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유승지의 음모와 만초의 결단
제3장 · Tipu Daya Yu-seungji dan Putusan Mancho
이때 철원읍에 사는 유승지는 가세가 심히 요부하여 강원도 안의 제 일가는 부자요. 돈이 많으면 세력이 있는 것은 세상의 상례라. 서울 재상가에도 반연이 있어 벼슬을 승지까지 얻어 하고 철원 고을 안에서는 호랑이 노릇을 하는 터인데 아들이 혼처를 구하되 적당한 데가 없어 경향으로 구혼하더니, 박참봉의 규수가 심히 절묘하고 범절이 갸륵하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사람을 보내어 탐지하여 본 후에, 바싹 욕심이 나서 중매를 놓아 청혼한즉 박참봉의 생각도 매우 좋이 여기지마는, 용필이가 있는 까닭에 허락지 못하고 그 사연 이야기를 말한 후에 중매장이 귀에다 박참봉의 입을 대고 수군수군하는 말이,
"그 아이를 어떻게 없이 하였으면, 내 마음에도 유승지의 아들과 혼인하는 것이 매우 좋겠소."
중매장이가 박참봉의 하던 말을 유승지에게 전한즉 유승지가 하는 말이,
"그까짓 것, 내 수단으로 그것이야 못 없앨라구."
유승지가 그 고을 육방관속을 자기 집 하인 부리기보다 더 쉽게 부리는 터인데, 즉시 이방과 호장을 불러 분부하니 이방과 호장이 감히 거역치 못하여,
"그리하오리다." 하고 물러가더라.
이방이 유승지의 소청을 듣고 나와서 생각하기를, '내가 호장과 부동하여 용필이라 하는 아이를 무슨 죄에든지 얽어 몰아 죽이기 어렵지 아니하나, 무죄한 사람을 애매히 죽이는 것이 옳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선친이 용필의 조부 김도사 그 양반에게 은덕을 입은 일이 있은즉 내가 이 아이를 살려내는 것이 옳다.' 하고 즉시 만초 선생의 집을 찾아가서 용필이 살려낼 일을 의논한다.
(이방) "유승지 영감의 본부가 이러하니 감기 거역할 수는 없고 그리 할수도 없어서 하는 말씀이오. 어떻게 하시려 합니까."
(만초) "큰일났네 그랴. 그러니 박참봉이 그리 할 수가 있나. 이 연유로 관찰부에 고발하면 어떠하겠나."
(이방) "그러면 나는 이방도 못 다니게요. 그뿐 아니라 유승지는 돈이 많고 사람이 간사하고 세력이 있으니까 아무리 하여도 댁에서 질 터인즉 고발하여도 쓸데없지요. 내 생각 같으면 도련님을 서울이나 어디로 멀리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하오이다."
(만초) "자네 말이 옳은 말이세. 그러면 그리하세. 서울 가서 상노 노릇을 하더라도 여기서 이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또 내 친구도 더러 서울 있으니 세의로 하더라도 뒤를 보아줄 터이지."
(이방) "세의 말씀 마시오. 지금 세상인심이 세의를 압니까. 박참봉은 댁과 세의가 없어서 그렇게 마음을 먹습니까. 어찌 되었든지 멀리 보내시오."
이방이 간 후에 만초 선생이 용필이를 불러 앉히고 전후 이야기를 자세히 말하여 들리고 서울로 가라 하니, 용필이도 하릴없이 자라나던 고향 산천을 떠나서 산도 설고 물도 선 서울로 가게 되었도다.
용필이가 그 삼촌 숙부 만초 선생을 하직하고 서울로 찾아가서 동대문을 들어서니, 만호 장안에 인가가 즐비하고 거마가 도로 연락부절하여 사동 김갑산 집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길거리에서 방황하다가, 사동으로 가는 장작 실은 말몰이꾼을 만나서 사동까지는 함께 왔으나, 김갑산 집을 물은즉 하나도 아는 사람이 없어 사동 천지를 집집마다 상고하여 김갑산 집을 찾되 알 수 없는지라, 갈 바를 알지 못하여 낙심천만하고 길에 서서 어찌할꼬 하고 정신없이 걸음 걸어 안동 네거리에 이르러, 이상한 복색에 칼 차고 말 탄 사람이 말을 달려오는데, 또 한편에서는 사륜 남여에 검은 복색 입은 구종들이 늘어서서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서슬에, 그것을 보고 길을 비키려 하다가 달려오는 말에게 다닥드려 용필이는 넘어지니, 말은 용필의 가슴을 밟고 지나가니, 그 말 탄 사람이 말에게서 뛰어내려 넘어진 용필이를 붙들어 일으키니 단단히 다쳐서 까물쳤는지라, 급히 교군을 얻어 태워가지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의원 불러 치료하니 그럭저럭 여러 날이 되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