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조 이사(莅事) — 일을 봄
제6조 이사(莅事) — 일을 봄
그 다음 날 자리를 열어 곧 관(官)의 일을 본다.
상사(上司)에서 내려온 보첩(報牒)은 그것이 응당 예에 따라 처리할 것이면 곧 성첩(成帖)한다. (성첩이란 도장을 찍어 결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히 논의할 만한 것이라면 반드시 아전이 초안한 글을 가져다가 다듬고 고쳐 다시 쓰게 한다.
민간(民間)에 영을 내릴 때는 한 글자 반 구절도 마음대로 결재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아래 글의 육전(六典) 36조를 살펴 한 가지 한 가지 검토하여, 그 가운데 털끝만 한 간사함이나 거짓도 없음을 분명히 안 뒤에야 결재할 수 있다.
혹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라. 수석 아전과 해당 아전을 불러 자세히 사정을 듣고 본말(本末)을 분명히 안 뒤에야 결재할 수 있다.
옛 사람의 말에 '관(官)은 만 가지 일을 거느린다'고 했다. 그러나 만 가지 일이 모두 한 가지 마음에서 나오니, 마음을 바르게 하면 만 가지 일이 절로 다스려진다.
새 수령이 첫 자리를 열 때, 아전들은 모두 그 사람됨을 살핀다. 그 첫 결단이 분명하고 굳으면 아전들은 두려워 굴복하고, 첫 결단이 흐릿하고 가벼우면 아전들은 곧 농간을 부린다.
무릇 일을 결재하는 자리에서는 표정을 가다듬고, 말을 절제하며, 한 마디 한 마디를 신중히 한다. 표정이 가볍거나 말이 흐트러지면 아전들이 곧 그 가벼움을 헤아려 본다.
백성이 송사(訟事)를 하소연해 올 때는, 비록 그 일이 작더라도 가볍게 듣지 말라. 작은 송사에 큰 원한이 깃들어 있을 수 있다.
옛 사람의 말에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그 한이 풀리지 않으면, 천하의 다스림이 다 무너진 것과 같다'고 했다. 송사를 듣는 자가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세(賦稅)와 요역(徭役)을 살필 때는 그 부담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헤아리고, 그 분배의 공평함과 어그러짐을 살펴야 한다. 한 가호(家戶)에 부담이 치우치면 그 가호는 망한다.
아전들에게 일을 맡길 때는 그 능력과 됨됨이를 살펴 맡기고, 한 번 맡긴 뒤에는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면 아전이 한을 품고 일이 흐트러진다.
그러나 아전을 살피는 마음은 잠시도 늦추어서는 안 된다. 한 번 늦추면 아전이 곧 농간을 부린다. 살피되 의심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되 살피는 것이 이사(莅事)의 도(道)다.
백성과 마주할 때는 그 얼굴을 친근히 하고, 그 말을 부드럽게 하여, 백성이 두려움 없이 그 사정을 모두 말할 수 있게 한다. 두려움에 막혀 사정을 말하지 못하면 다스림의 가장 큰 폐단이 된다.
옛 사람의 말에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백성의 어버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버이의 마음으로 백성을 보면, 그 다스림이 절로 자애로워진다.
공사(公事)의 처결은 빠르게 하되 가볍지 않게, 신중하게 하되 더디지 않게 한다. 빠름과 신중함의 사이에 다스림의 묘(妙)가 있다.
문서(文書)와 서류(書類)는 한 번 쌓이면 곧 산이 된다. 그날의 일은 그날에 결재하여 다음 날로 미루지 말라.
옛 사람의 말에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다. 다스림에는 더욱 그러하다.
형옥(刑獄)의 일은 가볍게 처결하지 말라. 한 사람의 옥살이가 한 집안의 흥망과 관계되니, 어찌 가벼이 결단하랴.
무릇 형(刑)을 쓸 때는 반드시 그 죄의 본말을 분명히 안 뒤에야 쓴다. 한 매(笞)의 잘못이 한 평생의 한이 된다.
부세와 요역과 형옥, 이 세 가지가 다스림의 큰 줄기다. 이 세 가지에서 어그러짐이 없으면 다스림이 절로 이루어진다.
아전과 종복의 살림도 살펴야 한다. 그들의 살림이 너무 궁하면 백성에게서 빼앗으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그들의 살림이 너무 넉넉해도 백성을 가벼이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 그 사이의 절도(節度)를 잡는 것이 수령의 일이다.
새 수령이 첫 자리를 열 때 가장 삼갈 것은 인심(人心)이다. 한 번 인심을 잃으면 다시 얻기 어렵다.
옛 사람의 말에 '인심은 곧 천심(天心)이다'라 했다. 백성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곧 하늘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이사(莅事)의 도(道)는 한 마디로 말하면 '경(敬)'이다. 경(敬)이 있으면 그 다스림이 절로 이루어진다.
무릇 모든 일에서 자기 한 몸의 편안함을 구하지 말라. 자기 한 몸의 편안함을 구하면 백성의 고통이 곧 따라온다.
옛 사람의 말에 '관(官)이 청(淸)하면 백성이 즐거워하고, 관이 탁(濁)하면 백성이 슬퍼한다'고 했다. 청과 탁의 사이에 다스림의 첫 결단이 있다.
이사(莅事)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결같이 이 결단을 지켜야 한다. 한 번 흔들리면 다스림이 곧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