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1

Chapter 1

사람의 머리

다카무라 고타로

나는 전차에 오르면 야릇한 흥분을 느낀다. 사람의 머리가 줄지어 앞에 늘어서 있는 까닭이다. 인간 이동 전람회라고 농담 삼아 부르며 곧잘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근대가 사람에게 베풀어 준 특별한 기회이다. 이곳에 늘어선 머리는, 미술 전람회의 회화나 조각 속 머리와 달리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누군가의 시선을 받고, 응시되고, 감탄을 사고, 부러움을 끄는 자리에 놓이고자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의식한 듯한 남성·여성을 만나는 일도 있지만, 그조차도 살아 있는 세상이라는 하나의 살아 있는 무대 안에서는, 절로 살아 있는 사정에 둘러싸여, 벽 위에 걸리고 좌대 위에 놓인, 만들어진 머리처럼 어펙테이션(affectation) 일변도는 아니다. 변변찮은 미술품의 머리보다 나는 이 살아 있는 머리가 좋다. 이곳에 늘어선 머리는 모두가 하나의 생활 배경을 지닌다. 모두가 하나의 생활 사정을 지니고, 매일의 살림에 골몰하고 있다. 어떤 이는 시름에 잠겨 있고, 어떤 이는 거드름을 피우며, 어떤 이는 상상도 못 할 슬픔에 휩싸여 있고, 어떤 이는 즐거워하고, 어떤 이는 넋을 놓고 있다. 사방에 사람이 없는 듯 동행과 집안 속 이야기를 나누는 안주인도 있다. 민중론을 펼치는 로이드 안경의 청년도 있다. 헌옷 시장에 들고 갈 짐을 끌어안은 영감도 있다. 그 모두가 자기들 마음속에 품은 것을 저도 모르게 얼굴에 드러낸 채 앉아 있다. 차라리 안쓰러울 만큼 느껴지는 때마저 있다.

인간의 머리만큼 미묘한 것은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깊은 못을 굽어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을 통째로 드러내고 있는 듯이도 보이고, 또 비밀의 응어리처럼도 보인다. 그러다 결국에는 그것이 그 사람의 낙인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머리라도 실로 둘도 없는 저마다의 짜임을 지니고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번뜩여 나오는 것이 보이는 순간, 그 평범한 사람이 홀연 두려운 비범의 상을 드러낸다. 전차 안에서도 이따금 그런 광경을 본다.

사람의 머리에서 가장 인간의 나이를 보여 주는 곳은 목덜미 부분이다. 이른바 목덜미이다. 얼굴에서는 나이를 숨길 수 있어도 목덜미에서는 속일 수가 없다. 어느 나이에서나 목덜미는 가장 미묘하게 인간다운 맛을 내보인다. 갓난아기의 흔들흔들 가누지 못하는 목덜미. 소학교 시절의, 갓난 솜털이 돋은 곡선 많은 목덜미. 특히 옷깃이 닿는 자리. 어른과 아이의 어디쯤에 있는 사람의 목덜미를 보는 것은 각별히 흥미롭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도 이곳에만 아직 어린 티가 남은 청년 같은 이는, 막 허물을 벗은 매미처럼 싱그럽다. 싱그럽고 젊은 여인의 목덜미가 지닌 아름다움은 굳이 내가 풀어 말할 것까지도 없으리라. 화류계 여인이 옷깃을 뒤로 빼어 누키에몬(목덜미를 드러내는 차림새)으로 하는 것은 천연자연의 지혜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마지막 결심을 내리게 하는 동기 가운데 하나가 그 가련한 목덜미를 본 데에 있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자연은 연인과 도란거리는 젊은 여성을 곧잘 고개 숙이게 한다. 그것을 응시하는 사내의 눈은 여인의 가장 애틋한 목덜미에 쏠린다. 치명적인 까닭이다. 삼사십대 사내의 듬직한 목덜미. 또 초로에 들어선 사람의 목덜미에 잡힌 가로 주름. 나는 노인의 목덜미 주름을 볼 때만큼 깊은 인정에 흔들리는 일이 없다. 얼마나 큰 인간의 약함과 적막함을 그것이 들려주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차 안에 서서 눈 아래 그러한 한 노인의 목덜미를 굽어볼 때, 노년의 고담한 정취와 장엄함이 몸에 사무친다.

코와 입의 관계는 사람의 본성을 가장 많이 일러 준다. 코밑이다. 길고 짧음, 솟은 모양, 둥글기, 두께와 얇기. 천차만별이라 실제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변종이 풍부한 곳이 이 부분이다. 코밑, 입 위쪽을 보면 그 사람이 통째로 드러나 보이는 때가 있다. 인간이 생물로서 가지는 면을 가장 잘 내비치고 있다. 또 그 사람의 천성의 미도 이곳에 무의식 중에 많이 비친다. 「인중(人中)」이 유달리 아름다운 사람은 잊히지 않는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의 인중은 살짝 일그러져 있어 그 탓에 앞니가 슬쩍슬쩍 보이곤 했다. 그 매력은 견줄 데가 없었다.

뺨의 뒤쪽, 턱에서 턱끝에 이르는 부위는 그 사람의 약점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다. 누구든 그러하다. 그런 만큼 또한 가장 특질적인 매력이 있기도 하다. 턱의 아름다움은 가장 조각적인 미묘함을 지닌다.

움직임이 없는 이마에서 정수리에 걸친 두개부가 그 사람의 마음 안쪽 음영을 가장 동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신기한 노릇이다. 이마의 주름이 인간의 이력(閲歴)을 여실히 일러 준다는 것은 새삼 말할 것까지도 없으리라.

눈이며 눈썹이며 코며 입이며 귀 같은 낱낱의 부위에 관해서는 지금 다 풀어낼 수가 없다. 나는 너무도 속눈썹이 아름다운 소녀를 전차 안에서 보고, 저도 모르게 그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그 아이를 민망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 속눈썹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미를 지니고 있어 도무지 다시 그려낼 길이 없다. 명향의 향기에 어디선가 사향을 어렴풋이 섞은 듯한 속눈썹이었다. 저런 소녀가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인간의 머리에는 선천의 미와 후천의 미가 있다. 이 둘이 가르기 어렵게 섞여 들어 커다란 조화를 이룬다. 선천의 미는 새삼 말할 것까지도 없거니와, 후천의 미에 나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이력이 빚어내는 인간의 미이다. 내가 노인을 특별히 좋아하는 데에는 이런 까닭도 있다. 사진은 인간의 선천의 미만을 담아내고 후천의 미는 잘 잡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사진에는 갓난아기만이 잘 나온다. 후천의 미를 참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살아 있는 눈뿐이다. 기계로는 불가능하다. 사진에 찍히면 실제보다도 아름다워지는 사람은 이 선천의 미를 풍부히 받은 사람이고, 사진에서는 영 신통치 않으나 본인을 만나면 아름다워 보인다는 사람은, 이 후천의 미, 곧 이력·삶·성격 도야 따위에서 우러나는 미를 다분히 지닌 사람이다.

대체로 문예가의 머리에는 깊이가 있다. 도스토옙스키(Dostoevsky), 스트린드베리(Strindberg),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이 모두 그러한 듯하다. 포(Poe)와 베를렌(Verlaine) 같은 이는 어쩌면 그리도 야릇한 머리인가. 그들의 시 그 자체로 보인다. 정치가로는 링컨(Lincoln)의 머리가 빼어나다. 살아 있는 본인을 만나 보았으면 좋았으리라고 늘 생각한다. 가까이로는 레닌(Lenin)의 머리가 견줄 데 없다. 레닌의 성품에 관한 험담을 숱하게 듣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의 머리가 그가 결코 부덕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준다. 야심뿐인 사람에게는 없는 깊이와 아름다움이 있다. 나폴레옹(Napoleon)보다 낫다. 나폴레옹에게는 좀 더 야비한 데가 있다. 근세의 중국에서는 아직 인물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일본의 문예가의 머리에도 흥미가 있다. 나는 교우가 적은 까닭에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시인으로는 센게 모토마로(千家元麿) 씨의 머리에 비할 데 없는 선천의 미가 있다. 무로 사이세이(室生犀星) 씨의 머리에는 길어도 길어도 다할 줄 모르는 맛이 있다. 그의 턱과 눈은 진귀한 보물이다. 요네 노구치(野口米次郎, Yone Noguchi) 씨의 머리도 뭇사람이 두루 인정하는 바이거니와, 그의 정수리는 특히 아름답다. 대체로 시인의 머리는 보기에 반갑고, 어딘가에 진중한 무엇이 있다. 젊은 시인 가운데에도 좋은 머리가 있으나 지금은 적지 않으련다. 문학가 쪽으로는 더더욱 아는 이가 없다.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씨는 그의 무명 시절에 초상을 그린 적이 있어 알고 있다. 그의 머리에는 빼어난 짜임이 있다. 그를 조각으로 빚어 두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무샤노코지(武者小路実篤) 씨의 이마와 후두부와 눈은 빼어나다. 범인 숭배를 외치는 도가와 슈코쓰(戸川秋骨) 씨의 턱과 입은 도무지 범인의 것이 아니다. 배우로는 단주로(団十郎)가 머리에 남아 있다. 지금의 정치가는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사진으로 보자면 다카하시 고레키요(高橋是清) 씨와 하마구치 오사치(浜口雄幸) 씨가 흥미롭다. 하마구치 씨의 머리는 언젠가 빚어 보고 싶다 여기며 살피고 있다. 이 사람은 조각으로 빚기에 유난히 어울린다.

전차 안에서 자못 좋은 머리를 지닌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 헤어지는 것에 마음이 남는다. 마음먹고 말이라도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여인 같은 경우에는 평생에 스무 날 정도밖에 없으리라 싶은, 자못 아름다운 시기가 있다. 그것을 그저 무심히 흘려보내게 하는 일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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