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렬전 3 — 역적의 준동과 충렬 가문의 수난
도코 갈 대로 가라 하며 배를 떼어 북경으로 행하더라. 충렬이 선인을 이별하고 정처 없이 다니다가 촌 이 걸식하며 곳시 차숙할 제, 조동모서하니 추풍낙엽이요 거래 무종적하니 청천의 부운이라. 일골이 치패하고 행색이 가련하다. 흉중의 대장성은 때 속에 묻혀 있고 배 위의 삼태성은 헌 옷 속에 묻혀 쓰니, 활달한 기 남자가 도리어 걸인이라. 담만 쌓이던 부열이도 무정을 만났고, 밭만 갈던 이윤이도 은나라 성탕 만났고, 위수의 여상이도 주나라 문왕 만났으니, 깃만 유수같이 가는 광음 울리 흘러가니, 충렬의 고운 연광 십사 세에 당한지라. 천지로 집을 삼고 사해에 밥을 붙쳐 도로의 개 같다가 한 고대 다르니, 이 땅은 초국이라. 영릉을 지나다가 장사를 바라보고 한 물가에 다르니, 창망한 빈 물가에 슬픈 원성이 소리로다. 백사장 가는 비 속에 백구는 비거비래뿐이로다. 후면을 돌아보니 녹죽창송 우거지고 적막한 옛 정자 풍랑 속에 보이거늘 그 고대 올라
가니, 이 물은 멱라수요 이 정자는 회사정이라 하는 정자라. 유 주부가 글을 쓰고 물에 빠져 죽고자 하던 곳이라. 마음이 절로 비감하여 정자에 올라가 사면을 살펴보니, 제일은 굴삼려 행장을 써 붙이고, 그 밑에 만고 문장 풍월이 미행과 객로 정기를 사면에 붙쳐 떠도는데 동벽 위에 새로 두 줄 글이 있거늘, 그 글을 보니, 모년 모월 모일에 남경 유 주부는 간신의 해를 보고 연경으로 적거하다가 멱라수에 빠져 죽노라 하였거늘, 충렬이 그 글을 보고 정상에 꺼꾸러져 방성통곡하여 왈, 우리 부친이 연경으로 갔는 줄만 알았더니 이 물에 빠져 또 나 혼자 살아서 세상에 무엇 하리. 회수에 모친 잃고 멱라수에 부친이 죽었으니 무슨 면목으로 세상에 살아날고. 나도 함께 빠지리라 하고 물가에 내려가니, 충렬의 울음소리 용궁에 사못치는지라. 천신이 무심할까. 이때 영릉 땅에 사는 강희주라 하는 지사가 있으되 소년 등과하여 승상 벼슬 하더니 간신의 참소를 만나 퇴사
하여 고향에 돌아와 살되, 일단 충심이 국가를 잊지 못하여 매양 천자 오결하는 일이 있으면 상소하여 구완하니, 조정이 그 직간을 꺼려하되 그 중에 정한담과 최일귀가 가장 미워하더니. 마침 본부에 갔다가 회로에 우편 주점에서 자더니, 비몽간에 오색구름이 멱라수에 어렸는데 청룡이 물 속에 빠지려 하며 하늘을 향하여 무수히 통곡하며 백사장에 배회하거늘, 내념에 괴이하여 날 새기를 기다리더니, 계명성이 나며 날이 장차 밝거늘, 멱라수에 바삐 오니 과연 어떠한 동자가 물가에 앉아 울거늘, 급히 달려들어 그 아이 손을 잡고 회사정에 올라와 자세히 물어 왈, 너는 어떠한 아이로서 어디로 가며 무슨 연고로 이곳에 와 우느냐. 충렬이 울음을 그치고 대왈, 소자는 남경 동성문 안에 사는 정언 주부 유공의 아들이옵더니, 부친께옵서 간신의 참소를 만나 연경으로 적거하시다가 이 물에 빠져 죽은 종적이 회사정에 있는 고로 소자도 이 물에 빠져 죽고자
하옵나이다. 강 승상이 말을 듣고 대경실색하여 왈, 이게 웬 말인가. 글련에 노병으로 황성을 못 가더니 그 사이 인사가 변하여 이런 변이 있단 말가. 유 주부는 일국의 충신이라. 동조에 벼슬하다가 나는 연만하기로 고향으로 돌아왔더니 유 주부 이런 줄을 몽중에나 생각하였으랴. 의외로구나. 왕사는 물론하고 나를 따라가자 하니, 충렬이 왈, 대인은 소자를 생각하여 가자 하시나, 소자는 천지간 불초자라 살아서 무엇 하며, 또한 모친이 번양 회수 중에 죽삽고 부친은 이 물가에 죽었으니 소자 혼자 살 마음이 없나이다. 승상이 달래어 왈, 부모가 구몰한데 너조차 죽단 말가. 세상 사람들이 자식 낳아 좋다 하는 것이 후사를 끊지 아니함이라. 너조차 죽거드면 유 주부 사당에 일점 영화 있을손야. 잔말 말고 따라가자 하시니, 충렬이 하릴없어 강 승상을 따라가니, 영릉 땅 월개촌이라. 인가 즐비한데 벽제 소리 요란하고 누거각이 반공에 솟은 데 수호 문창이
있고 주런취개 왕래하는데 인물이 준수하더라. 승상이 충렬을 외당에 두고 안으로 들여가 부인 소씨에게 충렬의 말을 낱낱이 하니, 소씨 이 말을 듣고 충렬을 청하여 손을 잡고 낙루하며 왈, 네가 동성문 안에 사는 장부인의 아들이냐. 부인이 연만토록 자식이 없으매 나와 같이 매일 한탄하더니, 장부인은 어찌 하여 저런 아들을 두었다가 영화를 다 못 보고 황천객이 되었으니 세상사 허망하다. 간신의 해를 입어 충신이 다 죽으니 나라인들 무사하랴. 다른 데 가지 말고 내 집에 있으라 하시니, 충렬이 배사하고 외당으로 나오니라. 이때 강 승상이 아들은 없고 다만 일녀를 두었는지라. 부인 소씨 녀아를 낳을 적에 일원 선녀 오운을 타고 내려와 소씨를 대하여 왈, 소녀는 옥황 선녀옵더니 연분이 자미원 대장성과 한 가지로 있다가 소녀를 강문에 보내매 왔사오니 부인은 애휼하옵소서 하거늘, 부인이 혼미 중에 녀아를 탄생하니 용모 비범하고 거동이 단정하
여 시서 음율을 무불통지하니 여중 군자요 총명지혜 무쌍이라. 부모 사랑하여 택서하기를 염예하더니, 천행으로 충렬을 데려다가 외당에 거처하고 자식같이 길러낼 제, 충렬의 상을 보니 귀불가언이로다. 부귀작녹은 인간의 무쌍이요 영웅 준걸은 만고 제일이라. 승상이 대희하여 내당에 들여가 부인에게 혼사를 의논하니, 부인 대희하여 왈, 내 마음도 충렬을 사랑하더니 승상의 말이 또한 그러하실진대 불수다언하고 혼사를 지내옵소서. 승상이 밖에 나와 충렬의 손을 잡고, 네게 대사를 진탁할 말이 있다. 노부 말년에 무남독녀를 두었더니 금일 보건대 너와 천정이 적실하니 이제 백년 고락을 네게 붙이노라 하신대, 충렬이 궤좌하여 낙루하며 여쭈오되, 소자 같은 잔명을 구완하여 슬하에 두고자 하시니 감사무지로소이다마는, 다만 통박한 일이 흉중에 사못차나니다. 소자 박복하여 양친이 죽은 줄도 모르고 취처하오면 인간의 죄인이라. 그런 이
로소이다. 승상이 그 말 듣고 비감하여 충렬의 손을 잡고 왈, 그도 일시 권도이라. 너의 선조 조공도 조실 부모하고 장문에 취처하였다가 성군을 만나 개국공신 되었으니 조금도 서러워 말라 하시고, 즉시 택일하여 길례를 행하니,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것이 선인 적강 적실하다. 예를 파하고 방으로 들어가 사면을 살펴보니, 빛나고 빛난 것이 일구난결이요 일필난기로다. 동방화촉 깊은 밤에 신랑 신부 평생 연분 맺었으니, 그 사랑한 말은 어찌 다 측량하며 어찌 기록하리. 밤을 지낸 후에 이튿날 승상 양주께 뵈온대, 승상 부 기쁜 마음을 이기지 못하더라. 이리 지러 세월이 여류하여 유 생의 나이 십오 세라. 이때 승상이 현서를 얻고 말년에 근심이 없으나, 다만 유 주부가 간신의 해를 보아 멱라수에 죽음을 생각하니 분심이 직발하여, 나라에 글을 올려 유 주부를 설원코자 하여 즉시 황성을 가려 하거늘, 유 생이 말유하여 왈, 대인의 말씀은 감격하오나 간신이
만조하여 국권을 아서 쓰니 천자 상소를 듣지 아니할까 하나이다. 승상이 불청하고 급히 행장을 차려 황성으로 올라가, 퇴재 상권 공달의 집에 사처를 정하고 상소를 지어 승지를 불러 천자께 올리라 하더라. 그 상소에 이르되, 전 승상 강희주는 근돈수배백배 아옵고 상소 우패 전하나이다. 황송하오나 충신은 국가지 본심이요, 간신을 물리치고 충신을 나소아 인정을 행하시고 덕을 베푸사 창생을 살피시면, 소신 같은 병골이라도 대고 순풍 다시 만나 청산백골이나 좋은 땅에 묻힐까 하였더니, 간신의 말을 들으시고 주부 유심을 연경으로 원찬하시니, 선인의 하신 말씀 인군과 신하 보기를 초개같이 하여 밖으로 충신의 입을 막고 간신의 악을 받아 국권을 아서 쓰니 어찌 아니 한심하오리이까. 왕망이 협정하매 왕실이 미약하고 회왕이 위태하매 항적이 죽었으니, 복원 황상은 깊이 생각하옵소서. 신이 비록 죽는 날이라도 사은 해갔사오니 복원 황상은 충
신 유심을 즉시 방송하여 폐하를 돕게 하옵소서. 주달할 말씀 무궁하오나 황송하여 근치나이다. 하였거늘, 천자 상소를 보시고 대로하여 조정에 내려와 보라 하신대, 이때 정한담 최일귀 강희주의 상소를 보고 대분하여 즉시 궐내에 들어가 여쭈오되, 퇴신 강희주의 상소를 보오니 대역 부도라. 충신을 왕망에게 비하여 폐하를 죽인다 하오니, 이 놈을 역율로 다스려 능지처참하옵고 일변 제의 삼족을 멸하여 지이다. 천자 허락하는데, 한담이 즉시 승상부에 나와 나졸을 재촉하여 강희주를 나입하라 하니, 나졸이 청영하고 공달의 집에 가 강희주를 철망으로 결박하여 잡아갈 제, 이때 강희주 삼족을 멸하라 하는 말을 듣고, 유 생이 또한 연좌할까 하여 급히 편지를 만들어 집으로 보내고, 철망에 싸여 금부로 들어갈 제, 백발이 소한하니 피눈물이 반하여, 충신을 구완하다가 장안 시상에 무주 고혼 된단 말가. 죽은 혼백이라도 용방 비간을 벗하여 천추에
영화 될 것이요, 간신 정한담은 찬익하려 하고 충신을 모함하여 원혼이 되게 하니 살아도 부끄럽지 아니하랴. 무수히 호원하고 금부로 들어가니, 이때 한담이 승상부에 높이 앉아 승상을 나입하여 게 꿇이고 죄를 물어 하는 말이, 네 전일에 자충 충신이라 하더니 충신도 역적이 된단 말가. 승상이 눈을 부릅뜨고 한담을 보며 왈, 관숙 채숙이 주공에게 역적이라 아니하였느냐 한데, 양화가 공자에게 소인이라 함이 어제 들은 듯하노라 하니, 한담이 대로하여 좌우 나졸을 재촉하여 수레 위에 높이 싣고 장안 시상에 나올 제, 이때 천자 황태후는 강 승상의 고모라. 승상 죽인다는 말을 듣고 급히 천자께 들여가 낙루하여 왈, 들으니 강희주를 무슨 죄로 죽이느냐. 찬정 골육이 다 망므로 강희주뿐이라. 설사 죽일 죄가 있다 하여도 나를 보아 죽이지 말고 원방에 유찬하기를 바라노라. 천자 애연하여 즉시 한담을 불러 죽이지 말고 유심 일체로 옥문관에 원찬하라 하시
니, 한담이 청명하고 마지못하여 옥문관에 원찬하고 강희주의 일족을 다 잡아다가 궁노비를 공입하라 하고, 일변 나졸을 명초하여 영릉으로 간지라. 이때 유 생이 강희주 승상이 황성 가신 후로 주야 염예하더니, 뜻밖에 강 승상의 서간이 왔거늘 급히 개태독하니, 이르되, 오호라 노부는 전생 죄가 중하여 슬하에 자식 없고 다만 일녀를 두었더니, 천행으로 그대를 만나 부귀영화를 보려 하고 녀아의 평생을 그대에게 붙쳤더니, 가운이 그러한지 조물이 시기한지, 충신을 구완하다가 멀리 변방에 생사를 모르는 이 이리한 변이 또 있느냐. 노부는 연만하여 풀끝에 짐 나고 여년이 불원하여 이제 죽어도 섭지 아니하건마는, 녀아의 일생을 생각하니 가련하고 불상한지라. 천상 연분으로 그대를 만나 신정을 미흡하여 이 지경이 되었으니 형용이 어찌 될지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나 노부는 역율로 잡혀 철망을 씌워 옥문관으로 원찬하고 내 일족은 잡아다가 궁
비 속공하라 하고 나졸이 내려갈 것이니, 그대 급히 집을 떠나 환을 면하라. 만일 신정을 못 이겨 도망치 아니하면, 우리 두 집의 일점 혈육이 청춘 고혼이 될 것이니 부디 도망하였다가 일후에 귀히 되거든 내 자식을 찾아 버리지 말고 백년 해로하여, 나 죽은 날에 박주 일 배라도 행화를 피운 후에, 승상은 일생 기루던 충렬의 손이 많이 흠향하고 가라. 하면 구천 외 이혼이라도 일 배 주를 만반 수육으로 먹고 청산에 썩은 뼈도 춘풍을 다시 만나 그 은혜를 갚으리라. 하였거늘, 충렬이 보기를 다하매 낭자 방에 들어가 편지를 보이며, 전생의 명이 기박하여 조실 부모하고 천지로 집을 삼고 사해로 밥을 붙쳐 부운같이 다니더니, 천행으로 대인을 만나 낭자와 백년 언약을 맺었더니, 일 년이 다 못하여 이런 변이 있으니 어찌 아니 망극하리요. 입어 떤 고의 한 삼을 벗어 글 두 귀를 써 드리며 타일에 보사이다. 낭자 이 말을 듣고 대경질색하여 유 생의 옷을 집고 방성대곡하여 왈, 노
부 무슨 죄로 멀리 호지에 가며 청춘 소첩이 무슨 죄로 박명한고. 나 같은 여자는 생각 말고 급히 환을 면하소서. 홍상 한 폭을 떼어 글 두 귀를 지어 주며 급히 나가소서 하거늘, 유 생이 글을 받아 금낭 속에 넌지시 넣고 곡성으로 해를 지내니라. 낭자 울며 왈, 가군이 제가면 언제 날 다시 보며, 어명이 지중하여 궁비 속공하거드면 황천에 가 다시 볼까 하나이다. 충렬이 슬피 울며 하직하고 가는 정이 해상 추야월에 우미인을 이별한 듯하더라. 행장을 급히 차려 서천을 바라보고 정처 없이 가더니, 신세를 생각하매 속절없는 눈물이 비오듯이 내려지며, 장천지 긴 길에 앞이 막혀 못 가겠다. 서천 구름을 바라보고 한 입 서 가더라. 소부인은 청수에 투사하고 강낭자는 창가에 수절하다. 각설이라. 이때 부인과 낭자 유 생을 이별하고 일가가 망극하여 울음소리 떠나지 아니하더라. 불과 사오 일에 금부도사 내려와
원개촌에 달려들어 소부인과 낭자를 잡아내어 수레 위에 싣고 군사를 재촉하여 황성으로 올라가며, 일변 집을 헐어 못을 파고 가니, 가련하다. 강 승상이 세대로 있던 집을 일조에 못을 파니 집 오리만 둥 떠 있다. 소씨와 낭자 속절없이 잡혀 올라갈 제, 청수에 다르니 일모서산이라. 객실에 들어 잘 제, 이때 금부 나졸 중에 장한이라 하는 군사, 전일 강 승상 벼슬할 때에 장한의 부친이 승상부 서리로서 득죄하여 거의 죽게 되었더니 강 승상이 구하여 살린 고로, 장한의 부자 그 은혜를 주야 생각하더니, 이때를 당하매 불상함을 이기지 못하여 다른 군사 모르게 슬피 울더니, 그날 밤 삼경에 다른 군사 다 잠을 깊이 들었거늘, 가만히 부인 자는 방문 앞에 나아가니, 이때 부인과 낭자 서로 붙들고 울며 잠을 아니 자거늘, 문밖에 지침하고 부인을 부른대 부인이 놀라여 문을 열고 보니, 장한이 복지하여 가만히 여쭈오되, 소인은 금부 나장이옵더니 전일 대감 벼슬할 때에
예 소인의 아비 나라에 득죄하여 죽게 되었삽더니 대감이 살리시기로, 그 은혜 골수에 사못차 갚기를 바라더니, 이때를 당하여 소인이 어찌 무심하오리이까. 바라옵건대 부인은 너무 염려 마옵소서. 이날 밤에 명을 도망하오시면 그 뒤는 소인이 당할 것이니 조금도 염려 마옵시고 도망하여 살기를 바라소서.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풀이여, 낭자를 데리고 장한을 따라 주점 밖에 나서니 밤이 임무 삼경이라. 인적이 고요하거늘 동산을 넘어 십 리를 가니, 청수에 다달아 장한이 하직하고 왈, 부인과 낭자는 이 물가에 빠져 죽은 폐를 하고 가옵시면 후환이 없을 것이니 부디 살아나 후사를 보사이다 하고 가거늘, 이때 부인이 낭자의 신세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여, 이제 비록 도망하여 왔으나 청춘 여자를 데리고 어디로 가 살며, 혹 살아난들 승상과 현서를 이별하고 살아서 무엇 하리. 차라리 이 물에 빠져 죽으리라 하고, 낭자를 속여 뒤보는 체하고 급
히 청수에 가신을 벗어 물가에 놓고, 청강 졸수 깊은 물에 뛰어드니, 가련하다. 강 승상의 부인 백옥 같은 고운 몸이 어복 중에 장사하니 어찌 아니 가련하랴. 이때 낭자 모친을 기다리더니 종시 오지 아니하거늘 급히 나서 살펴보니 사면에 인적이 없는지라. 마음이 답답하여 모친을 부르며 청수 가에 나와 보니, 모친이 신을 벗어 물가에 놓고 간 데 없거늘, 발 구르며 또한 신을 벗어 물가에 놓고 빠져 죽으려 하더니, 이때는 밤이 오경이라. 동방이 장차 밝아오며 마침 영릉 골관비 한 이가 외촌에 갔다가 회로에 청수 가에 다르니, 어떠한 여자가 물가에서 통곡하며 물에 빠져 죽고자 하거늘, 급히 쫓아와 낭자를 붙들어 물가에 앉히고 연고를 물은 후에 제 집으로 가자 하니, 낭자 한사하고 죽으려 하거늘, 관비 만단 개유하여 달이고 와서 수양딸을 정한 후에 자식과 태도를 살펴보니 천상 선녀 같은지라. 이 골 등내마다 수청을 들여 쓰면 천금지산을 불비하며 만양태
수를 원할손야. 만 가지로 달래어 다른 데로 못 가게 하더라. 각설이라. 이때 유 생이 강 승상의 집을 떠나 서천을 바라보고 정처 없이 가는 중에 신세를 생각하매 속절없고 할 일 없다. 이제는 무가내하로다. 산중에 들어가 삭발위승하여 유질이나 닥그리라 하고, 청산 바라보고 종일토록 가더니 한 고대 다르니, 앞에 큰 산이 있으되 천봉만학이 충천하는 중에 오색구름이 구리봉에 떠 있고 각색 화초 만발한지라. 장차 신령한 산이라 하고 찾아 들어가니, 경개 절승하고 풍경이 쇄락하다. 산 행 육칠 리에 들리는 이 물소리 잔잔하고 보이는 이 청산만 울하는데, 청임을 더욱 잡고 석양에 올라가니, 지수양 천만 사는 춘풍을 못 이기어 동구에 흔들거리어 늘어지며, 녹죽창송은 우거진 가지에 백조충정 다투었고, 층한 화계 위에는 앵무 공작 넘노는 데, 창천에 걸린 폭포 층암절벽 치는 소리 한 산사 쇠북 소리 객선에 일어나는 듯, 반공에 솟은 암석 청송 속의 있는 거동 산수 기
름팔간 병풍 둘러난 듯. 산중의 있는 경개 어찌 다 기록하리. 춘풍이 언듯하며 경쇠 소리 들이거늘 차점차점 들어가니, 오색구름 속에 단청하고 휘황한 고루거각이 즐비하여, 일주문을 바라보니 황금 대자로 서해 광덕산 백용사라 뚜렷이 붙쳐 있거늘, 산문으로 들어가니 일원 대승이 나오거늘, 그 중에 거동을 보니 소한 두 눈썹은 두 눈을 덮어 있고 백변같이 뚜렷한 두 귀는 두 억개에 늘어졌으니, 청수한 골격과 은한 정신은 범승이 아닐레라. 백 팔 염주 육환장을 짚고 흑포 장삼에 떨어진 송낙 씌우고 나오며 유 생을 보고 왈, 소승이 연만하기로 유상공 오시는 행차에 동구 밖에 나가 맞지 못하니, 소승의 무례함을 용사하옵소서. 유 생이 대경하여 왈, 천생이 팔자 기박하여 조실 부모하고 정처 없이 다니다가 우연히 고대 와 대사를 만났으니, 그대 지관 대하시며 소생의 성을 어찌 아나이까. 노승이 대왈, 어제 날 남악 형산 화선관이 소승의 절에 왔삽다가 소승 달
려 부탁하기를, 명일 오시에 남경 동성문 안에 사는 유심의 아들 충렬이가 올 것이니 축객 말고 대접하라 하시기로, 소승이 차저나옵더니 상공의 목색을 보오니 남경 사람인 고로 아나이다. 생이 그 말을 듣고 일희일비하여 노승을 따라 들어가니, 제승들이 합장배례하며 반기는지라. 노승의 방에 들여가 석반을 먹은 후에 그 밤을 편히 쉬니, 이곳은 선경이라 세상을 모도 잊고 일신이 무량한지라. 이후로는 노승과 한 가지로 병서도 잠심하고 불경도 확론하니라. 이때 대명천지 무가객이요 광덕 산중 유발승이라. 본신이 천상 사람으로 생불을 만났으니, 기이한 술법을 가르치고 천지 일월 성신이며 천하 명산 신령들이 모도다 합역하니, 그 재조와 영민함을 뉘라서 당하리요. 주야로 공부하더라. 천자는 기병쌍권하고 간신은 투창 적진 중하다.
각설이라. 이때 남경 조신 중에 도총대장 정한담과 병부상서 최일귀가 일상 꺼리던 유심과 강희주를 만리 밖에 원찬하고, 조정 백관을 처결하여 천자를 도모코자 하여, 신기한 병법과 둔갑장신지술과 승천입지지책과 변화위신지법이며 악화두시지술을 통달하게 배워 썼으니, 이 놈도 본신이 천상 익성으로 인간 사람은 당하리 없더라. 일국 만민지상이라 소장지변이 있으니 나라이 어찌 무사하랴. 이때는 영종황제 즉위 삼년 춘 정월이라. 국운이 불행하여 남흉노 선우며 북적과 동심하여 천자를 도모하려 하고, 서천 삼십육도 군장과 남만 가달이며 토번 오굴이 합세하여 장사 팔천여 원과 정병 오백만으로 주야 행군하여 진남관에 다달아 격서를 남경에 보내고 진남관에 웅거한지라. 이때 백성들이 날의를 보지 못하였다가 뜻밖에 난을 만나니, 동산 낙야하여 사지 사방 피란하니 적연도 탕진하고 창곡도 진갈한지라. 하늘이 정한 운수가 어찌 아니하리. 이때 천자 정월 망일에 호산대에 올라 망월하고 환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