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1월 11일, 이 일요일에 날이 좋으면 꼭 아사쿠사에 데려가기로 네 자녀들과 약속을 해 둔 터이라, 아침 여섯 시 시계 소리가 났는가 싶더니, 반창 장지문에 어슴푸레 흰 줄기가 세로로 비쳐 들었다. 창 아래에서 어머니의 남쪽 옆에 누워 있던 둘째 녀석이 불쑥 머리를 들고는, 아빠 날 밝았어요, 바깥이 환해져 왔어요, 오늘은 아사쿠사에 가는 거지요 네에, 그래 오늘은 데리고 가마, 까지 반쯤 졸린 채로 어머니의 젖을 쪽쪽 빨고 있던 막내 녀석이 잠깐 젖을 떼고는, 아빠, 난두 갈 거야, 난두 데려가 줘요, 그래 그래 너도 데려가마 모두 데려가마, 난 장난감 사 줘요, 눈이 오면 관음 보살님 댁에 묵는 거예요, 어린것의 이 한마디가 온 집안의 잠을 깨웠다.
부엌의 할멈까지 웃음을 터뜨렸고, 옆 여섯 조 방에서 할머니와 자고 있던 큰언니와 둘째까지 한꺼번에 엄마 날씨는 좋아아, 엄마는 좀, 응 날씨는 좋단다.
아아 좋아라 좋아라 환해졌네, 인제 일어나야지, 할머니 일어나아 일어나아, 이렇게 환해졌잖아요.
할머니는 추우니 좀 더 자고 있으라 하시고, 큰언니도 둘째도 셋째도 젖에 매달려 있던 막내까지, 일어날 거란다, 일어나겠다아 일어나게 해 달란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할멈, 빨리 옷을 데워 줘 하니, 아직 불이 안 일었어요, 좀 기다려 줘요 한다. 빨리빨리 하고 네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떠들어 댄다.
이리 되고 보면 자고 있을래야 자고 있을 도리가 없으니, 아내가 일어난다, 나도 일어난다, 옷도 데워졌다 하므로, 큰애가 일어나고 둘째가 일어나고 셋째도 일어난다. 다비가 없다고 야단이고, 앞치마가 없다고 울음을 터뜨린다. 응가 마려워 한다, 쉬 마려워 한다, 시끄럽고 분주한 그 모양은 형언할 길 없는 모양새라 할 만하다.
세수하라 하니 한바탕 소동이고, 진지 들라 하니 한바탕 야단법석이라, 가까스로 여덟 시 지난 무렵에야 비로소 아침나절이 마무리되었다. 일행 여섯이 나서려는 데에는 채비가 그리 만만치 않다. 더구나 여자아이 넷이라는 까닭으로 더더욱 큰일이다. 오전 중에 채비를 갖추어 이른 점심을 먹고 나가자는 것이다.
맨 먼저 큰언니의 머리를 매만진다. 무엇이 좋을지 하고 의논, 머리는 안 된다 하고, 할머니께 상의한다. 이리저리 하기로 정해져 끝났다. 그러고 나서 둘째는 댕기머리로 매만지고, 셋째는 무엇으로 막내는 무엇으로 하고 저마다 주문이 있으니, 이 또한 한바탕 소동이다. 나는 안방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셋째와 막내가 번갈아 가며 끊임없이 들이닥친다.
아빠 걸어가는 거예요, 인력거로요, 나가사키 다리까지 걸어서 거기서 인력거 타나요, 아사쿠사에는 무엇이 있나요, 관음 보살님 본당은 빨간가요, 수족관, 물고기가 잔뜩 있어요, 하나야시키 무엇이라요, 코끼리는 안 무서운가요, 곰도 안 무서워요, 빨리 가고 싶어라, 아빠, 엄마는 아직 머리 매만져 주지 않아요, 지금 미용사가 와서 엄마 머리를 매만져 주고 있어요, 아빠 아빠 엄마 아직 나 머리 매만져 주지 않아요, 난 아사쿠사 가서 장난감 사고, 단팥죽 먹어요, 난 엄마하고 인력거 타고 갈 거야, 눈이 오면 관음 보살님 댁에 묵을 거야, 싫어 엄마하고 잘 거야, 아빠하고 안 자, 난 엄마하고 잘 거야.
아빠 빨리 안 해요오, 빨리 옷 갈아입어요, 오타에짱도 메이짱도 머리 매만져 줘요, 빨리 가요오, 신문 같은 건 그만둬요.
머리가 다 되면 백분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는 차례인 셈이다만, 네 아이의 채비를 한 사람이 다 해 내야 하는 형편이라 어지간한 일이 아니다. 나는 옷을 갈아입은 김에 새해 인사를 미처 못 돌린 한두 집을 마저 끝내려고 나섰다. 하늘은 흐림 없이 개었고 바람도 없는, 참으로 한가로운 날이다. 우선 좋은 형편이다. 어차피 가는 거라도 이런 날에 가면 아이들에게도 한층 즐거운 일이리라 하고 생각하면서,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녔다. 가까운 곳이라서 한 시간 반쯤 만에 돌아왔다.
필시 아이들이 한바탕 소동을 부리며 기다리다 못해 안달하고 있겠거니 싶어 집에 들어서니 의외로 잠잠하다. 햇살이 비쳐 드는 창 아래에 할머니가 셋째를 안고 계셨다. 세 아이는 화로 발받침에 다가앉아 풀이 죽은 모양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보고 세 아이가 입을 모아, 다미짱이 배가 아프대요.
할머니는 아사쿠사 가는 일은 미루는 것이 좋겠다 하신다. 방금 웅담을 먹였지만 어쨌든 오늘은 그만두는 편이 좋으리라 하신다. 다미는 우는 얼굴을 들고 곧 나으니까 갈 거라고 떼를 쓴다. 부엌에 있던 아내도 안방으로 올라왔다. 어찌할까 한다. 그래도 세 아이도 이제는 굳이 가고 싶다고는 하지 않는다. 별일은 아닌 듯하니 곧 나아질지도 모른다, 좀 형편을 보자 하기로 하였다.
나는 무심결에 뒷문 앞 장지문을 열어 보니, 네 아이의 셋타가 네 켤레 가지런히 늘어놓여 있다. 위 두 아이의 것은 새우차색 코끈이고, 아래 두 아이의 것은 짙은 다홍 코끈이다. 나는 이것을 보고 일종의 형언할 길 없는 감회를 금할 수 없었다.
자 어디 아빠한테 잠깐 안겨 보렴.
나는 할머니가 안고 계신 다미를 받아 안고서 그 이마에 손을 얹어 보았는데, 분명히 열이 좀 있는 모양이다. 이제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미룸이로구나, 이렇게 내가 말하니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응시하며 한숨을 짓는 듯하였다. 그러면 다음에는 며칠로 할까, 다음 일요일 아니 토요일이 좋다, 비가 오거든 그다음 날로 하자고 정해져, 막내가 오타에짱 라켓 치자아 하고 말을 꺼낸 것을 신호 삼아 모두모두 일어서 남쪽 마당으로 내려갔다. 다미는 할머니 무릎에 기대어 잠든 듯하다.
이윽고 점심도 끝났으나 나는 갑자기 한가해져서 도리어 할 일 없이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안방으로 들어가 화로 옆에 책상을 놓고 멍하니 자리를 잡아 보았으나, 무엇이든 책 같은 것을 볼 마음도 들지 않는다. 아내가 불을 가져와 화로에 넣고, 솥에도 물을 받아다 주었다.
나는 마당에 두었던 매화 분재를 화롯가로 옮겨 와서 위치를 가늠해 가며 만지작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동안, 어느덧 솥도 끓기 시작해 솨아악 하는 소리가 일었다. 통로의 당지 한 짝을 살짝 열고 아빠 하고 부른 것은 다미였다. 오 다미야, 좀 나았느냐, 내가 이렇게 말하니 그 아이는 끄덕이며 꾸벅 절을 했다. 밀감 하나 줄까, 싫어, 비스킷 줄까, 싫어, 그러냐 그러면 좀 더 누워 있으렴 또 도질지도 모르니까.
작은 사랑스런 웃음은 도로 들어가 버렸다. 한시름 놓았다 싶으니 앞마당 쪽에서 라켓 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메이지 36년·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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