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1

“이봐, 지옥에 가는 거라고!”

두 사람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기지개를 켠 것처럼 길게 뻗어 바다를 끌어안고 있는 하코다테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부는 손가락 끝까지 빨아댄 담배를 침과 함께 내뱉었다. 말아 피운 담배는 우스꽝스럽게 이리저리 뒤집히며 높은 뱃전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떨어져 갔다. 그의 몸에서는 온통 술 냄새가 풍겼다.

불그죽죽한 북 같은 배를 넓적하게 물 위에 띄우고 있는 기선이며, 한창 짐을 싣는 중인지 바다 속에서 한쪽 소매를 확 잡아당기기라도 하듯 있는 힘껏 한쪽으로 기울어진 놈이며, 누런 굵직한 굴뚝, 커다란 방울 같은 부표, 빈대처럼 배와 배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다니는 런치, 스산하게 출렁이는 기름때와 빵 부스러기와 썩은 과일이 떠다니는 무슨 특별한 직물 같은 파도……. 바람결에 따라 연기가 파도를 스칠 듯 낮게 나부끼며, 코를 찌르는 석탄 냄새를 실어 보냈다. 윈치의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때때로 파도를 타고 바로 귀에 와 닿았다.

이 게잡이 공선 하쿠코마루 바로 앞에, 페인트가 벗겨진 범선 하나가 이물의 소 콧구멍 같은 데서 닻줄을 내리고 있었다. 갑판 위를 마드로스 파이프를 물고 있는 외국인 둘이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기계인형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다. 러시아 배인 듯했다. 틀림없이 일본의 “게잡이 공선”을 감시하는 배였다.

“우리 이제 한 푼도 없어.――씨발. 이거”

그렇게 말하며 몸을 슬쩍 밀어 붙였다. 그리고 다른 어부의 손을 잡아 자기 허리쪽으로 가져갔다. 반텐 아래 골덴 바지 주머니에 꾹 눌러댔다. 뭔가 작은 상자 같았다.

한 사람은 말없이 그 어부의 얼굴을 봤다.

“히히히히……” 하고 웃으며, “화투야” 하고 말했다.

보트 갑판에서 “장군” 같은 차림을 한 선장이 어슬렁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내뿜는 연기가 코끝에서 곧바로 급하게 꺾여 찢기듯 날아갔다. 바닥에 나무를 댄 짚신을 질질 끌며, 식량 양동이를 든 선원이 바쁘게 “이물” 쪽 선실을 드나들었다.――준비는 죄다 끝나고, 이제 출항만 하면 됐다.

잡부들이 있는 해치를 위에서 들여다보니, 어둑한 선저의 선반에 둥지에서 고개만 쏙쏙 내미는 새들처럼 떠들며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모두 열네다섯 살 소년들뿐이었다.

“너는 어디냐”

“××정” 다들 마찬가지였다. 하코다테 빈민굴 아이들뿐이었다. 그런 놈들은 그것만으로 한 뭉텅이를 이루고 있었다.

“저쪽 칸은?”

“난부”

“거긴?”

“아키타”

출신지별로 각기 다른 칸을 쓰고 있었다.

“아키타 어디냐”

고름 같은 콧물을 질질 흘리고, 눈두덩이 짓무른 것처럼 헐어 있는 놈이,

“기타아키타래요” 하고 말했다.

“농사꾼이냐?”

“그래요”

공기가 후끈하고, 무슨 과일이 썩은 듯한 시큼한 악취가 났다. 절임을 수십 통이나 쌓아둔 방이 바로 옆이라, “똥” 같은 냄새까지 섞여 있었다.

“이번엔 아비 안아주고 재워줄게”――어부가 깔깔 웃었다.

어둑한 구석 쪽에서, 반텐을 걸치고 다리싸개를 두른 채, 보자기를 삼각으로 뒤집어쓴 날품팔이 여자 같은 어미가 사과 껍질을 벗겨 선반에 배를 깔고 엎드린 아이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아이가 먹는 걸 보면서 자기는 돌돌 말린 껍질을 씹고 있다. 무어라 중얼거리기도 하고, 아이 곁의 조그만 보따리를 몇 번이고 풀었다 다시 싸주고 했다. 그런 여자가 일곱여덟 명이나 있었다. 배웅 올 사람 하나 없이 내지에서 온 아이들은 때때로 그쪽을 훔쳐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카락과 몸에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쓴 여자가 캐러멜 상자에서 두 알씩 그 근처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우리 겐키치랑 사이좋게 일해줘라, 응” 하고 말했다. 나무뿌리처럼 볼품없이 크고 거칠거칠한 손이었다.

아이 코를 풀어주는 여자,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는 여자, 뭔가 소곤소곤 말하는 여자, 여럿이었다.

“당신네 아이는 몸이 튼튼하겠수?”

어미들끼리였다.

“응, 뭐”

“우리 것은 워낙 약해서. 어쩌나 싶은디, 아무래도……”

“그건 어디나 매한가지지, 뭐”

――두 어부가 해치에서 갑판으로 고개를 내밀자, 한숨을 내쉬었다. 불쾌한 얼굴로, 갑자기 입을 다문 채 잡부 구멍보다 더 뱃머리 쪽의, 사다리꼴 자기네 “소굴”로 돌아갔다. 닻을 올리고 내릴 때마다 콘크리트 믹서 안에 던져진 것처럼 모두가 튀어 오르고 서로 부딪쳐야 했다.

어둑한 속에서 어부들은 돼지처럼 뒹굴고 있었다. 게다가 돼지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가슴이 당장 울컥 올라올 것 같은 악취가 풍겼다.

“지린내, 지린내”

“당연하지, 우리들인데. 슬슬 이렇게 썩어가는 냄새 좀 나야 할 거 아녀”

벌건 절구통 같은 머리를 한 어부가 일승병 그대로 술을 이 빠진 찻잔에 따르고, 마른 오징어를 우적우적 씹으며 마시고 있었다. 그 옆에 벌렁 자빠져서 사과를 먹으며 표지가 너덜너덜한 강담 잡지를 들여다보는 놈이 있었다.

네 사람이 둥그렇게 모여 마시고 있는데, 아직 못 마셔 안달인 놈 하나가 끼어들었다.

“……그렇다니까. 넉 달이나 바다 위야. 이번엔 이걸로 못 하겠다 싶어서……”

떡 벌어진 몸뚱이를 한 놈이 그렇게 말하며, 두툼한 아랫입술을 버릇처럼 핥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 지갑이 이 꼴이야”

마른 감처럼 쪼글쪼글한 얇은 동전지갑을 눈높이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 갈보년, 몸뚱이는 이만하게 작은 주제에, 기술은 끝내주더라고!”

“야, 그만해, 그만!”

“좋아, 좋아, 더 해봐”

상대가 헤헤헤헤 하고 웃었다.

“저것 봐, 저거, 기특하기도 하지. 응?” 취한 눈을 마침 맞은편 선반 아래에 고정시키고 턱으로 가리키며, “저거!” 하고 한 놈이 말했다.

어부가 그 아내에게 돈을 건네는 참이었다.

“저것 봐, 저거, 어!”

작은 상자 위에 구깃구깃한 지폐와 은화를 늘어놓고 둘이서 세고 있었다. 남자는 작은 수첩에 연필을 핥아가며 뭔가 적고 있었다.

“저거 봐. 응!”

“나한테도 마누라하고 자식은 있다고” 갈보 이야기를 한 어부가 갑자기 언짢은 듯 내뱉었다.

거기서 좀 떨어진 선반에, 숙취로 퉁퉁 부어오른 얼굴에 앞머리만 길게 늘어뜨린 젊은 어부가,

“나는 이번에야말로 배에 안 올라타겠다 했는데 말이야” 하고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주선꾼한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빈털터리가 돼버렸어.――또, 길고 긴 시간 개죽음 당하러 가는 거야”

이쪽에 등을 보이고 있는 같은 고장에서 온 듯한 사내가 그에게 뭔가 소곤소곤 말하고 있었다.

해치 입구에 처음 안짱다리를 내보이더니, 데굴데굴 구르는 커다란 옛날식 신겐 보따리를 짊어진 사내가 사다리를 내려왔다. 바닥에 서서 두리번거리다가 빈자리를 찾자 선반 위로 기어올라갔다.

“안녕하시오” 하고 옆 사내에게 머리를 숙였다. 얼굴이 뭔가에 물든 것처럼 기름때가 끼어 시커멓다. “동무로 끼워주시겠소”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 사내는 배에 오기 바로 전까지 유바리 탄광에서 칠 년이나 갱부 노릇을 했다. 그러다 저번 가스 폭발에 하마터면 죽을 뻔한 뒤로――전에도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이지만――문득 갱부가 무서워져서 광산을 내려와 버렸다. 폭발 때 그는 같은 갱 안에서 트로코를 밀며 일하고 있었다. 트로코에 석탄을 가득 싣고 다른 사람 담당 구역까지 밀고 갔을 때였다. 눈앞에서 마그네슘 백 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것 같았다. 그것과, 그리고 500분의 1초도 어긋나지 않게, 자기 몸이 종잇조각처럼 어딘가로 날아올랐다고 느꼈다. 수없이 많은 트로코가 가스 압력에 눈앞을 빈 성냥갑보다 가볍게 날아갔다. 그것뿐, 아무것도 몰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기가 신음하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감독과 갱부들이 폭발이 다른 데로 번지지 않도록 갱도에 벽을 쌓고 있었다. 그는 그때 벽 뒤에서, 구하면 구할 수 있는 탄광부들의, 한 번 듣고 나면 마음에 꿰매어박히기라도 하듯 결코 잊을 수 없는,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또렷이” 들었다.――그는 벌떡 일어서자 미친 듯이,

“안 돼, 안 돼!” 하고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 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전에는 자기가 직접 그 벽을 쌓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 멍청한 놈! 여기에 불이라도 옮겨붙어 봐라, 큰 손해야”

그러나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 가는 게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팔을 내젓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갱도를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넘어지고, 갱목에 이마를 들이받았다. 온몸이 진흙과 피투성이가 됐다. 도중에 트로코 침목에 걸려 업어치기라도 당한 것처럼 레일 위에 내동댕이쳐져 또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젊은 어부는,

“글쎄, 여기라고 그리 대단하게 다를 건 없지만……” 하고 말했다.

그는 갱부 특유의 눈부시게 뜨는 듯한, 누리끼리하고 윤기 없는 눈빛을 어부 위에 가만히 올려놓고 입을 다물었다.

아키타, 아오모리, 이와테에서 온 “농사꾼 어부” 중에는 떡하니 양반다리를 틀고 앉아 두 팔을 엇갈려 사타구니에 찔러 넣고 뻣뻣이 버티는 놈이 있는가 하면, 무릎을 껴안고 기둥에 기대며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술 마시는 것이며 제멋대로 떠드는 꼴을 멍하니 듣고 있는 놈도 있었다.――아직 어두울 때부터 밭에 나가도 그것으로 먹고살 수 없어, 쫓겨나오는 자들이었다. 장남 하나만 남기고――그래도 여전히 먹고살 수 없었다――여자는 공장 여공으로, 차남도 삼남도 어디론가 나가 일해야 했다. 솥에서 콩 튀기듯 남아도는 인간들은 줄줄이 땅에서 튕겨져 나와 도시로 흘러들었다. 그들은 모두 “돈을 남겨서” 내지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하고 와서 한번 뭍을 밟으면, 끈끈이에 발 붙은 참새처럼 하코다테나 오타루에서 파닥거린다. 그러고 나면 아주 간단히 “태어났을 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알몸이 되어 내팽개쳐진다. 내지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의지할 데 없는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해를 넘기기” 위해, 자기 몸을 코 풀어 쥐어짜듯 헐값에 “팔아야 했다”――그들은 그짓을 아무리 되풀이해도, 철없는 아이처럼 이듬해면 또 태연하게(?) 같은 짓을 해치웠다.

과자 상자를 등에 진 뱃길 장사 여자와 약장수, 거기에 일용품을 든 상인이 들어왔다. 한가운데 외딴 섬처럼 칸막이된 곳에 제각기 물건을 벌여놓았다. 모두가 사방 선반의 위아래 잠자리에서 몸을 내밀고 냉담을 던지거나 농담을 했다.

“과자 맛있냐, 이, 아가씨?”

“앗, 만지지 마!” 뱃길 장사 여자가 깜짝 놀라 소리 지르며 벌떡 뛰었다. “남의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대다니, 이 치사한 남자!”

과자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던 사내가 모두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리자 민망해서 껄껄 웃었다.

“이 여자 귀엽네”

변소에서 한쪽 벽에 손을 짚으며 위태로운 걸음으로 돌아온 주정뱅이가, 지나가다 불긋불긋 통통한 여자의 볼따구니를 콕 찔렀다.

“뭐야”

“화내지 마.――이 여자 안아주고 재워줄게”

그러고는 여자에게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 보였다. 모두가 웃었다.

“야 만주, 만주!”

저 구석 쪽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네에……” 이런 곳에서는 드물게 여자의 맑고 잘 통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마예요?”

“얼마냐고? 두 개나 있으면 불구지.――오, 만두, 만두!”――갑자기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전에 다케다라는 놈이 저 뱃길 장사 여자를 억지로 아무도 없는 데로 끌고 들어갔다지. 그런데 말야, 재밌는 게 뭐냐면. 아무리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거야……” 취한 젊은 사내였다. “……원숭이 팬티를 입고 있는 거라. 다케다가 느닷없이 힘껏 찢어버렸는데, 아래에 또 입고 있다는 거 아녀.――세 장이나 껴입었더래……” 사내가 목을 움츠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 사내는 겨울에는 고무신 공장 직공이었다. 봄이 되어 일이 없어지면 캄차카로 돈벌이를 나갔다. 어느 쪽 일이나 “계절 노동”이라 (홋카이도 일은 거의 다 그런 식이었다) 일단 야근이 시작되면 쉬지 않고 줄곧 이어졌다. “앞으로 삼 년만 더 살면 감사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싸구려 고무 같은 시체 빛깔 피부를 하고 있었다.

어부 무리에는 홋카이도 오지의 개간지나 철도 부설 공사장 함바에 “문어”로 팔려간 적 있는 놈이며, 각지를 떠돌다 굶은 “뜨내기”며, 술만 마시면 다른 건 다 꺼져라, 그것만으로 족한 놈들이 있었다. 아오모리 근처의 순박한 이장님에게 뽑혀 온 “아무것도 모르는” “나무뿌리 같이” 우직한 농사꾼도 그 속에 섞여 있다.――그리고 이처럼 제각각인 자들을 한데 모으는 게 고용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하코다테 노동조합은 게잡이 공선과 캄차카행 어부 속에 조직원을 심는 데 필사적이었다. 아오모리, 아키타 조합 등과도 연락을 취하면서.――그걸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풀 먹인 새하얀, 윗도리가 짧은 제복을 입은 급사가 “고물” 쪽 살롱에 맥주, 과일, 양주 잔을 들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살롱에는 “회사의 무서운 양반, 선장, 감독, 거기에 캄차카에서 경비를 맡을 구축함의 높으신 분, 수상경찰 서장님, 해원조합의 서류 가방”이 모여 있었다.

“젠장, 벌컥벌컥 마셔대는 게 지겨워 못 해먹겠네”――급사는 잔뜩 부어 있었다.

어부들의 “구멍”에 해당화 같은 전등이 켜졌다. 담배 연기와 사람 열기로 공기가 탁하고 악취가 나서, 구멍 전체가 그대로 “똥구덩이”였다. 칸막이된 잠자리에 뒹굴고 있는 인간들이 구더기처럼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였다.――어업 감독을 선두로, 선장, 공장 대표, 잡부장이 해치로 내려와 들어왔다. 선장은 위로 뻗친 콧수염이 신경 쓰이는지, 연신 손수건으로 윗입술을 눌러 쓸었다. 통로에는 사과며 바나나 껍질, 흐물흐물한 짚신, 신발, 밥알이 들러붙은 얇은 보자기 따위가 버려져 있었다. 물이 고여 썩은 도랑이었다. 감독은 쓱 그것을 훑어보며 거리낌 없이 침을 뱉었다.――모두 한잔 하고 온 모양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한마디 해두겠다” 감독이 인부 두목처럼 떡 벌어진 몸으로, 한 발을 잠자리 칸막이에 올려놓고, 이쑤시개로 입을 오물오물하며 때때로 이빨에 낀 것을 톡톡 튀겨 내고는, 입을 열었다.

“아는 놈도 있겠지만, 말할 것도 없이 이 게잡이 공선 사업은 단순히 한 회사의 돈벌이로 봐서는 안 되며, 국제적인 중대 문제다. 우리가――우리 일본 제국 신민이 대단한지, 러시아놈이 대단한지. 일대일 승부란 말이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리 없지만, 지게 되는 일이라도 있으면, 불알 달린 일본 사나이는 배를 갈라 캄차카 바다에 처박으란 말이다. 몸이 작다고 해서 멍청한 러시아놈한테 질 수 있겠냐.

“게다가 우리 캄차카 어업은 게 통조림뿐만 아니라 연어, 송어와 함께 국제적으로 봤을 때 다른 나라에는 비교도 안 되는 우수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일본 국내의 막다른 인구 문제, 식량 문제에 대해 중대한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이따위 소리를 해봤자 너희들한테 알아들을 리도 없겠지만, 아무튼 일본 제국의 큰 사명을 위해 우리가 목숨을 걸고 북해의 거센 파도를 가르고 가는 것이라는 걸 알아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쪽에 가서도 시종일관 우리 제국의 군함이 우리를 지켜주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러시아놈 흉내를 내서 엉뚱한 짓을 부추기는 놈이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일본 제국을 파는 놈이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단단히 명심해 두도록……”

감독은 술이 깬 탓에 재채기를 연거푸 했다.

술 취한 구축함의 높으신 분은 태엽 인형처럼 뻣뻣하고 삐걱거리는 걸음걸이로, 대기시켜 둔 런치에 타기 위해 트랩을 내려갔다. 수병이 위아래에서 가마니에 넣은 돌멩이 같은 함장을 부축하느라 거의 진이 빠져버렸다. 팔을 내젓고, 발을 버티고, 제멋대로 떠드는 함장 때문에 수병은 몇 번이고 정면으로 “침”을 얼굴에 뿌려졌다.

“겉으로는 뭐라뭐라 대단한 소릴 하면서 이 꼴이야”

함장을 태우고 나서, 한 수병이 트랩 계단참에서 로프를 풀며 슬쩍 함장 쪽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치울까……”

두 사람은 잠깐 숨을 삼켰다, 그러나……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Chapter 1 of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