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제가 입에 올려 우리 아이가 귀엽다고 말씀드리면, 필시 여러분께서는 크게 웃으시겠지요. 누구라 한들 제 자식이 미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삼 저 혼자만 빼어난 보배를 지닌 양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하는 게 우스워 웃으시겠지요. 그래서 저는 입으로는 그런 거창한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만, 마음속에서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귀엽다 밉다 할 정도가 아니어서, 합장하여 절하지 않는 것이 다행일 만큼 황송한 일이라 여기고 있답니다.

이 아이는 말하자면 저에게는 수호신이어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천진한 놀이나 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이 천진한 미소가 저에게 가르쳐 준 것이 어찌나 큰지 다 입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학교에서 읽었던 책이며 선생님이 일러 주신 갖가지 일들도 분명 제 몸에 도움이 되어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올리며 아 그랬구나, 이랬구나 하고 일일이 되돌아보게 됩니다만, 이 아이의 미소처럼 그 자리에서, 눈앞에서, 달려나가는 발을 멈추게 하거나 미친 마음을 가라앉혀 준 적은 없었습니다. 이 아이가 아무 생각도 없이 팥베개를 베고 두 손을 어깨 옆으로 내던지듯 늘어뜨리고 잠들어 있을 때의 그 얼굴이라는 것은, 큰 학자님이 머리 위에서 큰 소리로 충고해 주시는 것과는 달리,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듯한 눈물이 쏟아져, 아무리 옹고집인 저라도 아이 따위 조금도 귀엽지 않다고 허세 부린 말은 도무지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연말 저물녘에 첫 울음을 터뜨리며 처음으로 이 발그레한 얼굴을 보여 주었을 때, 저는 아직 그때까지도 우주를 헤매는 듯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던 터라, 지금 와서 생각하면 한심한 일이지만, 아 어쩌자고 튼튼하게 태어나 주었느냐, 너만 가 주었더라면 나는 산후 회복되는 대로 친정으로 돌아가 버릴 텐데, 이런 주인 어른 곁 같은 데는 한시도 머물러 있지 않을 텐데, 어쩌자고 또 이리 튼튼히 태어나 주었느냐, 싫다, 싫다, 어찌해도 이 인연에 매여 앞으로의 평생을 빛도 없는 가운데 살아야 하는가, 싫은 일이로다, 한심한 신세로다 이런 생각만 해서, 사람들이 경사라며 축하해 주어도 저는 조금도 기쁘다고 여기지 않고, 그저 그저 제 신세가 점점 하찮아져 가는 것만 슬프게 여겼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저의 처지에 다른 분을 놓고 보십시오. 그 어떤 체념 잘하는 깨달음 있으신 분이라 한들, 어차피 이 세상이란 재미없고 시시한 것이라 꽤나 모질고 무정하구나, 하늘은 옳은가 그른가 하는 생각이 비단 저의 건방진 마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분명, 반드시, 그 누구의 입에서든 새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조금도 잘못한 일이 없고 그릇된 짓을 하지 않았다고 굳게 마음먹고 있었기에, 모든 다툼은 주인 어른의 마음 하나에서 일어나는 일로 단정해 버리고는 다짜고짜 주인 어른을 원망했습니다. 또 이런 주인 어른을 일부러 골라 두고 제 한평생을 고통스럽게 하시는가 하고 생각하면 친정 부모, 아니 양부모입니다, 그래도 은혜 있는 백부님이지만 그분 일도 원망스럽게 여겨지고, 무엇보다 죄지은 일도 없는 제가, 사람이 이르는 대로 고분고분 시집온 저를, 자연스레 이런 운명에 빠뜨려 두고 장님을 골짜기로 떠미는 짓을 하시는 신이라 하든 무엇이라 하든 그쪽이 정말 원망스럽다고, 그래서 이 세상은 싫은 것이라고 그렇게 단정 지었답니다.

지지 않는 기개라는 것은 좋은 일이어서, 그것이 없어서는 어려운 일을 해치워 낼 수가 없는 법, 물러터진 흐물흐물한 근성만으로는 늘 사람이 해삼 같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그것도 때와 경우에 따른 일이라 끊임없이 지기 싫음을 휘둘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여자의 지기 싫음은 마음속에 감추어 두고 모든 일을 잘 헤아리고 있다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지기 싫음은 보는 이의 눈에는 한심하기도 하겠지요. 변변찮은 아내를 두었다는 느낌은 도리어 남편 쪽에 더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이 들지 않았기에 남편의 마음을 헤아릴 줄도 몰랐습니다. 못마땅한 얼굴을 지으시면 그것이 곧장 비위에 거슬리고, 잔소리 한마디라도 들으면 불같이 화가 나서 분이 치밀어, 말대꾸야 결국 해 본 일은 없었지만 말도 하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고, 하녀들에게는 곧잘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하면서 하루 종일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있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저는 울보였기에 그 고집의 정도에 비해 한심하기 짝이 없게 솜이불 깃에 매달려 울었습니다. 그저 분한 눈물이었으니, 지기 싫음이 시킨 까닭도 없는 분한 눈물이었던 것입니다.

시집온 것은 3년 전, 그 무렵에는 아주 사이가 좋았고 양쪽 다 불평도 없었습니다만, 익숙해진다는 것이 좋은 일이자 또 나쁜 일이어서, 서로 제 본바탕의 이기심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온갖 욕심이 끓어오를 만큼 드러나기 시작하자, 그것은 그것대로 불만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제가 건방졌던 탓에 어느새 친근한 척, 주인 어른께서 바깥에서 노시는 일에까지 입을 대고서 「당신은 저에게 무엇을 숨기시고 바깥일은 도통 들려주시지 않으니 그건 거리를 두시는 마음이오」 하고 원망하면 「뭐 그런 데면데면한 소리는 하지 않아, 뭐든 다 알려 주고 있지 않은가」 하시며 상대해 주지도 않고 웃으며 계셨답니다. 숨기고 계신 것이 빤히 들여다보였고, 그러니 제 마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한 가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열도 스물도 의심스러워져, 아침저녁 새벽 가리지 않고 또 저런 거짓말이로구나 하고 여겨지게 되어, 어쩐지 거기가 이상하게 비비 꼬여서 도무지 솜씨 좋게 풀어 생각할 수가 없었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로 숨기시는 일도 있으셨겠지요. 무어라 한들 여자라는 것이, 입이 가벼운 까닭에 공무에 관한 일을 들려주실 수는 없으셨겠지요. 사실 지금도 숨기고 계신 일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것은 알고 있고 분명 그러시리라 짐작은 하지만 지금은 조금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신 것이야말로 주인 어른의 도량이고, 그렇게 제가 울고 원망해도 상대해 주지 않으셨던 것이야말로 주인 어른께서 훌륭하셨기 때문이지요. 그 시절처럼 경박한 저에게 만에 하나라도 관청 일을 들려주셨더라면 어떤 쓸데없는 짓을 저질렀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곧잘 드나드는 사람들의 손을 빌려 제 손까지 수상한 선물을 보내며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심한 곤경에 처해 있어, 이 재판의 판결 하나로 생사가 갈리게 되었습니다」 하면서 원고니 피고니 하는 사람들이 부탁하러 찾아온 일도 많았지만, 그것을 제가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야마구치 노보루라는 재판관의 아내로서 공명정대하게 거절한 것이 아니라, 집안이 어수선한 와중에 그런 일을 꺼낼 여지도 없었거니와, 말해서 달갑지 않은 응대를 듣느니 잠자코 있는 편이 훨씬 깔끔하다는 정도의 생각에서였답니다. 다행히 뇌물의 더러움은 받지 않고 지나갔지마는, 거리감은 점점 깊어지기만 하고, 안개와 구름이 점점 짙어져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제가 시작한 일이라, 제 행실이 잘못된 탓에 주인 어른의 마음을 어느새 비뚤어지게 만든 것은 제 마음의 길이 어긋난 까닭이라, 지금은 곰곰이 후회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사이가 절정으로 나빴던 때에는 두 사람 모두 서로 등을 돌리고서, 바깥에 나가실 때에도 어디 가시느냐 물어본 일이 없거니와 가시는 곳을 일러 두시는 일도 없고, 부재중에 다른 곳에서 심부름꾼이 와도 어떤 큰 화급한 용건이라 해도 봉투를 뜯어 본 일이 없어, 아내라고는 해도 나무 인형이 집을 지키는 양 「받았소」 하는 회신 한 장으로 내쫓아 보내고는 그것을 매정하게 내던져 두었으니, 주인 어른의 노여움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잔소리도 하시고 충고도 하시고 타이르기도 하시고 위로하기도 하셨지만, 어찌나 제 고집의 뿌리가 깊고 「숨기신다」는 것을 방패삼아 어지간한 다정한 말 정도로는 움직일 듯도 하지 않게 고집을 어찌나 부렸는지, 주인 어른은 기가 막혀 손을 떼시고 말았습니다. 아직 집안에 말다툼이라도 있을 때는 그래도 나았지만, 말없이 노려보고만 있게 되어서는 지붕이 있고 천장이 있고 벽이 있다는 것뿐이지, 한뎃잠 자며 이슬 맞는 가련함보다 더한 일이었습니다. 그토록 차갑고 무정한 가운데 흘러내리는 눈물이 얼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생각하면 사람은 제멋대로여서, 좋을 때는 무엇 하나 떠올리지 않습니다만, 괴롭다, 싫다고 하는 때에 한해서는 이전에 있었던 일이며 앞으로 맞이할 일에 대해서, 꽤나 그럴듯하고 멋져 보이는 좋은 일들만 생각합니다. 그런 일들을 떠올림에 따라 지금의 처지가 싫어지고 또 싫어져, 어떻게 해서든 이 처지를 벗어나고 싶다, 이 굴레를 끊고 싶다, 여기서만 떠나간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곳으로 나갈 수 있을까 하고, 그런 생각을 굳이 합니다. 그러니 저 또한 그 같은 꿈에 들떠서, 이런 박복한 신세로 끝나야 할 하늘이 정한 인연이 아니다, 이 집에 시집오기 이전, 아직 고무로 양녀의 친자식이었을 때에 여러 사람들이 주선해 주어 갖가지 청혼을 들고 와 주었으니, 그중에는 해군의 우시오다라는 훌륭한 분도 있었고, 의학사 호소이라는 살결 흰 분과도 거의 정해질 뻔했는데, 어긋나서 주인 어른 같은 무뚝뚝하신 분에게 시집온 것은 무어라 할까 한때의 어긋남이리라, 이 어긋남을 이대로 흘려보내고 보람 없는 한평생을 보내는 것은 정말이지 한심한 일이라 여겨졌습니다. 제 마음을 바로잡으려고 하지는 않고 남 탓만 원망스럽게 여겼답니다.

그 같은 하찮은 생각을 품고 하찮은 행실이나 하는 아내에게 어떤 그럴싸한 분인들 다정히 대하실 수 있었겠습니까. 관청에서 퇴근하여 돌아오시면 마중이야 법도대로 합니다만, 마주 앉으면 한마디 허물없는 이야기조차 드리지 못하고, 화내실 거면 화내십시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시오 하는 듯 무뚝뚝하게 콧대만 세우고 있었으니, 주인 어른은 견디다 못해 훌쩍 일어서서 집을 나가시고 말았습니다. 가시는 곳은 어느 쪽이든 요정의 등불 아래를 빠져나가시거나 마치아이(요정 별실)의 작은 객실, 그것을 분해서 끝없이 원망했지마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제가 비위 맞추는 방식이 서툴러서 집안에 있기에는 견디기 어려우셨던 까닭의 외출이었습니다. 이런 짓을 해서 남편을 방탕하게 만들어 두었던 것이지요. 남편은 보란 듯이 집을 등한시하는 방탕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인 어른인들 부잣집 아들 무리가 기예인들에게 부추김을 받아 정신없이 들떠 흥청거리는 것과는 사정이 달라서, 진심으로 즐겁게 노시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울화통 누르기, 시름 풀이라 할 만한 까닭이라 약주를 드신다 한들 기분 좋게 취하시는 것이 아니라, 늘 파리한 얼굴을 하시고는 언제나 이마 가에 파란 핏줄이 솟아 있었답니다.

말씀하시는 목소리도 거칠고 무뚝뚝하여, 사소한 일에도 하녀들을 꾸짖어 내치고, 제 얼굴을 곁눈으로 노려보시며 잔소리는 하지 않으시지만 그 까다롭게 구시는 모습이라는 것은, 그때의 주인 어른께는 부드러운 데라곤 조금도 없으시고, 무섭고 험상궂은 얄미운 얼굴빛, 그 곁에 제가 분노한 얼굴로 도사리고 있으니 부리는 사람들이 견딜 리 없습니다. 거의 한 달에 두 명씩 하녀가 바뀌고, 그때마다 분실물이 생기는가 하면 물건 파손이 부지기수로 일어났답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인정머리 없는 자들만 모여드는가, 세상이 다 이렇게 박정한 것인가, 아니면 나 한 사람을 한탄케 하려고 내 곁에 가까운 자들이 모조리 박정해지는 것일까, 오른쪽을 보아도 왼쪽을 보아도 믿음직한 얼굴을 한 자가 한 명도 없다, 아 싫구나 하고 자포자기가 되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살갑게 굴려 하지도 않고, 주인 어른의 동료분들이 오셨을 때에도 음식 대접은 모두 주인 어른의 분부가 없는 한 손도 댄 일이 없고, 객실에는 하녀들만 내보내고 저는 이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핑계 대며 손님이 있건 없건 제멋대로 행실을 하고, 부르심을 받아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어찌 보았겠습니까. 아마도 야마구치 집은 평생 농사를 망쳤다고들 평하며 「아내 된 자의 본보기 축에도 들지 못할 여자」라 하였겠지요.

그 무렵 주인 어른께서 「이혼하겠다」고 한마디 하셨더라면 그것이 끝이라, 저는 분명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혼을 받아들이고는, 제 신세의 잘못은 선반에 올려놓은 채 「이런 박복하고 한심하고 분한 신세로 하늘이 정해 두신 거라면 어떻게든 좋다, 무엇이 되시든지 하시구려, 나는 내 생각대로 하면서 잘못되면 잘못되어라, 만에 하나 잘되면 그것이야말로 횡재」라는 식의 엉터리 도리를 갖다 붙여, 지금쯤 저는 무엇이 되어 있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나옵니다. 다행히 주인 어른께서 단호한 이혼 결행을 하지 않으시고 용케도 저를 거두어 두어 주셨답니다. 그것은 울화가 쌓여 어설픈 이혼을 하시기보다 차라리 언제까지나 철창 안에 두고 괴롭게 해 주리라는 생각이셨는지 그 부분은 알 수 없지만, 지금에 와서는 저는 무엇 하나 원망이 없고, 주인 어른께 어떤 원망도 없습니다. 그렇게 괴로움을 주신 까닭에 오늘의 즐거움이 즐거운 것이고, 제가 어느 정도 이치를 알아듣게 된 것도 그러한 가운데를 지나온 까닭일 것입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저에게 원수라 할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게 경솔하고 깜찍한 척하며 세상에 이 안주인 흠을 떠벌리고 다녔다는 잔심부름하던 하야도, 말대꾸만 하고 쓸모없던 식모 가쓰도, 모두 제 은인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좋은 하녀들만 모여서 「이 댁 안주인만큼 사람을 잘 부리는 분은 없으시다」고 빈말로라도 흐뭇한 듯한 말씀들을 하시는 것은, 그 사람들의 불성실한 일솜씨가 제 마음의 비춤이었음을 깨달은 까닭입니다. 세상에는 까닭 없이 함부로 사람을 괴롭히는 악인이 없고, 신이라 한들 철두철미 잘못한 일이 없는 사람에게 한탄을 보이게 하시지는 않는 법, 어찌하여 그러한가 하면, 저처럼 주변이 모조리 잘못된 마음먹음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한 가지 장점도 없는 골칫거리라 할지라도 마음으로 지은 죄가 없다 하실 정도이기에, 자, 이렇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이 아가를 분명히 점지해 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아가가 태어나려 할 무렵, 저는 아직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있었답니다. 태어난 뒤에도 좀처럼 걷힐 듯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랑스럽고 애틋하다는 것은 첫 울음을 터뜨린 그때부터 어쩐지 사무치게 느껴져, 갖가지 지기 싫은 우김말도 했겠지마는, 만에 하나 누군가가 고스란히 데려가 버리는 일이라도 생기면 저는 고집을 버리고 매달려서 「이 아이는 누구에게도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하리라, 이는 내 것이다」 하고 껴안고 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인 어른의 마음이며 제 마음이며 같다는 것은 이 아이가 비로소 가르쳐 주었답니다. 제가 이 아이를 껴안고 「아가는 아버지 것이 아니라, 너는 엄마만의 것이란다, 엄마가 어디를 가더라도 아가는 절대 두고 가지 않아, 내 것이다 내 것이야」 하고 볼에 입을 맞추면 무어라 말로 못할 녹아내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싱긋싱긋 웃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도무지 주인 어른같이 박정한 분의 자식이 아니라 이는 나 혼자만의 것이라고 그렇게 단정 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인 어른께서 다른 곳에서 돌아오시어 못마땅한 듯한 얼굴빛으로 이 아이의 머리맡에 앉으시어 어설픈 손짓으로 바람개비를 세워 보이시거나 흔들이북 같은 것을 흔들어 보이시며, 「이 집안에서 나를 달래 주는 건 이 녀석 하나뿐이로구나」 하시며 그 거무튀튀한 얼굴을 비비대시면, 울려나, 무서워하려나 하고 보고 있는데, 어찌나 기쁜 얼굴로 싱긋싱긋, 저에게 보여 주던 그대로의 미소를 보이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 주인 어른께서 수염을 비비 꼬며 「당신도 이 아이가 귀엽소」 하고 말씀하셨답니다. 「당연하지요」 하고 새침하게 있노라니, 「그럼 당신도 귀엽군」 하고 평소답지 않은 농담을 하시며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으셨을 때의 그 얼굴, 이 아이의 용모와 빼다 박았다 할 만큼 닮은 데가 있었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사랑스러운 까닭에 어찌 주인 어른을 끝까지 미워해 낼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잘하면 주인 어른께서도 잘해 주신답니다. 옛말에 세 살 아이도 얕은 여울을 안다고들 합니다만, 제 평생을 가르쳐 준 것은 아직 말 못 하는 갓난아기였답니다.

●도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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