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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이광수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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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이광수 판)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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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Pagera AI
원문 Public Domain
Chapter 3 of 19

과일貿易

과일貿易

『여러분! 내가 지금 좀 쓸 곳이 있어 과일을 사려 하니 각각 밭은 값들을 말하시오.』한즉, 한 장수 썩 나서며,『제 게는 배 이백 접이 있고, 값은 한 접에 서 돈이올시다.』

하고 두 돈 오푼 받을 오푼 에누리하여서 돈을 부릅니다.

허생원은 사람을 시켜 그 장수의 성명과 과일 종류와 분량 을 적게 한 후,

『그러면 당신 달라는 값대로 한 접에 서 돈씩 이백 접에 육십 냥, 값을랑 언제나 유 진사에게 찾아가고, 물건은 오늘 안으로 이집 창고로 들여 실리시오.』

이렇게 백장수가 땡잡는 것을 보고 다른 장수들은,

『나도 나도.』

하고 저마다 혹은 대추가 스무 접, 혹은 잣이 열 닷 섬반 혹은 석류가 예순 접, 밤이 이백석 이 모양으로 내여 부르 는데, 값은 부른 것이 값이요. 허생원은 한 푼 깎으려고도 아니하고, 죄다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안성 장에 쌓인 과실 을 다 사들여야 겨유 육백여 냥어치 무론 그때 육백 냥이 지금 육천환도 넘었을 것이지마는.

흥정을 다 한 뒤에 허생원들은 매우 만족한 듯이 빙그레 웃더니,

『아직도 사려는 과일이 좀 부독하니 이후로 남도서 올라 오는 과일짐이 끊어지기까지 과일이란 과일은 들어오는 대 로 모조리 내게로 가져오시오.』

합니다. 장수들은『이게 웬 떡인고.』히고 모두 좋아서,

『네 그리하겠습니다.』

하고 당장 과일 값들을 찾아서 지고 메고 메고 집으로 돌 아가는 길로 아들, 동생, 아버지 할 것 없이 집안 식구들 있 는 대로 떨어내어서 원근 동리로 과일 무역들을 떠납니다.

이 통에 안성 장은 발끈 뒤집혔습니다.

『대체 어떤 깍정이 같은 선비 하나이 오더니만 달라는 대 로 값을 주고 과일 무역을 한다.』

는 소문이 그날 저녁때로 되기 전에 그리 적지도 아니한 안성 바닥에 쫙 퍼져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녁상을 받 고 앉아서 또는 저녁들을 먹고 나서 심지어 우물에 저녁 물 길러 모이는 부녀들까지도

『응 그렇대.』

『글세.』

『미친 사람이래.』

하는 이 이야기뿐이요. 초 어스름이 되자마자 행여나 그 허생원이라는 사람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볼까 하고 유 진사 집 마당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이 순식간에 수백명이나 되어 엿장수들이 엿을 팔러 모여 들 지경이었습니다.

허생원은 창으로 가만히 이 광경을 내다보더니 혼잣말로,

『안성이 작기는 작구나! 돈 육백 냥에 이렇게 들끓는구나.』합니다.

『대체 이 사람이 무엇을 하자고, 이렇게 과일을 몰아들인 단 말인가. 개수도 안 세어 보고 물건도 보지도 아니하고 달라는 대로 이렇게 사들이니 이 사람이 이것을 어찌하잔 말인가.』하고 유 진사는 창고에 반이나 그득한 과일더미를 우두커니 들여다보며 생각도 하고 걱정도 하였습니다.

이튿날 날이 새기가 바쁘게 또 유진사의 집으로 과일짐들 이 쓸어듭니다. 수십명 인부가 미처 땀을 씻을 새가 없이 쓸어드는 참 가관이지요. 허생원은 어제 하던 모양으로 물 건도 보지 아니하고 개수도 새지 아니하고 달라는 대로 값 을 주고 그러고는 의례히,

『얼마든지 또 가져 오시으.』

합니다. 사람들은 하도 과일을 팔기는 하고도 어이가 없어 서 혼잣말로,

『원 대체 이게 웬 일이야. 이 돈이 돈이 아니란 말인가. 대관절 과일은 이렇게 사들여 무엇을 한담.』

하고 과일 값으로 받은 돈을 돌에 떨어뜨려도 보고, 이빨 로 물어뜯어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땡하는 소리라든지 이빨 로 물어뜯는 맛이라든지 분명히 쇠로 만든 돈이요. 당당한 상평통보외다.

이 모양으로 하기를 보름 동안이나 하니 인제는 과일을 사 더라도 들여 쌓을 곳이 없습니다. 하루는 유 진사가.

『인제는 과일을 쌓을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돈도 일백냥 밖에는 아니 남았습니다.』

하고 은근히 다시는 사지말기를 권하였습니다. 그제야 허 생원도 빙그레 웃으면서,

『나도 인제는 쓸이만큼 샀으니 내일부터는 사기를 그치시오.』합니다. 그러나 벌써 과일철이 지나서 그 이튿날부터는 별로 팔로 오는 것도 없이 되었습니다.

Chapter 3 of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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