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조 치장(治裝) — 행장을 차림
제2조 치장(治裝) — 행장을 차림
행장을 차릴 때 그 의복과 안마(鞍馬)는 모두 옛것을 그대로 쓰고 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절용(節用)에 있고, 절용의 근본은 검소함에 있다. 검소한 뒤에 능히 청렴하고, 청렴한 뒤에 능히 자애로울 수 있다. 검소함은 백성을 다스리는 자의 첫 임무다.
어리석은 자가 배우지 못하고 식견이 없어, 화려한 옷과 좋은 갓, 좋은 안장과 빠른 말로 위엄을 부리려 한다. 그러나 늙은 아전이 새 수령을 살피는 자는 먼저 그 의복과 안마를 묻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만일 사치하고 화려하면 '뻔하다'며 웃고, 검박(儉朴)하고 거칠면 '두렵겠구나'며 놀란다. 저잣거리의 어린이는 가엾이 여기겠지만, 식견 있는 자는 그를 비루하게 본다. 마침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자는 잘못 헤아려, 남이 자기를 흠모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그의 사치를 보고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뿐이다.
새 수령이 부임할 때 화려한 행렬을 갖추는 것은 더욱 잘못된 풍속이다. 의기양양한 모습은 임지에 들어가기도 전에 백성의 살림을 헤아리는 데 방해가 된다.
옛적 명관은 부임할 때 거마(車馬)를 단출하게 하고, 종자를 적게 하며, 의복은 평소의 것을 그대로 입었다. 그래서 도착하는 곳마다 백성이 친근감을 느꼈다.
새 수령이 의식을 갖추느라 빚을 내거나 친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임지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부정한 마음이 싹튼다.
의복은 두텁고 따뜻한 것이면 족하고, 화려한 비단이 무엇에 쓰랴. 말은 튼튼하고 길에 익은 것이면 족하고, 명마(名馬)가 무엇에 쓰랴.
옛 사람의 말에 '검소는 만덕(萬德)의 근본이요, 사치는 백악(百惡)의 우두머리'라 했다. 수령의 의관과 행장에서부터 백성은 그의 마음을 읽는다.
치장의 절도는 사사로이 자기 집안에서 정할 일이 아니요, 천하의 공의(公義)에 비추어 정할 일이다.
부임 전에 행장이 너무 번화하면 임지의 아전과 백성이 미리 그 폐단을 헤아려 두려워하니, 다스림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인심이 떠난다.
치장이 검소하면 임지에 들어가기도 전에 백성이 그 청렴함을 알아보고 스스로 두려워한다. 이것이 다스림의 시작이다.
부녀자의 의복과 패물도 화려한 것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임지의 부녀들이 보고 본받아 사치 풍속이 일어난다.
행장 가운데 책과 거문고와 약 상자만 두고, 그 밖의 사치품은 모두 두고 가는 것이 옳다.
치장의 검소함은 다스림의 첫 결단이니, 이 결단이 굳지 않으면 임지에 도착해서 무너지지 않는 자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