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동쪽으로 남알프스 산계의 센조가타케와 시라네 산계의 산들 등, 거의 일 년 내내 눈을 이고 있는, 일만 척 안팎의 고산이 병풍처럼 멀리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는 불과 몇 리쯤 떨어져 서코마 산맥, 곧 중앙알프스가 가로지르고 있다.
그 사이를 스와 호에서 발원한 덴류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이 강에서는 잉어, 은어, 뱀장어, 적어(赤魚), 산천어 따위가 잡힌다.
나는 오전에는 독서와 집필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그 덴류 강이나 그 지류로 산천어 낚시를 나가는데, 이 산천어란 녀석은 도무지 뜻밖의 곳에 살고 있어 잡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내 낚시는 운동이자, 동시에 머리를 쉬는 일이므로, 사람과 그리 마주치지 않을 만한 계류를 골라 거슬러 올라간다.
기왕이면 잘 잡히는 편이 재미있다. 그러나 구경꾼이 잔뜩 있는 앞에서는, 아무리 잡혀도 머리가 쉬어지지 않는다. 남이 보고 있는 앞에서는 잡혀도 잡히지 않아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나는 양어 낚시터 같은 데서 물고기를 잡을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런 식이라, 엉뚱한 작은 도랑, 폭이 한 자가 될까 말까 한 작은 도랑에 낚싯바늘을 흘리며 무심히 걸어가곤 한다.
덴류 강이든, 거기에 흘러드는 지류 작은 도랑이든 모두 급류다.
그 한 자 폭의 급류에 바늘을 흘리며 따라가다 보면, 방금까지 기세 좋게 떠내려가던 낚싯줄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오르는 일이 있다. 이상하군, 싶어 끌어 올리면 묵직한 손맛이 온다. 줄이 끊기지 않도록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끌어 올리면, 한 자나 되는 산천어가 걸려 있는 일이 있다.
“하하, 이놈, 하류에서 거슬러 오는 길에 미끼가 떠내려 와서 덥석 물고 올라온 거로군.”
하고 나는 알아채게 되었다.
한 번은, 역시 두 자 폭쯤 되는 작은 도랑에서, 여섯 치쯤 되는 산천어가 상류를 향한 채 가만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에서 나는 지렁이를 흘려, 살짝 옆쪽으로 흘려 주었다. 그런데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똑바로, 녀석의 코앞을 겨누고 흘려 주었더니, 어허, 그 산천어 녀석! 왕지렁이가 무서운지, 슬쩍 비켜 버렸다. 그 비키는 동안에, 짓궂은 녀석이지, 내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것이다.
“안 돼, 낚싯바늘이 나와 있잖아.”
하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듯이, 나는 느꼈다.
내가 산천어의 모습을 또렷이 보고 있는 이상, 산천어도 분명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늘고 긴 두 지느러미로 땅 위에 서서 걸어다니는 물고기란, 분명 자기 턱에 낚싯바늘을 걸어 끌어 올리는 그 녀석임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그 작은 산천어 녀석은 야무지게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낚싯바늘이 흘러가 버리면, 또다시 본디 자리로 돌아와 가만히 있는 것이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좋다, 그러면 너랑 지혜 겨루기다.”
하고 나는 바늘의 미끼를 새것으로 바꾸고, 낚싯바늘 끝을 감추었다.
그러고는 몸을 나무 줄기 뒤로 숨기듯이 하여,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위쪽에서 천천히 흘렸다. 녀석의 시야 안에 휙 던져 넣어서는 부자연스럽다. 녀석의 시야 밖에서, 자연스러운 모양새로 지렁이가 흘러 와서 점차 녀석의 시야로 들어가게 한다.
“뭐지, 쓰레기인가, 나뭇가지인가.”
하고 녀석이 생각하는 동안에, 슬슬 흘러 녀석의 정확한 시야 안에 들어가면, 거기에는 녀석의 식욕을 돋우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왕지렁이가 활기차게 파닥파닥 꼬리를 흔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녀석도 안 먹고 배길 수가 없잖은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미끼를 흘렸더니, 그 순간 나는 산천어의 모습도 지렁이의 모습도 놓치고 말았다.
“이상하네,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나는, 내 시력을 의심하면서 낚싯대를 챈 채 챔질을 해 보았다.
“손맛 없음.” 그러면서도 지렁이는 바늘 자리만 남긴 채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근래 유행하는 “먹튀”다. 나는 슬슬 재미가 들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내 솜씨가 서툴러서인가, 아니면 녀석이 이미 닳고 닳아서 “미끼만은 먹지만 바늘을 삼키는 것은 사양하겠소” 하는 신조라도 지니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봐도 녀석의 태도는 태연하다. 살랑살랑 헤엄쳐 다니지도 않고, 단전(丹田)에 힘을 모은 채 가만히 있다.
“이놈, 사람을 무시하는구나, 손으로 덥석 잡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물론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
낚싯대 손잡이 쪽으로 쿡 찔러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애당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잘못이다. 너무 제멋대로다. 본디 낚시란 사기다.
그러므로 산천어 쪽에서 그 사기에 걸려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 쪽이 분개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 것이다. 분개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재미있지는 않다.
“그럼, 잘 가, 내일 또 만나자.” 나는 큰 소리로 물속의 산천어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하류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나는 의심에 시달리고 또 시달렸다.
“왕지렁이가 물에 떠내려 간다. 한데 녀석처럼 한두 번으로는 물지 않게 된다면, 내가 그저 미끼를 흘리고 다녀 봐야 어느 놈이고 어느 놈이고, 미끼를 그냥 흘려보내고는 그 뒤에 나타나는 내 모습을 보고 ‘지렁이 뒤에는 분명 사람이 따라온다’ 하는 진리를 발견하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산천어들에게 사기의 본질을, 몸소 가르쳐 주는 셈이 된다. 물고기에게 그런 걸 가르치는 것은, 아무래도 그리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근래에 물고기의 교육은 나아지고 있는 듯한 흐름이 있다. 예전처럼 무모하게 달려들어 물지를 않는다. 범죄 수법이 검찰진을 앞서가고, 국민의 체질 저하가 군부를 자극하고, 병원균은 주사약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하는 식으로 흘러가다 보면.”
나는,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네.”
하는 속요(俗謠) 한 자락을 큰 소리로 부르고는, 낚싯바늘을 거두고 낚싯대를 빼 자루에 넣고서, 이른 시각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고.
하지만 물고기란 그저 습성만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아무래도 나 따위보다 훨씬 지적으로 발달한 물고기가 있는 듯이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