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
이윽고 간신히 정신이 들어 보니, 저는 반듯이 쓰러진 채 수많은 갓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게다가 굵은 부리 위에 코안경을 걸친 갓파 한 마리가 제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제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있었습니다. 그 갓파는 제가 눈을 뜨는 것을 보자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뒤에 있는 갓파 누군가에게 quax, quax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갓파 두 마리가 들것을 들고 걸어왔습니다. 저는 이 들것에 실린 채 수많은 갓파 무리 가운데를 조용히 몇 블록쯤 나아갔습니다. 양쪽으로 늘어선 거리는 긴자 거리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역시 털 자작나무 가로수 그늘에 여러 가게들이 차양을 나란히 펼쳤고, 그 가로수 사이로 난 길에는 자동차가 몇 대나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저를 실은 들것이 좁은 골목길을 돌았다 싶더니,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코안경을 걸친 갓파의 집, 착이라는 의사의 집이었습니다. 착은 저를 말끔한 침대에 눕혔습니다. 그러고 나서 무언가 투명한 물약을 한 잔 마시게 했습니다. 저는 침대에 누운 채 착이 하는 대로 맡겨두었습니다. 실제로 제 몸은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울 만큼 온 마디가 쑤시고 아팠으니까요.
착은 하루에 두세 번은 반드시 제 진찰을 왔습니다. 또 사흘에 한 번쯤은 제가 처음에 마주쳤던 갓파, 바그라는 어부도 찾아왔습니다. 갓파는 우리 인간이 갓파에 대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인간이 갓파를 포획하는 것보다 갓파가 인간을 포획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포획이라는 표현이 적확하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은 저 이전에도 갓파 나라에 온 사람이 여럿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평생 갓파 나라에 눌러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왜냐고요? 우리는 갓파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특권만으로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바그의 말에 따르면, 어떤 젊은 도로 공부가 우연히 이 나라에 흘러온 뒤 암컷 갓파를 아내로 맞아 죽을 때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 암컷 갓파는 이 나라 제일의 미인이었을 뿐 아니라, 남편인 그 도로 공부를 감쪽같이 속이는 데도 신기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저는 일주일쯤 지나 이 나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 보호 주민”으로서 착의 이웃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제 집은 작은 것에 비해 아담하게 잘 지어진 집이었습니다. 물론 이 나라의 문명은 우리 인간의 나라 문명, 적어도 일본의 문명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거리 쪽으로 난 거실 구석에는 작은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벽에는 액자에 넣은 에칭도 걸려 있었습니다. 다만 집을 비롯해 테이블과 의자의 치수가 갓파의 키에 맞춰져 있어서 어린이 방에 들어온 것 같아 그만큼은 불편했습니다.
저는 날마다 해 질 무렵이 되면 이 방에 착과 바그를 맞이하여 갓파 말을 배웠습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닙니다. 특별 보호 주민이었던 저에게 모두가 호기심을 품었으므로, 매일 혈압을 재러 일부러 착을 불러오는 유리 회사 사장 게에루 같은 이도 이 방에 얼굴을 내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름 동안 가장 저와 친하게 지낸 것은 역시 어부 바그였습니다.
어느 훈훈한 날 저녁이었습니다. 저는 이 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어부 바그와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자 바그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저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물론 이상하게 여겨 “Quax, Bag, quo quel, quan?”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일본어로 옮기면 “이봐, 바그, 왜 그러는 거야” 하는 뜻입니다. 하지만 바그는 대답이 없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혀를 날름 내밀고는 마치 개구리가 뛰어들 듯 달려들 기색까지 보였습니다. 저는 점점 불안해져 슬그머니 의자에서 일어나 단번에 문 쪽으로 뛰어나가려 했습니다. 마침 그때 다행히도 의사 착이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이놈, 바그,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착은 코안경을 낀 채 이렇게 바그를 노려보았습니다. 그러자 바그는 혼이 난 모양인지, 몇 번이고 머리에 손을 얹으며 이렇게 착에게 사과했습니다.
“정말이지 면목이 없습니다. 실은 이 나리께서 질겁하시는 게 재미있어서, 그만 신이 나서 장난을 쳐버렸지 뭡니까. 나리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