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오늘은 이쯤에서 끝이겠지.” 사이타는 그렇게 말하면서, 푸르스름한 박명이 흐르기 시작한 현도(縣道)에 서서 절벽에 드러난 석영반암에서 표본 한 조각을 떼어 내 신문지에 쌌다.

도미자와는 지도의 그 지점에 등색을 칠하고 번호를 적어 넣으며 소리 내어 불러 주었다. 사이타는 그것을 꾸러미 위에 옮겨 적고 배낭에 넣었다.

두 사람은 한시바삐 무거운 암석 자루를 내려놓고 싶어, 그 뒤로는 말없이 현도를 따라 북쪽으로 내려갔다.

길 왼편에는 지도에 그려진 그대로, 가는 충적지가 아오가네 광산 쪽에서 흘러오는 강을 따라 푸르게 안개 어린 벼를 이고 북으로 이어져 있었다. 산 위에서는 박명천(薄明天)의 정수리가 물빛으로 빛났다. 갑자기 사이타가 걸음을 멈추었다. 길 왼편이 가느다란 골짜기로 패여 있었고, 그 아래에서 누군가 몸을 굽힌 채 무엇인가 하고 있었다. 보니 그곳은 깨끗한 샘이 되어 있어, 점판암 갈라진 틈에서 물이 한껏 솟아 흘러넘치고 있었다.

“잠깐 여쭤 보겠습니다만, 이 근처에 여관이 있다고 하던데 어느 쪽인지요.”

유카타를 입은, 머리 흰 노인이었다. 차림새며 풍채로 보아 은급(恩給)이라도 받고 있는 옛 관리 같은 인상이었다. 머위를 샘에 담그고 있던 참이었다.

“이 근방에 여관 같은 건 없소이다.”

“아오가네 광산에서 듣고 온 것입니다만, 광산 사람들도 묵어 가는 곳이 있다고 해서요.”

노인은 말없이 두 사람의 지친 모습을 가만히, 그러나 찬찬히 살폈다. 두 사람 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지도를 목에 걸고 지질 망치를 쥐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직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은 청년들이었다.

“어느 쪽에서 오시는 길이오.”

“군에서 토양 조사를 부탁받아 모리오카에서 왔습니다.”

“논밭의 토질을 살피시는 일이오?”

“뭐, 그런 셈이지요.”

노인은 눈썹을 모으고 한동안 군청빛으로 물든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참으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빙긋 웃었다.

“아오가네에서 누가 말씀드린 게 우리 집인 모양인데, 어쨌거나 누추한 데다 결례만 끼치게 될 듯하여서.” “아닙니다. 아무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시면 이 길로 따라오시구려.”

노인은 허리를 살짝 굽힌 채 길과 나란히 그대로 골짜기로 내려갔다. 대여섯 걸음 가니 곧장 그곳에 작은 마사야집이 한 채 있었다. 길에서 한 길쯤 낮은 데 자리잡고는, 갈대를 이쪽 편으로 담장처럼 엮어 세워 두었기에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노인은 갈대 사이에 만들어 둔 네모난 쪽문을 지나 집 옆쪽으로 나갔다. 두 사람도 길에서 집 앞으로 내려갔다.

“도키, 도키, 더운물 가져오너라.” 노인이 큰 소리로 불렀다. 집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미자와는 그 어둑한 저녁빛과 침묵의 안쪽에서, 누군가 가만히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지금 더운물 가져오리다.” 노인은 직접 가지러 가는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아까 그 샘에서 씻을 테니, 게다나 좀 빌려 주시지요.” 노인은 새것인 산오동나무 게다와, 또 하나 새끼줄 끈을 끼운 밤나무 게다를 미안한 듯이 하나씩 들고 왔다.

“이런 게다밖에 없어 송구하오.”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두 사람은 짚신을 풀고, 먼지투성이가 된 각반을 두드려 다시 감고는, 갑자기 쑤셔 오는 무릎을 굽히듯이 게다를 들고 샘으로 갔다. 샘은 마치 관개수로처럼 기세 좋게 바위 사이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사이타는 곰곰이 몸을 굽혀 그 어두워진 갈라진 틈을 들여다보고 말했다. “단층천이군.” “그런가.”

도미자와는 머위가 담겨 있는 아래쪽에 발을 들여놓고, 셔츠를 벗고 땀을 닦으며 한마디 했다.

머리를 감고 입을 헹구고는, 두 사람은 아까 그 쪽문을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그을음 앉은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라 적힌 족자가 걸린 도코노마 앞에는 작은 램프가 켜져 있었고, 무명 좌포단 두 장이 쓸쓸하게 깔려 있었다. 그 너머는 곧바로 부엌의 마룻방이었는데, 이로리가 패여 있어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사이에는 키 낮은 두 폭짜리 작은 병풍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그곳에 있던 구깃구깃한 홑겹 옷을 땀에 젖은 셔츠 위에 걸치고는, 오늘 일거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미자와는 색연필로 지도를 다시 칠하기도 하고, 수첩에 적어 넣기도 했다. 사이타는 암석 표본 번호를 다시 매기며 꾸러미를 새로 싸기도 하고 라벨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덧 밤이 깊었다.

아까부터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일하던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눈이 큰 여인이 어쩐지 부끄러운 듯한 기색으로 저녁상을 날라 왔다. 칠이 벗겨진 얇은 밥상에는 말린 민물고기 조림 한 그릇과 시큼해진 오이절임 몇 조각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말없이 밥공기를 비웠다.

“이 집은 그 할아버지하고 지금 그 여인, 단둘이서 사는 듯하군.” 상이 물려지고, 지친 몸을 길게 뉘이며 사이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 여인은 손녀딸인 모양이고. 남편은 분명 광산에라도 들어가 있겠지.” 낮에 본 아오가네의 황동광이며 방해석에 석류석이 섞인 조광 더미를 떠올리며 도미자와가 답했다. 여인이 또 들어왔다. 그러더니 말없이 벽장을 열고 얇은 돗자리 두 장과 골풀로 짠 각진 베개를 나란히 놓고는, 다시 부엌 쪽으로 갔다.

두 사람은 아주 잠들 작정도 아니면서 그 자리에 길게 누웠다. 그러고는 그대로 까무룩 졸기 시작했다.

다아 다아 다아 다아 다스코 다아 다아

노인다운 굵은 목소리가 검무 추임새를 외치는 것에 깜짝 놀라 도미자와는 눈을 떴다. 부엌 쪽에서 서너 사람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리고, 그 가운데서 방금 그 외침 소리가 났던 것이었다.

램프는 어느새 심지가 한껏 가늘어져 있었고, 장지문에는 달빛이 비스듬하게 푸르스름히 비치고 있었다. 백중(오봉) 16일 다음 날 밤이라, 검무의 북이라도 두드리던 어르신들인지, 아니면 아까 본 이 집 주인인지, 어느 쪽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춤추고 뛰는 것도 서른이면 끝이라잖소. 할아범이 너무 흥에 겨운 꼴은 그닥 보고 싶지 않거든.” 욱한 듯한, 표한(慓悍)한 서른 줄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한동안 잠잠해졌다.

“참새는 백 살까지 춤을 잊지 않는다잖아요.” 아까 그 여인인 듯한 가느다란 목소리가 사이를 누그러뜨렸다.

“여자 ※끌기도 백까지지.” 또 그 표한한 목소리가 찌르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더니 근심하는 듯 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가까이서 났다. 도미자와는 모기장 밖에서 이 집 주인이 누운 채 가만히 부엌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절반은 꿈결처럼 보았다.

“자, 인제 가서 자야겠구먼. 한 잔만 두 잔이라. 그럼 이걸로.” “이제 가시려나.” 아까 그 여인의 목소리가 났다. 이쪽에서는 곰방대를 탕탕 두드려 대고 있었다. “또 오리다.” 어쩐지 애잔하게 한마디 하고는 밖으로 나간 듯한 소리가 났다.

그 뒤로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말소리만 오가고, 옆방 주인 쪽에서는 안도와 비슷한 잔잔한 파동이, 점점 또렷해지는 달빛 속을 흘러왔다. 그러는 사이 도미자와는 또 까무룩 잠이 들었다. 잇따라 떠오르는 한낮의 푸른 산봉우리들이며, 반짝반짝 빛나는 안개의 안쪽을 누군가 높다랗게 노래를 부르며 지나갔는가 싶더니, 도미자와는 다시 약하게 깨어났다. 바깥문을 누군가 술 취한 자가 노래를 부르며 거세게 두드리고 있었고, 주인은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지 마라.” 하고 낮은 소리로 손녀에게 이르고 있었다. 아까 그 사내도 돌아갔고, 손녀도 어딘가에서 잠든 모양이었다. “잤느냐, 아직 환하다. 일어나라.”

밖에서는 또 거세게 호통치는 소리가 났다.

‘아아, 이렇게 잠을 못 자고서야 내일 일이 큰일이겠다.’ 도미자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도코노마 쪽에 누운 사이타를 보았다.

사이타도 또렷이 눈을 뜨고 있었고, 낮은 소리로 “광부로군.” 하고 말했다. 도미자와는 손을 내저으며 잠자코 있으라고 일렀다. 이런 때 무어라 말을 꺼낸다는 것은 노인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밖에서는 마침내 더 거칠어졌다. 끝내 손녀가 병풍 너머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취한 양반, 정말 싫소.” 하고 어쩐지 이쪽을 살피면서 변명하듯, 또 달래듯, 가녀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발소리도 없이 토방으로 내려가 문을 열었다. 바깥은 곧장 잠잠해졌다. 손녀는 이런저런 가는 목소리로 호소하듯 말하고 있었다. 사내는 술이 깬 듯한 목소리로, 짤막하게 무어라 되묻기도 했다. 그러고는 둘이서 한참을 옥신각신하더니, 머지않아 한 사람인지 두 사람인지 알 수 없게 집 안으로 들어왔고, 옷자락이 살그락 움직이는 소리 따위가 났다. 그러자 부끄러움과 거리낌으로 잔뜩 긴장한 노인이, 슬프게 꼴깍 숨을 삼키는 소리가 또 한 번 났다.

●도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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