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시체를 먹는 남자
하야마 요시키
이런 일은 모르는 편이 낫겠다 싶은 경우가 여러분에게도 종종 있을 것이다.
문득, 신문의 “오늘의 운세” 같은 것에 눈이 간다. 자신이 칠적(七赤)인지 팔백(八白)인지 아예 모르고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자기는 이흑(二黑)이라고 알고 있는데 여행이나 돈거래는 좋지 않다, 따위의 말이 적혀 있으면, 무시하자, 박차고 나가자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그놈이 끈질기게 들러붙어 있다.
“저 집 지붕에서는, 매일 밤 도깨비불이 날아오른다. 본 적 있나?”
그렇게 되면, 아이나 겁 많은 사람은 밤이 되면 그쪽을 지나지 않는다.
이쯤은 별일이 아니다. 목숨까지 잃을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본 탓에, 알아 버린 탓에 목숨을 떨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한 가지 이야기를 적어 보겠다.
그 학교는, 옛날에는 번교(藩校)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현립 중학교로 바뀌었다. 그 시절에는 현내(縣內)에 중학교가 둘밖에 없었기에, 그 중학교도 어마어마하게 큰 교사(校舍)와, 병영을 닮은 기숙사를 거느릴 만큼 부풀어 올랐다.
중학교는 산속에 있었다. 운동장은 요요기의 연병장만큼이나 넓었고, 한쪽은 현사(縣社) ○○○ 신사로 이어졌고, 한쪽은 쇼토쿠 태자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고쿠분지(國分寺)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또 한쪽은 호수가 되어 있었는데, 해마다 한 명씩, 그 중학교 학생이 빠져 죽는 것이 정해진 관례 같았다.
그 호숫가의 북쪽에는 도살장이 있었고, 남쪽에는 묘지가 있었다.
학문은 조용한 곳에서 닦아야 한다. 그 본보기라도 되는 양, 학교는 정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메이지가 다이쇼로 바뀌려 할 무렵, 그 중학교가 있는 마을이 마개를 뽑은 욕조 물처럼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이는 옛 번(藩)의 사족(士族)으로, 약간의 은급(恩給)을 받는 폐리(廢吏, 면관된 옛 관리)뿐이었다.
왜냐하면, 그 마을은 영주가 쫓겨 들어왔을 때 도망쳐 들어와 억지로 일군 산중 마을이었기에, 산업이라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학교의 존재로 번영을 붙들어 보려 했지만, 골치 아프게도 그 지방 십 리 안의 권역에 중학교가 한꺼번에 일곱 개나 세워졌다.
애당초 그동안 중학교가 너무 적었던 까닭에 현(縣)에서 세운 것이 둘, 그 무렵에는 중의원 의원 선거가 격하게 벌어졌는데, 한 입후보자가 석탄 같은 거금을 쏟아부어 거의 모든 마을에 중학교를 기부한 것이 다섯이다.
이런 까닭에, 그동안 한 방에 일곱이나 함께 있던 기숙사생이, 한꺼번에 둘이나 셋으로 줄어 버렸다.
그 한 방에, 후카야라는 학생과, 야스오카라 불리는 졸업반 5학년이 있었다.
물론, 방 창밖은 솔숲이었다. 솔의 우듬지 너머로 고쿠분지의 오층탑이 햇빛에도, 달빛에도 한눈에 들어왔다.
사람 수에 비해 방이 너무 많았기에, 기숙사는 위층을 자습실로, 아래층을 침실로 쓰고 있었다. 둘 다 스무 첩쯤 깔리는 목조 서양식이라, 두 사람으로는 어딘가 적적했다. 하지만 후카야도 야스오카도, 그것을 입 밖에 내어 호소하기에는 혈기가 너무 넘쳤다.
그뿐이 아니라, 후카야는 가능하다면, 그 방에 혼자 있고 싶었다. 허락된다면 그 중학교 기숙사 전체에, 단 혼자 있고 싶었다.
어쩐지, 사람을 꺼리고, 사람을 피하고, 혼자 비밀을 음미하려는 기색이 후카야에게 있다는 것은, 야스오카도 느끼고 있었다.
야스오카는 적적했다. 어쩐지 마음이 허전했다. 그러나 한 학기 반만 더 견디면, 화려한 도쿄로 나갈 수 있다고 굳이 혼자 위로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시월의 끝 무렵이었다.
이제는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의 한낮 더위도 아니었건만, 저녁까지 그라운드에서 연습하던 야구부 패거리가, 진흙과 땀을 씻어 내고, 겸사겸사 기운도 자랑하려고, 예의 그 호수로 나가 헤엄을 쳤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하나가, 보란 듯이 물속으로 잠겨 들었지만, 좀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 오래 잠겨 있는 통에, 감탄의 소리, 부러움의 소리가, 공포의 외침으로 변했다.
결국 야구부의 세코쨩이 한 명 빠져 죽었다.
호수는, 바닥도 없이 맑게 펼쳐진 하늘을 비추며, 마(魔)의 빛깔을 더욱 짙게 했다.
“도우장(屠牛所)에서 흘린 산 짐승의 피가 저 호수에 빌미가 된 게지.”
일주일쯤은, 그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세코쨩은, 자기를 삼켜 죽인 호수의, 푸르스름하게 검은 호면을 내려다보는 묘지에, 영영 잠들었다. 흰 깃발이 펄럭펄럭, 그가 살아 있을 적의 응원기를 떠올리게 하듯 나부꼈다.
야스오카는, 그 일이 있은 뒤로 더더욱 적적함을 느끼게 되었다. 방이 너무 넓었다. 솔이 발소리를 죽인 듯 울었다. 고쿠분지의 종이 그늘에 잠겨 들리는 듯했다.
이런 식의 상태는, 그를 차츰 신경쇠약에 빠뜨려, 잠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끌었다.
그와 침대를 나란히 두고 자는 후카야는, 그 일에 대해서는 늘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에게는 도통 흥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차라리 말하자면, 후카야 쪽이 이런 으스스하고 적적한 상태에서는, 먼저 신경쇠약에 빠져야 마땅할 사람이었다.
낯빛은 푸르스름하고, 야위었으며, 가슴이 얇고, 머리는 큰 데 비해 목덜미는 가늘고, 휘청거리는 후카야였다. 게다가, 아무 일이 없을 때조차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일이 잦아, 사람들에게 옅은 그림자 같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도, 그는 침대에 들기만 하면 곧장 잠들었다. 작은 코 고는 소리까지 흘리며.
야스오카는, 평소에 겁이 많아 보이는 후카야가, 쿨쿨 잠드는 데 화를 삭이면서도, 열한 시쯤 되면 그제야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세코쨩이 빠져 죽고, 일주일째 되는 밤이었다. 야스오카는 부스럭부스럭 세 시간이나 뒤척이고 또 뒤척이다가, 이제 막 잠이 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잠들지는 않은 채, 꿈의 시작인지, 깨어 있는 끝인지 모를 헛것을 보고 있을 무렵, 문득 자기 얼굴 언저리에 무엇인가를 느꼈다. 그의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은 바늘에라도 찔린 듯, 그를 차가운 늪 물 같은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그러나 그는 도둑이 들이친 처녀처럼, 본능적으로 숨을 죽일 따름이었다.
이윽고, 전등 스위치가 딸칵 하고 울리는 동시에 방이 환해졌다. 후카야가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고, 변소에 가는 듯 나갔다.
야스오카의 눈이 또렷해졌다. 그는, 무엇을 자기 얼굴 언저리에서 느꼈는지를 곱씹기 시작했다.
―사람의 숨결이었다. 체온이었다. 그러나, 이 방에는 후카야와 나밖에 없다. 후카야가 내 잠든 숨을 살필 까닭이 없다. 만에 하나, 후카야가 살피고 있었다 치더라도, 그렇다면 전등이 켜졌을 때 그가 침대 위에 있을 리 없다. 그리고 저렇게 떳떳하게, 슬리퍼를 바타바타 끌며 나갈 리도 없다. 무엇보다, 무엇 때문에 후카야가 내 잠든 숨 따위를 살필 필요가 있단 말인가! 나는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 것이다. 헛것이다. 꿈이다. 착각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려 애썼다.
후카야는 이내 돌아왔고, 전등을 껐다. 그러고 침대에 들어가더니, 머지않아 희미한 코 고는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야스오카는 자기 머리가 이상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며, 머릿속으로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오십일, 오십이,
사백, 사백일, 사백이,
천이백십, 천이백십일, 천이백십이,
그의 얼마간 가라앉은 머리가 천이백십이를 다 셌을 때, 다시 그는 얼굴 언저리에서, 사람의 체온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오싹했지만, 천이백십삼, 천이백십사 하고 염주를 굴리듯 계속 세었다. 그리고 몸짓 하나, 속눈썹 하나도 까딱이지 않은 채 잠든 척했다.
전등이 팟, 그의 눈꺼풀을 환하게 데웠다.
다시 그의 몸을 전율이 훑고 지나갔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통증마저 느껴졌다.
전등이 팟 꺼졌다.
후카야가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
―저놈에게 애인이라도 생긴 것일까?―
야스오카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후카야는 결코 여자에 대한 생각을 한다거나, 더구나 사랑 같은 것을 할 만큼 무르익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발육이 시원찮고, 병약하며 내성적이어서, 설령 여자 쪽에서 다가왔다 해도 혐오감을 품을 만한 소년이었다. 기계체조에서는, 철봉에서 거꾸로 오르기조차 못 해냈고, 뜀틀은 그 절반에도 닿지 못할 만큼 빌빌거렸다.
야스오카는, 차례차례 후카야에 대해 떠올려 보았지만, 도무지 그가 애인을 두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벽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후카야는 동급생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산가의 아들이었다. 그렇다 해도 도벽은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부족함 없는 집안의 아이라도, 도벽만큼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도벽이라면 우선 가장 가까이서 화를 입을 사람은 야스오카 자신이었을 터다. 게다가 요즘, 학교 안에서 도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설사거나 뭐 그런 것이겠지.
야스오카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잠을 청했지만, 잠은 후카야가 데리고 나가 버리기라도 한 듯, 그 방의 공기에서 사라져 있었다.
아마, 두 시간, 어쩌면 세 시간쯤 지나서야 후카야는, 틈새로 새어드는 바람처럼, 문을 열고 돌아왔다.
방에 들어서자, 후카야는 일부러 발소리를 키워, 전등 스위치를 비틀어 올렸다. 그러고는 침대로 기어들기 전에 전등을 껐다.
야스오카는 갈아 낸 시퍼런 칼날 같은 신경으로, 후카야가 정체는 알 수 없으나 처참한 공기를 두르고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결투 따위 할 만한 사내는, 절대 아닌데.―
야스오카는, 그런 시답잖은 일에 머리를 지치게 하는 것이, 내일 수업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를 헤아리며, 다시, 하나 둘 셋 넷 하고 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잠든 것은, 일어나야 하는 시각의 한 시간 전이었다.
그 다음 날 밤이었다.
야스오카는 전날 밤의 잠 부족으로 몹시 지쳐 있었기에, 자습을 적당히 끝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묘한 행동을 보이는 후카야가 오기 전에 잠들어 버리자고 마음먹었다.
“그러지 않으면, 도저히 못 버텨”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더더욱 잠은 오지 않았다. 방이, 그리고 기숙사 전체가 너무 적적했다. 게다가, 어쩐지 바닥을 알 수 없는 진흙 늪에라도 발을 들인 듯이, 후카야의 거동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후카야는 정확히, 취침 나팔이―그 중학교는 모든 일을 나팔로 했다―울리는 동시에, 또각또각 이층에서 내려왔다.
야스오카는 완전히 잠든 척을 했다. 그러나, 잠도 오지 않는데 잠든 척을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었다. 다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호기심에 가까운 무언가가, 그에게 그 어려움을 견디게 했다.
후카야는, 어젯밤과 똑같이 아무 일도 없는 듯, 침대에 들어간 지 오 분도 안 되어, 가벼운 코 고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이제 안 나가는 건가” 하고, 야스오카는 실망에 가까운 안도를 느끼며, 깜빡 졸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어젯밤과 똑같은 사람의 체온이 뺨 언저리에서 느껴졌다.
“역시 잠든 숨을 살피고 있는 거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와 똑같은 박자의 잠든 숨을, 엄청난 노력을 들여 이어 갔다.
팟 하고 전등이 켜졌다. 그대로 후카야의 슬리퍼가 타박타박 문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후카야는 문 앞에서 그것을 열다가, 그대로 돌아서서, 야스오카 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얼굴 표정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무시무시했다. 죽음을 각오한 얼굴! 또는, 죽음을 선고받은 얼굴!이었다.
그는 야스오카가 여전한 잠든 숨으로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을 똑똑히 확인하더니, 이번에는 바람처럼 돌아와, 스위치를 비틀지 않고 전구를 돌려서 불을 껐다.
그러고는 열어 놓은 문으로 바람처럼 나갔다.
야스오카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곧장 그는 조용히 상반신을 일으키고 귀를 기울였다.
나뭇잎을 스치는 미풍 같은 후카야의 기척이 복도에서 느껴졌다. 그는 역시 조용히 일어나, 후카야의 뒤를 쫓았다.
복도에 한쪽 눈만 내밀자, 후카야가 변소 쪽으로 발소리도 없이 달려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어라. 역시 설사인 건가.”
하고 생각하는 동안에, 정말로 후카야는 변소에 들어갔다. 그러나 야스오카는 못 박힌 듯이, 한쪽 눈만으로 변소 입구를 계속 지켜보았다.
후카야는 변소에 들어가더니, 문을 절반쯤 닫지 않고 둔 채, 그 틈으로 어두컴컴한 전등에 비친 텅 빈, 먼지투성이의 긴 복도를 엿보고 있었다.
“역시 변소였던 건가. 그런데 어째서 남의 잠든 숨 따위를 살피는 거지. 별난 놈이야”
하고, 야스오카가 오 분쯤 망보던 끝에 진력이 나서, 침대 쪽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변소 문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문은 정말 소리도 없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후카야의 모습은 문이 거의 팔 할쯤 열리도록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문이 저 혼자 열린 것 같았다. 야스오카는 오싹했다.
그러자, 후카야의 모습이 바람처럼 복도로 튀어나오더니, 느닷없이 복도 창문에서 교정으로 뛰어내렸다.
야스오카의 몸을 전율이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마치 후카야의 몸 가벼움이 옮아붙기라도 한 듯, 바람처럼 후카야의 뒤를 쫓았다.
후카야는, 기숙사에 딸린 솔숲 사이를, 인술 사용자라도 되는 양, 둥실둥실, 그러면서도 빠르게 날고 있었다.
이윽고, 요요기의 연병장만큼이나 넓은 그라운드로 나왔다.
이게 야스오카에게는 골치 아팠다. 그라운드에는 시야를 가릴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흐려서 곧 비라도 쏟아질 듯한 하늘이었지만, 그 두꺼운 하늘 너머에는 달이 있었다.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쫓는다면, 들키는 것은 정해진 일이었다.
하지만, 바람처럼 빠른 후카야를 놓치지 않으려면, 엎드려서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순간적으로, 그라운드를 따라 목책으로 갈라져 있는 큰길까지 엎드려서 나아갔다.
큰길로 나오자, 그는 목책을 방패 삼아, 그라운드의 잿빛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때에는 이미 후카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멍하니 선 채로 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바람처럼 빠른 후카야라 한들, 신통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 한, 그렇게 빨리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빠져나갈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저놈도 엎드려서, 가릴 것 없는 자리에서 망을 보고 있는 거로군”
야스오카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들키지 않으려는 양, 목책을 따라, 그라운드의 티끌 한 점조차, 그 어둑한 빛 속에서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나아갔다.
목책이 다소 굽은 어귀에 이르자, 그라운드가 아니라, 큰길을 바람처럼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바람의 모습은, 일주일 전 세코쨩이 빠져 죽은 늪 쪽을 향해 날아갔다.
야스오카는, 자기가 빠져 죽으려는 듯한 공포에 사로잡혀, 전율을 느꼈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무아지경에 빠져, 휙 날아갔다.
길은 늪을 따라, 뱀처럼 음울하게 굽이쳐 있었다. 그 길 위를, 살아 있는 도깨비불처럼 두 사람이 날고 있었다.
늪의 표면은, 흐린 하늘을 비추며 부패한 시신의 피부처럼, 무겁게 으스스하게 비쳐 보였다.
이윽고 길은 묘지 어귀까지, 두 사람의 모습을 불어 보내듯 이끌었다.
묘지 입구까지 앞장선 인영(人影)이 오자, 입김에 꺼진 듯이 사라져 버렸다. 야스오카는 동시에 길바닥에 쓰러졌다.
묘지의 솔숲 사이에는, 흰 깃발이며 흰 초롱이, 말려 거두지도 않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새것과 헌것의 졸탑파(卒塔婆) 따위가, 오랜 투병 끝의 임종을 떠올리게 하듯 야윈 형상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솔의 무성한 잎과 잎 사이로, 흐린 하늘이 도깨비불처럼 둥근 빈자리를 내비치고 있었다.
야스오카는 기듯이 나아갔다. 그의 눈을 만일 그때 누군가가 보았다면, 그 사람은 분명 펄쩍 뛰어올라 외쳤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열에 들뜬 듯한, 말하자면 잠수복의 머리에 달린 것과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두려운 정경을 보았다.
그것은 글로 그릴 수 없는 부류의 것이었다.
후카야는, 일주일 전에 빠져 죽은 세코쨩의 새 무덤 자리 안에 있었다!
그의 어디에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일까. 야구부 아이들 둘이서 겨우 올려놓을 수 있었던 임시 묘석을, 후카야의 휘청거리는 손이 거뜬히 들어 올렸다.
그 돌을 곁으로 치우자, 그는 산울타리 사이에서, 괭이와 톱을 꺼냈다.
괭이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아직 굳지 않은 무덤의 흙을 떠 올렸다.
야스오카의 텅 빈 눈은 이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어느샌가 뭍에서 떨어져 나간, 유빙(流氷) 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후카야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렇게 세코쨩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동성애 따위는 짐작도 못 할 사이였다. 거의 한 번도 말을 섞은 적조차 없었다!
부드러운 무덤의 흙은 곁으로 높이 떠올려졌다. 그리고 관(棺) 위는 점점 낮아졌다. 후카야의 허리 아래는 흙 그늘에 가려졌다.
끼이, 끼이, 빠지직, 하고 못이 빠지는 소리가 났다. 괭이로, 관 뚜껑을 비집어 연 모양이었다.
후카야의 모습은, 구덩이 속에 웅크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톱이, 분명히 뼈를 켜 내리는 울림이, 어떤 소리도 없는, 희미한 숨소리조차 들릴 듯한 적막을, 둔하게 갈라놓고 있었다.
야스오카는, 귀만이 되어 있었다.
푹! 하고, 톱날이 무언가 부드러운 것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부패한 시신의 냄새가, 야스오카의 코를 날카롭게 찔렀다.
산울 너머에서, 엎드려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던 야스오카 앞에서, 천천히 후카야가 등을 폈다.
그는 시신의 팔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마침 개가 그러듯이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코끝을 높이 세워 냄새를 맡았다.
형용할 길 없는 표정이 그의 얼굴을 가로질렀다. 그러더니 마치, 애인의 팔에 입을 맞추기라도 하듯, 시신의 팔에 입을 가져갔다.
그는, 맛있게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만일 야스오카가 서 있거나, 웅크려 있었다면 그는 쓰러졌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행히 그는 엎드려 있었기에, 그 이상으로 쓰러질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외치지 않으려고, 느닷없이 땅바닥에 입을 대고 눌렀다. 흙에는 마치 그것이 부패한 시신이라도 되는 양, 냄새가 있는 듯 느껴졌다. 그는 어떻게, 기숙사로 돌아갔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는, 입에서 뺨에 걸쳐 진흙투성이가 된 채, 곤히 죽음과도 같이 잠들었다.
아침에, 후카야는 가만히 야스오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스오카는 열한 시쯤 되어 죽음 같은 잠에서 깨어났다.
이상하게도 후카야도, 아직 침실에 있었다.
야스오카가 눈을 떴음을 알아차리자,
“자네 결석계는 내가 내어 두었네. 야스오카 군” 하고, 후카야가 말했다.
“고맙……” 야스오카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자네는, 어젯밤, 무엇 좀 보지 않았나?” 하고, 후카야가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못 봤어” 야스오카의 말끝은 흐려졌다.
“자네 입가는, 마치 시체라도 먹은 것처럼, 진흙투성이일세. 씻는 게 좋겠지. 어찌 된 일인가”
후카야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귀기(鬼氣)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끝으로, 야스오카는 병이 들고 말았다. 그로부터 대엿새 뒤가 수학여행이었다.
후카야는 수학여행을, 야스오카는 고향에 병을 다스리러 돌아갔다.
야스오카는 고향의 모든 의사가 입회한 진단으로도 병명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임종의 머리맡에 자리한 친구에게 그는 말했다.
“내 병의 근원은 나만이 알고 있다네”
이렇게 말하고는, 끊어질 듯한 말로 그는 시신을 먹는 것을 본 한 장면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꺼림한 세상에 작별을 고하고 말았다.
바로 그 시각에, 야스오카가 마지막 숨을 토해 낼 때, 여행 중인 후카야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며칠 뒤, 후카야의 시신이 물가에 떠밀려 와 있었다. 그 시체는, 대리석처럼 반투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