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3

상권

심청전 완판 71장본

이 책에는 옛한글이 포함되어 있사오나, 현대어로 풀어 읽는 분을 위하여 알기 쉽게 고쳐 쓰노라.

심청전 상권이라.

송나라 말년에 황주 도화동에 한 사람이 있으되, 성은 심이요 이름은 학규라.

누대에 걸쳐 벼슬길에 이름을 날리던 집안이었으나 가운이 기울어

스물 안팎에 두 눈을 잃으니, 벼슬길은 끊어지고 공명도 사라지고 말았더라. 고향 마을에 곤궁히 박힌 신세 원근에 친척 하나 없고, 게다가 장님이 되었으니 뉘라서 가까이 하랴마는, 양반의 후예로 행실이 청렴하고 지조가 굳으니 사람마다 군자라 일컫더라.

그 처 곽씨부인은 현숙하여 임사의 덕행이며, 장강의 고음과 목란의 절개와 예기·가례·내칙 편이며 주남·소남·관저시를 모를 것이 없으니, 부부간 화목하고 노복에게 은애하며, 가산을 범절로 다스림이 백집사 같더라. 이제지기의 청렴이며 안연의 간난이라. 청전 구업 바이 없어 한 칸 집 단포자에 조불여석 하는구나.

집 밖에 전토 없고 집 안에 노복 없어, 가련한 어진 곽씨부인이 몸을 바려 품을 팔러, 싹바느질 관대·도포·행의·창의·징념이며, 섭수·쾌자·중추막과 남녀의복 잔누비질·상침질·외올뜨기·꽈땀·고두누비·속올이기·세답·빨래·푸새·마전, 하절의복·한삼·고의·망건꾸미기·갓끈접기·버저·단초·토슈·보선·행전·줌치·쌈지·단임·허릿기·양낭·볼지·휘양·복건·풍채·천의, 가진 금침·베개모의 쌍원앙 수 놓기며, 오사·모사 각대·흉배의 학 놓기와, 초상난 집 원삼·제복, 길쌈·선주·궁초·공단·수주·남능·갑사·운문·토주·분주·명주·생초·퉁경이며, 북포·황저포·춘포·문포·제추리며, 삼베·백저·극상세목 짜기와, 혼장대사·음식숙정·가진 중계하기·백산과절·신설로며, 수팔연·봉오림과 배상한 데 고임질과 청홍황백 침행·염색하기를 일 년 삼백육십일을 하루도 반 때 놓지 않고 손톱 발톱 자지게 품을 팔아, 모일 적에 푼을 모아 돈을 짓고 돈을 모아 냥을 만들어, 일수·체계·장이변으로 이웃집 착실한 데 빚을 주어 실수 없이 받아들여, 춘추시행 봉제사와 앞 못 보는 가장 공경, 사절의복·조석찬수·입에 맞는 가진 별미 비위 맞춰 지성 공경 시종이 여일하니, 상하촌 사람들이 곽씨부인 음전하다고 칭찬하더라.

하루는 심봉사가

이르되, “여보 마누라이, 세상 사람이 세상에 삼겨날 제 부부야 뉘 없으랴마는, 전생에 무삼 은혜로 이생에 부부 되어 앞 못 보는 가장 나를 일시 반 때도 놓지 않고 주야로 버어서 어린아이 받든다시 하여, 배 곱플까 하여, 추워할까 의복음식 때 맞추어 극진이 공양하니, 나는 편타 하련마는 마누라이 고상하는 일이 도리어 불평하니, 일후부터 날 공경 그만하고 사는 대로 살아가되, 우리 연당 사십에 슬하에 일점혈육 없어 조종행화를 이로 좇아 끊게 되니, 죽어 지하에 간들 무삼 면목으로 조상을 대면하며, 우리 양주 신세 생각하면 초상·장사·소대기며 년년이 오는 기일에 밥 한 그릇 물 한 모금 게 뉘라서 받들이리까. 명산대찰에 신공이나 드려보아 다행히 눈 먼 자식이라도 남녀간에 나아보면 평생 한을 풀 것이니, 지성으로 빌어 보오.”

곽씨 대답하되,

“옛글에 이르기를 불효삼천에 무후위대라 하였으니, 우리 무자함은 다 첩의 죄악이라. 응당 내침직 하되 군자의 너부신 덕택으로 지금까지 보존하니, 자식 두고 싶은 마음이야 주야 간절하와 몸을 팔고 뼈를 간들 못하오리이까마는, 형세는 간구하고 가군의 정대하신 성정을 몰라 발설 못하였더니, 먼저 말씀하옵시니 지성신공 하오리다.”

하고 품 팔아 모은 재물 온갖 공 다 들인다. 명산대찰·영신당과 고묘·충사·성황사며, 제불보살·미력임과 칠성불공·나한불공·제석불공·신중마지·노구마지·탁의시주·인등시주·창오시주, 가지가지로 다 지내고, 집에 들어 있는 날은 조왕·성주·지신제를 극진이 공 드리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은 나무 꺾어지랴.

갑자 사월 초파일에 한 꿈을 얻으니, 서기 반공하고 오채 영롱한데 일개 선녀 학을 타고 하늘로 내려오니, 몸에는 채의요 머리에는 화관이라.

월패를 느직하고 옥패 소리 쟁쟁한데, 계화 일지를 손에 들고 부인께 읍하고 젖혀와 앉는 거동은, 두렷한 달 정신이 품안에 드는 듯, 남해관음이 해중에 다시 돋는 듯, 심신이 황홀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 하는 말이,

“서왕모 딸이옵더니, 반도진상 가는 길에 옥진비자를 만나 둘이 수작하였삽더니 시가 좀 어기었삽기로 상제께 득죄하여 인간에 내치시매 갈 바를 몰랐더니, 태행산 노군과 후토부인·제불보살·서가여래님이 귀댁으로 지시하옵기에 여기 왔사오니, 어여삐 여기옵소서.”

품안에 드는 매 놀내 깨달으니 남가일몽이라.

직시 봉사님을 깨워 몽사를 의논하니, 둘이 꿈이 같은지라.

그 날 밤에 어찌하였던, 과연 그 달부터 태기 있어 곽씨부인 어진 마음, 석불정부좌하고 할불정불식하며, 이불청음성하고 목불시악색하며, 입불번와불칙하며 열 달을 찬 연후에 하루는 해복기미 있구나.

“애고 배야, 애고 허리야.”

심봉사 일변 반갑고 일변 놀내어, 집 한 줌 정이 추려내어 사발에 정화수를 소반에 받쳐 놓고 단정이 꿇어앉아,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신제왕전에 비나이다. 곽씨부인 노산이오매 헌 초매의 외씨 빠지듯 순산하여 주옵소서.”

비더니 뜻밖에 행내 만실하고 오색 안개 두르더니, 혼미 중에 탄생하니 과연 딸이로다.

심봉사 거동 보소.

쌈을 가려 뉘여 놓고 만심 환희하던 차에, 곽씨부인 정신 차려 묻는 말이, “여보시요,”

“봉사님, 남녀간 무엇이요?”

심봉사 대소하고 아기 사체를 만져보니, 손이 나루배 지내듯 문득 지나가니,

“아마도 무근 조개가 햇조개 나아 나부.”

곽씨부인 섧어하여 하는 말이, “신공 드려 만득으로 나은 자식, 딸이라 하오.”

심봉사 이른 말이,

“마누라이 그 말 마오. 첫째로 순산이요, 딸이라도 잘 두면 어느 아들 주어 바꾸겠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 먼저 가르치고 침선방적 두루 하여 요조숙녀 좋은 배필 군자호구 가려서, 금슬우지 즐거움과 종사 우진진하면 외손봉사 못하오리까.”

첫 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에 받쳐 놓고, 의관을 정제하고 두 손 들어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십삼천 도솔천 제석전에 발원하며, 삼신제왕이 화의동심하여 다 굽어 보옵소서. 사십 후에 점지한 자식, 한두 달에 이실 맺혀, 석 달에 피 어리여, 넉 달에 인형 삼겨, 다섯 달에 외포 삼겨, 여섯 달에 육정 나고, 일곱 달에 골격 삼겨, 사만팔천 털이 나고, 여덟 달에 찬 짐 받아, 금광문 해탈문 고히 열어 순산하오니, 삼신님 덕이 아니신가. 다만 무남독녀 딸이오나, 동방삭의 명을 주워, 태임의 덕행이며, 대순증삼 효행이며, 기량 처의 절행이며, 반희의 재질이며, 복은 석숭의 복을 점지하며, 촉부단혈 복을 주어, 외 붓듯 달 붓듯 잔병 없이 일취월장 하여 주옵소서.”

더운 국밥 퍼다 놓고 산모를 먹인 후에, 혼자말로 아기를 어룬다.

“금자동아 옥자동아, 어허간간 내 딸이야. 표진강 숙행이가 네가 되어 환생하였느냐, 은하수 직녀성이 네가 되어 내려왔느냐. 남전북답 장만한들 이여 더 반가우며, 산호진주 얻어쓴들 이여서 더 반가울까. 어데 갔다 인자 와 삼겨나느냐.”

이렇다시 길기더니 뜻밖에 산후별증이 났구나.

현숙하고 음전하신 곽씨부인, 해복한 초칠일 못 다 가서 외풍을 과히 쐬어 병이 났네.

“애고 배야, 애고 머리야, 애고 가슴이야, 애고 다리야.”

지형 없이 만신을 앓는구나.

심봉사 기가 막혀, 아픈 데를 두루 만지며,

“정신 차려 말을 하오. 체하였는가, 삼신님 집탈인가.”

병세 섬섬 위중하니, 심봉사 겁을 내어 건너 마을 성생원을 모셔다가 진맥한 연후에 약을 쓸 제, 천문동·맥문동·반하·진피·계피·백복·영소·엽방풍·시호·계지·행인·도인·실농씨·장백초로 의약을 쓴들, 사병에 무약이라.

병세 점점 침중하여 하릴없이 죽게 되니, 곽씨부인 또한 사지 못할 줄 알고 가군의 손을 잡고, “봉사님.” 휴유, 한숨 길게 쉬고,

“우리 둘이 서로 만나 해로백년 하려 하고 간구한 살림살이, 앞 못 보는 가장 범연히 하면 늙은지기 슬프기로, 아모조록 뜻을 받아 가장 공경하려 하고, 풍한서습 가리진 코 남촌북촌 품을 팔아 밥도 받고 반찬도 얻어, 식은 밥은 내가 먹고 더운 밥은 가군 들려, 배 곱프잖게 춥지 않게 극진 경대하였더니, 천명이 그 뿐인지 인연이 끊어진지 하릴없소. 눈을 어찌 감고 갈꼬. 뉘라서 헌 옷 지여 주며 맛진 음식 뉘라서 권하오리까. 내가 한 번 죽어지면 눈 어두운 우리 가장,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탁할 곳 없어, 박아지 손에 들고 지팡막대 부여잡고 때 맞추워 나가다가, 구렁에도 빠져 돌에도 채여 엎어져서 신세자탄으로 우는 양은 눈으로 곧 보는 듯, 가가문전 찾아가서 밥 달라는 슬픈 소리 귀에 쟁쟁 들이는 듯, 나 죽은 후 혼백인들 차마 어찌 듣고 보며. 명산대찰 신공 들여 사십에 나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못 보고 죽단 말가. 전생에 무삼 죄로 이생에 삼겨나서 어미 없는 어린 것이 뉘 젖 먹고 잘어나며, 가군의 일신도 주체 못한데 또 저 것을 어찌하며 그 모양 어찌할꼬. 멀고 먼 황천길에 눈물 져워 어찌 가며, 앞이 막혀 어찌 갈꼬.”

“저 건너 이동지 집에 돈 열 냥 맡겼으니, 그 돈 열 냥 찾아다가 초상에 보태어 쓰고, 도장 안에 양식 해복쌀로 두었으나 못 다 먹고 죽어가니, 내의 사정 절박하네. 첫 상망이나 지낸 후에 두고 양식하옵고, 진어사댁 관복 한 벌 흉배 학을 놓다 못 다 하고 보에 싸서 밑 탱 농에 넣었으니, 나 죽어 초상 후에 찾으러 오거든 염여 말고 내어 주고. 건너 마을 귀덕어미 내게 절친하여 다녔으니, 어린아이 안고 가서 젖을 먹여 달라 하면 응당 괄세 아니하리니.”

“천행으로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자라나서 제 발로 걷거든, 앞 세우고 길을 물어 내 무덤 앞에 찾아와서, ‘네의 죽은 모친 무덤이로다’ 가르쳐 모녀 상면하면 혼이라도 원이 없겠소. 천명을 어길 길이 없어, 앞 못 보는 가장에게 어린 자식 맡겨 두고 영결하고 돌아가니, 가군의 귀하신 몸이 애통하여 상치 말고 천만 보중하옵소서. 차생에 미진한 인연 다시 만나 이별 말고 살이라.”

“애고 내가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을 심청이라 지어 두고, 내 끼던 옥지환이 함 속에 있으니, 심청이 자라거든 날 본 다시 내여 주고. 나라에서 상사하신 돈 수복강녕·태평안락 양 편에 새긴 돈을 고운 홍전 괴불줌치 주홍당사 벌매답에 끈을 달아 두어 있으니, 그것도 내여 채여 주오.”

하고 잡어 떤 손을 후리치고 한숨 짓고 돌아누어, 어린아이 잡아달려 낯을 한테 문지르며 서를 끌끌 차며,

“천지도 무심하고 귀신도 야속타. 네가 진작 삼기거나 내가 좀 더 살거나, 너 낳아 나 죽으니 가없는 궁천지통을 너로 하여 풀게 하니, 죽는 어미 사는 자식 생사간에 무삼 죄냐. 뉘 젖 먹고 살아나며 뉘 품에서 잠을 자리. 애고 아가, 내 젖 망종 먹고 어서어서 자라거라.”

두 줄 눈물 낯이 젖는구나. 한숨 지어 부는 바람 삽삽비풍 되어 있고, 눈물 매져 오는 비는 소소세우 내리도다. 하늘은 나직하고 음운은 자옥한데, 숲풀에 우는 새는 정에 긍하여 적막히 머무르고, 세내의 도는 물은 소리 삽삽 잔잔하여 오열이 흘러가니, 하물며 사람이야 어찌 아니 섧어하리.

패각질 두세 번에 숨이 덜걱 지니, 심봉사 그제야 죽은 줄 알고,

“애고 애고 마누라이, 참으로 죽었는가. 이게 웬일인고.”

가슴을 꽝꽝 두다리며 머리 탕탕 부딪히며 내리굴 치굴며, 업더지며 자빠지며 발 구르며 고통하며,

“여보 마누라이, 그대 살고 내가 죽으면 저 자식을 키울 것을, 내가 살고 그대 죽어 저 자식 어찌 키잔 말고. 애고 애고 모진 목숨 사자하니 무엇 먹고 살며, 함기 죽자 한들 어린 자식 어찌할꼬. 애고, 동지 섣달 찬바람에 무엇 입혀 키여내며, 달은 지고 침침한 빈 방 안에서 젖 먹자 우는 소리 뉘 젖 먹여 살여낼꼬. 마오 마오 제발 덕분 죽지 마오. 평생 정한 뜻에 사직동혈 하자더니, 염라국이 이 드라고 날 버리고 저 것 두고 죽단 말가. 인제 가면 언제 오리. 애고, 청춘작반 호환행에 봄을 따러 오랴느냐. 청천 유월 내기시에 달을 띠고 오랴느냐.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다시 돋건마는, 우리 마누라이 가신 데는 가면 다시 못 오느냐. 삼천 벽도 요지연에 서왕모를 따러 갔나, 월궁 항아 짝이 되어 도약하러 올라갔나, 황능묘 이비 함께 회포 말하러 갔나, 회사정 호천하던 사씨부인 찾아갔나. 나는 뉘를 찾아 갈꼬. 애고 애고 섧운지고.”

이렇다시 애통할 제, 도화동 사람들이 남녀노소 없이 모여와 낙루하며 하는 말이,

“현숙하던 곽씨부인 불상이도 죽었구나. 우리 동내 백여 호라, 십시일반으로 감장이나 하여 주세.”

공론이 여출일구하여 의금관곽 정히 하여 행양지지 가려 삼 일 만에 출상할 제, 해로가 슬픈 소리.

“원어 원어 원얼리 넘차 원어. 북망산이 멀다더니 건넌산이 북망일세. 원어 원어 원얼리 넘차 원어. 황천길이 멀다더니 방문 밖이 황천이라. 원어 원어, 불상하다 곽씨부인, 행실도 음전하고 재질도 기이터니, 늙도 젊도 아니하여서 영결종천 하여갔구나. 원어 원어 원얼리 넘차 원어, 어화 너화 원어.”

이리저리 건네갈 제, 심봉사 거동 보소. 어린아이 강보에 쌘 채 귀덕어미 맡겨두고, 지팡막대 흩어 집고 논들밭들 좇아와서, 상여 뒤채 부여잡고, 목은 쉬어 크게 울던 못 하고,

“여보 마누라이, 내가 죽고 마누라이가 살아야 어린 자식 살여낼 제. 천하천지 몹쓸 마누라이, 그대 죽고 내가 살어 초칠 일 못 다 간 어린 자식, 앞 못 보는 내가 어찌 키여낼꼬.”

애고 애고 섧어울 제. 산처에 당도하여 안장하고 봉분을 다한 후에, 심봉사 제를 지내되 섧은 진정으로 제문 지어 읽더니 것이었다.

“차호부인 차호부인, 요찬조지 숙여하여 생불고어 고인이라. 기백년이 해로터니 홀연 몰혜언귀요. 유치자이 영세하여, 이것을 어찌 길러내며. 귀불귀혜 천대하여, 언의 때나 오랴는가. 탁송추이 위가하여, 잠은 다시 누었으니. 상음용이 적막하여, 보고 듣기 어려워라. 누삼삼이 첨금하여, 젖는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이 소원하여, 살길이 전혀 없다. 소회인이 재피하여, 바래본들 어이하며. 어장주이 울도하여, 뉘를 의지하잔 말가. 백양로이 월락하여, 산 적적 밤 깊은 데. 어추추이 주유하여, 무슨 말을 하소한들. 격유헌이 노수하여, 그 뉘라서 위로하리. 서래상 지상봉하면 차생에는 한이 없네. 주과포혜 박잔하여 많이 먹고 돌아가오.”

제문을 막 읽더니 목들기하여,

“애고 애고 이게 웬일인고. 가오 가오 날 버리고 가는 부인, 한탄하여 무엇하리. 황천으로 가는 길이 각점이 없으니 뉘 집에 가자고 가오. 가는 데 날 일러 주오.”

무수이 애통하니, 장사 회객들이 말려 돌아와서 집이라 들어가니, 부엌은 적적하고 방은 텅 비었구나. 어린아이 달려다가 헝덩글러진 빈 방 안에, 태백산 갈가마귀 게발 물어 던진다시 홀로 누었으니, 마음이 온전하리. 벌떡 일어서더니, 이불도 만져보며 베개도 더듬으며, 예 덥던 금침은 의구히 있다마는 독숙공방 뉘와 함기 덮고 자며. 농짝도 쾅쾅 치며, 반어질 상자도 덥벅 만져보고, 빗던 빗첩도 핑등 그리 던져도 보고, 받던 밥상도 더듬더듬 만져보고, 부엌을 향하여 공연히 불러도 보며, 이웃집 찾아가서 공연히,

“우리 마누라이 예 왔소?”

물어도 보고, 어린아이 품에 품고, “너의 어마이 무상하다, 너를 두고 죽었제. 오늘은 젖을 얻어 먹었으나, 내일은 뉘 집에 가 젖을 얻어 먹여 올꼬.” 애고 애고, 야속하고 무상한 귀신 우리 마누라이를 잡아갔구나. 이렇게 애통하다가 풀쳐 생각하되, 사자는 불가부생이라, 하릴없건이와 이 자식이나 잘 키여내리라 하고, 어린아이 있는 집을 차례로 물어 동네 젖을 얻어 먹일 제. 귀는 밝아 눈치로 간음하고, 앉아다가 마침 날 돋을 적에 우물가에 들내는 소리 얼른 듣고 나서면서,

“여보시요 마누라님, 여보 아씨님네, 이 자식 젖을 좀 먹여주오. 날로 본들 어찌하며, 우리 마누라이 살았을 제 인심으로 생각한들 차마 어찌 괄세하며, 어미 없는 어린 것인들 어찌 아니 불상하오. 댁집에 귀하신 아기 먹이고 나문 젖 한 통 먹여주오.”

하니, 뉘 아니 먹여주리. 또 육칠 월 지심 매는 여인, 수일참 찾아가서 애근하게 얻어 먹이고. 또 세내가에 빨래하는 데도 찾아가면, 어떤 부인은 달내다가 뚝뚝이 먹여주며 후날도 찾아오라 하고, 또 어떤 여인은 말하되, “인자 막 우리 아기 먹였으니 젖이 없노라” 하여, 심청이 젖을 많이 얻어 먹인 후에 아이 배가 불룩한 적, 심봉사 좋아라고 양지 바른 언덕 미태에 쪼그려 앉아 아기를 얼울 제,

“아가 아가 자느냐, 아가 아가 웃느냐. 어서 커서 너의 모친 같이 현철하여 효행 있어 아비에게 귀함 보여라. 언의 조모 있어 보며, 언의 외가 있어 맡길손아.”

하루 보일 사람 없었으니, 아이 젖을 얻어 먹여 뉘이고, 새새이 동녕할 제, 삼베 전대 두 동 지어, 한 머리는 쌀을 받고 한 머리는 베를 받아 모이고, 한 달 육장 다니며, 전전이 한 푼 두 푼 얻어 모아 아이 맘죽차로 갱엿 푼어치 홍합도 사고, 이렇다시 지내나며, 매월 삭망 소대기를 염예 없이 지내더니. 또 심청이는 장내 귀히 될 사람이라, 천지귀신이 도와주고 제불보살이 음조하여 잔병 없이 자라나 제 발로 걸어 잔주름을 지내고 무정세월약유파라.

언의더시 육칠 세라. 얼굴이 국색이요, 인사가 민첩하고 효행이 출천하고, 소견이 탁월하고 인자함이 기린이라. 부친의 조석 공양과 모친의 제사를 의법으로 할 줄을 아니, 뉘 아니 칭찬하리요.

하루는 부친께 여쭈오되,

“미물 짐생 까마귀도 공임 져문 날에 반포할 줄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만 못하오리이까. 아부지 눈 어두신데 밥 빌러 가시다가 높은 데 깊은 데와 좁은 길로 천방지방 다니다가 엎어져 상키 쉽고, 만일 날 궂은 날, 비바람 불고 서리친 날 추워 병이 나실까, 주야로 염여하오니. 내 나이 칠팔 세라, 생아육아 부모 은덕, 이제 봉행 못하면 일후 불행하신 날에 애통한들 갚사오리까. 오늘부터 아부지는 집이나 지키시면, 내가 나서서 밥을 빌어다가 조석 근심 덜게 하오리다.”

심봉사 웃고 하는 말이,

“네 말이 기특하다. 인정은 그러하나 어린 너를 내보내고 앉아 받아 먹는 마음, 내 어찌 편하리요. 그런 말 다시 말라.”

또 여쭈오되,

“자로는 현인으로 백이에 부미하고, 제형은 어린 여자로되 낙양 옥중에 갇힌 아비 제 몸을 팔아 속죄하니, 그런 일 생각하면 사람이 고금이 다르리이까. 고집지 마르소서.”

심봉사 옳이 여겨,

“기특하다 내 딸이야, 효녀로다 내 딸이야. 네 말대로 그러하여라.”

심청이 이 날부터 밥 빌러 나설 제, 원산에 해 비치고 앞마을 연기 나면, 헌 배 중에 단임 치고 말만 나문 뵈초매 앞섶 없는 접저고리 이령저령 얼메고, 청목 휘양 둘러 쓰고, 버선 없이 발을 벗고 뒤축 없는 신을 끌고, 헌 박아지 옆에 끼고 단지 놋근 매여 손에 들고, 엄동설한 모진 날에 추운 줄을 모르고 이 집 저 집 문 앞 문 앞 들어가서 애근히 비는 말이,

“모친은 세상 바리시고 우리 부친 눈 어두워 앞 못 보신 줄 뉘 모르시리이까. 십시일반이오니, 밥 한 술 덜 잡수시고 주시면 눈 어두운 내의 부친 시장을 면하겠소.”

보고 묻는 사람들이 마음이 감격하여, 그릇 밥 짐채 장을 아끼잖고 주며, 혹은 먹고 가라 하면 심청이 하는 말이,

“추운 방에 늘근 부친 응당 기달릴 것이니, 나 혼자 먹사오리까. 어서 바삐 돌아가서 아부 함기 먹겠나이다.”

이렇게 얻은 밥이 두세 집 어드니 족한지라, 속속히 돌아와서 방문 앞에 들어오며,

“아부지 춥지 않소, 아부지 시장하시지요, 아부지 기달렸소, 자연이 더디었소.”

심봉사가 딸을 보내고 마음 둘 데 없어 탄복하더니, 소리 얼른 반겨 듣고 문을 펄쩍 열고 두 손 덥벅 잡고, 손 시렵지야 입에 대이고 훌훌 불며, 발도 차다 어루만지며, 서를 끌끌 차며 눈물 지어,

“애고 애고 애답도다. 너의 모친 무상할사. 내의 팔자야, 널로 하여곰 밥을 빌어 먹고 사잔 말가. 애고 애고 모진 목숨 구차이 살아나서 자식 고상 시키는고.”

심청이 극진한 효성 부친을 위로하되,

“아부지 그 말씀 마오.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의 효도 받는 게 천리에 떳떳하고 인사에 당연하니, 너무 걱정 마르시요. 진지나 잡수시요.”

하며 저의 부친 손을 잡고,

“이것은 짐채요, 이는 간장이오, 시장하신데 많이 잡수시요.”

이렇다시 공양하며 춘하추동 사시절 없이 동네 걸인 되었더니, 한 해 두 해 네댓 해 지나가니, 재질이 민첩하고 침선이 능란하니, 동네 바느질을 공밥 먹지 않고 삯을 주면 받아 모아 부친 의복 찬수하고, 일 없는 날은 밥을 빌어 근근이 연명하여 가니,

세월이 여류하여 십오 세에 당하더니, 얼굴이 추월 같고 효행이 태기하고 동정이 안온하여 인사가 비범하니, 천생여질이라 가라쳐 행할손야. 여중의 군자요 세중의 봉황이라. 이러한 소문이 원근에 자자하니,

일일은 월평 무릉촌 장승상댁 시비 들어와 부인 명을 받아 심소저를 청하거늘, 심청이 부친께 여쭈오되,

“어른이 부르신 직 시비 함기 가 다녀오겠나이다. 만일 가서 더디여도 잡수시던 나문 진지 반찬 시져 상을 보아 탁자 위에 두었으니, 시장하시거든 잡수시요. 부대 나오기를 기다려 조심하옵소서.”

하고 시비를 따라갈 제, 시비 손 들어 가라치는 데 바라보니, 문 앞에 심은 버들 엄욜한 시상촌을 전하여 있고, 대문 안에 들어서니 좌편에 벽오동은 맑은 이슬이 뚝뚝 떨어져 학의 꿈을 놀내깨고, 우편에 섰는 반송 청풍이 건듯 부니 노룡이 굼이는 듯. 중문 안에 들어서니 창 앞에 심은 화초, 일란초·봉미장은 속잎이 빼여나고, 고루 앞에 부용당은 백구가 흔흔한데 하엽이 출수소에전으로 높이 떠서, 동실 넓적 진경은 쌍쌍 금부어 둥둥 아니. 중문 들어서니 가사도 굉장하고 수호 문창도 찬란한데, 반백이 나문 부인 의상이 단정하고 기부가 풍영하여 복이 많은지라. 심소저를 보고 반겨하여 손을 쥐며,

“네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도 같다.”

하시며 자리를 주어 앉힌 후에 가긍함을 위로하고 자세히 살피니, 천상의 봉용국색임이 분명하다. 염용하고 앉인 거동, 백석청강 새비 뒤에 목욕하고 앉인 제비, 사람 보고 놀내는 듯. 황홀한 저 얼굴은 천심에 도든 달이 수면에 빛이었고, 추파를 흘리 띠이 새벽빛 맑은 하늘에 경경한 샛별 같고, 양협에 고운 빛은 노양연봉추분홍에 부용이 새로 핀 듯. 청산 미간에 눈썹은 초생달 정신이요, 삼삼녹발은 새로 자라는 난초 같고, 재약쌍빈은 매야미 귀 밑이라. 입을 열어 웃는 양은 모란화 한 송이가 하룻밤 비 기운에 피고자 벌어지는 듯. 호치를 열어 말을 하니 농산의 앵무로다. 부인이 칭찬 왈,

“네 전세를 모르느냐. 분명히 선녀로다. 도화동에 적거하니 월궁에 놀던 선녀 벗 하나를 잃었구나. 오늘 너를 보니 위연한 일 아니로다. 무릉촌에 내가 있고 도화동에 네가 나니, 무릉촌에 봄이 들고 도화동에 개화로다. 탈천지지정기하니 비범한 네로구나. 내 말을 들어서라. 승상이 일찍 기세하시고 아들이 삼형제라 황성에 여환하여 달은 자식 손자 없고 슬하에 재미 없어, 눈 앞에 말벗 없고 각방에 며느리는 혼정신성한 후 다 각기 제 일 하니, 적적한 빈 방에 대하나니 촛불이요 보나니 고서로다. 네의 신세 생각하니 양반의 후예로 저렇다 궁곤하니 어찌 아니 불상하랴. 내의 수양딸 되면 여공이며 문산을 학습하여 기출같이 길러 내여 말년 재미 보려하니, 네 뜻이 어떠하냐?”

심소저 일어 재배하고 여쭈오되,

“명도 기구하여 나은 제 초칠 일 안에 모친이 불행하여 세상 바리시매, 눈 어두운 내의 부친 동네 젖 얻어먹여 겨우 살았으니, 모야 천지 얼굴도 모르매 궁천지통 끊칠 날이 없삽기로, 내의 부모 생각하여 남의 부모도 공경터니. 오늘 승상부인께옵서 권하신 뜻이 미천한 줄 헤지 않고 딸을 삼으려 하시니, 이친 모친을 다시 뵈온 듯 황송 감격하와 마음을 둘 고지 전이 없어 부인의 말씀을 좇아 하면 몸은 영귀하오나, 안혼하신 우리 부친 조석공양과 사절의복 뉘라서 이루리이까. 구휼하신 은덕은 사람마다 있거니와, 지여날하여 난당이별론이라. 부친 모시옵기를 모친 겸 모시옵고 우리 부친 날 믿기를 아달 겸 믿사오니, 내가 부친 곁 아니면 이제까지 살았으며, 내가 만일 없거드면 우리 부친 나문 해를 마칠 길이 없사오며. 오조의 사정 서로 의지하여 내 몸이 마도록 길이 모시려 하옵나니다.”

말을 마치매 눈물이 옥면에 젖는 거동은 춘풍세우가 도화에 맺쳤다가 점점이 떨어지는 듯하니, 부인도 또한 긍측하여 등을 어루만지면서,

“효녀로다 효녀로다. 네 말이여 응당 그러할 듯하다. 노혼한 내의 말이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그렁저렁 날이 저물어지니 심청이 여쭈오되,

“부인의 착하신 덕을 입어 종일토록 모셨으니 영광이 많기로, 일역이 다하오니 급히 돌아가서 부친의 기달리시던 마음을 위로코자 하나이다.”

부인이 말류치 못하여 마음에 연연이 여기사, 채단과 피륙이며 양식을 후히 주워 시비 함기 보낼 적에,

“네 부대 날을 잊지 말고 모녀간 의를 두면 노인의 다행이라.”

심청이 대답하되,

“부인의 장하신 뜻이 이같이 밀쳤으니 가르치심을 받자오리다.”

절하여 하직하고 망연이 오더니라.

이때에 심봉사 홀로 앉아 심청을 기달릴 제, 배 곱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태기 떨여지고 잘 새는 날어들고 먼 데 절 쇠북소리 들이니, 날 저문 줄 짐작하고 혼자 하는 말이,

“내 딸 심청이는 무삼 일에 골몰하며 날이 저문 줄 모르는고. 주인에게 잡혀 못 오는가, 저물게 오는 길에 동무에게 잠착한가.”

풍설에 가는 사람 보고 짖는 개 소리에 심청이 오는가 반기 듣고, 무단할사 떨어진 옆창에 풍설 섞여 부딪히니, 심청이 온 자최인가 하여 반겨 나서면서,

“심청아 네 오느냐.”

적막공정에 인적이 없었으니 헛분 마음 아득히 속았구나. 지팡막대 찾아 집고 사립 밖에 나다가, 지리 나문 개천에 밀친다시 떨어지니 면상에 흙빛이요 의복이 어름이라. 뛰어 도로 더 빠지며 나오잖직 미끄러져 하릴없이 죽게 되어, 아무리 소리한들 일모도궁하니 뉘라서 건져주리.

진소위 활인지불은 곳곳마다 있는지라. 마침 이때 몽운사 화주승이 절을 중창하려 하고 권선문 들어메고 내려왔다. 청산은 암암하고 설월은 돌아올 제, 석경 빗긴 길로 절을 찾아가는 차에, 풍편 슬픈 소리 사람을 구하라 하거늘, 화주승 자비한 마음에 소리나는 곳을 찾아 가더니, 어떤 사람이 개천에 빠져서 거의 죽게 되었거늘, 저 중의 급한 마음, 구절죽장 백골이 암상에 철철 던져두고, 굴갓 수묵 장삼 실띠 달인 채 벗어 놓고, 육날 메투리·행전·단임·버선 훨훨 벗어 놓고, 고두누비 바지 저고리 거듬거듬 훨씬 추고, 왈의으의 달려들어 심봉사 고추 상투 덤벅 잡어 엇들우며야 건져 놓니, 전에 보던 심봉사라. 봉사 정신 차려 묻는 말이,

“게 뉘시요?”

하니 중이 대답하되,

“몽운사 화주승이요.”

“그렇지 활인지불이로고. 죽을 사람 살려 놓니 은혜 백골난망이라.”

화주승이 심봉사를 업고 방 안에다가 앉히고 빠진 연고를 무르니, 심봉사 신세를 자탄하다가 전후말을 하니, 그 중이 봉사다려 하는 말이,

“불상하오. 우리 절 부처님은 영검이 많으오셔, 빌어 아니 되는 일이 없고 구하면 응하나니, 공양미 삼백 석을 부처님께 올리옵고 지성으로 불공하면 정녕이 눈 떠서 완인이 되어 천지만물을 보오리다.”

심봉사 정세는 생각지 않고 눈 뜬단 말에 혹하여,

“그러면 삼백 석을 적어 가시요.”

화주승이 허허 웃고,

“여보시요, 댁의 가세를 살펴보니 삼백 석을 무신 수로 하겠소.”

심봉사 홱김에 하는 말이,

“여보시요, 언의 쇠 아들놈이 부처님께 적어 놓고 빈말하겠소. 눈 뜰나다가 앉인백이 되게요. 사람만 업수이 여기는고. 염예 말고 적어시요.”

화주승이 발랑을 펼쳐 놓고 제일층 붉은 찌에 심학규 백미 삼백 석이라 적어 가지고 하직하고 간 연후에, 심봉사 중을 보내고 다시금 생각하니, 시주쌀 삼백 석을 판출할 길이 없어, 복을 빌었다가 도리어 죄를 얻을 것이니 이 일을 어이하리. 이 서름 저 서름 무근 서름 해 서름이 동무지어 일이니 전대지 못하여 울음 운다.

“애고 애고 내 팔자야 망영할사 내 일이야. 천심이 지공하사 후박이 없건마는, 무삼 일로 맹인이 되어 성세조차 간구하고, 일월 같이 밝은 것을 분별할 길 전이 없고, 처자같던 지정간을 대하여도 못 보건네. 우리 망처 살렸으면 조석 근심 없을 것을, 다 커가는 딸자식을 사동내여 내노아서 품을 팔고 밥을 빌어다가 근근이 호구하는 중에 공양미 삼백 석을 호기 있게 적어 놓고 백 가지로 생각한들 방책이 없구나. 빈 단지를 기울인들 한 되 곡식이 바이 없고, 장농을 수탐한들 한 푼전이 왜 있으리. 일간 두옥 팔자한들 풍우를 못 피커든 살 사람이 뉘 있으리. 내 몸을 팔자 하니 푼전 싸지 아니하니, 내라도 사지 아니하랴거든. 어떠한 사람은 팔자 좋아 이목이 완전하고 수족이 구비하여 부부 해로하고 자손이 만당하고 곡식이 진진하고 재물이 영영하여 용지불갈 취지무궁 기루운 것 없건마는, 애고 애고 내 팔자야 날 같은 이 또 있는가. 앉인박 꼽사동이 서럽다 한들 부모 처자 바로 보고, 말 못하는 벙어리도 서럽다 한들 천지만물 보아 있네.”

한창 이렇게 탄식할 제, 심청이 바삐 와서 제의 부친 모양 보고 깜작 놀내어 발 구르면서 온몸을 두루 만지며,

“아부지 이게 웬일이요. 나를 찾아 나오시다가 이런 욕을 보았겠소. 이웃집에 가겠다가 이런 봉변을 당하셨소. 춥긴들 오죽하며 분하심인들 오죽하오리이까. 승상댁 노부인이 굳이 잡고 말유하여 어언간에 더디었소.”

승상댁 시비 불러,

“부엌에 있는 나무로 불 한 부엌 넣어주소.”

부탁하고 초매폭을 거듬거듬 거두잡고 눈물 흔적 씻으면서,

“진지를 잡수시요. 더운 진지 가져왔소. 국을 먼저 잡수시요.”

손을 끌어다가 가이치며,

“이것은 짐채요, 이것은 자반이요.”

심봉사 만면수색 밥 먹을 뜻 전이 없었으니,

“아부지 웬일이요, 어데 아파 그러신가, 더디 왔다고 이렇다시 진노하신가.”

“아니로다. 네 알어 쓸 데 없디.”

“아부지 그게 무삼 말씀이요. 부자간 천륜이야 무삼 허물 있으리이까. 아부지는 날만 믿고 나는 아부지만 믿어 대소사를 의논터니, 오늘날 말씀이 ‘네 알어 쓸 데 없다’ 하시오니, 부모 근심은 곧 자식의 근심이라, 제 아무리 불효한들 말씀을 아니하시니 제 마음에 섭사이다.”

심봉사 그제야,

“내가 무삼 일을 너를 속이랴마는, 만일 네가 알거드면 지극한 네의 마음에 걱정만 되겠기로 말하지 못하였다. 앗가 너를 기달리다가 저물도록 아니 오기에 하도 갑갑하여 너를 맞져 나갔다가, 길 너문 개천에 빠져서 거의 죽게 되었더니 뜻밖에 몽운사 화주승이 나를 건져 살려 놓고 하는 말이, 공양미 삼백 석을 진심으로 시주하면 생전에 눈을 떠서 천지만물을 보리라 하더구나. 홱찜에 적어더라 중을 보내고 생각하니, 푼전 일이 없는 중에 삼백 석이 어데서 난단 말인야. 도리어 후회로다.”

하니 심청이 반기 듣고 부친을 위로하되,

“아부지 걱정 마르시고 진지나 잡수시요. 후회하면 진심이 못되오니다. 아부지 어두운 눈을 떠서 천지만물을 보량이면, 공양미 삼백 석을 아무조록 준비하여 몽운사로 올리리다.”

“네 아무리 한들 백천간두에 할 수가 있을손야.”

심청이 여쭈오되,

“왕상은 고빙하고 어름 구기여 이어 얻고, 곽거라 하는 사람은 부모 반찬하여 놓으면 제 자식이 상머리에서 먹는다고 산 채 묻으려 할 제 금항을 얻어다가 부모 봉양하였으니, 사친지효가 옛 사람만 못하나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오니, 공양미는 자연이 얻사오리다. 깊이 근심 마옵소서.”

만단 위로하고 그 날부터 목욕재계 전조단발하며 집을 소쇄하며, 후원에 단을 무어 북두칠성 행야반에 만뢰구적한데, 등불을 밝혀 두고 정화수 한 그릇 시북행하여 비는 말이,

“간기 모월 모일에 심청은 근고우 재배하노니, 천지 일월성신이며 하지후토 산영성황 오방강시 하백이며, 제일의 서가여래 삼금강 칠보살 팔부신장 십왕성군 강임도령 수차공양하옵소서. 하날님이 일월두미 사람의 안목이라, 일월이 없사오면 무삼 분별하오리이까. 아비 무자생신 삼십 안에 안맹하여 시물을 못하오니, 아비 허물을 내 몸으로 대신하옵고, 아비 눈을 밝혀 주옵소서.”

이렇다시 빌기를 마지아니하니, 하루는 드르니 남경상고 선인들이 십오 세 처자를 사려 한다 하거늘, 심청이 그 말 반기 듣고, 귀덕어미 새이 넣어 사람 사려 하는 곡절을 물은즉,

“우리는 남경선인으로 인당수 지내갈 제 제숙으로 제하면 무변대해를 무사이 월섭하고 십십만금 퇴를 내기로, 몸 팔여 하는 처녀 있으면 갚슬 아끼지 않고 주노라.”

하거늘 심청이 반기 듣고 말을 하되,

“나는 본촌 사람일러니, 우리 부친 안맹하사 공양미 삼백 석을 지성으로 불공하면 눈을 떠보리라 하되, 가세 철빈하여 판출할 길이 전이 없어 내 몸 팔여 하니, 나를 사가미 어떠하냐?”

선인들이 이 말을 듣고,

“효성이 지극하나 가긍하다.”

하며 허락하고, 직시 쌀 삼백 석을 몽운사로 수운하고, 금년 삼월 십오일에 발선한다 하고 가거늘, 심청이 부친께 여쭈오되,

“공양미 삼백 석을 이미 수운하였으니, 이제는 근심치 마르옵소서.”

심봉사 깜작 놀내어,

“네 그 말이 웬말인야.”

심청 같은 천출지효녀가 어찌 부친을 속이랴마는, 사세 부득이라 잠간 궤술로 속여 대답하되,

“장승상댁 노부인이 월선에 날다려 수양딸을 삼으려 하시는데, 차마 허락지 아니하였삽더니, 금차 사세는 공양미 삼백 석을 주선할 길이 전이 없어 이 사연을 노부인께 여쭈온즉, 백미 삼백 석을 내어 주시기로 수양딸로 팔렸나이다.”

하니 심봉사 물색 모르고 이 말 반기 듣고,

“그러하면 거룩하다. 그 부인은 일국 재상의 부인이라, 아마도 다르미라. 후록이 많겠다. 저렇기여 그 자제 삼형제가 환로에 등양하나니라. 그러하나 양반의 자식으로 몸을 팔었단 말이 천문에 고히하다마는 장승상댁 수양딸로 팔인게야 관계하랴. 언제나 가느냐?”

“내월 망일로 데려간다 하더이다.”

“어, 그 일 매우 잘 되었다.”

심청이 그 날부터 곰곰 생각하니, 눈 어두운 백발 부친 영결하고 죽을 일과 사람이 세상에 나서 십오 세에 죽을 일이 정신이 아득하고 일의도 뜻이 없어 식음을 전폐하고 수심으로 지내더니, 다시금 생각하되, 엎지러진 물이요 쏘아 논 살이로다. 날이 점점 가까오니 이렇게 하여 못하겠다. 내가 살었을 제 부친의 의복 빨내나 하리라 하고, 춘추의복 상침·접것, 하절의복 한삼·고의 박아지여 달어 놓고, 동절의복 소음 두어 보에 싸서 농에 넣고, 청목으로 갓끈 접어 갓수 달어 벽에 걸고, 망건꾸미며 당줄 달어 걸어 두고, 행선날을 세알리니 하루이 지격한지라.

밤은 적적 삼경인데 은하수 기울어졌다. 촛불만 대하여 두 무릎 마주 꿇고 아미를 수기리고 한숨을 길게 쉬니, 아무리 효녀라도 마음이 온전할손야. 부친의 버선이나 망종 지으리라 하고 바늘에 실을 꿰여 드니, 가슴이 답답하고 두 눈이 침침 정신이 아득하여 해음없이 울음이 간장으로 좇아 솟아나니, 부친이 깰까 하여 크게 울던 못 하고 경경오열하여, 얼굴도 대여보며 수족도 만져보며,

“날 볼 날 몇 밤이요. 내가 한 번 죽어지면 뉘를 믿고 살으실꼬. 애답도다 우리 부친, 내가 철을 안 언후에 밥빌기를 놓으시더니, 내일부터라도 동네 걸인 되게 되니, 눈치인들 오죽하며, 멸시인들 오죽할꼬. 무삼 험한 팔자로서 초칠 일 안에 모친 죽고 부친조차 이별하니, 이런 일도 있을꼬. 행양낙일수운기는 소통천의 모자이별, 편삽수유소일인은 용산의 형제이별, 서출양관무고인은 위성의 붕우이별, 정객관산로기중은 오희월녀 부부이별, 이런 이별 많건마는 살아 당한 이별이야 소식 들을 날이 있고 상면할 날 있건마는, 우리 부녀 이별이야 언의 날에 소식 알며 언의 때여 상면할꼬. 돌아가신 우리 모친 황천으로 가 계시고, 나는 이제 죽거드면 수궁으로 갈 것이니, 수궁에서 황천 가기 몇 말 리 몇 철 리나 되는고. 모녀상면 하려 한들 모친이 나를 어찌 알며 내가 어찌 모친을 알이. 만일 묻고 물어 찾아가서 모녀상면 하는 날에 응당 부친 소식 무르실 것이니, 무삼 말씀으로 대답하리. 오늘 밤 오경시를 함지에다 머물르고, 내일 아침 돋는 해를 부상지에다 매량이면, 애여뿔사 우리 부친, 좀 더 모셔 보련마는, 일거월래를 뉘라서 막을손야. 애고 애고 섧운지거.”

천지가 사정이 없어 이윽고 닭이 우니, 심청이 할 길 없어,

“닭아 닭아 울지 말아, 제발 덕분에 울지 말아. 반야진관에 맹상군이 아니로다.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내가 죽는다. 죽기는 섭지 아니하여도, 의지 없는 우리 부친 어찌 있고 가잔 말고.”

언의더시 동방이 밝아오니, 심청이 제의 부친 진지나 망종 지여 드리리라 하고 문을 열고 나서더니, 벌써 선인들이 사립 밖에서 하는 말이,

“오늘이 행선날이오니 수이 가게 하옵소서.”

하거늘 심청이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빛이 없어지고 사지에 맥이 없어 목이 메고 정신이 어질하여, 선인들을 겨우 불러,

“여보시오 선인님네, 나도 오늘이 행선날인 줄 이미 알거니와, 내 몸 팔인 줄을 우리 부친이 아직 모르시오니, 만일 알르시거드면 저런 야단이 날 것이니, 잠간 지체하옵소서. 부친 진지나 망종 지여 잡수신 연후에 말씀 여쭙고 떠나게 하오리다.”

하니 선인들이,

“그러하옵소서.” 하거늘, 심청이 들어와 눈물로 밥을 지어 부친께 올리고, 상머리에 마주 앉아 아무쪼록 진지 많이 잡수시게 하노라고, 좌반도 때여 입에 넣고 짐쌈도 싸서 수저에 놓으며,

“진지를 많이 잡수시요.”

심봉사는 철도 모르고,

“야 오늘은 반찬이 매우 좋구나. 뉘 집 제사 지냈느냐.”

그 날 꿈을 꾸니, 이는 부자간 천륜이라 몽조가 있는 것이었다.

“아가 아가, 이상한 일도 있다. 간밤에 꿈을 꾸니 네가 큰 수레를 타고 한없이 가 보이니, 수레라 하는 것이 귀한 사람이 타는 것이라, 우리 집에 무삼 좋은 일이 있을꼬. 그렇지 아니하면 장승상댁에서 가마 태여 갈난가부다.”

심청이는 저 죽을 꿈인 줄 짐작하고 거짓,

“그 꿈 좋사이다.”

하고 진지상을 물려내고 담배 타려 드린 후에, 그 진지상을 대하여 먹으려 하니, 간장에 섞인 눈물은 눈으로 솟아나고, 부친 신세 생각하며 저 죽을 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고 몸이 떨여 밥을 못 먹고. 물린 후에 심청이 사당에 하직할 차로 들어갈 제, 다시 세수하고 사당문 가만이 열고 하직하는 말이,

“불초여손 심청이는 아비 눈 뜨기를 위하여 인당수 제숙으로 몸을 팔여가오매, 조종행화를 이로 좇아 끊게 되오니 불승영모하나이다.”

울며 하직하고 사당문 닫친 후에 부친 앞에 나와 두 손을 부여잡고 기색하니, 심봉사 깜작 놀내,

“아가 아가, 이게 웬일인야. 정신을 차려 말하여라.”

심청이 여쭈오되,

“내가 불초여식으로 아부지를 속였소. 공양미 삼백 석을 뉘라 나를 주겠소. 남경 선인들께 인당수 제숙으로 내 몸을 팔여, 오늘이 떠나는 날이오니 나를 망종 보옵소서.”

심봉사 이 말을 듣고,

“참말이냐 참말이냐. 애고 애고 이게 웬 말인고. 못 가리라 못 가리라. 네 날다려 묻지도 않고 네 임의로 한단 말가. 네가 살고 내가 눈 뜨면 그는 응당 하려이와, 자식 죽여 눈을 뜬들 그게 참아 할 일인야. 네의 모친 너를 늦게야 낳고 초칠 일 안에 죽은 후에, 눈 어두운 늘근 것이 품안에 너를 안고 이집 저집 다니면서 구차한 말 하여 감서 동네 젖 얻어 먹여 키여 이만치 자라거든. 내 아무리 눈 어두나 너를 눈으로 알고, 너의 모친 죽은 후에 차차 여전터니, 이 말이 무신 말인고. 마라 마라 못하리라. 안해 죽고 자식 잃고 내 살어서 무엇하리. 너하고 나하고 함기 죽자. 눈을 팔어 너를 살되, 너를 팔어 눈을 뜬들 무엇을 보고 눈을 뜨리. 어떤 놈의 팔자관대 사궁제수 되단 말가.”

“네 이놈 상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 사다 죽여 제하는 데 어데서 보았느냐. 하날님의 어지심과 귀신의 밝은 마음, 앙화가 없건느냐. 눈 먼 놈의 무남독녀, 철모르는 어린아이 날 모르게 유인하여 갚슬 주고 산단 말고. 돈도 싫고 쌀도 싫다. 네 이놈 상놈들아, 옛 글을 모르느냐. 칠 년 태한 가물 적에 사람으로 빌라 하니, 탕인군 어지신 말씀, ‘내가 지금 비는 바는 사람을 위함이라, 사람 죽여 빌 양이면 내 몸으로 대신하리라.’ 몸으로 희생 되어 신영백모 전조단발하고 상임뜰에 빌었더니, 대우 방수천리 비라. 이런 일도 있거니와, 내 몸으로 대신 가미 어떠한야. 여보시요 동네 사람들, 절은 놈들을 그저 두고 보오.”

심청이 부친을 붙들고 울며 위로하되,

“아부지 하릴없소. 나는 이미 죽거니와, 아부지는 눈을 떠서 대명천지 보고 착한 사람 구하여서 아들 낳고 딸을 나아 아부지 후사나 전코, 불초녀를 생각지 마옵시고 만세만세 무량하옵소서. 이도 또한 천명이오니 후회한들 어찌하오리이까.”

선인들이 그 경상을 보고 영좌가 공론하되,

“심소저의 효성과 심봉사의 일생 신세를 생각하여, 봉사 굶지 않고 벗지 않게 한 몫을 꾸며 주면 어떠하오.”

그 말이 옳다 하며, 쌀 이백 석과 돈 삼백 냥이며 백목 마포 각 한 동씩 동중에 들여 놓고, 동인 모아 구별하되, 이백 석 쌀과 삼백 냥 돈을 근실한 사람 주어 도지없이 성하게 길러 심봉사를 공궤하되, 삼백 석 중에 이십 석은 당연 양식 제지하고 남적이는 년년이 흩어주워 장이로 취식하면 양식이 넉넉하고, 백목 마포는 사절의복 장만하고, 이 뜻이로 본관에 공문 내어 동중에 전하라. 구별을 다한 연후에 심소제를 가자할 제,

무릉촌 장승상댁 부인이 그제야 이 말을 듣고, 급히 시비를 보내어 심소저를 청하거늘, 소저 시비를 따라가니, 승상부인이 문 밖에 내달아 소저의 손을 잡고 울며 왈,

“네 이 무상한 사람아, 나는 너를 자식으로 알았더니 너는 날을 어미같이 아니 아는도다. 백미 삼백 석에 몸이 팔여 죽으러 간다 하니, 효성이 지극하다마는 네가 살어 세상에 있어 하는 것만 같할손야. 날다려 의논하면 진직 주선하였지야. 백미 삼백 석을 이제로 내어 줄 것이니 선인들 도로 주고, 망영은 말 다시 말라.” 하시니,

심소저 여쭈오되,

“당초에 말씀 못한 것을 이제야 후회한들 어찌 하오리이까. 또한 위친하여 공을 빌 양이면 어찌 남의 무명색한 재물을 빌려오며, 백미 삼백 석을 도로 내어 주면 선인들 임시 낭패오니, 그도 또한 어렵삽고. 사람에게 몸을 허락하여 약속을 정한 후에 다시금 배약하오면 소인의 간장이라, 그는 좋지 못하려니와, 하물며 갚슬 받고 수색이 지낸 후에 차마 어찌 낯을 들어 무삼 말을 하오리이까. 부인의 하늘 같은 은혜와 착하신 말씀은 지부로 돌아가서 결초보은 하오리다.”

하고 눈물이 옷깃을 적시거늘, 부인이 다시 본즉 엄숙한지라. 하릴없이 다시 말류치 못하고 놓치지도 못하시거늘, 심소저 울며 여쭈오되,

“부인은 전생에 내의 부모라. 언의 날에 다시 모시리이까. 글 한 수를 지어 정을 표하오니 보시면 증험하오리다.” 부인이 반기어 지필묵을 내여주시니, 붓을 들고 글을 쓸 제 눈물이 비가 되어 점점이 떨어지니, 숭이숭이 꽃이 되어 그림 족자로다. 중당에 걸고 보니 그 글에 하였으되, “생기사귀일몽간에 견정하필루잠잠이랴마는, 세간에 최유단장처하니 초록강남인미환을.”

“이 글 뜻은, 사람의 죽고 사는 게 한 꿈 속이니 정을 잊구러 어찌 반드시 눈물을 흘리랴마는, 세간에 가장 단장하는 곳이 있으니, 풀 풀린 강남에 사람이 돌아오지 못함이로다.”

부인이 재삼 만집하시다가 글 지음을 보시고,

“네는 과연 세상 사람 아니로다. 글은 진실로 선녀로다. 분명 인간의 인연이 다하여 상제 부르시매 네 어이 피할손야. 내 또한 차운하리라.”

하시고 글을 써 주시니 하였으되, “무단풍우가야래혼하니, 취송명화각하문고. 적거인간천필연하사, 강괴부모단정은을.”

“이 글 뜻은, 무단 풍우 밤에 어두워 오니 명화를 불어 보내어 뉘 문에 떨어지는고. 인간에 괴로움을 하날이 생각하사 강인한 아비와 자식으로 하여금 정과 은을 끊게 함이라.”

심소저 그 글을 품에 품고 눈물로 이별하니, 차마 보지 못할네라. 심청이 돌아와서 제의 부친에게 하직할새, 심봉사 붙들고 뛰놀며 고통하여,

“네 날 죽이고 가제. 그저는 못 가리라. 날 데리고 가거라. 네 혼자는 못 가리라.” 심청이 부친을 위로하되,

“부자간 천륜을 끊고 싶어 끊사오며, 죽고 싶어 죽사오리이까마는, 액운이 막혀 있삽고 생사가 때가 있어 하날임이 하신 바이오니, 한탄한들 어찌하오리이까. 인정으로 하량이면 떠날 날이 없사오리다.”

하고 제의 부친을 동네 사람에게 부탁하고 선인들을 따라갈 제, 방성통곡하며 초매 끊은 줄나매고, 초매폭 거듬거듬 안고, 흩트러진 머리털은 두 귀 밑에 늘어 오고, 비같이 흐르는 눈물은 옷이 사못친다. 업더지며 자빠지며 붙들려 나갈 제, 건넌집 바라보며,

“아무개네 집 큰 아가, 상침질·수 놓기를 뉘와 함기 하랴느냐. 작년 오월 단오일에 추천하고서 놀던 일을 네가 행여 생각나냐. 아무개네 집 작은 아가, 금년 칠월 칠석야에 함기 결교하자더니 이제는 허사로다. 언제나 다시 보랴. 너히는 팔자 좋아 양친 모시고 잘 있거라.”

동네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도록 서로 붙들고 울다가, 성우에 서로 분수한 연후에, 하날임이 아르시던지 백일은 어데 가고 음운이 자옥하며, 청산이 찡기리는 듯, 강소리 오열하고, 휘늘어져 곱드란하던 꽃선이 우러져 제 빛을 잃은 듯하고, 요록한 버들가지도 조을닷시 휘늘어졌고, 춘조는 다정하여 백반제 하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는 뉘를 이별하였관대 환우성케 울어오고, 뜻밖에 두견이는 피를 내여 운다. 야월공산 어데 두고 진정제송 단장성을, 네 아무리 가지 위에 불여귀라 울 것만은, 갚슬 받고 팔인 몸이 다시 어찌 돌아올꼬. 바람에 날인 꽃이 옥면에 와 부딪히니, 꽃슬 들고 바라보며, 약도 춘풍 불해의면 하인취송낙화내오. 한무제 수양공주 매화장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뉘를 위하여 단장하리. 춘산에 지는 꽃이 지고 싶어 지랴마는, 사세부득이라 수원수기하리요.

한 거름에 돌아보며 두 거름에 눈물 지며, 강두에 다다르니 배머리에 조판 놓고 심청이를 인도하여 배창 안에 실은 연후에, 닻을 감고 돛을 달아 여러 선인들이 소리 하는구나. “어기야 어기야 어기양 어기양” 소리를 하며 북을 둥둥 울리면서 노를 저어 배질할 제, 범피중류 떠나간다.

심청전 상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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