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열 개의 바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一 어떤 사람들

나는 이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무엇이든 직관하는 동시에 해부해 버린다. 한 송이 장미꽃이 그들에게는 아름다우면서도, 결국 식물학 교과서 속 장미과(薔薇科) 식물로 보이는 것이다. 지금 그 장미꽃을 꺾고 있는 순간에도. ……

오직 직관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그들보다 행복하다. 성실함이라 불리는 미덕의 하나는 그들—직관하는 동시에 해부하는—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일생을 두려운 유희(遊戲) 속에 탕진한다. 온갖 행복은 그들에게 해부하기 위해 줄어들고, 온갖 고통 또한 해부하기 위해 늘어날 것이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말은 바로 그들에게 해당된다.

二 우리

우리는 반드시 우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조상은 모두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우리 안의 조상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업(業)”이라는 말은 이러한 불행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쓰인 것일 것이다.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은 곧 우리 안에 있는 조상을 발견하는 일이다. 아울러 우리를 지배하는 하늘 위의 신들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三 까마귀와 공작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사실은 우리가 끝내 우리 자신을 초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온갖 낙천주의적 눈가림을 걷어내면, 까마귀는 언제까지도 공작(孔雀)이 될 수 없다. 어느 시인이 쓴 한 행의 시는 언제나 그의 시 전부이다.

四 허공의 꽃다발

과학은 온갖 것을 설명하고 있다. 미래 또한 온갖 것을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다만 과학 그 자체이며, 혹은 예술 그 자체이다. ―즉 우리의 정신적 비약이 허공에서 낚아챈 꽃다발뿐이다. L‘homme est rien(인간은 무이다)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인간으로서”는 별달리 큰 차이가 없다. “인간으로서”의 보들레르는 온갖 정신병원에 넘쳐흐르고 있다. 다만 『악의 꽃』과 작은 산문시(散文詩)는 한 번도 그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을 뿐이다.

五 2+2=4

2+2=4라는 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의 사이에 무수한 인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온갖 문제는 이 + 안에 포함되어 있다.

六 천국

만약 천국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지상에서뿐이다. 이 천국은 물론 가시덤불 속에 장미꽃 피어난 천국일 것이다. 거기에는 “체념(諦念)”이라 불리는 절망에 안주한 사람들 외에는 개들만이 잔뜩 걸어 다니고 있다. 물론 개가 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七 참회(懺悔)

우리는 온갖 참회(懺悔)에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온갖 참회의 형식은 결국, “내가 한 일을 하지 말아라. 내가 말하는 것을 하여라”이다.

八 또 어떤 사람들

나는 또 어떤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무슨 일에도 쉬이 싫증을 모른다. 한 여인(女人)이나 한 가지 상념이나 한 송이 패랭이꽃이나 한 조각 빵을 더욱더 얻으려 한다. 그러므로 그들만큼 사치스럽게 사는 자는 없다. 그들만큼 비참하게 사는 자도 없다. 그들은 어느 새 여러 가지 것의 노예가 되어 있다. 남에게는 천국을 주어도, ―혹은 천국에 이르는 길을 주어도, 천국은 끝내 그들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 “다욕상신(多欲喪身, 욕심이 많으면 몸을 망친다)”이라는 말은 그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공작 깃털 부채나 모유를 먹여 기른 새끼 돼지 요리조차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는 결코 만족을 주지 못한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슬픔과 고통조차 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구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당연한 슬픔과 고통 외에도) 거기에 그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갈라놓는 한 줄기 도랑이 파여 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러나 바보 이상의 바보이다. 그들을 구하는 것은 오직 그들 이외의 사람들로 변하는 것뿐이다. 구원받을 길은 도무지 없다.

九 목소리

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속에서 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결코 들리지 않으리라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반드시 들린다. 우리 마음속에 한 줄기 불꽃이 남아 있는 한. ―물론 때로 그의 목소리는 후대의 마이크로폰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十 말(言葉)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쉬이 남에게 전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전달받는 상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옛날은 물론, 백수십 행에 달하는 신문 기사조차 상대의 마음과 맞지 않을 때에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의 말을 이해하는 자는 언제나 “제2의 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그” 또한 반드시 식물처럼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시대의 그의 말은 제2의 어느 시대의 “그” 이외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어느 시대의 그 자신조차 다른 시대의 그 자신에게는 타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제2의 그”는 “그”의 말을 이해했다고 믿고 있다.

(쇼와 2년 7월) [유고(遺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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