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of 24
가을
가을
쨍쨍한 여름과, 어스러한 날에,
가지에서 가지로 떠도는 바람은
검은 부엉이와 흰 비둘기가 우는
늙은 나무의 가지를 흔들고 있어라.
나뭇잎에 방울 돋치는 빗소리의,
아름답고도 애달픈 노래는
표박(飄泊)의 몸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설움’의 흐득이는 울음소리와 같아라.
녹색(綠色)에서 황색(黃色), 황색(黃色)에서 홍색(紅色)으로,
또는 황금색(黃金色)에서 황금색(黃金色)으로
나뭇가지의 잎들이 늙어갈 때, 나는 느끼노라,
가을에서 가을로 흩어져 가는 ‘내 과거(過去)’를.
솟아있는 산봉(山峰)에서 산봉(山峰)으로, 수풀의
새빨간 떡갈나무와 새파란 소나무를 흔들며,
‘괴로움’과 같이도, ‘바다’와 같이도
부는 바람에는 엄숙한 소리가 숨어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