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
요시히데는 그 뒤로 대여섯 달 동안, 저택에는 얼굴 한번 내밀지 않고, 오로지 병풍 그림에만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딸을 애지중지하던 사람이 막상 그림을 그리는 단계가 되면 딸의 얼굴을 볼 마음조차 없어진다고 하니, 참으로 이상한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제자의 이야기로는, 아무튼 그 사내는 일을 시작하면 마치 여우라도 씐 사람 같아진다고 합니다. 아니, 실제로 당시의 소문에는, 요시히데가 그림의 길에서 이름을 이룬 것은 복덕(福德)의 대신(大神)께 기도를 올렸기 때문이며, 그 증거로 그 사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살며시 그늘에서 엿보면, 반드시 어슴푸레하게 신령스러운 여우의 모습이 한 마리가 아니라 앞뒤 좌우로 떼 지어 있는 것이 보인다고 말하는 자까지 있었습니다. 그럴 정도였으니, 막상 붓을 들면 그 그림을 완성하는 일 말고는 무엇이든 다 잊어버리는 것이겠지요. 밤낮으로 방 하나에 틀어박힌 채 좀처럼 해를 보는 일도 없었습니다. ―― 특히 지옥변 병풍을 그릴 때에는 이렇듯 몰두하는 품이 유난히 심했던 듯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그 사내가 낮에도 덧문을 내린 방 안에서 등잔대의 불빛 아래 비밀스러운 물감을 조합한다거나, 또는 제자들에게 스이칸(水干)이니 가리기누니 갖가지로 차려입혀 그 모습을 하나하나 정성껏 옮겨 그린다거나 ―― 그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 정도로 별난 일이라면, 굳이 그 지옥변 병풍을 그리지 않더라도, 일에 매달려 있을 때라면 언제든 하고도 남을 사내입니다. 아니, 사실 류가이지의 오취생사 그림을 그렸을 때에는, 여느 사람이라면 일부러 눈길을 돌리고 지나갈 그 한길가의 시체 앞에 태연히 걸터앉아, 반쯤 썩어 가는 얼굴이며 손발을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어긋남 없이 그려 낸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지독한 몰두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미처 헤아리지 못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그것은 지금 자세히 말씀드릴 겨를은 없습니다만, 요지만 귀에 넣어 드리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사정입니다.
요시히데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이 역시 앞서 말씀드린 사내입니다만) 어느 날 물감을 개고 있으려니, 갑자기 스승이 다가와서,
“나는 잠깐 낮잠이나 자려 한다. 한데 요즘은 영 꿈자리가 사납구나.” 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딱히 이것이 별스러운 일도 아니었으므로, 제자는 손을 멈추지 않고 그저,
“그러하십니까.” 하고 예사로운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요시히데는 평소와 달리 쓸쓸한 낯빛을 하고,
“해서 말인데, 내가 낮잠을 자는 동안 내내 머리맡에 앉아 있어 주었으면 싶다만.” 하고 조심스레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자는 여느 때와 달리 스승이 꿈 따위를 마음에 두다니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그것도 딱히 번거로운 일은 아니었으므로,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스승은 아직도 걱정스러운 듯이,
“그럼 바로 안으로 오너라. 다만 나중에 다른 제자가 오더라도 내가 자고 있는 곳에는 들이지 않도록 해라.” 하고, 주저하듯 일러두었습니다. 안이라 하는 것은 그 사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으로, 그날도 밤처럼 문을 굳게 닫아건 채, 어렴풋이 등불을 밝히고, 아직 숯붓(燒筆)으로 구도만 되어 있는 병풍이 빙 둘러 세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윽고 이곳에 이르니, 요시히데는 팔을 베고 마치 몹시 지친 사람처럼 새근새근 잠이 들어 버렸는데, 반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 머리맡에 있던 제자의 귀에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