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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작가와 만초 선생의 만남

1. Pertemuan Pengarang dan Si Tua Mancho

제1장 · Pertemuan Pengarang dan Si Tua Mancho

벼루에 먹을 갈고 한 손에 붓대를 잡고 또 한 손에는 권연초에 불을 달여 입에다 대었다 떼었다 하는 동안에 입으로 권연초 연기만 후― 후― 내불고 앉았는데, 생각이 아니 난다 붓방아만 찧고 있다가 권연초는 재떨이에 내던지고 붓은 책상 위에 내던지고 벌떡 일어나서 두루마기를 입고 모자 쓰고 문밖으로 썩 나서며 혼자 입속말로 중얼중얼하는 말이,

"내가 붓을 들고 책을 지을 때에 하루에 열 장 스무 장은 놀면서 만드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아무 생각도 아니 나고 종일 앉아 붓방아만 찧고 소설 한 장도 못 만들었으니 이렇게 아무 재료가 도모지 없을까……."

남산을 바라보니 성긴 나무 울울충충 무슨 의사 있는 듯하나 별로 신기한 생각이 아니 나고, 길거리를 내어다 보니 사람들이 오락가락 제각기 일 있는 모양이나 깊은 사정 알 수 없다. 아서라, 저기 시골서 노인 한 분이 이번에 공진회 구경하러 올라왔다 하니 그 양반이나 좀 찾아보고 이야기나 들어 보겠다.

그 노인 거처하는 방은 매우 정결하고 소쇄하나, 한 옆에는 화로에 불을 피우고 약탕관에 약을 달이며, 한 옆에는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그 노인에게 당치 아니한 신학문 서책이 쌓여 있고, 재떨이는 의례건이어니와 요강, 타구도 그 앞에 놓여 있더라. 한 번 절하고 일어 앉아 행용하는 인사를 마친 후에 역사적(歷史的) 이야기를 청하였더니, 그 노인은 안경 너머로 눈을 들어 넘겨다보며 한 손으로 담뱃대에 상초 한 대를 꽉 눌러 담아 피워 물고 하는 말이,

"내가 칠십 세를 살았으니 철모르고 자라난 이십 년 동안을 뺄지라도 오십 년 동안 일은 지내어 보았네. 그동안에 별별 이상한 일도 보았고 고생도 하여보았고 세상 변천하는 것도 여러 번 지내어 보았네. 그런고로 자네 같은 소년들은 나를 오십년(五十年) 역사(歷史)책으로 알고 성가시게 구네 그랴…… 하…… 하…… 그런데 무슨 할 이야기가 어디 있나. 그러나 이것은 참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자네한테나 이야기하는 것이니, 행여나 소설책이나 그러한 데 내지 말게, 부디. 이것은 몇 해 아니 된 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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