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가을이 오면 먹거리가 맛있다. 나처럼 겨울이건 여름이건 사철 강과 바다로 낚시 길에 올라 신선한 물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조차도, 가을이 오면 유달리 생선 살의 어장(魚漿, 살과 즙)에 깊은 맛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유독, 올해 입추 무렵부터의 은어는 맛이 좋았던 듯싶다. 통틀어 올해만큼 은어의 자람이 더뎠던 해는 없었다. 예년이라면 도요(土用) 끝물에는 살이 오르는 절정에 다다라, 길이도 늘고 살집도 둥그러져서 8월 중순이 지나면 배에 알을 품게 마련인데, 올해는 도요가 지나도 어린 은어의 모습 그대로였다. 따라서 배에 알을 품은 은어도 드물었다.

날씨도 통틀어 더디 오는 듯이 느껴진다. 여느 해라면 가을이 들어서면 한낮에는 덥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산뜻한 북풍이 슬며시 불어들어 살갗에 청량함을 안겨 주는 법인데, 하늘의 구름에서도 기운의 움직임에서도 초가을다운 무엇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덥다 덥다 하며 헐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음력 백중(旧盆)이 8월 하순에 들어왔을 정도이니, 날씨가 더디 오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은어도 날씨와 함께 자람이 더뎠다. 나는 가을이 들어서면, 조에쓰(上越) 국경을 넘어 니가타 현의 우오노가와(魚野川)로 은어를 좇아 도모즈리(友釣り) 길에 올랐다. 그것은 8월 10일 무렵이었다. 양충(恙虫, 쓰쓰가무시)이 있다고 이름난 우라사(浦佐) 마을 앞에서 낚았는데, 처음에는 은어의 모습이 너무 작은 데에 놀랐던 것이다. 그러더니 열흘쯤 줄곧 낚는 동안에 은어는 차츰 자라났으되, 배의 생식선은 도통 발달해 오지 않았다. 곧 배 속에 알이며 이리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8월 중순에 낚은 우오노가와의 은어에 어느 놈에게나 알이 자라 있었건만, 올해의 은어는 아직 어린아이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8월 하순에 들어서고서야 비로소 은어는 어엿한 모습으로 자라났다. 한 마리 서른 몬메(약 113그램) 안팎의 무게로 살이 올랐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 강의 은어는 자람이 한 달 이상이나 더뎠다. 그리고 8월 하순에 들어서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은어다운 맛이 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9월 7, 8일 무렵이 도모즈리의 막낚시였다. 표일본(表日本)에 견주면, 에치고(越後) 땅에는 서늘한 가을이 일찍 찾아든다. 그래서 은어도 다른 강보다 일찍 늙어 떨어지는 은어가 되니, 9월 10일이 지나면 맛이 떨어져 낚아도 그 진미를 누리기가 어려운 법인데, 올해는 8월 하순부터 진정한 낚시철로 접어들었으니, 맛도 볼 만해졌다. 하여,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참으로, 야릇한 해라고 생각한다.

8월 하순에는 후쿠시마 현의 사메가와(鮫川)에도 가 보았다. 이곳의 은어도 이미 잘 자라 있었으나 아직 매우 앳된 살빛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세간에서 깎아내릴 만큼 맛이 떨어지는 은어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 무렵 그러한 모습이었으니, 9월에 접어든 요즈음에도 한창 잘 낚이고 있을 것이라 어림짐작하고 있다.

이바라키 현의 구지가와(久慈川)는 근년에 수력 발전 공사며 철도 공사, 도로 공사 따위로 강바닥의 돌을 망쳐 놓은 까닭에 은어의 질이 낮아져, 도치기 현의 나카가와(那珂川) 은어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맛이 떨어진 것이 안타깝다. 쇼센(省線, 국유철도)의 스이군선(水郡線)이 미토(水戸)에서 고리야마(郡山)로 이어지지 않던 시절의, 다이고(大子) 마을을 중심으로 한 구지가와에서 잡히던 어엿한 은어를 떠올리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있다. 한 번 더, 그 은어를 먹어 보고 싶다.

하지만, 변함없이 도치기 현 기누가와(鬼怒川)의 은어 향내는 짙다. 9월 상순, 도치기 현 하가 군 가미노카와 마을 앞 기누가와에서 낚아 보았다. 한 마리 서른 몬메 이상으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다. 지금 도쿄에서 동쪽으로, 기누가와의 은어만 한 향내를 지닌 은어를 내는 강은 드물다. 나는 올해 비로소 기누가와의 은어를 먹고 향내라 할 만한 것을 느꼈던 것이다. 다만, 배에 모래가 들어 있는 것이 흠이다.

도네가와(利根川) 고칸(後閑) 앞의 은어가 사라진 뒤로는, 살과 향이 다 같이 기품 높은 은어는 간토 지방에서는 얻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하코네에서 서쪽으로는, 이즈의 가노가와(狩野川) 은어가 좋다. 맛도 좋고 향내도 짙다. 그리고 해마다 10월까지 윤기 도는 은어가 낚여 가을의 진미를 만끽할 수 있었건만, 올해는 7월 중순에 상류의 광산에서 독수(毒水)를 흘려보낸 탓에 은어는 상당수가 죽어 나갔다. 하여, 올여름은 큰 어획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은어는 어디서 모여든 것인지, 8월 중순부터 9월에 들어선 뒤로 나가오카 온천(長岡温泉)이며 지고부치(稚児淵) 앞 부근에서 제법 낚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예년처럼 10월 중순까지 가노가와의 맛 좋은 은어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가을의 진미로 따로 적어 두고 싶은 것은 후지가와(富士川)의 은어다. 요즈음에는 야마나시 현 가지카자와(鰍沢) 앞 상류부터, 하류로는 시즈오카 현 이와부치(岩淵) 앞에 이르기까지 십수 리(약 사오십 킬로미터) 어디서나 낚인다. 본디 후지가와는 수원(水源) 일대의 산이 깊고 비가 많은 까닭에, 늘 흐려지기 일쑤여서 일 년 가운데 낚시에 좋은 조건을 갖춘 날이 며칠도 되지 않는다. 일 년을 통틀어 스무 날도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으면 상등한 셈이었건만, 올해는 산에 비가 적었던 탓인지 십수 년 만에 오랫동안 맑은 물이 흘렀다. 따라서 은어가 큼직하게 자랐다.

6월 초부터 9월 이맘때까지, 매일같이 낚였던 것이다. 요즈음에는 작은 은어라도 스무 몬메 가량, 큰 놈은 일흔 몬메짜리가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다. 어부의 말을 들어 보면, 올해는 백 몬메 이상으로 자란 은어도 있다고 한다. 다만 이 큰 은어는 힘이 세기에 바늘에 걸려도 낚싯줄을 끊고 달아나 버린다. 그러기에 큰 은어는 건드리지 않기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큰 은어를 회로 떠서 먹는다면 자못 맛이 좋은 것이다.

후지가와의 은어도 자람이 더뎠던 까닭에, 어느덧 9월 하순이라는데도 참으로 앳되다. 배에 알이 갓 들어찼을 뿐이고, 아직 떨어지는 은어의 풍취에 이르지는 않았다. 곧, 지금이 한창때이다. 에치고의 우오노가와 은어와 마찬가지로, 한 달은 늦어져 있다. 하여, 10월 중순까지는 시즈오카 현 안에서도 야마나시 현 안에서도 큼직하고 어엿한 은어가 낚이리라 본다.

은어는 예순, 일흔 몬메로 자라면 어엿한 놈이다. 손수 낚은 은어를 그대로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 구워서 먹으면, 이를 일러 진미라 한다. 그런데 나는 8월 하순 미노국(美濃国) 가미호가와(上保川) 상류의 군조 군(郡上郡) 앞에서 잡혔다는 쉰, 예순 몬메짜리 큰 은어를, 쓰키지(築地)의 어느 요릿집에서 먹어 보았다. 하지만 모양새만 어엿했을 뿐, 맛도 향도 사라져 버려 있었다. 이는 산지에서 긴 길을 이삼일 동안 얼음에 채인 채 운반되어 온 까닭에, 얼음에 향과 기름기를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손수 낚은 은어는 곧장 그날 밤에 먹는 것이 으뜸이라 하겠다.

이달 하순이 되면 배의 알도 자라 오를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은어는 살보다도 알에 깊은 맛이 있다고 하는 이가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의 기호이니 옳고 그름은 별개로 하고서, 배 가득 알을 품은 큰 은어 또한 어엿하다. 그 큰 은어는 떨어지는 은어 무렵이 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후지가와에서 떨어지는 은어가 낚이는 것은, 올해는 10월에 접어들고 나서일 것이다. 미노부 선(身延線)의 도시마(十島) 역, 이나코(稲子) 역, 시바카와(芝川) 역 따위가 좋다고 보지만, 더 하류의 후지(富士) 역 앞도 더없이 좋은 자리이다.

은어의 모양새와 향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후지가와의 떨어지는 은어를 잊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올해는 도쿄의 낚시꾼들로 후지가와는 크게 북적였다. 한데, 좀 멀리 있는 까닭에 엔슈(遠州)의 덴류가와(天竜川) 은어는 그다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덴류는 후지보다 수량이 많은 강이다. 그런 만큼 은어는 더욱 많이, 더욱 크게 자란다.

몇 해 만인지, 올해의 덴류가와는 잘 맑아 있었다. 요즘 낚이는 은어 가운데 백 몬메를 넘는 놈이 적지 않다고, 그 고장의 낚시 벗에게서 소식이 왔다. 알을 품은 큰 은어의 미소 덴가쿠(味噌田楽) 구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혀에 휘감긴다.

●도서 카드

Chapter 1 of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