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권
심청전 하권이라.
각설이라. 망망한 창해요 탕탕한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료 물가에 날아들고 상상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들 제, 요량한 물소리 어제인 듯 여기건만은 곡종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렀다. 과내성중만고수는 나를 두고 이르는 말이라. 장사를 지나갈 제 간의대부 간 곳 없고, 명나수를 바라보니 굴삼려의 어복충혼 무량도 하시던가. 황학루에 당도하니 일모향관 하처시요, 연파강산사인수는 최호의 유적이요. 봉황대에 다다르니 삼산은 반락청천 외요 이수는 중분백로주라, 이적선의 놀던 데요. 심양강 당도하니 백낙천은 어디 가고 비파성만 끊쳐졌다. 적벽강 그냥 갈쏘냐, 소동파 읊던 풍월은 의구히 있다마는 조맹덕의 일세지웅이 이제 어이 없어졌나. 월락오제 깊은 밤에 고소성의 배를 매니 한산사 쇠북 소리 객선에 이르렀다. 진회수를 건너갈 제 상녀는 부지망국하고 언롱한 수월롱사할 제 후정화만 부르는데, 소상강 들어가니 악양루 높은 집 호상에 떠 있거늘. 동남으로 바라보니 오산은 천첩이요 초수는 망극이라. 소상팔경이 눈앞에 벌여 있거늘 억억히 둘러보니 강천이 망막하여, 우르르 찌르르 오는 비는 아황 여영의 눈물이요, 반죽에 서린 가지 점점이 배어 씌니 소상야우 이 아닌가. 칠백 평호 맑은 물은 추월에 돋아오니 상하천광 푸르렀다. 어옹은 잠을 자고 가규만 날아들 제 동정추월 이 아닌가. 오초동남 너른 물에 오고 가는 상고선은 순풍에 돛을 달아 북을 둥둥 울리면서 어기야 어기야이아 소리하니 원포귀범이 이 아닌가. 격안강촌 앙삼가에 밥 짓는 연기 나고 반조입강 석벽상에 거울 낯을 여리 씌니 무산낙조 이 아닌가. 일간귀천 심벽이요 반태용심이라. 옹옹이 일어나서 한 때로 둘러 씌니 창오모운이 이 아닌가. 수벽사 명양안태에 청원을 못 이기어 이리 오는 저 길 기러기는 갈대 한나를 입에 물고 점점 날아들며 끼룩끼룩 소리하니 평사낙안 이 아닌가. 상수로 울고 가니 옛 사당이 완연하다. 남순 형제 혼이라도 응당 있으려 하였더니 저 소리에 눈물지니 황릉이원 이 아닌가. 새벽 쇠북 한 소리에 경쇠 뎅뎅 섞여 나니, 오는 배 천리 원객에 깊이 들던 잠 놀라여 깨우고 탁자 앞에 늙은 중은 아미타불 염불하니 한산모종이 이 아닌가.
팔경을 다 본 연후에 행선하려 할 제 행풍이 일어나며 옥패 소리 들이더니, 죽림 사이로서 어떠한 두 부인이 선관을 높이 쓰고 자하상 석유군의 신을 끌어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소저야, 네 나를 모르리라. 창오산붕 상수절이라야 죽상지류 내 가명을 천추에 깊이 하소할 곳 없더니, 지극한 네 효성을 하례코자 나왔노라. 요순 후 기천 년에 지금은 어느 때며 오현금 남풍시를 이제까지 전하던가. 수로 먼먼 길에 조심하여 다녀오라.”
하며 홀연 간 데 없거늘, 심청이 마음속에 이르기를, “이는 이비로다.”
서산에 당도하니 풍랑이 대작하며 찬 기운이 소삽하여 흑운이 두르더니, 사람이 나오는데 면여거륜하고 미간이 광활한 데 가죽으로 몸을 싸고 두 눈을 딱 감고, 심청 불러 소리하되,
“슬프다, 우리 오왕 백비의 참소를 듣고 촉루검을 나를 주어 목 질러 죽은 후에 칠리로 몸을 싸서 이 물에 던졌으니, 애달다 장부의 원통함이 월병에 멸오함을 역력히 보려고 내 눈을 빼어 동문 위에 걸고 왔더니 과연 내 보았노라. 그러나 내 몸에 씌운 가죽을 뉘라서 벗겨 주며 눈 없는 것이 한이로다.”
이는 누군가 하니, 오나라 충신 오자서라.
풍운이 걷히고 일월이 명랑하고 물결이 잔잔하더니, 어떠한 두 사람이 택반으로 나오는데, 앞에 한 사람은 왕자의 기상이요 얼굴에 검은 때는 일국 수색에 띠어 있고 의복이 남루하니 초숙일시 분명하다. 눈물 지며 하는 말이,
“애달고 분한 게, 진나라의 소금되어 삼 년 모관에 고국을 바라보고 미귀한이 되었구나. 천추에 깊은 한이 초혼조 되어졌으니, 박랑퇴성 반기 듣고 속절없이 동정달에 헛춤만 추었노라.”
뒤이어 또 한 사람은 안색이 초취하고 형용이 교교한데, “나는 초나라 굴원이라. 회왕을 섬기다가 자란의 참소를 만나 더러운 몸 씻으려고 이 물에 와 빠졌으니, 어여쁠사 우리 임금, 사후에나 섬기리라 하고 이 땅에 와 모셨노라. 나 지은 이소경 세고양지묘혜여 짐황고왈백용이라, 유초목지영락하여 공민인지디혜로다. 세상의 문장 재사 몇몇이나 되오던고. 그대는 위친하여 효성으로 죽고 나는 충성을 다하였으니, 충효는 일반이라 위로코자 내 왔노라. 창해 만리 면면 길에 평안히 가옵소서.”
심청이 생각하되,
“죽은 지 수천 년에 정백이 남아 있어 사람의 눈에 보이니, 이도 또한 귀신이라. 내 죽을 증조로다.”
슬피 탄식하되, 물에서 잔 것이 몇 밤이며 배에서 밤이 몇 날인가. 거연 사오 색을 이 물같이 지내가니, 금풍삽이석기하고 옥우확이쟁영이라. 낙화는 여고목제비하고 추수는 공장천일색이라, 왕발이 지은 귀요. 무변낙목소소하요 부진장강곤곤내는 두자미 읊은 귀요. 강한이 출농하니 황금이 편편이라. 노화풍비하니 백설이 만점이요. 신풍세우 지난 입은 옥루청풍 불거나는데, 외로울사 어선 등불 도도 달고 어부가로 화답하니 그도 또한 수심이 아니며. 해반청산은 봉봉이 칼날 되어 버리나니 수장이라. 일락장사 추색원에 부지하처조상군고, 송옥의 비추비가 이에 더할손가. 동남동녀를 실었으니 진시황의 채약선인가. 방사서시 없었으니 한무제의 구선선인가. 죽어 죽자 한들 선인들이 수직하고, 살아 가자 하니 고국이 창망이라.
한 곳을 당도하니 돛을 지우며 닻을 주니, 이는 곳 인당수라. 광풍이 대작하여 바다이 뒤누우며 어룡이 싸우는 듯 벼락이 일어나는 듯, 대천 바다 한가운데 일천 석 실은 배 노도 잃고 닻도 끊쳐지며 용총도 부러져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 쳐 안개비 뒤섞여 자자진데 갈 길은 천리만리 남아있고 사면은 어둑 적막하여 천지 적막하야 간데 어디 떠오는데, 배전에 탕탕 돛대도 와직근 경각에 위태하니, 도사공 영좌이하로 황황 대겁하여 혼불부신하며 고사기계를 차릴 적에, 섬쌀로 밥을 짓고 동우술에 큰 소 잡아 왼소다리 왼소머리 사지를 갈라 올여 놓고, 큰 돼지 잡아 통째 삶아 큰 칼 꽂아 기는다시 바쳐 놓고, 삼색 실과며 오색 탕수와 어동육서며 좌포우혜와 홍동백서를 방위 차려 고여 놓고, 심청을 목욕시켜 소의소복 정하게 입혀 상머리에 앉힌 연후에, 도사공의 거동 보소.
북을 둥둥 치면서 고사할 제, 두리둥 두리둥.
“잡되어라 삼십삼천 내립더 잡아 이십팔수, 허공천지 비비천과 삼황오제 도리천 십왕 일이등 마련하옵실 제, 천상에 옥황상제며 대하의 십이제국 차지하신 황제 헌원씨와, 공맹 안증 법문 내고 서가여래 불도 마련이며, 복희씨 시획팔괘하여 있고, 신농씨 상백초 시위의약하여 있고, 헌원씨 배를 내어 이제불통 하옵실 제 후생이 본을 받아 사농공상 위업으로 다 각기 생화 직업하니 막대하신 공이 아니시며. 하우씨 구년지수 배를 타고 다 살렸고 오국에 정한 공 세 구주로 돌아들며, 오자서 분위할 제 노가로 건네주고, 해성에 패한 장사 오강으로 돌아들 제 배를 매고 기다려 있고, 공명의 탈조화로 동남풍을 빌려내어 조조의 십만 대병 수륙으로 화공하니 배 아니면 어찌하며. 도련명은 전원으로 돌아오고 장경은 강동으로 돌아갈 제 이도 또한 배를 타고. 임술지 추칠월에 종일우지 소여하니 소동파도 놀아 있고. 지극총 어사화하니 교여승유무정거는 어부의 즐거움이요, 게도난요로 하장포하니 오희월녀 채련주요. 지오부서거하니 경세우경연은 상고선이 이 아닌가. 우리 동무 스물네 명이 상고로 위업하여 십여 세에 조수 타고 표박서한 다니더니, 인당수 용왕임은 인제숙을 받사오기 토로, 유리국 도화동에 사는 십오 세 된 효녀 심청을 제숙으로 드리오니, 사해 용왕임은 고이고이 받자옵소서. 동해신 아명 서해신 거승이며 남해신 충융 북해신 옹강이며, 칠금산 용왕임 자금산 용왕임 개개섬 용왕임, 영각대감 성황임, 허리간에 화장성황, 이물 고물 성황임네 다 굽어 보옵소서. 수로 천리 먼먼 길에 바람궁 걸어내고, 낮이면 골로 넣어 용난골수 깊은데 평반에 물 담은 듯이, 배도 무쇠가 되고 닻도 무쇠가 되고 용총 마류 닻줄 모도 다 무쇠로 점지하옵고, 영락지환이 없삽고 실물실화 제살하와 억십만금 퇴를 내어 대끝에 봉기 질러 위심으로 연화하고 춤으로 대길하게 점지하여 주옵소서.”
하며 북을 두리둥 두리둥 치면서,
“심청은 시가 급하니 어서 바삐 물에 들라.” 심청이
거동 보소.
두 손을 합장하고 일어나서 하늘 앞에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늘님 전에 비나이다. 심청이 죽는 일은 추호라도 서럽지 아니하여도, 병신 부친의 깊은 한을 생전에 풀어야 하겠기에 이 죽음을 당하오니, 명천은 감동하옵셔서 침침한 아비 눈을 명명하게 뜨여 주옵소서.”
팔을 들어 슬피 치고,
“여러 선인 상고님네, 평안히 가옵시고 억십만금 퇴를 내어 이 물가에 지내거든 내 혼백 불러 물 앞이나 주오.”
두 활개를 짝 벌이고 배전에 나서 보니, 수쇄한 푸른 물은 월러렁 출렁 뒤둥굴어 물 놀아 쳐 법컴은 북적 찌르는데, 심청이 기가 막혀 뒤로 벌덕 주저앉아 배전을 다시금 잡고 기절하여 엎던 양이 참아보지 못할레라. 심청이 다시 정신 차려 할 수 없어 온몸을 잔뜩 씌고 치마폭을 무릎 씌고 충충걸음으로 물러섰다가, 창해 중에 몸을 주어,
“애고 애고, 아버지! 나는 죽소.”
배전에 한 발을 짓쳐 걷구로 풍덩 빠져드니, 행화는 풍랑을 쫓고 명월은 해문에 잠기니, 차소위묘 창해지일속이라. 새 난 날 정신같이 물결은 잔잔하고 광풍은 삭아지며 안개 자욱하여 가는 구름 머물렀고, 청천의 푸른 안개 새 오는 날 동방처럼 일기 명랑하더라. 도사공 하는 말이,
“고사를 지낸 후에 일기 순통하니 심낭자의 덕이 아니신가.”
좌중이 일심이라. 그 자리 파하고 술 한 잔씩 먹고 담배 한 대씩 먹고,
“행선합시다.”
“어 그리합시다.”
어기야 어기야, 과내성 한 곡조에 삼승 돛자락을 재어 양쪽에 갈라 달고 남경으로 들어갈 제, 와룡수 여을물에 이전 고은 살대같이 안족에 전한 편지 북해상에 기별같이, 순식간에 남경으로 득달하니라.
이때에 심낭자는 창해 중에 몸이 들어 죽은 줄로 알았더니, 오운이 영롱하고 이향이 촉비하더니, 옥저 소리 맑은 소리 은근히 들리거늘, 몸을 머물러 주저할 제, 옥황상제 하교하사 인당수 용왕과 사해용왕 지부왕께 낱낱이 하교하시되,
“명일에 출천효녀 심청이가 그 곳을 갈 것이니, 몸에 물 한 점 묻잖게 하되, 만일 모시기를 실수하면 사해용왕은 천벌을 주고 지부왕은 손도를 줄 것이니, 수정궁으로 모셔 들여 삼 년 공궤 단장하여 세상으로 환송하라.”
하교하시니, 사해용왕이며 지부왕이 모두 다 황겁하여 무수한 강한 제장과 천택지군이 모여들 제, 원참군 별주부, 승지 도미, 비변랑 낙지, 감찰에 잉어며 수찬에 송어와 한림에 붕어, 수문장에 미역기, 청명사령 자가사리, 승대 북어 삼치 갈치 앙금 방게 수군 백관이며 백만 인갑이며, 무수한 선녀들은 백옥교자를 등대하여 그 시를 기다리더니, 과연 옥같은 심낭자 물로 뛰어드니 선녀들이 받들어 교자에 올리거늘, 심낭자 정신을 차려 이르는 말이,
“진세간에 추비한 인생으로 어찌 용궁의 교자를 타오리까.”
하니 여러 선녀들이 여쭈오되, “옥황상제의 분부가 지엄하옵시니, 만일 타시지 아니하시면 우리 용왕이 죄를 면치 못할 것이오니, 사양치 마르시고 타옵소서.”
심낭자 그제야 마지못하여 교자 위에 높이 앉으니, 팔선녀는 교자를 메고 육룡이 시위하여, 강한 지장과 천택지군이 좌우로 호위하며, 청학 탄 두 동자는 앞길을 인도하여 해수로 길 만들고 풍악으로 들어갈 제, 천상 선관 선녀들이 심소저를 보려 하고 벌려 섰으니, 태을선녀는 학을 타고 적송자는 구름 타고, 사자 탄 갈선옹과 청의동자 백의동자, 쌍쌍 시비 취적성과 월궁항아 서왕모며, 마고선녀 낙포선녀와 남악부인의 팔선녀 다 모여왔는데, 고운 복색 좋은 패물 형기도 이상하며 풍악도 전도하다. 왕자진의 봉필에며 곽처사의 죽장구며 성연자의 거문고와 장자방의 옥통소며, 해강의 해금이며 완적의 휘파람에 적타고 취옹적하며, 능파사 보혜사며 우의곡 채련곡을 섞들여 노래하니, 그 풍류 소리 수궁에 진동한다.
수정궁으로 들어가니 별유천지비세로다. 남해 광이왕이 통천관을 쓰고 백옥홀을 손에 들고 호기 찬란하게 들어가니, 내삼천에 팔백 수궁 지부 대신들은 왕을 위하여 영덕전 큰 문 밖에 차례로 늘어서서 상호 만세하더라. 심낭자의 뒤로는 백로 탄 여동빈, 고래 탄 이적선과 청학 탄 장여는 비상천 하는구나.
집치례 볼작시면 능란하고 장할시고. 괘경골리위양하니 영광이 요일이요, 집어린이작와하니 서기반공이라. 주궁패궐은 응천상지삼광이요 곤의수상은 비인간지오복이라. 산호 염대 모병은 광채도 찬란하고, 교인단모장은 구름같이 높이 치고, 동으로 바라보니 대붕이 비전한데 수녀남풀은 맑은 물이 보가에 둘러 있고, 서로 바라보니 약수유사 아득한데 일쌍 청조 날아들고, 북으로 바라보니 일반 청산은 취색을 띠어 있고, 위로 바라보니 상운서인 붉건데 상통 삼천 하팔 구리하고.
음식을 둘러보니 세상 음식 아니로다. 파류 반 마류안과 유리잔 호박대에 자하주 천일주 인포로 안주하고, 하로병 거호탕에 감로주도 넣어 있고, 옥액경장 호마반 다 마련해 있고, 한가운데 삼천 벽도 덩그렇게 고여 놓은데 무비선미이어늘, 수궁에 머물 새 옥황상제의 명이어든 거행이 어찌할쏘냐.
사해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조석으로 문안하고 체번하여 문안하며 시위하니, 금수 능나 오색 채의에 화용월태 고운 얼굴, 다 각기 고이려고 교태하여 웃는 시녀, 얌전코자 죽는 시녀, 천정으로 고운 시녀, 수려한 시녀들이 주야로 모실 적에, 삼 일에 소연하고 오 일에 대연하며, 상당의 채단 백 필이며 하당의 진주 서 되라, 이러처럼 공궤하되 유공불급하여 조심이 각별터라.
각설, 이때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심소저의 글을 벽상에 걸어 두고 날마다 증험하되 빛이 변치 아니하더니, 하로는 글 족자에 물이 흐르고 빛이 변하여 거무스름해지니, 이는 심소저 물에 빠져 죽은가 하여 무수히 애탄하더니, 이윽고 물이 걷히고 빛이 다시 황홀해지니, 부인이 고이 여겨, “누가 구하여 살았는가” 하여 십분 의혹하나 어찌 그리하기 쉬우리요.
그 날 밤에 장승상 부인이 제전을 갖추어 강상에 나아가 심소저를 위하여 혼을 불러 위로코자 하여, 제하려 하고 시비를 데리고 강두에 다다르니, 밤은 깊어 삼경인데, 첩첩이 쌓인 안개 산악에 잠겨 있고 첩첩이 이는 내는 강수에 어리었다. 편주를 흘려 저어 중류에 때여 두고 배 안에서 설위하고, 부인이 친히 잔을 부어 오열한 정으로 소저를 불러 위로하는 말이,
“오호 애재 심소저야. 죽기를 싫어하고 살기를 즐거워함은 인정의 고연커늘, 일편단심에 양육하신 부친의 은덕을 죽기로써 갚으려 하고 일로 잔명을 스스로 자단하니, 고운 꽃이 희려지고 나는 나비 불에 드니 어찌 아니 슬플손가. 한 잔 술로 위로하니, 응당이 소저의 혼이 아니면 꺼지지 아니하리니, 거히 와서 흠향하기를 바라노라.”
눈물 뿌려 통곡하니 천지 미물인들 어찌 아니 감동하리. 두렷이 밝은 달도 채운 속에 숨어 있고, 해같이 불던 바람도 고요하고, 어룡 있도 하던지 강심도 적막하고, 사장에 놀던 백구도 목을 길게 빼어 끼룩끼룩 소리하며, 심상한 어선들은 기던 돛대 머무른다. 뜻밖에 강 가운데로서 한 줄기 맑은 기운이 뱃머리에 어렸다가 이윽하여 사라지며 일기 명랑하거늘, 부인이 반겨 일어서서 보니 가득히 부었던 잔이 반이나 없는지라, 소저의 영혼을 못내 늑기시더라.
하루는 광한전 옥진부인이 오신다 하니 수궁이 뒤눕는 듯 용왕이 겁을 내어 사방이 분주하니, 원래 이 부인은 심봉사의 처 곽씨부인이 죽어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더니, 그 딸 심소저가 수궁에 왔단 말을 듣고 상제께 수유하고 모여 상면하려 하고 오는 길이라. 심소저는 뉘신 줄을 모르고 멀리 서서 바라볼 따름이더니, 오운이 어리었고 오색채교를 옥기린에 높이 싣고 벽도화 단계화는 좌우에 벌려 꽂고, 각궁 시녀들은 시위하고 청학 백학들은 전배하고 봉황은 춤을 추고 앵무는 전어하는데, 보던 바 처음일레라. 이윽고 교자에서 내려 섬돌에 올라서며,
“내 딸 심청아!”
부르는 소리에 모친인 줄 알고 왈칵 뛰어나서며, “어머니요!”
“어머니 나를 낳고 초칠 일 안에 죽었으니, 이제까지 십오 년을 얼굴도 모르오니, 천지 간에 끝없이 깊은 한이 개일 날이 없었더니, 오늘날 이 고대 와서야 모친과 상면할 줄을 알았으면, 오는 날 부친 앞에 말씀을 여쭈었으면, 날 보내고 서러운 마음 저기 위로하실 것을, 우리 모녀는 서로 만나 보오니 좋거니와, 외로우신 아버님은 뉘를 보고 반기시리이까.”
부친 생각이 새로워라. 부인이 울며 왈,
“나는 죽어 귀이 되어 인간 생각이 망연하다. 네 부친 너를 키워 서로 의지하였다가 너조차 이별하니, 네 오던 날 그 정상 이 어찌할쏘냐. 내 기 너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야, 너의 부친 너를 잃은 서러움에다가 비길손가. 묻노라, 너의 부친 궁곤에 쌓이어서 그 형용이 어떠하며, 응당이 많이 늙었으리라. 그 간 수십 년에 면환이나 하였으며, 뒷마을 귀덕어미 네게 아니 극진하던가.”
얼굴도 대여 보며 수족도 만져 보며,
“귀와 목이 희었으니 너의 부친 같도 같다. 손과 발이 고운 것은 어찌 아니 내 딸이리야. 내 끼던 옥지환도 네 지금 가졌으며, 수복강녕 태평안락 양편에 새긴 돈, 홍전 괴불 줌치, 청홍당사 벌매답도 애고 네가 찼구나.”
“아버 이별하고 어미 다시 보니 쌍전키 어려울손 인간고락이라. 그러나 오늘날 나를 다시 이별하고 네 부친을 다시 만날 줄을 네가 어찌 알겠는가.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이 허다하여 오래 있기 어렵기로 도리여 이별하니, 애둘고 애연하나 임의로 못하나니, 한탄한들 어이할손가. 일후에 다시 만나 질길 날이 있으리라.”
하고 떨쳐 일어서니 소저 만류치 못하고 딸아 길이 없는지라, 울며 하직하고 수정궁에 머물더라.
이때 심봉사 딸을 잃고 모진 목숨 죽지 못하여 근근부지 살아날 제, 도화동 사람들이 심소저의 지극한 효성으로 물에 빠져 죽음을 불쌍히 여겨 타루비를 세우고 글을 지어 쓰되, “지위기친쌍안폐하여 살신성효행용궁을, 연파만리상심부하니 방초연연호불궁이라.” 강두에 내왕하는 행인이 비문을 보고 뉘 아니 울 이 없고, 심봉사는 딸 곳 생각나면 그 비를 안고 울더라.
동중 사람들이 심맹인의 전곡을 착실히 취리하여 성세가 해마다 늘어가니, 본촌에서 서방질 일수 잘하여 밤낮없이 흘레하는 개같이 눈이 벌겋게 다니는 뺑덕어미가, 심봉사의 전곡이 많이 있는 줄을 알고 자원첩이 되어 살더니, 이 년의 입 버르장이가 또한 보지 버릇과 같아서 한시 반때도 놓지 아니하려고 하는 년이라.
양식 주고 떡 사먹기, 베를 주워 돈을 사서 술 사먹기, 정자 밑에 낮잠자기, 이웃집에 밥 부치기, 동인들에게 욕설하기, 초군들과 쌈 싸우기, 술 취하여 한밤 중에 와달써 울렴 울기, 빈 담뱃대 손에 들고 보는 데로 담배 청하기, 총각 유인하기, 제반 악증을 다 겸하여 그러하되, 심봉사는 여러 해 주린 판이라 그 중에 실낙은 있어, 아무란 줄을 모르고 가산이 점점 퇴패하니, 심봉사 생각다 못하여서,
“여보소 뺑덕이네, 우리 성세 착실하다고 남이 다 수군수군하더니, 근래에 어찌한지 성세가 치패하여 도리어 빌어먹게 되어 가니, 이 늙은 것이 다시 빌어먹자 한들 동인도 부끄럽고 내 신세도 악착하니, 어디로 낯을 들어 다니겠나.”
뺑덕어미 대답하되,
“봉사님, 엿때 잡숫게 무엇이요. 식전마다 해장하신다고 죽같이 약한 두 양이요.”
저렇게 각 잡히게 단인가.
“나서지도 못한 것 밴다고 사는 것은 어찌 그리 먹고 싶던지, 살구 값이 일흔 석 냥이요.”
저렇게도 갑갑하게 단인가.
봉사 속은 타고 헛웃음 웃으며,
“야, 살구는 너무 많이 먹었다. 그렇지마는 제 집 먹은 것 쥐 먹은 것이라니 아니 쓸데 어디 있나. 우리 세간기물을 다 팔아 가지고 타관으로 나가세.”
“그도 그러하오.”
여간 기물을 다 팔아 지고 남부여대하고 유리출타하니라.
하루는 옥황상제께옵서 사해용왕에게 전교하시사, “심소저 월노 방연의 기한이 가까오니, 인당수로 환송하여 어진 때를 잃지 말게 하라.” 분부가 지엄하시거늘, 사해용왕이 명을 듣고 심소저를 치송할 제, 큰 꽃봉오리에 모시고 두 시녀로 시위하여 조석공양 찬물과 금수보패를 많이 넣고 옥분에 고이 담아 인당수로 나올새, 사해용왕이 친히 나와 전송하고, 각궁 시녀와 팔선녀 여쭈오되,
“소저는 인간에 나아가옵게서 부귀와 영총으로 만만세를 질기옵소서.”
소저 대답하되,
“여러 왕의 덕을 입어 죽을 몸이 다시 살아 세상에 나가오니 은혜 난망이요, 모든 시녀들도 정이 깊도다. 떠나기 서섭하오나 유현이 노수한 고로 이별하고 가거니와, 수궁에 귀하옵신 몸이 내내 평안하옵소서.”
하직하고 돌아서니 순식간에 꿈같이 인당수에 번뜻 떠서, 두렷이 수면을 영롱하게 하되 천신의 조화요 용왕의 신령이라. 바람이 분들 깎닥하며 비가 온들 흐를손가. 오색채운이 꽃봉오리 속에 어리어 둥덜실 떠 있을 제, 남경 갔던 선인들이 억십만금 퇴를 내어 고국으로 돌아오다 인당수에 다달아서 배를 매고 제수를 장이하여 용왕에게 제를 지낼새 고축하는 말이,
“우리 일행 수십 명이 신병 제살 제액하고 소망을 여의게 이루어 주옵시니, 용왕임의 너르신 덕택을 한 잔 술로 정성을 드리오니, 일제히 화우동심하와 흠향하옵소서.”
하고 제물을 다시 차려 심소저의 혼을 불러 슬픈 말로 위로하되,
“출천효녀 심소저는 당상 백발 부친의 눈 뜨기를 위하여 야팔홍안이 시사여귀하여 수국고혼이 되었으니, 어찌 아니 가련코 불쌍하리요. 우리 선인들은 소저를 인연하여 장사에 퇴를 내어 고국으로 돌아가거니와, 소저의 영혼이야 어느 날에 다시 돌아올가. 가다가 도화동에 들어서 소저의 부친 살았는가 존망 여부를 알고 가오리다. 그러나 한 잔 술로 위로하니, 만일 아르심이 있거든 복망 영혼은 흠향하옵소서.”
하며 제물을 풀고 눈물을 씻고 한 곳을 바라보니, 한 송이 꽃봉오리 창해 중에 둥실 떠 있거늘, 선인들이 고이 여겨 저의들끼리 의논하되, “아마도 심소저의 영혼이 꽃이 되어 떠 있는 모양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과연 심소저가 빠지던 곳이라. 마음이 감동하여 꽃을 건져내어 놓고,
보니 크기가 수리박 같아서 이삼 인이 가히 앉을 만하더라. “이 꽃은 세상에 없는 꽃이니 이상하고 고이하다.” 하고 인하여 정하게 싣고 올 제 배 빠르기 살같이 하더라. 사오 색에 경영한 길이 수삼 일만에 득달하니 이도 또한 이상하다 하더라.
억십만금 남은 재물을 다 각기 수분할 제, 도선주는 무슨 마음으로 재물은 마다하고 꽃봉오리만 차지하여 제 집 정한 곳에 단을 묻고 두었더니, 향취가 만실하고 채운이 둘러 떠라.
이때의 송천자 황후가 붕하신 후 자태를 아니하시고 화초를 구하여 상임원에 다 채우고, 황극전 뜰 앞으로 여기저기 심어 두고 기화요초로 벗을 주어 구하실 제, 화조도 많고 많다.
팔월 부용군자요 만당추수 홍연화며, 암행부동 월황혼에 소식 전하던 매화며, 진시유랑거휴재는 붉어 있는 복숭화요, 계자편월중단은 황무시요 계화며, 요렴섬섬 옥지갑은 금부야도 봉선화며, 구월구일 용산음 소축신에 국화며, 공자왕손 방수화에 부귀할손 모란화며, 이화만지 불개문은 장신궁중 백꽃이며, 칠십제자 강론하던 행단 춘풍 살구꽃이며, 천태산 들어가니 양면개자약이요 촉국한을 못 이기어 제혈하던 두견화며, 촉국 백국 시월국이며 교화 난화 산당화며 장미화에 행일화며 주자화에 금선화와 능수화에 견우화며, 영산홍 자산홍에 왜철쭉 진달래 백일홍이며, 난초 난초에 강진행이요. 그 가운데 전나무와 호도목이며 석유목에 송백목이며 치자목 송백목이며, 율목 시목에 행자목이며 자도 능금 도리목이며, 오미자 탱자 유자목이며, 포도 다래 으름 넌출 너울너울 각색으로 층층이 심어 두고, 때를 따라 구경하실 제, 행풍이 건뜻 불면 우질우질 넘놀며 울긋불긋 떨어지며, 벌 나비 새 짐승이 춤추며 노래하니, 천자 흥을 부치어 날마다 구경하시더라.
이때의 남경 선인이 궐내 소식을 듣고 홀연 생각하되, “옛사람이 벼슬 등지고 천자를 생각하니, 나도 이 꽃을 가져다가 천자께 드린 후에 정성을 나누리라.” 하고 인당수에서 얻은 꽃을 옥분에 채운하여 궐문 밖에 당도하여 이 뜻으로 주달하니, 천자 반기사 그 꽃을 들여다가 황극전에다 놓고 보니, 빛이 찬란하여 일월지생광이요 크기가 짝이 없어 형기 특출하니 세상 꽃이 아니로다. 월중단계 길리매가 완연하니 계화도 아니요, 요지벽도 동방색이 따온 후에 삼천 년이 못 되니 벽도화도 아니요, 서역국의 연화씨 떨어져 그 꽃 되어 해 중에 떠왔는가 하시며, 그 꽃 이름을 강선화라 하시고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 안개 어리어 있고 서기가 반공하니, 황제 대희하사 화계에 옮겨 놓으니, 모란화 부용화가 다 한 품으로 돌아가니, 매화 국화 봉선화는 모두 다 신이라 층하더라. 천자 아르시는 바 다른 꽃 다 버리고 이 꽃뿐이로다.
하루는 천자 당나라 옛일을 본받아 궁녀에게 전교하사 화청지에 목욕하실새, 천자 친히 달을 따라 화계에 배회하시더니, 명월은 만정하고 미풍은 부동한데, 강선화 봉오리가 문득 요동하며 가만히 벌어지며 무슨 소리 나는 듯 하거늘, 몸을 숨겨 가만히 살펴보니, 선연한 용녀 얼굴을 반만 들어 꽃봉오리 밖으로 반만 내다 보더니, 인적 있음을 보고 인하여 도로 후려쳐 들어가거늘, 황제 보시고 홀연 심신이 황홀하사 의혹이 만단하여, 아무리 서 있어도 다시는 동정이 없거늘 가까이 가서 꽃봉오리를 가만히 벌이고 보시니, 일개 소저요 양개 미인이라. 천자 반기시사 물으시되,
“너희가 귀신인다 사람인다?”
미인이 직시 내려와 복지하여 여쭈오되,
“소녀는 남해 용궁 시녀이옵더니 소저를 모시고 해양으로 나왔습다가 황제의 천안을 범하였사오니 극히 황공하여이다.”
하거늘 천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시되, “상제께옵서 좋은 인연을 보내시도다. 천여불취하면 시호시호 여부재내라.” 하시고 배필을 정하리라 하시사 혼인을 완정하시고, 택사관으로 하여금 택일하니 오월 오일 갑자일이라.
소저로 황후를 봉하여 승상의 집으로 모신 후에 길일이 당하매 전교하시사, “이러한 일은 전만고에 없는 일이니 가례범절을 별반 설화하라.” 하시니, 위의 거동이 또한 금세에 처음이요 전고에 더욱 없더라. 황제 연석에 나와 서시니, 꽃봉오리 속에서 양개 시녀 소저를 부액하여 모셔 나오니, 북두칠성의 좌우 보필이 갈라 선 듯, 궁중이 휘황하여 바로 보기 어렵더라.
국가의 경사라 대사천하 하고, 남경 갔던 도선주를 특별히 제수하여 무장태수를 하이시고, 만조 제신은 상호 만세하고 솔토지 인민은 화봉삼축하더라. 심황후의 덕택이 지중하사 연연이 풍년 들어 요순 천지를 다시 보니 성강지치 되어서라.
심황후 부귀 극진하나 항시 중심에 수문 근심이 다만 부친 생각뿐이로다. 하루는 수심을 이기지 못하여 시종을 데리고 옥란간에 비기었더니, 추월은 밝아 산호발에 빛쳐 들고 실솔은 슬피 울어 나류안에 흘러 들어, 무한한 심사를 점점이 불러낼 제, 하물며 상천의 외로운 기러기 울고 날아오니, 황후 반가운 마음에 바라보며 하는 말이,
“오는야 네 기러기, 거기 잠깐 머물러서 내 한 말 들어서라. 소중랑이 북해상에서 편지 전하던 기러기냐? 수벽사 명양안태에 청원을 못 이기어서 날아오는 기러기냐? 도화동에 우리 부친 편지를 매고 네가 오는가? 이별 삼 년에 소식을 못 드르니, 내가 이제 편지를 써서 네게 전할 테이니 부디부디 대신 전하여라.”
하고 방안에 들어가 상자를 얼른 열고 주지를 끊어 내어 놓고 붓을 들고 편지를 쓰려 할 제, 눈물이 먼저 떨어지니 글자는 수묵이 되고 언어는 도책하다.
“슬하를 떠나온 제 세색이 세 번 하오니, 척호하여 싸인 한이 하해같이 깊사옵니다. 복미심 그간에 아버지 기체후 일향만안 하옵신지, 원복모구 구무림하 성지지로소이다. 불효녀 심청은 선인을 따라갈새 하루 열두 시에 열두 번씩이나 죽고 싶되 틈을 얻지 못하여서, 오륙 색을 물에 자고 필경에는 인당수에 가서 제숙으로 빠졌더니, 황천이 도우시고 용왕이 구하옵서 세상에 다시 나와 당금 천자의 황후가 되었으니 부귀영화 극진하오나, 간장에 맺힌 한이 부귀도 뜻이 없고 살기도 원치 아니하되, 다만 원이 부친 슬하에 다시 뵈온 후에 그날 죽사와도 한이 없겠나이다. 아버지 나를 보내고 겨우 지낸 마음 문에 비겨 생각난 줄은 분명히 알거니와, 죽었을 제는 혼이 막혀 있고 살았을 제는 액운이 막혀서 천륜이 끊쳐지나이다. 그 간 삼 년에 눈을 떠셔 보시오며, 동중에 맡긴 전곡은 그대로 있어 보존하시며, 아버지 귀하신 몸을 십분 보중하옵소서. 수이 보옵기를 천만 바라옵고 천만 바라옵나이다.”
연월일시 얼른 써서 가지고 나와 보니 기러기는 간 데 없고, 창망한 구름 밖에 은하수만 기울어졌다. 다만 별과 달은 밝아 있고 추풍은 삽삽하다. 하릴없어 편지 집어 상자에 넣고 소리 없이 울더니,
이때에 황제 내전에 들어오시사 황후를 바라보시니, 미간에 수심을 띠었으니 청산은 석양에 잠긴 듯하고, 얼굴에 눈물 흔적이 있으니 황화가 태양에 이우는 듯 하거늘, 황제 물으시되,
“무슨 근심이 계시관데 눈물 흔적이 있나이까? 귀하기는 황후가 되어 있으니 천하의 제일 귀요, 부하기는 사해를 차지하였으니 인간의 제일 부라. 무슨 일이 있어 저렇듯 슬퍼하시나이까?”
황후 대왈,
“신첩이 과연 소대욕이 있사오나 감히 여쭙지 못하였습니다.”
황제 대왈,
“소대욕은 무슨 일이온지 자세히 말씀하소서.”
하신데 황후 다시금 꿇어앉아 여쭈오되,
“신첩이 과연 용궁 사람이 아닌지라. 황주 도화동에 사는 맹인 심학규의 딸이옵더니, 아비의 눈 뜨기를 위하여 몸이 선인에게 팔려 인당수 물에 제숙으로 빠진 사연을 자세히 여쭈오니,” 황제 들으시고 가라사대,
“그러하시면 어찌 진즉에 말씀을 못 하시나이까? 어여쁘지 아니한 일이오니, 너무 근심치 마르소서.”
하시고 그 익일에 조회하신 후 만조 제신과 의논하시고, 황주로 행관하여 심학규를 부원군으로 치송하라 하였더니, 황주자사 장계를 올려 거늘 뜯어보니 하여 쓰되, “관연 본주 도화동에 맹인 심학규 있삽더니, 연전에 유리하여 부지거처라.” 하였거늘, 황후 들으시고 망극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체읍 장탄하시니, 천자 간절히 위로하사 왈,
“죽었으면 할 일 없거니와 살았으면 만날 일이 있을 것이니, 설마 찾지 못하오리까.” 황후 크게 깨달으시사 황제께 여쭈오되, “과연 한 계책이 있사오니 그리 하옵소서.”
“솔토지신민이 막비왕신이오니, 백성 중에 불쌍한 바는 환과고독 사궁이요, 그 중에 불쌍하게 병신이오나, 병신 중에 더욱 맹인이오니, 천하 맹인을 모두 모아 잔치를 하옵소서. 저들이 천지 일월 성신이며 흑백자단과 부모처자를 보아도 보지 못하여 원한 두름을 풀어 주옵소서. 그러하오면 그 가운데에 혹 신첩의 부친을 만나겠사오니, 신첩의 원일뿐 아니오라 또한 국가의 화평한 일도 되올 듯 하오니, 처분이 어떠하옵신잇가?”
하신데 천자 크게 칭찬하사 왈,
“과연 여중의 요순이로소이다. 그러하사이다.”
하시고 천하에 반포하시되,
“무론 대부사서인하고 맹인이어든 성명 거주를 현록하여 각읍으로 차차 기송하라. 잔치에 참예하게 하되, 만일 맹인 한 명이라도 영을 몰라 참예치 못한 자 있으면 해도 신하수령은 단당죄 중하리라.”
교령이 신명하시니 천하각도 각읍이 황겁하여 성화같이 거행터라.
이때 심봉사는 뺑덕어미를 데리고 전전 다니더니, 하로는 드르니 황성에서 맹인 잔치를 베푼다 하거늘, 심봉사 뺑덕어미더러 말하되,
“사람이 세상에 났다가 황성 구경하여 보세. 낙양천리 멀고 먼 길을 나 혼자 갈 수 없네. 나와 함께 황성에 가미 어떠한요? 길에 다니다가 밤이야 우리 할 일 못 하오리까?”
“에, 갑세.”
“그리하오.”
직일로 길을 떠나 뺑덕어미 앞세우고 수일을 행하여 한 역촌에 당도하여 자더니, 그 근처에 황봉사라 하는 소경이 있는데, 이는 반소경이 든 것이었다. 성세도 넉넉한데, 뺑덕어마가 음탐하여 서방질 일수 잘 한다는 말을 듣고, 또한 소문이 인근읍에 자자하여 한 번 보기를 평생에 심중 원이더니, 심봉사와 함께 온단 말을 듣고 주인과 의논하고 뺑덕어미를 빼내려고, 주인이 만단으로 개유하니, 뺑덕어미도 생각한즉 막상 내가 따라가도 잔치에 참예하기 전이 없고, 돌아온들 성세도 전만 못하고 살길이 전혀 없었으니, “차라리 황봉사를 따르면 말년 신세는 가장 편안하리라.” 하고 약속을 단단히 정하고 심봉사 잠들기를 기다려 내빼리라 하고, 고동목을 놓고 누었더니 심봉사 잠을 깊이 들거늘, 두말 없이 도망하여 달아나는지라.
이때에 심봉사 잠을 깨어 음흉한 생각이 있어 옆을 만져 보니 뺑덕어미 없거늘, 손길을 내밀어 보며,
“여보소 뺑덕이네, 어디 갔는가?”
종시 동정이 없고, 윗목 구석에 고추섬이 놓여 쥐란 놈이 바시락바시락하니, 뺑덕어미가 장난 하는 줄만 알고 심봉사 두 손을 떡 벌이고 일어서며,
“날더러 기어오란가?”
하며 더듬더듬 더듬으니 쥐란 놈이 놀라 달아나니, 심봉사 허허 웃으면서,
“이것 요리 간다.”
하고 이 구석 저 구석 두루 쫓아 다니다가, 쥐가 영영 달아나고 없거늘, 심봉사 가만히 앉아 생각하니, “헛분 마음 끝없이 속았도다. 벌써 털속 좋은 황봉사에게 가서 궁둥이 셈을 하는 데 있을 수가 어찌 있는가.”
“여보 주인네, 우리 집 마누라 안에 들어갔소?”
“그런 일 없소.”
심봉사 그제야 달아난 줄을 알고 자탄하며 하는 말이,
“여봐라 뺑덕엄마, 날 버리고 어디 갔는가? 이 무상하고 고약한 계집아, 황성 천리 먼먼 길에 뉘로 함께 벗을 삼아 가리요.”
울다가 어찌 생각하고 손조 꾸짖어 손을 훨훨 뿌려 버리며,
“아서라 아서라, 이년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이 인사불상에 코평창이 아들놈 없다 하고, 공연히 그런 잡년을 정들였다가 가산만 탕진하고 중로에 낭패하니, 도시 내 신수 소관이라 수원수구하랴. 우리 현철하고 음전하던 곽씨부인 죽는 양도 보고 살아 있고, 출천효녀 심청이도 생이별하여 물에 빠져 죽는 양도 보고 살았거든, 하물며 저만 것을 생각하면 개 아들놈이라.”
사람 데리고 수작하듯 혼자 군말하더니, 날이 밝으니 다시 떠나갈 제, 이때는 오뉴월이라 더위는 심하고 땀은 흘러 한출첨배하니, 세내가에 의관과 보짐을 벗어 놓고 목욕하고 나와 보니 의관 행장이 간 곳 없거늘, 강변으로 두루 사면을 더듬더듬 더듬는 거동은 산영개 매초리 내임 맞힌 성부르게 이리저리 더듬은들 어디 있을손가. 심봉사 오도 가도 못하여 방성통곡할 제,
“애고 애고, 낙양천리 멀고 먼 길에 어찌 가리. 네 이놈 좀도적놈의 새끼야, 내 것을 가져가고 날 못할 일 시키느냐? 허다한 부자 집에 먹고 쓰고 남는 재물이나 가져다가 쓸 것이지, 눈먼 놈의 것을 갖다 먹고 왼 전할가. 겉모 없었으니 뉘게 가서 밥을 빌며, 의복이 없었으니 뉘라서 날을 옷을 주리. 귀먹쟁이 전동발이 다 각기 병신 섭다 하되 천지 일월성신 흑백장단이며 전하만물을 분별하거늘, 어느 놈의 팔자로서 소경이 되었는고.”
한창 이리 울며 탄식할 제, 이때 무릉태수 황성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라.
“에라 이놈 둘러섰다 나이거라, 오험 허허 후배 사자, 에이 납더바라. 흐트러진 박석수문 돌중중하다. 어돌바라 도리야.”
한창 이리 왁자지껄 떨쳐 내려오니, 심봉사 벽제 소리를 반기듯고,
“옳다, 어디 관장 오나 부다. 억지나 좀 써 보리라.”
하고 마침 독을 내고 앉았더니, 가까이 오거늘 두 손으로 부자지를 거머쥐고 엉금엉금 기어 들어갈 제, 좌우 나졸 달려들어 밀쳐내니 심봉사 무슨 유세나 한 줄로,
“네 이놈들아 그리하였느니라. 내가 지금 황성에 가는 소경이다. 너의 성명은 무엇이며 이 행차는 어느 고을 행차인지 썩 일러라.”
한창 이렇게 상지하니 무릉태수 하는 말이,
“네 내 말 들어라. 어디 있는 소경이며 어찌 옷을 벗었으며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다?”
심봉사 여쭈오되,
“생은 황주 도화동에 사는 심학규이옵더니, 황성으로 가옵는 길에 날이 심하게 더우매 갈 길 전혀 없삽기로 목욕하고 가려고 잠깐 목욕하고 나와서 보오니, 어느 무상한 좀도적놈이 의관과 보짐을 모두 다 가져 갔사오니, 진소위주출지망양이요 진퇴유곡이라. 의관과 보짐을 찾아 주옵시거나 별반 처분하여 주옵소서. 그리 아니하옵시면 못 갈 밖에 할 일 없사오니, 관사주게옵서 별반 통촉이 있으심을 바라나이다.”
태수 이 말을 듣고 가긍히 여기사,
“네 알외는 말을 들으니 유식하나 부다. 원정을 지어 올리라. 그런 후에야 의관과 노수를 주리라.”
심봉사 알외되,
“좀처 글은 하오나 눈이 어두우니 형방을 주시면 불러 쓰오리다.”
태수 형방에게 분부하여 쓰라 하시니, 심봉사 원정을 부르되 서슴지 아니하고 줄줄이 지어 올리니, 태수 바다 본직하여 쓰되, “복이획죄우천하여 부명야백이라. 명막명어일월이거늘 혼쌍안이 불분하고, 낙막낙어부처여늘 통구원지난작이라. 초초청운지지하더니 만정백수지궁이로다. 누불건어첨금하고 한무궁이쇄미로다. 조이쇠모이쇠하니 쇠가험어비부로다. 식유호구하니 표모상존이요 의불엄신하니 수가안재오. 당금에 천자성신문무하사 포조령이 연맹인하니 병양춘이 불유곡이로다. 동벌행관하고 서행경락이라. 노운원에 여소지자일장이요 가소빈혜여 소패자단표로다. 외혹이지유금혜여 학징현지욕기하더니, 의복야관망야를 견실어백사지장하니, 반전야낭탁야를 난추어노임총중이라. 자고신세하면 촉번저양이라. 적신나체는 주출지망양이요, 백면애소는 절영지외유라. 복유상공은 이이지재요 두소지치라. 걸궁상궁지조하며 망구처확지어하사, 참고금내미유지여하면 송차생재조지은할 테오니, 통촉처분이라.”
하였거늘, 태수 칭찬하시고 통인 불러 의롱 열고 의복 일습 내여 주고, 급창이 불러 감애 뒤에 달린 갓 떼여 주고 수배 불러 노비 주시니, 심봉사 또 말하되,
“신 없어 못 가겠소.”
“신이야 할 길 있는가?”
하인의 신을 주자 하니, 저의랴 발을 벗고 가려할 제, 마침 그 중에 마부 질심하여 마상객에 돈을 일수 잘 빌려내어 내는데, 말죽 값도 한 돈이면 열두 닢 돗처 내고, 신인성하여도 떨어졌다 하고 신값을 총총 돗처내어 신을 사서 말 궁둥이에 다달아 있거늘, 원님이 그 놈의 소당이 괘씸하여,
“그 신을 떼어 주라.”
하시니 급창이 달려들어 떼어 주니, 심봉사 신을 얻어 신은 후에,
“그 흉한 도적놈이 오동수복 김해간죽 맞춤맞게 맞추어 대 속도 아니며 있는 데 가져갔으니, 오늘 감서 먹을 데 없소.”
태수 왈,
“그러하면 어찌하잔 말가?”
“글쎄 그렇다 말씀이요.”
태수 웃으시고 어죽을 내어 주시니 심봉사 받아 가지고,
“황송하오나 서초 한 대 맛보았으면 좋을 듯하오.”
방자 불러 담배 내어 주시니, 심봉사 하직하고 황성으로 올라갈 제 대성통곡 우는 말이,
“노중에 어진 수령 만나 의복은 얻어 입었으나 길을 인도할 이 없었으니 어찌하여 찾아갈가.”
이렇다시 탄식하며 가더니, 한 곳을 당도하니 녹음은 우거지고 방초는 숙어진 데 앞내 버들은 유록장 두르고 뒷내 버들은 초록장 둘러, 한 가지로 늘어지고 한 가지로 펑퍼져서 휘 넘느러진 고대, 심봉사 녹음을 의지하여 쉬더니,
각색 새 짐승 날아든다. 훌련 비조 뭇새들이 농초 화답에 짝을 지어서 쌍거쌍내 날아들 제, 말 잘 하는 앵무새며 춤 잘 추는 학두루미와 수탉이 닭이며, 청망산 기러기 갈매기 제비 모두 다 날아들 제, 장끼는 껄껄 까투리 꿩꿩 방울새 덜넝 호반새 수루룩 온갖 잡새 다 날아든다. 만수문전 풍년새며 저 쑥국새 울음 운다. 이 산으로 가면서 쑥국쑥국, 저 산으로 가면서 쑥국쑥국. 저 꾀꼬리 울음 운다. 머리 곱게곱게 빗고 물 건너로 시집 가자. 저 까마귀 울고 간다. 이리로 가며 갈곡 저리로 가며 꽥꽥. 저 집 비둘기 울음 운다. 콩 한 나를 입에 물고 입놈 수놈이 어루르아, 고두리 새를 빼어 물고 구루우 구루우 어르는 소리할 제, 심봉사 점점 들어가니,
뜻밖에 목동 아해들이 낫자루 손에 쥐고 지게 목발 두달리면서 목동가로 노래하며 심맹인을 보고 희롱한다.
“만첩산중 일발총총 높아 있고, 청산녹수는 일일양양 깊어 있다. 호중천지 여호양이 여기로다. 집팡막대 자로 들고 천리강산 들어가니, 천고지후 이 산중에 가유자자 무궁하다. 등동고이서소하고 임청유이부시로다. 산천기세 좋거니와 남해 팔경 그지없다. 유유일경 못 이기어 칼을 빼어 높이 들고 녹수청산 그늘 속에 오락가락 내다 보니, 동서남북 산천들을 배회일망 구경하니, 원근산촌 두세 집에 낙화모연 잠겨서라. 심산처사 어디매요 물을 곳이 어렵도다. 무심할손 저 구름은 추수봉봉 떠있다. 유유한 까마귀는 청산 속에 왕래한다. 황산곡이 어디매뇨, 오류촌이 여기로다. 영척은 소를 타고 맹호연 나귀 탔네. 두목지 보려고 백낙천변 내려가니, 장건은 승사하고 여동빈 백로 타고, 맹동야 넓은 들에 와룡강변 내려가니, 팔진도 축지법은 제갈공명뿐일소냐. 이 산중에 들어오신 심맹인이 분명하다. 이리저리 논일면서 종일토록 내 질기니, 요산요축한 고대 인의예지하오리라. 송풍이 쟁금하고 폭포로 북을 삼아, 소소 분별 다 버리고 흥을 겨워 논일 적에, 아침날 깨온 줄을 점심지여 다 먹으며, 황총 적손에 들고 자진곡을 노래하니, 상산사호 몇몇인고 날과 하면 다섯이요. 죽림 칠현 몇몇인고 날과 하면 여덟이라. 고소성 외 한산사에 야반종성이 여기로다. 세왕전에 경쇠 치는 저 노승아, 삼천세계 극락전에 인도환생 하는구나.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정성으로 외오는데, 극역 안심하여 옛사람을 생각하니, 주 시절 강태공은 위수에 고기 낚고, 유현주 제갈량은 남양 운중 밭을 갈고, 이승기절 장익덕은 유리촌에 걸식하고, 이 산중에 들어오신 심맹인도 또한 때를 기다리라.”
목동들이 이렇다시 비양하든 것이었다.
심봉사 목동 아해들을 이별하고 촌촌 전진하여 여러 날만에 황성이 차차 가까오니, 낙수교를 얼른 지내어 녹수진경을 들어가니, 한 고대 방앗집이 있어 여러 계집 사람들이 방아 찧거늘, 심봉사 피서하리 하고 방앗집 근을에 앉아 쉬더니, 여러 사람들이 심봉사를 보고,
“애고 저 봉사도 잔치에 오는 봉사요. 이제 봉사들 한시게 하던고? 저리 앉지 말고 방아더러 찧제.”
심봉사 그제야 안마음에 헤아리되,
“올체, 양반의 댁종이 아니면 상놈의 좃집이로다.” 하고 기롱이나 하여 보리라. 대답하되,
“천리 타행에 발섭하여 오는 사람더러 방아 찧으라 하기를 내 집 안 어른더러 하듯 하네. 무엇이나 좀 줄 라면 찧여 주지.”
“애고 그 봉사 음흉하여라. 주기는 무어를 주어? 점심이나 얻어 먹지.”
“점심 얻어 먹으려고 찧여 줄 테관데.”
“그러하면 무엇을 주어? 고기나 줄가?”
심봉사 하하 웃으시며,
“그것도 고기사 고기지마는 주기가 쉬리라고.”
“줄지 아니 줄지 어찌 아나? 방아나 찧고 보지.”
“올체, 그 말이 반허락이었다.”
방아여 올라서서 떨구덩 떨구덩 찧으면서 심봉사 자아내어 하는 말이,
“방아 소리는 잘 하지마는 뉘라서 알어 주리?”
여러 한임들이 그 말 듣고 졸라내니 심봉사 전대지 못하여 방아 소리를 하는구나.
“어유아 어유아 방아요. 태고라 천황씨는 목덕으로 왕하시니 이 나무로 왕하신가. 어유아 방아요. 유소씨 구목위소하니 이 나무로 집을 얽은가. 어유아 방아요. 신농씨 유목위뢰하니 이 나무로 따부를 한가. 어유아 방아요. 이 방아가 뉘 방아인가? 각덕 한임 가죽 방아인가. 어유아 방아요. 떨구덩 떨구덩 허첨허첨 찧은 방아, 강태공의 조작 방아. 어유아 방아요. 적적공산 나무 베어 이 방아를 만들었네. 방아 만든 제도 보니 이상하고도 이상하다. 사람을 비양하던가. 두 달리를 벌여 내어, 옥빈홍안에 빈혀를 보니 한 허리여 잠 찔넌네. 어유아 방아요. 질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왕 우미인 넋일런가. 추천가 놀던 발로 이 방아를 찧었구나. 어유아 방아요. 머리 들고 있는 양은 창해 노룡이 성을 낸 듯, 머리를 숙이어 쫓는 양은 주란왕의 돈수런가. 어유아 방아요. 용목팔여 되어 분을 찧여 내니 옥입이다. 오고대부 죽은 후에 방아 소리 근처 떠니, 우리 성상 착하옵서 국태민안 하옵신데, 하물며 맹인 잔치 고금에 없었으니, 우리도 태평성대에 방아 소리나 하여 보세. 어유아 방아요. 한 달리 높이 밟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양과 씰눅 벌눅 삐쭉 배쭉 좋아로다. 어유아 방아요. 얼시고 좋을시고 지아재자 좋을시고.”
흥을 겨워 일하노니 여러 한임들이 듣고 깔깔 웃으시며 하는 말이,
“에, 요 봉사, 그게 무슨 소리런고? 자세히도 아네. 아마도 그리로 나왔나 부.”
“그리로 나온 게 아니라 하여 보았지.”
좌우 박장대소 하더라. 그리저리 방아 찧고 점심 얻어 먹고 보짐에다 술 넣어지고 지팡막대를 칙쥐고 나서면서,
“자, 마누라들 그리들 하오. 잘 얻어 먹고 가네.”
“어 그 봉사 심심치 아니하여 사람은 좋은 데 잘 가고, 내려올 제 또 오시오.”
심봉사 거기서 하직하고 차차 성중에 들어가니, 억만 장안이 모두 다 소경 빛이라. 서로 닿닿 부딪쳐 다니기 어렵더라.
한 곳을 지내더니 한 여인이 문 밖에 섰다가,
“저기 가는 게 심봉사시오?”
“게 누군고? 날 알 이 없건만은 게 뉘가 나를 찾나?”
“여보, 대기 심봉사 아니요?”
“과연 그로다. 어찌 아는고?”
“그렇잖은 일이 있으니 게 잠깐 지체하오.”
이윽고 나와 인도하여 외당으로 앉히고 석반을 드리거늘, 심봉사 생각하되 “고이하다, 어쩐 일인고.” 또한 찬수 비상하거늘 밥을 달게 먹은 후에 날이 저물어 황혼이 되니, 그 여인이 다시 나와,
“여보시오 봉사님, 날 따라서 내당으로 들어 가옵시다.”
심봉사 대답하되,
“이 집이 외주인 유무는 모르거니와 어찌 남의 내당으로 들어가리요?”
“예 그는 허물치 마르시고 날만 따라 오시오.”
“여보시오. 무슨 우환 있어 이러하시오? 나는 동토정도 읽을 줄 모르오.”
“여보, 헛말씀 그만하고 들어가 보시오.”
지팡막대를 끌어 당기니 끌려가며 의심이 나, “어쩌면 내가 애매도 봉사에 들여 가지? 위태하다.” 이러처로 군말하고 대청에 올라가서 좌상에 앉힌 후에, 동편에 한 여인이 물으되,
“심봉사시오?”
답 왈,
“어찌 아오?”
“아는 도리 있소. 먼 길에 평안히 오시오. 내 성은 안가요. 황성에서 세거하옵더니 불행하여 부모 구몰하옵고 홀로 이 집을 지키어 있사오며, 시년은 이십오 세요 아직 성혼치 못하였거늘, 일찍 복술을 배워 배필될 사람을 가리옵더니, 일전에 꿈을 꾸니 한 우물에 해와 달이 떨어져 물에 잠기거늘, 첩이 건져 품에 안아 보이니, 하늘의 일월은 사람의 안목이라. 일월이 떨어지니 날과 같이 맹인인 줄 알고, 물에 잠겼으니 심씨인 줄 알고, 일찍 종을 시겨 문에 지내는 맹인을 차례로 물어온 제 여러 날이오, 천위신조하사 이제야 만나오니 연분인가 하옵나이다.”
심봉사 픽 웃어 왈,
“말이야 좋소만은 그러하기 쉽소릿가?”
안씨맹인 종을 불러 차를 드려 권한 후에,
“거주는 어디오며 어떠하신 댁이온잇가?”
심봉사 자기 신세 전후수말을 낱낱이 하며 눈물을 흘리니, 안씨맹인이 위로하고 그 날 밤에 동침할 제, 한창 좋고 부여 두리다 없는 눈이 벌덕벌덕할 듯하되, 서로 알 수 있나. 사람은 두이나 눈은 합하면 네 시로되 담배씨만치도 보이지 아니하니, 할 일 없어 잠을 자고 일어나니 주린 관이요 첫날 밤이니 어찌 좋으랴만은, 심봉사 수심으로 앉았거늘 안씨맹인이 물으되,
“무슨 일로 즐거운 빛이 없사오니 첩이 도리어 무안하여이다.”
심봉사 대답하되,
“본대 팔자가 기박하여 평생을 두고 징험한즉 막 좋을 일이 있으면 어찬한 일이 생기고 생기더니, 또 간밤에 한 꿈을 얻으니, 평생 불길할 증조라. 내 몸이 불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벗겨 북을 매고, 또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히어 보이니, 아마도 나 죽을 꿈 아닌가요.”
안씨맹인 듣고 왈,
“그 꿈 좋소. 흉즉길이라. 내 잠깐 해몽하오리라.”
다시 세수하고 분향하고 단정히 꿇어앉아 산통을 높이 들고 축사를 읽은 후에 괘를 풀어 글얼 지어 쓰되,
“신입화중하니 회로를 가기요, 거피작고하니 고는 궁성이라 궁에 들어갈 증조요, 낙엽이 귀근하니 자손을 가봉이라. 대몽이오니 대단 반갑사오니다.”
심봉사가 웃어 가로되,
“속담에 천부당 만부당이요 피육불관이요 조잘지설이요. 내 본대 자손이 없으니 누기를 만나며, 잔치에 참예하면 궁에 들어가고 녹밥도 먹는 짝이지.”
안씨맹인이 또 말하되,
“지금은 내 말을 믿지 아니하나 필경 두고 보시오.”
아침밥을 먹은 후에 궐문 밖에 당도하니 벌써 맹인 잔치 든다 하거늘, 궐내에 들어가니 궐내가 어찌 좋으랴만은 빛깔여 거무충충하고 소경 내가 진동한다.
이적에 심황후 여러 날을 맹인 잔치할 제 성명 성책을 아무리 들여 놓고 보시되 심씨 맹인이 없으니 자탄하사,
“이 잔치 베설한 바 부친을 뵈옵자고 하였더니 부친을 보지 못하였으니, 내가 인당수에 죽은 줄로만 알으시고 애통하여 죽으신가? 몽운사 부처님이 영검하사 그간에 눈을 떠서 천지만물을 보시사 맹인 축에 빠지신가? 잔치는 오늘 망종이니 친히 나아가 보리라.”
하시고 후원에 전좌하시고 맹인 잔치 시기실새, 풍악도 낭자하며 음식도 풍비하여 잔치를 다 한 후에 맹인 성책을 올리라 하여, 의복 한 벌씩 내어 주실새 맹인 다 하례하고, 성책 밖에 맹인 한 나가 우뚝 서 있으니, 황후 물으시되,
“어떠한 맹인이요?”
여상서를 불러 물으시니 심봉사 겁을 내어,
“과연 소신이 미실미가하와 천지로 집을 삼고 사해로 밥을 부치어 유리하여 다니오매, 어느 고을 거주 완연히 없사오니 성책에도 들지 못하옵고 제발로 들어 왔삽나이다.”
황후 반기시사,
“가까이 입시하라.”
하시니 여상서 영을 받자와 심봉사의 손을 끌어 별전으로 들어갈새, 심봉사 아무런 줄 모르고 겁을 내어 걸음을 못 이기어 별전에 들어가 계하에 서 있으니, 심맹인의 얼굴은 몰라 볼레라. 백발은 소소하고, 황후는 삼 년 용궁에 지냈으니 부친의 얼굴이 의의하여 물으시되,
“처자 있는가?”
심봉사 복지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여쭈오되,
“아무 연분에 상처하옵고 초칠 일이 못 다 가서 어미 잃은 딸 하나 있삽더니, 눈 어두운 중에 어린 자식을 품에 품고 동영젖을 얻어 먹여 근근 길러 내어 점점 자라나니 효행이 출천하여 옛사람의 지내더니, 요망한 중이 와서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오면 눈을 떠서 보리라 하니, 신의 여식이 듣고 어찌 아비 눈 뜨리란 말을 듣고 그냥 있으랴 하고 달리난 출판할 길이 전이 없어, 신도 모르게 남경 선인들에게 삼백 석에 몸을 팔리어서 인당수에 제숙으로 빠져 죽었사오니, 그때에 십오 세라. 눈도 뜨지 못하고 자식만 잃었사오니, 자식 팔아 먹은 놈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데 없사오니 죽여 주옵소서.”
황후 들으시고 체읍하시며 그 말씀을 자세히 들으시매, 정녕 부친인 줄은 아르시되, 부자간 천륜에 어찌 그 말씀이 그치기를 기다리랴만은 자연 말을 만들자 하니 그런 것이었다. 그 말씀을 맞듯 못 맞듯 황후 버선발로 뛰어 내려와서 부친을 안고,
“아버지! 내가 과연 인당수에 빠져 죽었던 심청이요!”
심봉사 깜짝 놀라어,
“이게 웬 말이냐?”
하더니, 어찌 하도 반가웠던지 뜻밖에 두 눈이 갈무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두 눈이 활짝 밝았으니, 만좌 맹인들이 심봉사 눈 뜨는 소리에 일시에 눈들이 헤번덕 짝짝 간치 색기 밥 먹기는 소리 같더니, 뭇 소경이 천지 명랑하고, 집 안에 있는 소경 계집 소경도 눈이 다 밝고, 배 안에 맹인 배 밖에 맹인, 반소경 청맹간이까지 몰수이 다 눈이 밝았으니, 맹인에게는 천지개벽 하였더라.
심봉사 반갑기는 반가우나 눈을 뜨고 보니 도리어 생면목이라. 딸이라 하니 딸인 줄 알겠만은 근본 보지 못한 얼굴이라 알 수 있나. 하도 좋아서 죽을 동 말 동 춤추며 노래하되,
“얼시구 절시구 지아재자 좋을시구. 홍문연 높은 잔치에 항장이 아무리 춤 잘 춘들 내 춤을 어찌 당하며, 한고조 마상에 득천하할 제 칼춤 잘 춘다 할지라도, 어허 내 춤 당할손가. 어화 창생더라. 부중생남중생녀하소. 죽은 딸 심청이를 다시 보니, 양귀비가 죽어 환생한가. 우미인이 도로 환생하여 온가. 아무리 보아도 내 딸 심청이게. 딸의 덕으로 어두운 눈을 뜨니 일월이 광화하여 다시 좋도다. 경성이출경운이 흥하니 백공상화가라. 요순 천지 다시 보오니 일월이 중화로다. 부중생남중생녀는 나로 두고 이르는 말이라.”
무수한 소경들도 철도 모르고 춤을 출 제,
“지아자 지아자 좋을시고. 어화 좋고나.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마라. 돌아간 봄 또 다시 오건만은 우리 인생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젊기 어려워라. 옛글에 이르되 시사난독이라 하는 것은 만고명현 공맹의 말씀이요. 우리 인생 무슨 일 있으랴? 다시 노래하되 상호 상호 만세를 부르더라.”
직일에 심봉사를 조복을 입혀 군신지예로 조회하고, 다시 내전에 입시하사 적연 기루던 회포를 말씀하며, 안씨맹인의 말씀 낱낱이 하니, 황후 들으시고 채교를 내어 보내어 안씨를 모셔 들려 부친과 함께 계시게 하시고, 천자 심학규를 부원군을 봉하시고, 안씨는 정열부인을 봉하시고, 또 장승상부인을 특별히 금은을 많이 상사하시고, 도화동 촌인을 연호 잡역을 물시하시고 금은을 많이 상사하여 동중에 구폐하라 하시니, 도화동 사람들이 은혜여천여해하여 천하 진동하더라.
무창태수를 불러 예주자사로 이천하시고, 자사에게 분부하여 황봉사와 뺑덕어미를 직각 착대하라 분부 지엄하시니, 예주자사 삼백육관에 행관하여 황봉사와 뺑덕어미를 잡아 올리거늘, 부원군이 천정루에 좌기하시고 황봉사와 뺑덕어미를 잡아들이어 분부하사,
“네 이 무상한 년아, 산 첩첩 야심한 데 천지 분별치 못하는 맹인 두고 황봉사를 얻어 가는 게 무슨 뜻이냐?”
직시 문초하니,
“역촌에서 여막질하는 정연이라 하는 사람의 계집에게 초인함이로소이다.” 부원군이 더욱 대로하여 뺑덕어머를 능지처참하신 후에 황봉사를 불러 이른 말씀이,
“네 무상한 놈아, 너도 맹인이지야. 남의 안해 유인하여 가니 너는 좋거니와 잃은 사람은 아니 불쌍한가? 속설에 탐화광접이라 하기로 그러할가. 소당은 죽일 일이로되 특별히 정배하니 원망치 말라. 후일 증습하여 훗세상 사람이 이같이 불의지사를 본받게 하지 못하는 일이라.”
하시고 하교하시니라.
만조백관이며 천하 백성들이 덕화를 송덕하더라. 자손이 창대하고 천하의 일이 없고, 심황후의 덕화 사해에 덮이었으며, 만세 만세 억만세를 계계승승 바라오며 무궁무궁하옵기를 천만 복망하옵나이다 하니라. 황후 천자에게 여쭈오되,
“이러한 즐거움이 없사오니 태평연을 베설하여이다.” 황제 올히 여기시사 천하에 반포하여 일등 명기 명창을 다 불러 황극전에 전좌하시고, 만조 백관 모여 즐기실새, 천하 제후 솔복하고 사해 진보 조공하며 일등 명창 일등 명기 천하에 반포하여 거의 다 모여이니, 뒤 태평성대 만난 백성 처처에 춤 추며 노래하되,
“출천대효 우리 황후, 높으신 덕이 사해에 덮이었으니, 요지일월 순지건곤에 강구동요 즐거움이 창해로 태평주 빚어 여군동취하며 민민세를 즐겨 보세. 이러한 태명연에 뉘가 아니 즐길손가.”
이렇다시 노래할 제, 천자며 부원군이 황극전에 전좌하시고 명무 명창을 패초하시와 가무 금실 희롱하며 삼 일을 대연하사 상하동락 즐긴 후에, 천자와 황후와 부원군이며 다 각기 환궁하시다.
각설 이때에 황후며 정열부인 안씨 동연동월에 잉태하여 동월에 탄생하매 두리 다 득남하신지라. 황후의 어진 마음 자기압은 고사하고 부친이 생남하심을 들으시고 천자께 주달하신데, 황제 또한 반기사 필육과 금은 채단을 많이 상사하시고 예관을 보내어 위문하신데, 부원군이 망팔쇠년에 아들을 나어 놓고 기쁜 마음 층양 없어 주야를 모르던 차에, 또한 황제께옵서 금은 채단이며 필육과 명관을 보내어 위문하시니, 황공 감사하여 국궁 배례하고 예관을 인도하며 황은을 못내 축사하는데, 또 황후 더욱 짓거 금은보화를 봉하여 예관을 보내어 위문하신데, 부원군이 더욱 짓거하며 일변 조복을 갖추고 예관을 따라 별궁에 들어가 황후께 뵈온데, 황후 또한 생남하였거늘 즐거운 마음을 어찌 다 층양하리요. 황후 부친의 손을 잡고 옛일을 생각하며 일희일비로 즐거워매, 부원군도 또한 서러워하시더라.
이때 부원군이 집에 돌아와 명관을 따라 옥계하에 다다르니, 상이 극히 층찬하시되,
“들으매 경이 노래에 귀자를 얻은 바, 또한 짐의 태자와 동연동월에 동근생이니 그 아니 반가우리요. 안야선명하면 타일에 국사를 의논하리라.”
하시더라. 군이 여쭈오되,
“석일에 공자께서도 하시기를 생자가비란양자란이요 양자가비란교자란이라 하였으니 후사를 보사이다.”
하고 물러나와 아해 상을 보오니, 활달한 기상이며 청수한 골격이 족히 옛사람을 본받을 것이라. 이름은 태동이라 하여 점점 자라 심세에 당하매, 총명 지혜가 무쌍이요 시서음률을 능통하매, 부모 사랑함이 장중보옥에 다 바할손가. 무정세월약유파라, 십삼 세를 당한지라.
이때 황후 태자를 여히고자 하사 동월동일에 구생간 혼사를 주달하신데, 황제 짓거하사 광문하라 하신데, 이때에 마침 좌강노 권성운이 일녀를 두었으되, 태임의 덕행이며 반희의 재질을 가졌으며 인물은 위미인을 압두할지라. 이때 연왕이 공주 있으되 안양공주라, 덕행이 태기하고 백사 민첩함을 듣고, 상이 전교하사 연왕과 권강노를 입시하여 어전에서 구혼하신데, 공주와 소저 또한 동갑인데 십육 세라. 직거 허락하거늘, 상이 하교하시되,
“권소저로 태자의 배필을 정하시고 연왕의 공주로 태동의 배필을 삼음이 어떠한요?”
하신데 좌우 다 올사이다 주달하거늘, 황후와 부원군이며 조정이 즐기더라.
직시 택사관을 명하여 택일하라 하신데 춘삼월 망일이라. 국중에 대경사라. 길일이 당하매 대연을 베설하고, 각방 제후와 만조백관이 차례로 시위하고, 두 부인은 삼천 궁녀가 시위하여 전후 좌우로 옹위하여 조배석에 친연할새, 일월 같은 두 신랑은 백관이 모셨으니 북두칠성의 좌우보필이 모신 듯 하고, 월태화용 고운 태도 녹의홍상에 칠보단장이며 각색 패물 요상으로 늘어이고 머리에는 화판이라, 삼천 궁녀 모은 중에 일등 미색을 초출하여 두 낭자를 좌우로 모셨으니, 반드시 월궁항아라도 이에서 더 휘황치 못할레라. 금수단 광모장을 반공에 솟아치고 교배석에 친연하니 궁중이 휘황함을 일구난설이라. 두 신랑이 다 각기 전안 납폐한 후에 각기 처소로 좌정하니, 동방화촉 첫날 밤에 원앙이 녹수를 만난 듯 쇄락한 정으로 은은히 밤을 지내고, 나와 태자는 강노를 먼저 보니 강노 양주 즐거워함을 일휘 층양치 못할레라.
이때에 태동이 또한 연왕 부부께 뵈온데, 연왕과 왕후 못내 반기며 기거하더라. 직시 태자를 연통하여 조회에 국궁한데 상이 즐거하사 부원군을 입시하여 동좌에서 신행 인사를 받으시고, 만조백관을 조회 받으신 후에 하교하사 대,
“짐이 진즉 태동을 조정에 들이고자 하되 미장지전이라 지어금 무명직 하였으니, 경등 소견에는 어떠한요?” 하신데,
문무백관이 주왈,
“인야출등하오니 직교하옵소서.”
하거늘, 상이 직시 태동을 입시하사 품직을 내리실새, 한림학사 겸 간의대부 도훈관에 이부시랑을 하이시고, 그 부인은 왕열부인을 봉하시고 금은 채단을 많이 상사하시고 왈,
“경이 전일은 서생이라 국정을 돕지 아니하였거니와 금일부터는 국록지신이라. 진충갈역하여 국정을 도우라.”
하신데 시랑이 국궁하고 물러나와 모친께 뵈온데 즐기고 반기는 마음이야 어찌 다 성언하리요.
또 별궁에 들어가 황후 전에 배사한데, 황후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나 말씀하시되,
“신부가 어떠하던가?”
하신데 피석 대 왈,
“숙함하더이다.”
황후 또 묻 왈,
“금조 입시에 무슨 벼슬 하였는가?”
대 왈,
“이러이러 하였나이다.”
황후 더욱 즐거 태자와 시랑을 데리고 종일 즐긴 후에 석양에 파연하시고 왈,
“수이 신행하라.”
하시거늘 신랑이 대 왈,
“수히 데려다가 부모 전에 영화를 보이게 하오리다.”
한데 황후 대열하사,
“내 말도 또한 그 뜻이로다.”
하시더라.
이날 태자와 한림이 물러나와 수일 후 부원군이 택일하여 왕열부인을 신행하시니, 부인이 구고 양위 전에 예로써 뵈온데, 부원군이며 정열부인이 금옥같이 사랑하시더라. 별궁을 새로 지어 왕부인을 거처하시게 하니라.
기설 이때에 한림이 낮이면 국사를 도모하고 밤이면 도학을 심씨나, 무론 대소사서인하고 칭찬 아니할 이 없더라.
이러구러 한림의 나이 이십 세라. 이때에 상이 한림의 명망과 도덕을 조신에게 문후하시고, 하루는 심학사를 입시하사 가라사대,
“짐이 들으매 경의 명망과 도덕이 국내에 진동한지라. 어찌 벼슬을 아끼리요.”
하시고 승품하사 이부상서에 겸 태학관을 하이시고 태자와 동유하라 하시며, 그 부친을 또 승품하여 남평왕을 봉하시고, 정열부인 안씨로 인성왕후를 봉하시고, 또 상서부인은 왕열부인의 겸 공열부인을 봉하시니, 남평왕이며 상서와 인성왕후며 다 황은을 축사하고,
“우리 무슨 공이 있어 이대지 품직을 하는가?”
하며 주야 황은을 송덕하시더라.
이때에 남평왕이 연당 팔순이라. 우연히 득병하여 백약이 무효라. 당금에 황후 어지신 효성과 부인의 착한 마음 어찌 구병하랴만은, 사자는 불가부성이라 칠 일 만에 별세하시니, 일기이 망극하고 또한 황후 애통하사 황제께 주달하니, 상이 왈,
“인간 팔십 고래희니 과도히 애통치 자르소서.”
하시고,
“명릉 후원에 왕예로 안장하라.”
하시고,
“황후는 삼 년 거상하라.”
하시니라. 부원군의 조년 고상하던 일을 생각하면 무슨 여한이 있으리요.
에화 세인들아, 고금이 다를손가. 부귀영화 한다 하고 부대 사람 경히 마소. 흥진비래 고진감래는 사람마다 있는이라. 심황후의 어진 이름 천추에 유전이라.
孟春完西溪新刊
심청전 상하권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