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조 계행(啓行) — 길을 떠남
제4조 계행(啓行) — 길을 떠남
길을 떠나 행하는 중에도 오직 장중하고 화목하며 간소하고 침묵하여, 마치 말을 할 줄 모르는 자처럼 한다.
가는 길에는 반드시 일찍 출발하고 저녁에는 일찍 쉰다. 말에 오를 때 하늘이 비로소 밝아오고, 말에서 내릴 때 해가 아직 지지 않았으면 좋다.
수석 아전을 불러 약속하기를 '아랫사람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거든 곧 진지(進支)를 올려라' 하라. 이는 어른의 밥상이니, 말에 올라 동쪽 하늘이 비로소 밝아오면 좋다. 이를 알아 거행할 것이다.
아랫사람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자는 미리 약속을 정하지 않고, 일찍 일어나 밥을 재촉하고 곧바로 말에 오른다. 그러면 아랫사람들이 밥을 받고도 먹지 못한 채 일어나는 일이 많다.
말을 몰지 말라. 말을 몰면 그 성품이 가볍고 조급함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
좁은 길의 굽이진 곳에서 뒤를 돌아보지 말라. 돌아보면 아전과 종복이 말을 타고 따라오는 모양이 흩어진다.
길에서 만나는 백성이 절을 하면, 가만히 머리를 끄덕여 답할 뿐 말을 길게 늘어놓지 말라. 길을 묻는 자에게는 친절히 답하되, 그 길에 정착하지 말라.
역참(驛站)에 들어 쉴 때 아전과 종복의 행렬을 단정히 단속하여 백성에게 폐를 끼치지 말도록 한다.
가는 곳마다 그 고을의 형편을 살피고, 그 풍속을 묻고, 그 산물(産物)을 알아두어, 임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다스림의 계책을 세워야 한다.
길 위에서의 행실이 곧 임지에서의 행실의 시작이다. 길 위에서 가벼우면 임지에서도 가볍고, 길 위에서 엄숙하면 임지에서도 엄숙하다.
옛 사람의 말에 '길 위에서 군자를 알아본다'고 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걸음의 진중함이 더 큰 가르침이 된다.
길을 떠나는 자는 자기 한 몸이 이미 만민의 것임을 마음에 깊이 새겨, 한 걸음 한 걸음을 가벼이 디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