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 지전 뭉치 — 새문 밖 인력거꾼의 횡재
제2장 · 지전 뭉치 · 새문 밖 인력거꾼의 횡재
김서방이 머리를 득득 긁더니 손톱에 끼인 시커먼 머리 때를 엄지손톱으로 바람벽에다가 탁탁 튀기면서,
"어디 그렇게 하여볼까. 그래, 술 아니 먹으면 부자 될까."
아내가 허허 웃으며
"술 아니 먹는다구 부자 될 리가 있겠소. 술을 끊고도 부지런하여야지. 자―, 그러면 밝는 날에는 인력거 한 채 세내 가지고 인력거를 끌어서 하루 스무 냥을 벌든지 쉰 냥을 벌든지 나한테만 맡기시오. 나도 바느질도 하고 남의 집일도 하여 다만 한 푼씩이라도 돈을 모으고 살 터이니."
김서방이 가만히 생각하더니 별안간 하는 말이,
"그러세, 제―길, 술 먹으면 개자식일세."
(이 책을 기록하는 이 사람이 김서방 부인에게 감사할 말 한마디가 있도다. 이 책 보는 세상의 모든 군자들이여, 김서방 부인의 '술 끊고도 부지런하여야지' 하는 말 한 구절을 기억할지어다. 이것이 치부의 비결(致富之秘訣)인가 하노라.)
김서방 내외의 의론이 일치하여 장래에 부자 되고 잘 살 이야기로 그럭저럭 밤을 새우고 날이 밝으매 그 아내가 머리에 꽂은 귀이개를 빼어 가지고 전당포에 가서 돈푼이나 얻어 가자고 구멍가게에서 파는 쌀 서너 웅큼을 팔아다가 부엌 구석의 검불을 닥닥 긁어 밥을 지어 먹은 후에 김서방은 인력거세 얻으러 나간다. 술집 앞을 지나면 억지로 고개를 외로 두고 술집을 아니 보려 하지마는 고개는 외로 두었지 눈은 저절로 술집으로 간다. 이때에 어떠한 사람이 술집에서
"한잔 더 부오." 하는 소리가 나면 술 냄새가 김서방의 코를 찌르니 김서방이 깜짝 놀라며, 두 손을 코를 싸쥐고 달음박질하면서 하는 말이,
"아이고, 비상 냄새야."
종일 헤매다가 해질 머리에야 겨우 인력거 한 채를 세 얻어 가지고 돌아오니, 그 아내는 벌써 저녁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거늘, 두 내외가 저녁밥을 먹은 후에 지난밤에 조금도 잠을 자지 못한 까닭으로 졸음이 와서 못 견디어 어둡기 전부터 잠을 잔다. 김서방이 하는 말이,
"여보게, 나는 늦도록 잠자기 쉬우니 내일 새벽에 어둑한 때에 나를 깨우게. 종현 뾰죽집의 종칠 때에 곧 깨우게. 새벽부터 일찍이 나가서 벌어야지."
그 여편네는 그 남편이 술을 끊고 이렇게 부지런한 마음이 생긴 것만 좋아서 그리 하마 하고 허락하고, 두 내외가 전보다 유별하게 정 있게 드러누워 장래에 부자 될 꿈이나 꾸었는지.
종현 뾰죽집 종소리가 새문 밖 김서방의 마누라의 꿈을 깨워 잠든 귀를 떵떵 울리니, 김서방의 아내가 잠결에 깜짝 놀라 일어 앉아 불을 켜고 그 남편을 깨운다.
"여보, 일어나오. 지금 종쳤소. 창이 훤하게 밝았나 보오. 예―, 어서 일어나오."
곤하게 잠을 자던 김서방이 벌떡 일어나며 혼잣말로 하는 말이,
"잠든 지가 얼마 아니 되는 듯한데 벌써 밤이 새었나. 아이고, 졸리어."
그 아내가 물을 데워서 찬밥과 함께 소반을 받쳐다가 김서방의 앞에 놓으니 물만 조금 마시고 수건으로 귀를 싸매고 인력거를 끌고 나간다.
설상에 부는 바람은 몸이 떠나갈 것 같고 노변에 깔린 얼음은 발목이 빠질 듯하다. 추위가 하도 지독하고 바람이 하도 몹시 불어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도 없고 천지가 쓸쓸한데, 김서방은 인력거 채를 가슴 위에 얹고 큰 거리에 나가서 인력거 주거장에 인력거를 놓고 두루마기로 몸을 싸고 앉았으니 밤은 밝지 아니하고 점점 더 어두워간다. 김서방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일기가 하도 지독히 추워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까 다른 동무들은 그저들 아니 나오나. 이것이 웬일인고. 아무리 보아도 새벽 같지 아니하고 초저녁 같으니 웬일인고. 인력거 탈 손님은 오든지 말든지 밤이나 어서 밝아야 할 터인데, 천지가 종용한데 나 혼자 여기서 이게 무슨 청승인가. 내가 도깨비한테 홀리었나. 종쳤다고 한지가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내었을 요량인데, 여태 밝지 아니하니 아마도 마누라가 다른 소리를 종치는 소리로 알고 깨운 것이나 아닌가. 이 제―밀, 졸리기는 퍽도 졸리네. 눈을 들 수가 없이 졸리네, 어찌한 셈이야. 내가 아무리 하여도 무엇에게 홀린 것이로고……. 이렇게 졸린 것 보았나, 여기서 잠을 잤다가는 강시할걸……. 눈을 집어서 얼굴을 씻으면 잠이 달아나겠지."
이렇게 혼자 구성구성하면서 그 옆의 언덕 위로 올라가서 길가로 쌓인 눈을 한주먹 집어서 얼굴을 씻으려 하더니 무엇에 놀랐는지 깜짝 놀라며 머리끝이 쭈뼛하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