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물에 빠질 뻔한 남매
아리시마 다케오
도요나미라는 높은 파도가 바람도 없는데 바닷가로 밀려드는 무렵이 되면, 해수욕을 와 있던 도시 사람들도 차츰 별장을 닫고 돌아가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바닷가의 모래 위에도 물속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모래언덕에서라도 내려다보고 있으면 저렇게 많은 사람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였습니다만, 9월에 들어선 지 사흘째가 되는 그날에는 보이는 모래사장 어디에도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내 친구 M과 나, 그리고 여동생은 마지막 추억이라며 해수욕을 가기로 했습니다. 할머니가 파도가 거칠어지고 있으니 가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지만, 이렇게 날씨도 좋고 바람도 없으니 괜찮다고 하면서 말씀을 듣지 않고 나섰습니다.
마침 정오가 조금 지난 무렵이었고, 날이 활짝 갰으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한낮에도 풀숲에서는 벌써 풀벌레 소리가 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래는 뜨거워서 맨발이면 이따금 풀 위로 뛰어오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습니다. M은 수건을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쓴 채 부지런히 뛰어갔습니다. 나는 밀짚모자를 쓴 여동생의 손을 잡고 뒤따라 뛰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바닷물속에 잠기고 싶어서 셋은 숨이 차도록 서둘렀습니다.
너울이라고 하지요, 그 파도가 일고 있었습니다. 찰박찰박 작은 파도가 물가에서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좀 먼바다 쪽에 가늘고 긴 작은 산 같은 파도가 만들어져, 그것이 뭍 쪽을 향해 점점 밀려오면, 이윽고 그 작은 산의 꼭대기가 뾰족해지면서 쏴아 하고 큰 소리를 내며 단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한참 동안 사이를 두고 또 다음 파도가 작은 산처럼 밀려옵니다. 그리고 무너진 파도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모래 위로 기어 올라와서, 그 일대를 흰 거품으로 깔아 놓은 듯이 만들어 버립니다. 셋은 그런 파도의 모습을 보고 조금 으스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거기까지 와 놓고서, 그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영 싫었습니다. 그래서 여동생의 모자를 벗기고, 그것을 모래 위에 위로 향하게 놓고, 옷이며 수건을 그 안에 둘둘 말아 넣은 다음 우리 셋은 손을 맞잡고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물살이 사납네」
하고 M이 말했습니다. 정말로 그 말 그대로였습니다. 물살이라는 건 물이 먼바다 쪽으로 빠져 나갈 때의 힘을 말합니다. 그것이 그날은 굉장히 강하다고 우리는 느꼈던 것입니다. 복사뼈쯤까지밖에 물이 닿지 않는 곳에 서 있어도, 그 물이 빠져 나갈 때에는 마치 가파른 강물의 흐름 같아서, 발아래의 모래가 자꾸자꾸 패어 나가니, 방심하고 있다가는 넘어질 것 같을 정도였습니다. 그 물이 먼바다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눈이 어찔어찔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는 재미있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발바닥을 간질이듯 모래가 패어 나가면서 발이 자꾸자꾸 깊이 묻혀 들어가는 것이 더없이 재미있었던 것입니다. 셋은 손을 맞잡은 채 조금씩 깊은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먼바다 쪽을 향해 서 있으면, 무릎 부분에서 다리가 「ㄱ」 자로 굽혀질 것 같습니다. 뭍 쪽을 향하고 있으면 앞정강이에 와 닿는 물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두 발을 가지런히 하여 똑바로 선 채로 어느 쪽으로도 넘어지지 않는 것을 내기 삼아 보기도 하고, 한 발로 서기 시합을 해 보기도 하면서, 셋은 신이 나서 인어처럼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는 사이 M이 무릎쯤 깊이가 되는 곳까지 가 보았습니다. 그러자 너울이 올 때마다 M은 발돋움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습니다. 그게 또 재미있어 보여서 우리도 점점 깊은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파도가 없을 때에는 허리쯤까지 물에 잠길 만큼의 깊은 곳까지 나오고 말았습니다. 거기까지 가니 파도가 오면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둥실 떠오르지 않으면 물을 먹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둥실 떠오르면 우리는 굉장히 높은 곳에 온 것 같았습니다. 파도가 지나가 버리니 바닥에 발을 디디면 바닷가 쪽을 봐도 바닷가는 보이지 않고 파도의 등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 파도가 첨벙 무너져 내립니다. 물가가 온통 하얘지면서 갑자기 모래언덕이며 여동생의 모자 같은 것이 손에 잡힐 듯이 보입니다. 그것이 또 더없이 재미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셋은 도요나미가 위험하다는 것도 뭐도 다 잊어버리고 파도 넘기 놀이를 잇달아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큰 파도가 와요」
하고 먼바다 쪽을 보고 있던 여동생이 조금 겁먹은 목소리로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우리도 무심코 그쪽을 보니, 여동생의 말 그대로, 지금까지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큰 파도가 두 팔을 벌리는 듯한 모양으로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헤엄을 잘 치는 M마저도 좀 께름칙한 듯 뭍 쪽을 향해 조금이라도 얕은 데로 도망치려고 한 정도였습니다. 우리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허리부터 위를 앞으로 푹 숙이고 두 손을 또 그 앞으로 내밀며 헤엄치는 듯한 자세로 걸으려 했지만, 어쨌든 물살이 거세니 발을 들어 올리는 것도 앞으로 내딛는 것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마치 꿈속에서 무서운 놈에게 쫓기고 있을 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우리가 얕은 곳까지 가는 것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보는 사이에 크게 가까이 와서, 그 꼭대기에는 반짝반짝 흰 거품이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M은 뒤에서 큰 소리로,
「그렇게 그쪽으로 가면 안 돼, 파도가 부서지면 말려들 거야. 이 틈에 파도를 넘는 편이 좋아」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나와 여동생은 멈춰 서서 어쩔 수 없이 파도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높은 파도가 병풍을 죽 세워 놓은 듯이 밀려왔습니다. 우리 셋은 마침 알맞게 부서지기 전에 파도의 등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몸이 휘말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용케 그 큰 파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셋은 그제야 안심하고 헤엄치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빙긋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파도가 지나가 버리자 셋이 함께 헤엄을 멈추고 본래대로 바닥의 모래 위에 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우리는 헤엄을 멈추기가 무섭게 셋이 모두 풍덩 물속으로 잠겨 버렸습니다. 물속으로 잠겨도 발은 모래에 닿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허둥거렸습니다. 그리고 죽기 살기로 허우적 헤엄을 쳐서, 겨우 물 위로 얼굴만 내밀 수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셋이 서로 마주 본 눈이라니, 얼굴이라니, 어찌나 기가 막혔는지요. 얼굴은 새파랬습니다. 눈은 튀어나올 듯이 부릅떠 있었습니다. 방금 그 파도 한 번에 어딘가 깊은 곳까지 떠밀려 왔다는 것을 우리는 말을 맞추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말을 맞추지 않아도 우리는 뭍 쪽을 향해 헤엄칠 수 있는 만큼 헤엄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셋은 잠자코 몸을 옆으로 눕혀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힘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M은 열넷이었습니다. 나는 열셋이었습니다. 여동생은 열하나였습니다. M은 해마다 학교의 수영부에 다니고 있었기에 어쨌든 보통은 헤엄칠 줄 알았지만, 나는 옆 헤엄을 조금 알 정도였고, 물 위에 위를 향해 뜨는 법을 막 익혔을 뿐이었으며, 여동생은 겨우 부판을 떼고 두세 간 헤엄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보십시오, 우리는 보는 사이에 먼바다 쪽으로 먼바다 쪽으로 떠밀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머리를 절반쯤 물속에 담그고 옆으로 헤엄치면서 이따금 머리를 들어 보면, 그때마다 여동생은 먼바다 쪽으로 나에게서 멀어져 가고, 친구 M은 반대로 뭍 쪽으로 나에게서 멀어져 가, 한참 뒤에는 셋이 겨우 목소리가 닿을 만큼 서로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파도가 올 때마다 나는 여동생을 놓치거나 M을 놓치거나 했습니다. 내 얼굴이 보이면 여동생은 뒤쪽에서 있는 힘껏 목소리를 짜내며,
「오빠 와 줘요…… 이제 가라앉아…… 괴로워」
하고 부르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동생은 코까지 물에 잠기면서 목소리를 내려 하는 것이라, 그때마다 물을 먹는지 새파랗게 괴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듯이 보입니다. 나도 앞으로 헤엄치면서 마음은 자꾸만 뒤로 끌렸습니다. 몇 번이고 여동생이 있는 쪽으로 헤엄쳐 가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쁜 사람이었던 모양으로, 이렇게 되니 내 목숨을 살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동생 있는 데로 가면, 둘 다 함께 먼바다로 떠밀려 가 목숨이 없으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무서웠던 것입니다. 어쨌든 빨리 뭍에 닿아 어부에게라도 구하러 가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그것은 얍삽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마음먹자 나는 이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뭍 쪽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빠지려 하면 위를 향해 물 위에 누워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그래도 뭍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죽을힘을 다해……, 그러다가 선헤엄처럼 되어 발을 모래에 디뎌 보려 하니, 또 풍덩 머리까지 잠겨 버렸습니다. 나는 허둥거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죽을힘을 다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서서 보니 물이 무릎쯤밖에 오지 않는 곳까지 헤엄쳐 와 있었던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습니다. 휴 하고 안심했다 싶으니, 이미 정신없이 나는 울음 섞인 소리를 지르며,
「살려 주세요」
하고 모래사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습니다. 보니 M은 저 멀리 건너편에서 나와 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뛰어다니면서도 여동생 쪽을 보는 것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물가에서 한참 먼 곳에, 파도에 가려졌다 나타났다 하면서, 가엾은 여동생의 머리만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해변에는 배도 없습니다, 어부도 없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여동생을 내버려 두고 온 것이 견딜 수 없이 슬퍼졌습니다.
그때 M이 저 멀리 건너편에서 한 젊은 남자의 소매를 잡아끌고 이쪽으로 뛰어왔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자 모든 것을 잊고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젊은 남자라는 사람은, 그곳 사람이기는 하겠지만, 어부로는 보이지 않는 지나가던 길손으로, 어깨에 무엇인가를 지고 있었습니다.
「빨리…… 빨리 가서 구해 주세요…… 저기예요, 저기예요」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는 채로, 발을 동동 구르다시피 재촉하면서, 떨리는 손을 뻗어 여동생의 머리가 빼꼼히 물 위로 떠 있는 쪽을 가리켰습니다.
젊은 남자는 내가 가리키는 쪽을 가만히 가늠하더니, 이내 재빨리 어깨에 지고 있던 것을 모래 위에 내려놓고, 허리띠를 술술 풀어 옷을 함께 그 위에 놓고는, 첨벙 파도를 가르며 바닷속으로 들어가 주었습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울며, 두 손의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입 안으로 밀어 넣고, 그것을 꽉 이로 깨물면서, 그 사람이 자꾸자꾸 먼바다 쪽으로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내 발이 어떤 자리에 디디고 있는지, 추운지, 더운지, 조금도 알 수 없습니다. 손과 발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양손을 번갈아 빼며 헤엄쳐 나가는 청년의 머리도 차츰 작아지고, 여동생과의 거리가 보는 사이에 가까워졌습니다. 청년의 몸 둘레에는 흰 거품이 반짝반짝 빛나며, 물을 가르는 손이 젖은 채로 날치가 날아오르듯이 바다 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합니다. 나는 그런 광경을 정신없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청년의 머리와 여동생의 머리가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는 무심코 손가락을 입에서 빼고, 큰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쪽으로 오는 것이 어찌나 더디던지요. 나는 또 아무런 까닭도 없이 모래 쪽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도무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여동생의 머리는 몇 번이고 물속으로 잠겼습니다. 어떨 때는 푹 가라앉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래도록 다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청년도 어쩐 일인지 물 위로 보이지 않게 되곤 했습니다. 그런가 싶으면, 폭 하고 솟구치듯 물 위로 높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쩐지 묘기 헤엄이라도 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그러는 사이에 두 사람은 점점 물가 가까이로 와서, 마침내 그 얼굴까지 또렷이 보일 만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대는 밀려오는 파도가 무너지는 곳이라, 두 사람은 함께 몇 번이고 흰 거품의 소용돌이 속으로 모습을 감추곤 했습니다. 이윽고 청년은 기다시피 해서 물가까지 다다랐습니다. 여동생은 그렇게 얕은 데에 와서도 청년의 등에 업힌 채 매달려 있었습니다. 나는 기뻐 어쩔 줄 모르고 그 자리까지 달려갔습니다.
달려가 보고 깜짝 놀란 것은 청년의 모습이었습니다. 가쁘게 깊이 숨을 들이쉬며, 몸은 지칠 대로 지친 듯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내가 다가온 것을 보자 정신없이 뛰어왔지만 문득 마음을 고쳐먹은 듯 나를 피해서 모래언덕 쪽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때 나는 여동생이 나를 원망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챘고, 그것이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없이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친구 M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하고, 나는 청년 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저 멀리 모래언덕 쪽을 할머니를 부축하며 뛰어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동생은 진작에 그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가려는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안심하고, 청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무엇인가 말하려 하니, 청년은 귀찮은 듯 내 손을 뿌리치고, 물이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가슴께를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어쩐지 말을 거는 것조차 망설여져서 잠자코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아아 당신이 이 아이를 구해 주셨군요. 뭐라고 사례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곁에서 숨이 차서 헐떡이며 깊이깊이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나는 들었습니다. 여동생은 머리부터 흠뻑 젖은 채로 흐느껴 울며 할머니에게 꼭 안겨 있었습니다.
우리 셋은 젖은 채로, 옷이며 수건을 옆구리에 끼고 할머니와 함께 집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청년은 겨우 일어나 몸을 닦고 가 버리려 하는 것을, 할머니가 굳이 청하셨기에 잠자코 우리 뒤를 따라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여동생을 위한 잠자리가 펴져 있었습니다. 여동생은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자리에 눕혀지자, 그만 정신을 잃은 듯이 되어 열을 내며 나뭇잎처럼 떨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굳센 분이라 부지런히 보살핌을 마치고서, 청년을 향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사례의 말씀을 드리셨습니다. 청년은 인사말도 차마 못 하는 사람이라, 그저 잠자코 끄덕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가까스로 그 사람이 사는 곳만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청년은 보리차를 마시면서, 여동생 쪽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두세 번 머리를 숙이고는 돌아가 버렸습니다.
「M 군이 뛰어들어 와서 너희들 일을 말했을 때엔,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단다. 아버지와 어머니께 부탁받고 있는데, 너희들이 죽기라도 한다면 나는 살아 있을 수가 없으니 함께 죽을 작정으로 그 모래언덕을, 얘야, M 군보다도 빨리 뛰어 올라갔지. 그래도 저 사람이 마침 지나가 준 덕분에 살아나기는 했지만 무서운 일이었지, 이제는 정말 조심해 주지 않으면 정말이지 곤란하단다」
할머니는 이윽고 정색을 하시며 나를 앞에 앉히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평소에는 다정하신 할머니였습니다만, 그때의 말씀에는 나는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고 말았습니다. 잠시라도 자기 혼자만 살고 싶다고 생각한 나는, 마음속을 사방에서 바늘로 찔리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울려 해도 울 수도 없어서 굳어진 채로 우두커니 할머니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습니다. 쨍하니 뜨거운 햇볕이 툇마루 너머의 모래에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청년이 사는 곳에는 할머니가 직접 사례하러 가셨습니다. 그리고 사례의 마음으로 무언가 할머니가 가지고 가신 것을 그 사람은 아무리 권해도 받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대여섯 해 동안은 그 청년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의 좋으신 할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내 친구 M은 묘한 일로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죽고 말았습니다. 여동생과 나만이 지금도 살아남아 있습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여동생에게 할 때마다, 그때만큼은 오빠가 마음속 깊이 원망스러웠다고 여동생은 언제나 말합니다. 파도가 높아지면 여동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던 그때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공연히 무서운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