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6
그날 밤.
P와 M은 H를 졸라 그의 법률책을 잡혀 돈 육 원을 만들어 가지고 나섰다.
선술집에 가서 엔간히 취하도록 먹은 뒤에 C라는 카페에 가서 술 두 병을 놓고 자정이 되도록 노닥거렸다.
그곳에서 나올 때는 육 원 돈이 이 원 남았다. 이 원의 처치를 생각하던 세 사람은 일제히 동관으로 가기로 하였다.
세 사람이 모두 다리가 비틀거렸다. 그 중에도 P는 더욱 취하였다.
늴리리 가락으로 들어박힌 갈봇집.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을 세 사람이 아는 집 들어서듯이 쑥쑥 들어서니,
"들어옵시오."
"어서 옵시오."
라고 머리 딴 계집애와 배가 북통 같은 애 밴 계집이 마루로 나선다.
P가 무심결에 해태갑을 꺼내어 붙여 무니까 머리 딴 계집애가 P의 목을 걸싸안고 볼에다 입을 쪽 맞추더니,
"나도 하나."
하고 손을 벌린다. P는 기가 막혀 담뱃갑을 내미는데 H와 M은 박수를 하며,
"부라보!"
하고 굉장하게 큰 소리로 외친다.
건넌방에 들어가 앉으니 마루에서 따그락따그락 소리가 난다.
배부른 계집은 푸대접을 받고 머리 딴 계집애가 H와 M의 손으로 옮겨 다니면서 주물린다. 깩깩 소리를 지르고 엄살을 한다. 말을 붙이고 대답을 주고받고 하는 것이 H와 M은 전에 한번 와본 집인 듯하다.
술상이 들어왔다.
잔은 사발만한데 술주전자는 눈알만하다. 술을 부어 놓으니 M이 척 받아 놓고는 노래를 투정한다. 계집애는 그보다 더 약아 제가 그 술을 쪽 들이마시고는 빈 잔만 M의 입에 대어 준다.
P는 개숫물같이 밍밍한 술을 두어 잔 받아 먹는 동안에 비위가 콱 거슬려서 진정하느라고 드러누웠다.
H가 계집애를 무릎에 올려놓고 신이 나게 노래를 부른다. 물론 고저도 장단도 맞지 아니하는 노래다.
M이 애 밴 계집을 실컷 시달려 주다가 머리 딴 계집애를 빼앗아 가더니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거린다. 그러면서 둘이서 연해 P를 건너다보며 싱긋벙긋 웃는다.
조금 있다가 계집애가 P에게로 오더니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인다.
"저이가 나더러 당신하고 오늘 저녁…… 응 어때?"
"그래라."
P는 불쑥 성난 것처럼 대답했다.
"아이! 승거워!"
계집애는 P를 한번 꼬집어 주고 다시 M에게로 달아났다.
M에게로 가서 또 무어라고 속삭거리더니 재차 와가지고는 귓속말을 한다.
"자고 가,응."
"그래 글쎄."
"꼭."
"응."
"정말."
"응."
술은 네 주전자가 들어왔는데 세 사람 손님은 두서너 잔씩밖에 아니 먹었다. 그 나머지는 다 저희가 먹었다. 계집애가 술이 곤주가 되게 취해 가지고 해롱해롱 까분다.
술값을 치르는 것을 보고 P도 따라 일어섰다. M이 몸뚱이로 슬쩍 밀어서 방 안으로 들여보내고 뒤에서 계집애가 양복 뒷깃을 잡아당긴다.
"그래라, 자고 간다."
P는 방 가운데 벌떡 드러누웠다.
"너이 집이 어디냐?"
계집애가 옆에 와서 앉는 것을 보고 P가 물었다.
"××도 ××."
"언제 왔니?"
"작년에."
P는 몸을 일으켰다. 또 속이 왈칵 뒤집혀 좀더 진정하려고 하는 생각인데 계집애가 콱 밀어뜨린다.
"나이 몇 살이냐?"
"열여덟."
"부모는?"
"부모가 있으면 여기서 이 짓을 해?"
"왜 이 짓이 나쁘냐?"
"흥…… 나도 사람이야."
"에―꾸! 나는 네가 신선인 줄 알었더니 인제 알고 보니까 사람이로구나!"
"드끄러!"
계집애는 눈을 쭉 흘기고는 갑자기 웃으면서 P의 목을 그러안는다.
"자고 가, 응."
"우리 마누라한테 볼기 맞고 쫓겨난다."
"그러면 나한테 와서 나하고 살지…… 여기 내 빚 팔십 원만 물어 주면……."
"팔십 원이냐?"
"응."
"가겠다."
P가 또 일어나려는 것을 계집이 껴안고 놓지 아니한다.
"자고 가…… 내가 반했어."
"아서라."
"정말!"
"놓아."
"아니야, 안 놓아. 자고 가요, 응…… 자고…… 나 돈 좀 주어."
"돈? 내가 돈이 있어 보이니?"
"돈 소리가 절렁절렁 나는데?"
미상불 P의 포켓 속에서는 아까부터 잔돈 소리가 가끔 잘랑거렸다.
"자고 나 돈 조―꼼 주고 가, 응."
"얼마나?"
"암만도 좋아…… 오십 전도, 아니 이십 전도."
계집애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P는 불에 덴 것같이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그는 포켓 속에 손을 넣어 있는 대로 돈을 움켜쥐어 방바닥에 홱 내던졌다. 일 원짜리 지전 두 장과 백동전이 방바닥에 요란스럽게 흐트러진다.
"아따 돈!"
해 던지고는 P는 뛰어나왔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