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2

하늘에는 해와 달이 비추는 빛이 변함없고, 봄이면 피는 꽃의 화창한 정취도 이 뜬세상 만인에게 한가지일 터인데, 우듬지의 폭풍이 어찌하여 이곳에만 사납게 부는 것인가, 가엾게도 죄 없는 한 몸이 가지와 잎이 흩어지듯 흩어진 불운에, 모질고 모질어라 열네 해의 봄가을을 비에 맞고 바람에 시달려, 가까스로 남은 옥구슬 끈 같은 목숨이 스스로도 한스러운 처지를 떠도는 아이가 있더라.

어머니는 이 아이가 네 살 되던 해, 손수 집을 나가 자기 한 몸 고통을 면하려 함은 아니었으나, 기울어 가는 가운(家運)을 되돌리기 어려움을 아는 친정 부모들이, 이렇듯 기댈 데 없는 사내에게 평생을 맡겨 눈물 속에서 보내게 함은 가여운 일이라, 젖을 떼어 두는 이별이 비록 슬프다 한들 자식은 단 하나뿐이지 않으냐고, 그럴듯한 의견을 여인의 어수룩한 귀에 속삭이니, 남편에게는 마음 남길 까닭도 없었으나, 제 자식 가여운 정에 끌려, 이 아이의 아비 되는 사람을 이런 가운데 버리고 내가 떠나간 뒤에는 어찌 될꼬, 과연 피를 토하는 듯한 생각도 있었더라, 부모들의 의견은 어느덧 의리처럼 칭칭 얽혀 들어, 약한 마음으로 끊어 내기 어려워, 서릿발이 이제 곧 무너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집도 이 아이도 이 아이의 아비도 버리고 떠났더라.

아비는 홀로 찾아간 일도 있고, 이 아이를 안고 찾아간 일도 있고, 이 아이를 들이밀고 돌아온 일도 있으니, 나는 이대로 썩어 사라진다 한들 그래도 이 아이만은 세상에 내보내고 싶으니, 어떻게 해서든 다시 한 번 돌아와 다오, 길게는 아니다 앞으로 다섯 해 동안, 이 아이가 철들 만한 때까지만이라도 하고, 부탁하고 달래며 한탄하였으나, 그렇다 한들 자식 때문에 어두워지는 것이 어미 된 자의 상정이라, 이내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여 스스로 풀 죽어 돌아오리라 하던 미덥지 못한 기대를 의지 삼아, 보름은 어떨까, 스무날은 어떨까, 오늘일까 내일일까 하며 기다리는 날이 헛되이 지나, 마침내 찾아가 보았다 한들 얼굴조차 마주할 수 없게 되어, 유모로 들어갔는지, 남의 아내가 되었는지, 백년가약은 참으로 헛되이 되어 버리고 말았더라.

이리하여 반년이 지난 뒤로는 아비도 옛날의 아비가 아니게 되었더라, 가망 없다 단념하고 떠나간 아내를 두고 가엾게도 영악하다며 세상 사람들이 칭찬거리로 삼아, 내쳐진 부자(父子)의 처지에 가엾이 여기는 사람은 드물었더라,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가슴에 뭉쳐 든 뭉게뭉게한 구름이 잠시나마 걷히는 것이 이것뿐이라며, 마시는 만큼 취하는 만큼 사람의 본성은 더욱더 어두워져, 점점 거세지는 고집을 어디다 받아 줄 곳이 있겠는가, 그해 섣달에는 부자(父子) 두 몸을 감쌀 것조차 없었고, 더구나 비와 이슬을 가릴 처마조차 없게 되었으니, 그래도 아비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기댈 만한 큰 나무 그늘이라 우러러, 비록 기친야도(木賃宿·싸구려 여인숙)에 이부자리는 얇았다 한들 따스한 정이 몸에 사무친 일도 있었으나, 그것마저 열 살을 손꼽기 전에, 어느 해 무슨 잔치였든가 어느 부잣집의, 거울떡을 깨뜨려 자아 한 잔 드시지요 하며 늘어놓은 대접 술을, 맛있구나 하늘이 내린 미록(美祿)이여, 이 기회에 나도 극락으로나 가야겠다고 마음으로 정하였던가, 굶주린 배에 흠뻑 들이키고는, 돌아오는 길에 성루 해자의 소나무 그늘 아래서, 세상에 보기 드문 비참한 끝을 맞으신 뒤로는, 이리 오너라 이쪽으로, 내가 거두어 사람으로 만들어 주마 하고 부르는 이도 없었기에, 스스로 바라 사람 노릇을 하리라는 소망도 사라지고, 처음에는 뜬세상에 부모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 나에게도 한 사람의 어머니가 계셨거니, 지금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 하며 까닭 없이 그리워한 일도 있었으나, 아비의 슬픈 종말을 보매도, 우리 와타나베 가문의 끝을 생각하매도, 어머니가 한 짓은 마귀에 가깝다 하여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더라.

아비는 안 계시느냐, 어머니는 어찌 되셨느냐 묻는 사람마다 있을 적, 소매를 적시던 것은 옛일이 되었더라, 뜬세상에 정이 없고 사람의 마음에 진실이 없는 것이라 마음을 정한 뒤로는, 어설피 가엾게 여겨 주는 사람마저, 나를 비웃는 듯이 느껴져 얼굴 보기 싫었으니, 차라리, 매정하려거든 끝까지 매정해라, 어찌 되었든 이 시름 많은 몸의 끝은 결국 그러하리라며 비뚤어져 가는 마음에, 신도 부처도 적이라 여기매, 원망을 누구에게 하소연하리오, 점점 평범하지 않은 길로 평범하지 않은 생각을 달리게 되었더라.

엉클어져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사람을 쏘아보는 듯한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외에는, 때에 절은 얼굴빛 어디에 좋은 데가 있다 한들, 보통 사람의 눈에 좋게 보일 까닭이 있겠는가, 무섭고 꺼림칙하고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라 손가락질당하다 못해, 경찰에까지 눈총을 받게 되어, 이곳의 마쓰리, 저곳의 엔니치(縁日·장날), 사람들이 산처럼 모여드는 가운데서 꺼림칙한 혐의를 받았으니, 분하구나 소매치기다 도둑이다 하고 만인이 외쳐 댄 일도 있었더라.

사람의 눈은 흐려지기 마련이요, 귀는 천 리 밖까지도 듣는 것인가, 잘못 전해진 말은 두 번 다시 사라지지 아니하니, 와타나베 긴고는 정말로 도적이 되었더라, 머지않아 메이지의 무엇이라 직함이 붙을 만큼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사는 몸이 되매, 도리어 스스로도 두려워, 이곳을 떠나 알지 못하는 땅으로 달아나리라 마음먹은 일도 있고, 원한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죽어 버리리라 생각한 일도 있어, 몇 번이나 물 위에 임하여 이것을 마지막이라며 들여다본 일도 있었으나, 쉬운 듯해 보이면서도 어려운 것은 죽음이더라.

버려진 몸일지라도 그래도 입을 것 먹을 것의 시름은 있어, 낮에는 어디라 할 것 없이 떠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부려지고, 밤에는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잠자리에서, 그래도 꿈은 꾸며 하루하루 떠돌고 또 떠돌며 지내는 동안에, 키와 더불어 자라 가는 것은, 비뚤어진 마음일 따름이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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