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파리를 미워하는 기록

이즈미 쿄카

상(上)

장난을 친 것은 긴보였다. 처음에는 피(稗)를 키우는 화분에서, 앞가르마처럼 곧고 가느다랗게 뻗은 잎 끝을 후후 불기도 하고,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금붕어 어항 속 금붕어의 눈을 왼쪽에서, 또 오른쪽에서 빤히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윽고 출창(出窓) 아래 반쯤 걷어 올린 대발 밑에서 배를 깔고 엎드렸다가, 점심을 먹고 난 뒤라 졸음이 쏟아지자 한 바퀴 굴러 누나의 바느질 상자 쪽으로 머리를 두고는 발을 뻗어 벌렁 나자빠졌다.

눈은 또렷이 뜨고 있으면서도 굳이 보려는 것도 아닌 채로, 어리고 장난스러운 손을 바느질 상자 안으로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무엇을 찾으려는 것도 아니었는데, 손가락에 닿은 것은 포실포실한 실패였다.

이것을 손가락 끝으로 집어, 뒤집어 보다가 서랍 속에 세워 보기도 하였다.

그러자, 남동생이 보드라운 발로 빙글빙글 뛰노는 다다미방이라 만일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고 자상한 누나가 방금 가게 일로 잠시 방을 비우는 데도 마음을 써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가위가 함께 들어 있어서, 실패가 움직이는 데 따라 거기에 매달아 놓은 작은 방울이 찌링 하고 가냘프게 울렸다. 어린 귀에 무언가 속삭여 온 듯, 남동생은 통통한 볼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울을 흔들었다.

방울 소리가 들리는 것이 기뻐 급기야 팽이처럼 세차게 흔드니, 실패는 탁탁 튀어 손가락을 벗어나 서랍 한쪽으로 쓰러지자 방울이 또 한 번 찌링 하고 울렸다. 어린 가슴속으로는 소중한 것을 떨어뜨린 것처럼 과장스럽게 번쩍 놀랐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니 비단실 끝이 있는 듯 없는 듯 손가락 사이에 끼어 남아 있었다. 조심조심, 살며시 당기자 실패는 훌쩍 면을 돌리며 실이 스르르 감겨든다. 감으면서 비스듬히, 드러누운 채로 잡아당기고 당기며 고개를 돌려 이쪽으로 몸을 뒤척이자, 실은 왼쪽 손목에서 가슴으로 걸쳐 허공에 느슨하게 처지며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이제 너무 졸려 무슨 색인지도 알 수 없었다.

스스로 그것을 묶었다는 기억도 없이, 마치 실을 고리로 만든 듯한 연두빛 둥근 것이 아른아른 하나 보이기 시작하더니, 보는 사이 붉은빛이 섞여 들어 돌아가면 보라색이 되고, 훅 하고 부서져 셋이 되었나 싶은 사이 여덟이 되고 여섯이 되어, 어지러이 일렁이다가 어느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아져, 그 붉은빛이라 할 것도, 보라색이라 할 것도, 초록빛이라 할 것도 없이 온갖 색이 뒤엉켜, 위로 갔다가 아래로 내려앉고, 오른쪽으로 날듯 싶으면 왼쪽으로 뛰어올라, 앞뒤로 뒤집히고 또 뒤집혀, 눈 깜짝할 사이도 멎지 않았다.

이 가벼운 것조차 흔들 만한 바람도 없는, 한여름 한낮의 고요함이었다. 그런 때는 아무리 귀를 바짝 갖다 대고 들어도, 금붕어 지느러미가 물을 젓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법이었다.

바로 그러기에 유달리 크게 들렸으리라, 이 아이가 언제나 몸을 떨곤 하는 파리의 날갯소리가.

바로 그와 동시에, 천한 벌레는 툭 하고 점처럼 나타나 눈을 가로막았다. 나도 모르게 발을 움츠리자 곧장 연기처럼 사라져 방 한구석으로 없어졌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흘러와 아름다운 눈썹 위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꺾이고 굽은 털투성이의 그 무서운 다리가 하나하나 꿈틀거리기 시작하여 속눈썹을 세는 것처럼 굴었다. 평소 자상한 누나의 손에 길들여져 그런 적 없던 눈썹을 찌푸렸다.

견디기 어려운 불쾌함에도 너무 졸린 나머지 손으로 쫓을 수도 없어,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파리는 미끄러져 볼 언저리를 아래에서 위로 기어오르려 하였다.

기어오를 때 다리에는 특유의 끈적한 것이 있으니, 노곤한 것을 무릅쓰고 털어 버리는 편이 나으련만, 자칫 손바닥에 짓눌리기라도 한다면 어쩌랴.

하(下)

그때까지 아직 조금은 긴장되어 있던 눈을 반쯤 감고 푹 뒤로 젖히자, 그 때문에 파리는 볼을 핥고 있던 주둥이에서 실을 늘어뜨리며 윙윙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지만, 소리도 멀리 물러서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개를 접고, 검은 점이 아까보다 조금 큼직해져, 둘이 하나로 모이며, 쑥 가느다란 눈썹에 앉자 이내 흩어지며 움찔움찔 미끄러져 물러났는데, 서로 뒤섞인 듯한 느낌이 들더니 볼 위에서 다시 하나하나 갈라졌다.

그때마다 서늘하고, 바늘 끝으로 찌르는 것처럼 여겨지는 액체를 여기저기 방울방울 흘리니, 어렴풋이 기억하는 종두(種痘)를 맞을 때의 기억이 가슴을 찌를 듯 떠올라, 독을 주사당하는 것인가 하여 혀가 굳어 버렸다.

도대체 어디서 달려든 것일까 생각하니, …… 바로 그것이 아닌가.

가게에 오는 손님 중에, 일전에 참외를 통째로 씹으며 들어온 촌뜨기와,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술을 토한 신사가 있었다. 그 일을 말할 때마다 누나는 얼굴을 가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자들의 몸에서 누나의 얼굴을 스치며 포렴(暖簾)을 빠져나와 방 안까지 날아든 것이리라, …… 바로 그것이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나니.

그렇게 생각하자 더욱더 가슴이 답답해졌다. 거기다 지금 막 푹 뒤로 젖힌 탓에 머리도 무겁고 귀도 멍하여, 의식이 가물가물해져 갔다.

초조하련만 손은 무겁고, 발은 늘어지고,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무엇이냐, 이까짓 벌레 녀석이라며 애가 타서, 마치 굴러와 아래 눈두덩의 속눈썹을 침범하려는 것을 지금 당장 노려보는 기세로 눈에 힘을 주어 응시하자, 어찌된 일인가, 평소 보아 온 것과는 크게 달라 하나는 쇠보다도 단단해 보이는 데다 끝이 뾰족한 기이한 에보시(烏帽子)를 머리에 얹고, 또 하나는 잿빛 큰 문장이 새겨진 스오(素袍)를 입어, 어느 쪽도 벌레의 얼굴이 아니었다. 신사와, 바로 그 촌뜨기로, 외도의 낯짝과 귀신의 얼굴이었다. 추악하기 이를 데 없는 꼴이었다.

“아,” 하고 말했지만 그 소리는 목구멍 속으로 가라앉고, 기를 써서 일어나려는 순간에 쿵 하는 소리가 온몸에 울려 퍼지며, 가슴에 앉아 있는 별도의 큼직한 파리가 한 마리 더 있었다. 어린것은 멥쌀가루 경단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 갑옷과 투구를 두르고 올라탄 것 같다고 여겼다.

다다미 좌우에서 후드득후드득 소리를 내는 것은 나를 덮친 세 마리 외에도 더 열 마리쯤 되는 수였다.

그중 어떤 것은 높은 파도처럼 날고, 어떤 것은 그물을 던지듯 달려들어 쑥 나아가고 훌쩍 달리며, 누나가 없는 방을 제멋대로 어지럽히니, 괴로워 번민하는 것은 어린것 혼자만이 아니었다.

소형 옷장 위에 장식한 상자 속의 교토 인형은, 파리들이 일제히 후드득 부딪칠 때마다 유리 너머로 방울 같은 아름다운 눈을 감아 버렸다. …… 기둥에 걸린 꽃병에 청초하게 피어 있는 애기나리는, 날개 돋친 구더기가 달라붙을 때마다 나른한 듯, 아 가련하게도, 꽃잎을 떨며 털끝 하나 움직일 바람도 없는데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남동생은 이제 막 숨이 끊어질 지경이었다.

바로 그때, 벽의 그늘진 자리, 낮에도 희미하게 어둑한 곳에서, 향기가 감도는 성스러운 불감(佛龕) 안에 환하게 빛난 것은 묘견궁(妙見宮)의 손에 들린 검이었다.

파리 한 마리가 번쩍 날아 물러나더니, 뚜뚜뚜 하는 가락으로,

“칼을 더럽히겠다, 칼을 더럽히겠다.” 하고 울었다.

또 기척이 나더니, 불단(佛壇) 문이 가늘게 열린 사이로 어렴풋이 비쳐 보이는 단엄하고 오묘한 부처님 용안이었다.

파리들이 수군수군,

“관음보살님, 손이 더러워지옵니다.”

“부정하고 불결한 것들이옵니다.”

“부정한 것들이옵니다.”

하고 중얼거리며 그래도 두려운 듯 잠잠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한 마리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하하하하하, 에이, 이렇게 또 무엇이든 더럽혀 버리면 손도 못 대게 되니 두려울 것이 없구나. 하하하하, 어디 두고 보자!” 하고 훌쩍 뛰어올랐다.

통통통, 후드득후드득, 빙글빙글 돌고 붕 날아올라, 그 자리는 온통 파리로 뒤덮이더니, 마침내 어마어마한 소용돌이 속에서 어린것은 숨이 멎었다.

마침 잘 되었다, 중형 무늬 유카타(浴衣)에 공단 허리띠, 눈처럼 흰 손에 부채를 들고 가게 입구의 포렴을 헤치며, 초승달 같은 눈썹을 먼저 내밀어 들여다보며,

“아, 파리가 정말 많네.”

하고 누나가 유연하게 손을 흔들어, 얼굴에 닿을세라 고개를 숙이며, 나풀나풀 쫓아 내듯 부채질하자, 산들산들 일어나는 바람의 결은 부처님의 가호, 자연스레 마(魔)를 물리치는 이치에 맞아, 파리의 무리는 흘러 떠다니며 헤엄치듯 우르르 흩어졌다.

자리에 앉아 바느질 상자 서랍에서, 붉은빛 실 한 가닥이 어린것의 가슴에 걸쳐 있는 것을 보고,

“이 장난꾸러기 같으니.” 하고 빙그레 웃으며 자는 얼굴을 다정하게 흘겨보니, 이슬 맺힌 딸기처럼 윤기 있는 주홍빛 입술에 파리가 두 마리.

“이럴 수가!” 하고 버들잎 눈썹이 곤두서며 분이 치밀어 부채도 쓸 것 없이, 소매 끝으로 저쪽을 향해 쫓아 버리자, 기이한 벌레가 사라진 자리를, 누나는 소맷부리를 입에 물어 닦아 주면서 같은 바느질 상자 서랍에서 둘로 접힌, 대나무잎 빛 연지 막대를 꺼냈다.

그것을 연지 바르는 손가락으로 남동생의 입술에 살며시 대어 주었다.

잠시 주위를 살피고 또 입술에.

꽃향기가 진하게 풍겨와 긴보는 상쾌하게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 누나가 없었더라면 적어도 앓아누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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