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애처롭게 바친 꽃 한 가지에 천 년의 언약과 만 년의 정을 다하여, 누구를 향한 정조이길래 이 몸은 홀로 사는가, 아까운 미모를 달과 꽃에서 돌려 세상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얼굴로, 굴리는 염주 끈에 이끌려서는 부처의 윤회에 헤매기 십상이라, 그러던 것은 어느 칠석의 밤이런가, 무엇이라 맹세하고 비익조의 한쪽 날개를 한탄하며, 무상의 바람을 연리지에 노여워하던, 이 한적한 창 안 책상 위 향로에 끊이지 않는 연기의 주인은 누구이뇨 묻거든, 답은 또르르 속옷 소매에 이슬을 떨굴 따름, 말하지 아니한 내력을 듣고자 함은 무리이리오, 숨기려 할수록 드러나는 것이 세상의 상사일지로다.
그러고 보면 꿈의 자취조차 없으나, 깨치기 전 누구나 누구나 마음을 두었던 이가 그저 이름이런가 그 사람이런가, 의과대학의 평판 좋은 사내로 마쓰시마 다다오라 불려 그 무렵 스물일곱이런가 여덟이런가, 이름만 들어도 소쿠하쓰(束髮·메이지 양풍 묶음 머리)의 장미꽃이 어느새 미소를 짓고, 목도리의 손수건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며, 길에서의 묵례조차 천년의 영광이라 기뻐들 하니, 딸 가진 어버이 여럿에게 원수 같은 마음을 품게 하여 내 사위로 삼고 싶다 하는 것도 도리이라, 고향은 시즈오카로서 과연 사족 출신답게 인품이 고상하고 풍채는 흠잡을 데 없으며, 재주 있고 학식 있어 기특한 인물, 지금이야 내과의 조수라 하나 앞날의 전망은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일진대, 이만한 사람을 남에게 빼앗겨서야 되겠는가 하는 의기로, 사위 될 인재가 귀한 세상이라 그러한지 화족의 따님이며, 고등관의 영양이며, 큰 상인의 지참금 딸린 혼처며 저것이다 이것이다 신청해 오는 입에서, 고마치(小町)가 자색을 자랑하는 시마다마게(島田髷·미혼 여성의 묶음 머리)의 사진이며, 시키부(式部)가 재주를 뽐내는 영문 화역이며, 책상 위에 산처럼 쌓일지언정 이 사내 무슨 바람이 있어선지 없어선지, 중매가 백 가지 지저귀어도 흘려 들으며 그뿐이러라 함은 의심스럽지 아니한가, 의심은 어디 버드나무 어두이 꽃 밝은 마을의 저녁이런가, 들떠 노니는 곳이 있는가 살피되 품행 방정의 보증인이 많기에 일은 더욱 어둠 속에 잠기었더라, 그러나 수상한 것은 퇴원 길에 언제나 들르는 어느 집,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곳에 인력거 채를 내리지 아니하는 적이 없다고 입 가벼운 차부(車夫)가 누구에게인가 일러바친 것을,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전해져 상상의 덩어리가 그림자가 되고 모양이 되고 갖가지 소문이 되어, 남몰래 가슴 졸이시는 어느 분도 계셨거니와, 그 가운데 유달리 노심초사하는 어떤 분이 가만히 뒤를 밟으셨더라, 더듬고 또 더듬어 보니 어허,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혼고 모리카와초인가 하는 신사 뒤편 신자카도리에 여러 채 산울타리를 두른 가운데, 밀면 열리는 외짝 사립문에 가즈키 소노라 여인 이름의 표찰을 걸고 이따금 새어 나오는 거문고의 은밀한 소리, 처마 끝 매화에 꾀꼬리도 부끄러워할 고운 소리를 봄 달밤의 어슴푸레함 속에 듣기만 할 뿐, 흘끗 보이는 자태는 여름 발 너머이매, 얄궂도 하다, 누구를 위해 아끼는지 약사여래의 연일에 한가히 거니는 일도 없거니와, 사람 기다리는 듯 길모퉁이에 절하여 멈춘 적도 없으되 미인이라 하는 이름이 이 부근에 숨길 데 없다 들으니, 이래서야 더더욱 학사의 외방 첩이 아닌가, 설령 영양인 척한들 본바닥은 어디인지 들통난 셈이라, 그런 것에게 휘둘리다 끝내는 빠져나간 자취에나 조심하시구려, 그러고 보면 우습기도 하다 등의 미운 소리를 흩어 내뱉으되 실은 시샘이며 시샘일 따름, 이러한 사람들의 진에(瞋恚)의 불꽃이 불기둥 같은 것이 되어 솟아올라 죄도 없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