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설날(元日)

나쓰메 소세키

설날을 경사스러운 날로 정해 놓은 사람이 대체 어디의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간이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동안에는 신문사만 곤란할 따름이다. 잡록이든 단편이든 소설이든 또는 하이쿠(俳句)·한시(漢詩)·와카(和歌)든, 일단 설날 지면에 오르는 이상은 아무리 설날다운 얼굴을 하고 있다 한들, 설날에 지은 작품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물론 섣달에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서는 안 된다고 일러받은 처지가 아닌 만큼, 세말(節季)에 정월다운 시늉을 하여 무어라도 적어 두면, 한 해 안에 떡을 쳐 두었다가 하루가 밝자마자 조니(雑煮, 일본 설 떡국)로 우물거리는 정도의 일과 다를 바가 없겠으나, 경사스러운 실경이 모자란 오늘날, 경사스러운 상상 따위가 쉬이 신문사의 머릿속에 깃들 리 없다. 이를 억지로 경사로워 보이려 들면, 이른바 「태창(太倉)의 좁쌀이 묵어 서로 기댄다」는 자못 경사롭지 못한 현상으로 썩어 버리고 만다.

여러 군자들은 마지못해 그해의 띠 동물에 빗대어 닭에 관한 글을 적기도 하고 개에 관한 글을 적기도 하건만, 이는 도리어 말장난을 늘어놓은 정도의 것이라, 요컨대 설날 및 신년의 실질에는 가렵지도 아프지도 않은 한가한 일거리이다. 아무리 초간(初刷, 신년 첫 신문)이라 한들, 그런 잡담으로 열 페이지든 스무 페이지든 메워지는 날에는, 설날의 신문은 그저 무게에서 각 사가 다투는 셈이 되니, 그 잘되고 못됨을 가늠하는 안목 있는 심판자는 독자 가운데서 오직 고물상뿐이라 일컬어진들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다 한들, 이미 몇십 페이지인지 정해진 위에 머릿수를 채우는 편이 편리하다는 까닭이고 보면, 설령 안목 있는 자가 고물상이든 표구사든, 상대를 가려서 붓을 잡는다는 호사 따위 부릴 수 있는 가업이 아니다. 작년에는 「원단(元旦)」이라 표제를 달고 잠시 생각하였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기에, 재작년 설날의 일을 적었다. 재작년 설날에 교시(虚子)가 정월 인사를 왔기에 「도호쿠(東北)」라는 우타이(謡, 노가쿠 가창)를 불렀더니, 교시가 북을 치기 시작하여 나의 우타이가 대단히 흐트러져 버렸다는 한 토막을 편집부로 돌렸다. 실인즉, 진짜 설날이라면 나의 우타이는 한층 능숙해져 있을 터이니, 그 능숙해진 부분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싶었으나, 어찌하랴, 붓을 잡고 있던 때는 설날까지 아직 사이가 있었고, 더구나 교시가 정월 인사로 모습을 보일지 않을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우타이를 부르는 일도 전혀 미정이었으므로, 영업상 어쩔 수 없이 일 년 전의 매우 고백하기 어려운 부분을 고백한 것이다. 이 차례로 가자면 올해는 또 작년 설날을 독자에게 보여 드려야 할 셈이지만, 그렇게 자주 과거의 어설픈 부분만 떠벌리는 일은, 아무리 보아도 현재의 자신에게 모욕을 가하는 듯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기에 일부러 생략하였다. 그래서 더더욱 막혀 버렸다.

설날 신문에 실릴 글에는 이러한 곤란이 어떻게든 따라붙어 난감하다. 사실 지금 원고지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실인즉 12월 23일이다. 집에서는 떡도 아직 치지 않았다. 동네에서 마쓰카자리(松飾り, 정월 솔 장식)를 세운 집은 한 채도 없다.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을 적을까 생각하면, 적을 거리의 곤란 외에 어쩐지 혼자만 앞서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고 있는 글이 어딘가 도소(屠蘇, 정월 약주)의 향을 띠고 있는 것은, 정월을 맞이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까닭이 아니다. 무엇이든 짜 맞추어 글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의무를 깨우친 문학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세간이 설날에 대한 편견을 거두어, 길흉화복이 함께 일어날 수도 있는 평범하고도 어수선한 하루로 보아 준다면, 나 또한 나들이옷 같은 격식을 벗어 두고 평상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니, 비록 적는 글에서 술 취한 가락이 가시지 않는다 한들, 한층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초간의 페이지 수도 평상으로 돌아오는 셈이니, 굳이 설날에만 적지 않으면 안 되는 필요도 사라질지 모른다. 그것 또한 쓸쓸한 일인 듯하지만, 요즈음처럼 설날에 가락을 맞춘 글을 적으려 함은, 마치 문부대신이 새로운 재료가 없음에도 모든 졸업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읽어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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