전부 노동자 편인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 갓파라는 것은 누구의 편을 들기 전에 우리 자신의 편을 들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더 곤란한 것은 이 게에루 자신도 역시 남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당신은 그게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제 아내입니다. 아름다운 게에루 부인입니다.”
게에루는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행복한 일이겠군요.”
“어쨌든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당신 앞에서만 — 갓파가 아닌 당신 앞에서만 거리낌 없이 떠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쿠오라크스 내각은 게에루 부인이 지배하는 셈이군요.”
“글쎄요, 그렇게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칠 년 전 전쟁 같은 것은 분명히 어떤 암컷 갓파 때문에 시작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전쟁이요? 이 나라에도 전쟁이 있었나요?”
“물론이지요. 앞으로도 언제 있을지 모릅니다. 어쨌든 인접국이 있는 한은, ……”
저는 실제로 이때 처음으로 갓파 나라도 국가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게에루의 설명에 따르면, 갓파는 언제나 수달피를 가상 적국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수달피는 갓파에 뒤지지 않는 군비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수달피를 상대로 갓파가 벌인 전쟁 이야기에 적잖이 흥미를 느꼈습니다. (어쨌든 갓파의 강적 중에 수달피가 있다는 것은 「수호고략」의 저자는 물론, 「산도민담집」의 저자 야나기타 구니오 씨조차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니까요.)
“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물론 양국 모두 방심하지 않고 서로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즉 서로 마찬가지로 상대를 두려워하고 있었으니까요. 거기에 이 나라에 있던 수달피 한 마리가 어느 갓파 부부를 방문했습니다. 그 암컷 갓파는 남편을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어쨌든 남편이 방탕꾼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생명보험이 들어 있던 것도 다소 유혹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부부를 알고 계십니까?”
“예, — 아니, 수컷 갓파만은 알고 있습니다. 제 아내 같은 이는 이 갓파를 나쁜 놈이라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나쁜 놈이라기보다 암컷 갓파에게 붙잡힐 것을 두려워하는 피해망상이 심한 미치광이입니다. ……그래서 이 암컷 갓파는 남편 코코아 찻잔에 청화가리를 넣어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손님인 수달피에게 마시게 해버렸습니다. 수달피는 물론 죽어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
“그러고 나서 전쟁이 된 건가요?”
“예, 공교롭게도 그 수달피가 훈장을 지니고 있었거든요.”
“전쟁은 어느 쪽이 이겼나요?”
“물론 이 나라가 이겼습니다. 삼십육만 구천오백 마리의 갓파들이 그 때문에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하지만 적국에 비하면, 그 정도 피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나라에 있는 모피라는 모피는 대부분 수달피 가죽입니다. 저도 그 전쟁 때에는 유리를 제조하는 것 외에도 석탄재를 전지로 보냈습니다.”
“석탄재를 무엇에 쓰는 건가요?”
“물론 식량으로 쓰는 것입니다. 우리는, 갓파는 배가 고프면 무엇이든 먹게 마련이니까요.”
“그것은 — 화내지 마세요. 그것은 전지에 있는 갓파들에게는 ……우리 나라에서는 추문이 되겠지만요.”
“이 나라에서도 추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이렇게 말하고 있으면 아무도 추문으로 삼지 않습니다. 철학자 마그도 말하지요. “네 악을 네 스스로 말하라. 악은 저절로 소멸하리라.” ……게다가 저는 이익 외에도 애국심에 불타고 있었으니까요.”
마침 그때 들어온 것은 이 클럽의 종업원입니다. 종업원은 게에루에게 인사한 뒤, 낭독이라도 하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댁 이웃집에 불이 났습니다.”
“불, 불이라니!”
게에루는 놀라서 일어났습니다. 저도 물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종업원은 침착하게 다음 말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진화되었습니다.”
게에루는 종업원을 배웅하며,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이런 얼굴을 보니, 언젠가 이 유리 회사 사장을 미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게에루는 이미 지금은 큰 자본가도 무엇도 아닌, 그저 한 마리의 갓파가 되어 서 있는 것입니다. 저는 꽃병에 꽂힌 겨울 장미 꽃 한 송이를 빼어 게에루의 손에 건넸습니다.
“하지만 불이 꺼졌다 해도, 부인께서 많이 놀라셨겠지요. 자, 이것을 가지고 돌아가세요.”
“감사합니다.”
게에루는 제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씩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저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옆집은 제 임대 물건이거든요. 화재 보험금은 받을 수 있지요.”
저는 그때의 게에루의 미소를 — 경멸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는 게에루의 미소를 아직도 눈에 선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