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아쿠타가와 군과 나의 교제는 그가 죽기 전 불과 2~3년 정도였으나, 질적으로는 꽤 깊은 데까지 파고든 교제였다. “자네하고 좀 더 일찍이, 진작 알고 지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아쿠타가와 군도 자주 말했다. 나 역시 비슷한 감회를 품고 있었던 터라, 돌연 자살의 보도를 접했을 때는 배신당한 듯한 분노와 쓸쓸함을 느꼈다.

아쿠타가와 군의 성격에는 한편으로 사교적인 자질이 있었던지라 친구가 무척 많았다. 그러나 정말로 흉금을 터놓은 친우라 할 만한 이는 의외로 적은 듯했다. “내 지난날의 회한은 친구를 잘못 둔 것이다.”라는 의미의 말을 어떤 때엔 사무치듯 내게 흘리기도 했다. 요컨대 아쿠타가와 군은, 자기와 반대되는 성격을 지니고서 자기가 관념상으로 이데아(idea)로 떠올리고 있는 바를 구체적으로 표출해 주는 그런 친구를 원했던 것이다. 평소 기쿠치 간(菊池寛) 씨를 경애하여 “영웅”이라 부르던 것도 역시 그 반대 성격에 끌렸기 때문이며, 마치 저 신경질적인 보들레르가 호방하고 세속적인 위고를 숭경하던 것과 매한가지다. 그런데 아쿠타가와 군 주위에 모이는 사람들은 대개 그와 같은 유형의 인물뿐이었던지라, 교제는 넓었으나 그만큼 마음자리는 외롭고 쓸쓸했으리라.

이러한 아쿠타가와 군에게 무로 사이세이(室生犀星) 군이나 나 같은 인간은, 분명 별난 부류의 친구였음에 틀림없다. 특히 무로 군에게는 각별한 경탄을 품은 듯, 늘 “저런 진귀한 사내는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곤 했다. 아쿠타가와 군처럼 인텔리 형의 수재 기질에 문명인다운 섬세한 신경으로 사교적 예절에만 마음을 지치게 하던 사람에게, 무로 군의 자연아다운 야성과 소박함은 분명 통쾌한 경탄이었으며 영웅적으로까지 비쳤으리라. (그 무렵의 무로 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야성적이었다.) 한편 무로 군 쪽에서도 스스로 그 야성을 깊이 부끄러워하고 있었고, 늘 “교양 있는 신사”라는 것을 이데아로 삼고 있었던지라, 교양이며 취미 면에서 문화적으로 세련된 아쿠타가와 군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이상의 인물로 여겨졌던 것이다. 내가 아직 아쿠타가와 군을 알지 못하던 시절, 무로 군은 종종 내게 이야기하기를 “그이 같은 문명인종, 그이 같은 예절 바른 인물을 본 적이 없네.”라며 일마다 감탄의 말을 흘리곤 했다. 후년에 이른 무로 군의 교양과 취미 생활은, 아쿠타가와 군과의 교제를 통해 배운 바가 분명 있었던 것이다.

나와의 교제에서 어떤 점이 아쿠타가와 군의 흥미를 끌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내 성격 가운데 있는 니힐리스틱한 경향이라든지 다분히 아나키스틱한 기질에 별다른 의미의 관심을 품었던 것이리라. 「갓파(河童)」가 잡지에 실렸을 때, 내가 추천하여 칭찬한 데 대해 아쿠타가와 군은 “자네가 읽어 주기를 바랐던 것일세” 하고 말했다. 그 뒤로도 신작이 나올 때마다 내 의견을 자주 구했으며, 내 엉터리 같은 독단적 비평을 열심히도 귀 기울여 들어 주었다. 한편 아쿠타가와 군 쪽에서도 내 시 같은 것을 곧잘 읽어 주었고, 때때로 적절한 비평을 해 주었다. 내 시 가운데서는 향토망경시(郷土望景詩) 몇 편이 가장 마음에 든 듯, 입에 침이 마르도록 격찬해 주었다.

다른 여러 친구들에게 아쿠타가와 군은 늘 도회인다운 재담이나 농담을 늘어놓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와의 교제에서는 한 번도 그런 회화를 한 적이 없다. 나처럼 칠칠치 못한 시골뜨기에게는 재담 같은 것이 통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것이리라. (실로 또한 그대로였다.) 아쿠타가와 군과 나의 회화는 늘 삶의 의의를 회의한다든지, 생사의 문제를 논한다든지, 종교 철학에 관한 것뿐이었다. 이러한 여러 문제에 대해 아쿠타가와 군은 매우 회의적이었으며, 절망적으로 니힐리스틱하기까지 한 듯이 보였다. 그 점에서 내 사상은 아쿠타가와 군과 공명하는 바가 많았다. “자네와 나는 문단에서 가장 닮은 두 시인일세.”라고 아쿠타가와 군은 늘 이야기했다. 아쿠타가와 군은 스스로 “시인”이라 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말하자면 아쿠타가와 군이 내게 품은 진짜 흥미는, 역시 무로 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 기질 가운데의 야성적 직정에 있었으리라.

가마쿠라에 살고 있을 때, 어느 밤 늦은 시각에 아쿠타가와 군이 찾아왔다. 도쿄에서 후지사와로 가는 길에 자동차로 들렀던 것이라 한다. 밤 열한 시쯤이었다. 잠옷 차림으로 일어난 나와, 어둑하고 음울한 전등 아래에서 한 시간쯤 이야기를 나누었다. 들어오자마자 대뜸 아쿠타가와 군은 손을 펴서 내게 보였다. 그러고는 “어떤가. 손가락이 떨리고 있지 않은가. 신경 쇠약의 증거일세. 자네, 한번 해 보게.”라고 말했다. 이어 한동안 사후의 생활 이야기를 하더니, 매우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자살하지 않는 염세론자의 말 따위가 무슨 미더울 것이 있겠나.” 그러고는 허둥지둥 도망치듯 돌아갔다.

이 가마쿠라에서의 하룻밤 일은 지금까지도 어딘가 섬뜩하게 잊히지 않는다. 밤 열한 시, 불의의 자동차, 어둑한 전등, 가늘고 긴 다섯 손가락, 사후의 생활 이야기, 흐트러진 긴 머리, 창백한 병약한 얼굴, 그림자처럼 사라지던 뒷모습. 모든 인상이 악몽처럼 느껴졌다. “아아 무서워라!” 하고 그가 돌아간 뒤에 아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래도 당시 나는 그에게 자살의 결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다만 그가 즐겨 쓰던 “귀(鬼)”라는 말이, 그 아호 위로 보든 문학상으로 보든, 또 인물의 풍채상으로 보든 어울린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꼈다.

●도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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