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어디선가 홀연히 한 사람의 승려가 이 마을로 들어왔다. 빛바랜 다갈색 장삼을 걸치고 짚신을 신었다. 작은 경쇠를 울리며 한 손에는 검은 칠 발우를 들고, 집집마다 문 앞에 멈춰 서서 경문을 외며 탁발(托鉢)하고 다녔다.
그 승려는 차분한 풍모의 쉰 남짓한 나이로 보였다. 조용한 가락으로 경문을 외었다. 눈을 내리감은 채 경을 읊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깊이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였다. 눈썹은 희고 길게 자라 있었다. 머리에는 이미 몇 차례나 비를 맞고 바람에 시달려 빛이 변한 삿갓을 쓰고 있었다. 짧은 가을 햇발 아래서도 서두르는 기색 없이 집집마다 문 앞에 서서, 그 집 사람이 인사를 건넬 때까지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날개가 시든 잠자리는 붉게 물든 감잎에 앉았다가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앉았다. 경쇠 소리가 느릿하게, 바람도 없는 고요한 한낮에 울려 퍼졌다. 가만히, 승려는 멈춰 서서 경문을 외고 있었다.
이 승려를 본 사람은 “또 스님이 마을에 오셨네” 하고 말했다. 집 안에서는 “지나가시오”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승려는 조용히 그 집 앞을 떠났다. 또 어떤 때는 “안 줘” 하고 어린아이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때도 있었다. 그럴 때도 승려는 조용히 그 집 앞을 떠났다. 또 어떤 때는 젊은이 목소리로 “지나가” 하고 꾸짖듯이 내뱉는 때도 있었다. 그럴 때도 승려는 한결같이 조용히 그 집 앞을 떠났다. 한 집을 떠나면 그 옆집으로 가서 똑같이 조용한 가락으로 경문을 외었다. 경쇠 소리가 느릿하게 울려 퍼졌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그 집을 위해 무언가 빌어 주는 듯이, 희고 긴 눈썹은 감긴 두 눈 위에 드리워 있었다. 텃밭에는 붉게 시든 호박 덩굴과, 미처 마르지 못한 풀잎 위에 엷은 가을 햇살이 비치는 때도 있었다.
한때 이 마을에는 멀리 떨어진 읍에서 옮겨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병약한 자도 있고 정신이 나간 자도 있었다. 가을이 저물어 가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마을의 나무숲은 어느 것 할 것 없이 서북풍에 잎을 떨구었고, 마을 안이 어쩐지 쓸쓸해져 갔다. 초가집들이 그동안 텃밭의 우거진 풀잎이며 나뭇가지에 가려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텃밭도 숲도 헐벗은 모습이 되어 잿빛 지붕이 드러났고, 그 집 앞에 무언가를 내다 말리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희미한 햇살이 구름에 스며들어 그 풍경을 어슴푸레 환하게 비추는가 싶더니, 갑자기 바람이 바뀌고 비가 내렸다. 저물녘이 되어서는 하늘이 어두워져, 싸락눈과 진눈깨비도 섞여 내렸다. 텃밭의 두둑에는 흰빛이 쌓이고, 시든 풀 위에도 흰빛이 깔렸다. 바람은 한층 거세지고, 집집마다 일찌감치 문을 닫아 버렸다. 이 무렵, 승려는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이튿날 아침, 바깥은 온통 흰빛이었다. 하늘은 음산하고 구름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어,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첫날임을 알 수 있었다. 한낮 무렵, 여전히 어디선가 홀연히 승려가 마을로 들어왔다. 어느 긴 집채 모퉁이에 멈춰 서서 경쇠를 울리며, 진눈깨비 섞인 진창 한복판에 서서, 또한 눈을 감은 채 경문을 외고 있었다.
집 안에서 아낙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자, 올리지요.” 그러더니 우수수 엽전이 검은 발우 안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아낙의 모습은 집 안으로 사라졌다. 바깥에는 차고 거친 바람이 불었고, 서북쪽에서 검은 구름이 밀려들었다. 승려는 차분히,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선 채 경문을 외다가, 마침내 그 집 앞을 떠났다.
이런 식으로 이 승려는 매일같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열흘쯤 이어졌나 싶더니, 어느 사이엔가 어디론가로 떠나 마을에는 발길을 끊었다. 마을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 승려가 오지 않게 되었는지 아는 자가 없었다. 아마도 다른 곳을 도느라 이 마을에는 들지 않는 것이리라 여겼다. 그러고는 한 해가 지나서 다시 오는 때도 있었다. 또 두서너 해가 지나서 오는 때도 있었다.
아무도 이 승려가 나이를 먹은 모습을 알아보는 자가 없었다. 언제 보아도 일찍이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은 나이로 보였다. 그뿐 아니라 차림새도 별반 변한 것 같다고 여기는 자가 없었다. 어떤 때에는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무렵 마을로 들어왔다. 어떤 때에는 봄 초입에 들어왔다. 그 오는 때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해, 마을에 이런 소문이 떠돌았다.
“저 승려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저 스님이 오면 반드시 이 마을에서 한 사람씩 죽는다. 누군가가 죽을 때면, 저 스님이 온다.”……
이 소문을 믿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봄 초입, 어디선가 홀연히 이 승려가 마을로 들어왔다. 그때 다시금 이 소문이 고개를 들었다. 이 소문 탓에 마을의 어떤 자는 올 적마다 승려에게 동전을 주기도 했다. 또 어떤 자는 승려가 오면 문을 닫고 빈집인 양 꾸미고 있었다. 열흘쯤 지나자 승려는 어디론가 이 마을을 떠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스님이 오질 않는다. 어제도 안 왔다. 그저께도 안 왔다.”
“꼭 오늘로 닷새째 안 오는군.”
이 무렵부터 비로소 승려가 오고 가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이목에 올랐다.
승려가 떠난 지 열흘이 채 못 되어 마을에 사건이 벌어졌다. 마을 변두리에 살던 젊은 광인(狂人)과 그 어미 두 사람이 동시에 죽은 일이었다. 이 모자(母子)는 관청에서 나오는 얼마 안 되는 보조금으로 그날그날을 보내 왔다. 마을 사람들도 이 어미를 가엾이 여겨 이런저런 물건을 베풀어 주었다. 옛날에는 무사 가문으로 영주에게서 녹을 받았으나, 뒤에는 공채(公債)로 들어오는 돈으로 가까스로 살림을 꾸려 가던 중에 광인의 아비가 죽었고, 아들은 열다섯 살에 발광하여 오늘에 이르도록 그 모양 그대로였다. 어느 사이엔가 공채는 죄다 써 버리고 말았다. 어미 쪽 친척은 읍에 있다고 하였으나, 와서 돌봐 주는 자도 없었다. 광인은 이따금 우리를 부수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길게 자란 머리털은 때가 절어 살빛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게 변한 얼굴 위로 늘어져 있었고, 어깨가 찢어진 옷을 입은 채 새끼줄로 띠를 두르고 맨발 차림으로, 입속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어디라 할 것도 없이 돌아다니며, 바깥에서 노는 아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눈은 아직 내리지 않은 늦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 한 떼가 절의 묘지 가까이에 선 커다란 호두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었다. 열대여섯 살을 위로 두고 여덟아홉 살을 아래로 둔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데, 저편에서,
“야, 너희 영어를 아느냐. 내가 가르쳐 주마.” 하고 외치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자가 있었다. 보니, 길게 자란 머리털이 어깨까지 늘어져 있고, 손에는 가느다란 지팡이를 짚어 두드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다가오는 자는 마을에서 모르는 자가 없는 그 광인이었다. 여태껏 몇 번이나 칼붙이를 들고 나섰다는 일이며, 제 어미를 베려고 들어 어미가 문 바깥으로 도망쳐 나온 것을 보고 듣고 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앞다투어 달아났다. 그 가운데에는 뒤처져 울고불고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 일이 마을에 퍼지자 너덧 사람이 어미를 가엾이 여겨 이 광인을 찾아 나섰다. 그날 밤, 절 숲에서 그를 붙잡아 다시 우리를 손보아 그 안에 가두었다고 한다.
서편의 저녁놀이 붉게, 절 묘지 옆에 선 호두나무 가지를 물들일 무렵, 이 광경을 본 아이들은 으레 광인의 일을 떠올리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을 사람들이 이 광인 모자가 처참하게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 단도로 제 자식의 목을 꿰뚫고, 자신은 그 시신 위에 엎드려 자결한 어미의 모습을 보았다. 바깥에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음산한 빛줄기가 문틈으로 새어 들어, 불기운조차 없는 이 집을 슬프게 비추고 있었다.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없었다. 죽는 날까지 손삯으로 만들고 있던 등심이 검고 흠집 난 판자 언저리에 흩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피는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그 등심의 흰빛은 색을 죄다 빼앗긴 색깔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멍하게 만들었다.
어떤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저께의 큰 눈보라에 우산도 받지 않고 서둘러 읍 쪽에서 광인의 어미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끈이 헐거워진 나막신은 눈에 파묻혀 있었고, 손가락은 시뻘겋게 얼었으며, 보기에도 핏기가 마른 흰머리는 바람에 흩날려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어찌하여 어미가 자식을 죽이고 자결하였는지 의아해하였다. 더 이상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함이었을까.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함이었을까. 그 가운데에는 이렇게 말한 자도 있었다. 옛날에는 무사 가문에서 자란 처녀였다. 이 정도 결심은 있을 만하다고. 그자가 한 말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에게 꽃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일찍이 스무 살, 열여덟아홉 적, 이 늙은 어미는…… 하고 갖가지 환영을 그리게 하였다. 그것도 잠깐이었다. 지금, 눈앞에는 차마 볼 수 없는 죽음의 모습이 놓여 있었다. 옷가지는 얇은 홑겹이었고, 그것조차도 찢어진 어깨를 몇 번이나 이어 붙인 것이었다.
또 한 사람은 사뭇 다른 풀이를 하였다. 언제 늙어서 자기가 죽을지 모른다. 자기가 죽은 뒤에 누가 이 광인을 돌봐 줄 자가 있겠는가. 그러느니 자기 손으로 죽이고, 자기도 곧장 그 뒤를 따라가 죽어서도 모자(母子)가 함께라는 생각에서 한 짓이라고 말하였다.
어찌 된 셈인지 이 한마디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눈물짓게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정성껏 두 사람의 시신을 묻어 주었다.
어느 해 여름, 어디선가 홀연히 승려가 이 마을로 들어왔다.
이제는 이 승려가 오면 누군가 한 사람 이 마을에서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지 않은 자가 없었다. 일찍이 누군가가 흘린 그 소문을 마음에 두지 않는 자가 없게 되었다.
“또 그 스님이 왔네” 하고 사람들은 께름칙한 눈초리로 승려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떼를 지어 승려의 뒤를 따랐다. 그것도 두서너 칸쯤 떨어져서 서로 소곤거렸다.
“저 스님이 오면 사람이 죽는단다.” 일곱 살쯤 된 여자아이가 그렇게 말하자,
“저 까까머리한테 돌이라도 던져 주면 좋겠다.” 하고 젖먹이를 등에 업은 아이 보는 계집아이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 마을 사람들은 이 승려를 멀리하려고 어떤 자는 마을 집집마다 한 집씩 돌며 일러두고 다녔다. 무엇을 주니까 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이 마을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코 무엇이든 주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 그 가운데에는 미신적으로 스님을 떠받드는 집도 있었으나, 무엇을 주었다가 도리어 마을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는 꼴이 되어서야 어리석은 일이라며, 스님이 와도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승려는 여느 때와 같이 집 앞에 서서 차분한 어조로 경문을 외었다. 경쇠 소리는 느릿하게 울려 퍼졌다. 문틈으로 잠깐 엿보면, 여전히 눈을 감고 무언가를 마음에 새기는 듯이, 굵고 흰 눈썹이 어딘가 보통 승려가 아니라는 느낌을 자아냈다.
못 들은 척하고 있어도, 승려는 좀처럼 이 집 앞을 떠나지 않았다. 미신을 따르는 어떤 아낙은 가슴이 두근거려, 더할 나위 없이 작은 목소리로,
“지나가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화끈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어쩐지 아낙은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더할 나위 없이 작은 한마디도 승려의 귀에는 또렷이 들어간 듯이 보였다. 승려는 조용히 이 집 앞을 떠났다.
이때 마을에서는 승려에게 무엇을 베푼 자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승려는 매일 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한 집도 빠짐없이 집 앞에 서서, 여느 때와 같이 경문을 외고 경쇠를 울렸다. 무엇을 주는 자는 없었으나, 승려는 본분처럼 매일 마을을 탁발해 다녔다. 그것이 열흘이나 이어지더니, 홀연히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승려가 오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고, 이 뒷일이 얼마간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는 자가 없었다.
“가까스로 스님이 오질 않는다.” 마음 위에 얹혀 있던 무거운 돌을 치워 낸 것 같은 기분으로 한 사람이 말했다.
“얼마간은 마음이 놓이질 않네그려.” 한 사람은 그 소문에 도저히 흔들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고 그렇게 말했다.
“이 문명한 세상에 그런 일이 있겠나.” 하고 굳이 문명이란 그 무엇도 두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라며, 자기 마음을 ‘문명’이라는 두 글자로 얼버무리려 하였다.
이 세 사람의 주고받음은,
“두고 보면 알겠지.” 하는 마무리로 끝났다.
누가 처음에 이런 소문을 내기 시작하였는가 하고 따져 보았다. 그러나 이 소문은 그 출처를 알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다.
승려가 떠난 지 닷새가 채 못 되어 이 마을에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새삼스레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죽은 사람은 쉰다섯의 사내였다. 그는 오랫동안 건널목지기를 맡아 왔다. 북쪽 해안에서 달려오는 전신주는 키가 들쭉날쭉한 모습으로 남쪽으로 잇닿아 있었다. 그가 잿빛의 빛줄기가 되비치는 레일을 따라 쓸쓸한 들판 한복판의 좁은 길을 살피러 나설 때면, 부종(水腫)이 든 그의 몸은 빛바랜 감색 양복을 걸친 채, 비틀비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힘이 들지 않은 두 팔이 무의식적으로 흔들렸다.
괴물이 울부짖으며 고요하고 너른 들판에 땅울림을 일으키며 다가올 때, 잠들어 있던 풀과 나무와 집들이 깨어났다. 누런빛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자들 가운데, 건널목지기의 작은 막사 앞에 서서 흰 깃발을 들고 있는 이 사내에게 눈길을 두는 자도 있을 법하다. 어떤 자는 잠자코 보고 지나갔다. 어떤 자는 침을 뱉고 지나갔다. 그 가운데에는, 가엾은 노인이로구나, 어떻게 살림을 꾸려 가는 자일까 하고 생각하며 지나가는 자도 있었으리라.
사내는 별로 말수가 많지 않은 성품이었다. 오랫동안 중풍을 앓아 왼손과 왼귀가 여간해선 잘 듣지 않았다. 집에 있을 적이면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으나, 붉은 열매가 달린 화분을 햇볕에 내놓고 물을 주곤 하였다. 이 사내가 죽기 전날에도 이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을 본 자가 있다.
사내는 잔뜩 흐린 어느 아침, 가까운 강에 낚시를 하러 나갔다. 푸른 물은 발치께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에 어질어질 눈앞이 핑 돌기 시작했다. 여기는 강이라고 떠올렸으나, 갑자기 다다미 위에라도 누워 있는 것 같은 노곤한 기분이 되어, 그대로 쓰러져서는 물을 들이마시고 허우적댔으나,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사내를 건져 올리러 갔을 때, 풀이 우거진 그늘에서 손발을 오그리고 둥글게 몸을 만 채 물에 빠져 있는 사내를 보았다. 얼굴은 푸르스름했고, 짧은 수염이 턱에 돋아 있었다. 살아 있을 때와 견주어 낯빛의 거칠어진 정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 뒤로 이 승려가 올 때마다 반드시 마을에서 사람이 죽는 것이 정해진 일처럼 되었다.
세월은 물 흐르듯 흘렀다. 그것도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이 마을에도 몇 차례나 변천이 있었다. 어느 해 큰물에 논밭이 망가지고부터는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간 자가 많다. 어떤 이는 읍으로 나갔고, 어떤 이는 다른 마을로 갔다.
이제는 가까스로 세 가구의 집이 이 마을에 남아 있을 따름이다. 이 마을은 작은 마을로, 한쪽은 강에 막혀 있고 큰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어둡고 쓸쓸하며 음산한 마을이다. 오래된 큰 삼나무가 마을 둘레에 우거져 있다. 조금 환해진 텃밭에는 뽕나무가 한 면을 가득 채운 채, 검고 큰 손바닥 같은 잎을 햇빛에 반들거리고 있다.
세 가구의 집 가운데 두 채는 나란히 이 뽕나무밭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한 채는 어두운 숲속에 서 있었다. 두 채의 집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읍으로 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갔는데, 자기들은 그럴 힘이 없다며 아직도 이 마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숲속 집은 옛날부터 이 마을에서 손꼽히는 부잣집이었다. 집은 오래되었고 컸으며, 안마당에는 몇백 년이나 묵은 고목이 우거져 있다. 이 집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집터에서 옮기는 일이 없었다.
창문이 그다지 많이 나 있지 않은 큰 집의 안은 습기가 가득 차 있었다. 햇빛이 비쳐 들지 않은 채 가지와 가지가 얽혀 하늘을 가리고 있다. 흰 둥치가 붉은 둥치와 뒤섞여 우뚝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집을 드나드는 자는, 어떤 이는, 큰 뱀이 가지에 휘감긴 채 참새를 노리고 있는 것을 보았노라고 말했다. 또 이 숲 안쪽에 자리한 집까지 들어가는 동안에 숲 아래를 걸으며 갖가지 낯선 벌레를 보았노라고 말했다. 집에 들어가서 이 집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적이면, 이 집 사람의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보여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또 이 집에는 대대로 병자가 끊긴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 집에는 서른둘이 되도록 아직 시집보내지 않은 딸이 있다. 딸은 어린 시절부터 이 어두운 집 바깥으로 내보내진 일이 없었다. 다만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었을 뿐, 소리 없이 내리는 비를 보았을 뿐. 구름이 갈라져 푸른 하늘이 가까스로 숲 사이로 비쳐 보이는 적이 있었다. 저물녘이 되면 어디선가 새들이 이 숲에 모여들어 울었다. 그 우는 소리를 들었을 뿐. 딸은 자기 집에서 쓰는 누런 구리 탕관이며, 푸른 녹이 슨 옛 거울이며, 그 밖의 옛날부터 전해 오는 기물들 외에, 눈을 즐겁게 하는 산뜻한 초록, 생기 있는 다홍, 맑게 갠 푸른빛, 그 밖의 아리따운 빛을 띤 물건을 가져 본 일이 없었다.
돈이 있다는 것뿐, 집 안은 음산하였다. 옛날부터 있던 한 자루 샤미센은, 딸이 어린 시절까지는 어머니가 곧잘 타는 소리를 들었으나, 어느 해 장마 무렵 그 샤미센의 통가죽이 흐물흐물 늘어져 소리가 나지 않게 되고부터는 어디론가 치워져 버렸다. 물론 가죽을 갈아 끼울 만한 곳이 이 부근에는 없었던 까닭도 있었으리라. 그 뒤로는 집 안은 늘 적막하여, 웃음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 샤미센을 탈 적에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의 목소리는 아직 딸의 귀에 남아 있다. 그 노래는 그 무렵 잘 알아듣지 못했으니 외고 있을 까닭이 없다. 다만 노래의 가락이 더없이 애절하고 원망 어린, 음산한, 형용할 수 없는, 그 가락만은 잊기 어려운 자취를 남기고 있다. 어쨌든 어머니가 아직 젊고 머리털도 검고 윤기 흐르고 흰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린 채, 샤미센을 끌어안고 안마당 쪽을 바라보며 노래하였다. 푸른 나뭇잎이 어슴푸레 저녁 공기 속에 떠올라 있었다.
딸은 아직 열여덟아홉 적에는 시름에 잠기는 일이 많았다. 그 무렵에는 붉은빛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또 이따금 어린 시절에 듣던 샤미센의 가락을 떠올리며, 귓전에 와닿는 그 원망 어린 듯한 노랫소리를 곱씹었다.
“그 샤미센은 어디로 갔을까.” 하고 찾아보았다. 그러나 끝내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 무렵에는 저물녘에 숲에 와서 우는 새소리를 듣고, 푸른 하늘을 보고, 달빛을 바라보면,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또 어떤 때에는 누군가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몸에 흰빛과 검은빛만 있을 뿐, 붉은빛도 푸른빛도 보랏빛도 없다. 더는 옛날처럼 검은 집 창문에서 바깥을 내다보며, 허공에 가는 줄무늬를 짜듯 바람에 흔들리는 숲을 바라보며 공상에 잠기는 일이 없다. 마음은 차가운 돌이 되어 버렸나 싶을 만큼, 차림새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되었다. 푸르스름한 얼굴에는 뿌리가 헐거워진 머리털이 흐트러져 어깨께까지 늘어져 있다. 몸에는 여자다운 다홍이며 보랏빛이 걸쳐져 있지 않았다. 여자는 드물게 창문에서 얼굴을 내밀어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있어도, 그로 말미암아 무언가를 그리워하거나 동경하여 무심결에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다. 그저 차갑게 웃었다. 그 웃음은 세상을 비웃고 사람을 비웃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차갑고, 서먹서먹한 웃음이었다.
딸의 어머니는 이미 백발의 노파가 되어 있다. 이 늙은 어머니는 드나드는 자에게 일러두었다.
“딸이 병이 들었으니, 그리 큰 소리를 내거나 웃거나 하지 말아 주오.” 그러고 보면 이 여자는 병이 든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검게 하늘로 솟은 숲은 이 집을 가리고 있다. 마치 이 집을 지키고 있는 듯이 보였다. 좀처럼 이 집을 드나드는 자가 없었다. 숲에 깃든 작은 새들 말고는 어떻게 집 안의 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자가 없었다.
나란히 선 두 채 가운데 한 채는 평소 문을 닫아 두고 아낙은 밭에 나가 있었다. 남편이라는 이는 떠돌이 행상으로, 해안을 따라 걸어 이웃 고을 쪽까지 멀리 다녔으므로 집에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산이 많은 고을을 돌아다니는 자는 바다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다와 마주한 곳에는 마을이 있고, 읍이 있다. 그런 갯바람이 부는 읍이며 마을에 들어가, 비린내며 갯내를 맡으며 장사를 한다. 읍에는 흰 깃발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펄럭이고 있는 것도 있었다. 헐벗은 채 적동빛으로 그을린 사내며 여인들을 상대로, 다음 마을로, 또 다음 마을로, 읍에서 읍으로 걸어 다니며, 어느 사이엔가 고을의 경계를 넘어 이웃 고을로 들어갔다. 그런 식으로 남편이 집을 비운 동안 아낙은 밭에 나가 푸성귀를 가꾸고 있다. 이 작고 처마가 기운 집 앞을 지나간 자는 언제나 이 집의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았다. 따로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한여름에 새노랗게 핀 해바라기는 키가 우뚝 자라, 아침 해가 아직 동쪽 하늘을 어슴푸레 물들이는 사이 동쪽을 향해 피었나 싶더니, 해가 차츰 떠올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돌 무렵이면, 이 커다란 누런빛 꽃송이는 한가운데의 굵은 꽃술을 드러낸 채 해를 좇기 시작한다. 해가 한낮에 가까워질 무렵이면 꽃은 푸른 잎을 햇빛에 반들거리며, 마치 땀이라도 밴 듯이 은빛을 되쏘며, 풀이 죽어 머리를 해 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글거리는 해는 늘어진 큰 하늘을 흔들며 움직였다. 긴 한낮 내내, 꽃이 피어 있는 집은 문이 닫혀 있었다. 이윽고 해가 뽕나무밭 쪽으로 기울어 지평선이 피처럼 붉게 물들고, 검게 솟은 숲에 붉은 빛줄기가 비치게 될 무렵이면, 해바라기의 일부는 그늘이 지고, 꽃은 그래도 끈질기게 나락에 떨어진 해를 보려고, 땅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북쪽 고을의 여름 하늘은 해가 저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남빛으로 맑게 갠다. 별들은 천 년도 이천 년도 전에 빛나던 빛 그대로, 오늘 밤 처음으로 이 세상을 비추기라도 하듯 새롭고 산뜻하게, 축축한 빛이 풀잎 위와 초가지붕 위에 흘렀다.
벌레가 우는, 거친 흙벽이 드러난 또 한 채의 집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영감은 노망이 들어 있었고, 할멈은 머리가 새하얬다. 외아들이 읍의 시계방에서 일하고 있어, 다달이 얼마 안 되는 돈을 부쳐 보내 왔다. 그것에 기대어 가느다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노부부는 집 둘레에 얼마간의 푸성귀를 심어 두었다. 따로 내다 팔 만한 양을 거두는 것은 아니고, 그저 그것을 거두어 입에 풀칠을 하고 있었다. 초가을 바람이 불어 고추가 붉어지면, 한낮에도 마른 가지가 떨어진 그늘에서 벌레가 울었다. 하늘은 물처럼 푸르게 맑아, 북쪽으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따 두지 못하고 남은 붉은 고추 옆에 가 보면, 어젯밤 서리가 내렸는지, 얼마 안 되게 돋아 있는 푸른 잎이 희게 얼어 있었다.
희미한 햇살이 불그스름한 거친 흙벽에 비치는 것을 보면, 이 마을의 흥망이 떠올랐다.
해마다 다른 고을에서 약장수가 이 마을로 들어오곤 하였다. 아직 이 작은 마을이 큰물에 망가지기 전, 이 뽕나무밭에 인가가 여러 채 있던 무렵, 아직 이 마을 사람들이 읍이며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않았던 무렵까지는 인가도 제법 있었으므로, 그 약장수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찾아왔다. 그들은 일본 안의 어떤 작은 마을이라도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다. 올해, 어느 집에 누런빛 약 봉투를 두고 가면, 이듬해에 잊지 않고 그 집을 들러 헌것을 새것으로 바꿔 갔다. 떠날 무렵, 그 집 사람을 돌아보며,
“내년에 또 오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 약장수가 이듬해가 되어 그 집에 왔을 때, 작년에 마중을 나왔던 할머니는 작년 가을에 죽어 더는 없는 일도 있었다.
그러던 그 약장수가 어찌 된 일인지, 벌써 두서너 해 전부터 이 마을을 들르지 않았다. 그 밖에 해마다 으레 이 마을로 들어오던 누에고치 장수며, 그 밖의 잡상인들도 오지 않게 되었다. 그것들이 오지 않게 됨과 동시에, 어느 사이엔가 해마다 으레 오던, 그 승려도 오지 않게 되었다. 이 마을에 오래도록 살고 있는 노부부는 지금도 그 승려를 기억하고 있다. 빛바랜 장삼을 걸치고, 삿갓을 깊이 눌러쓴 채 집집마다 문 앞에 서서, 경문을 외고 경쇠를 울리며 탁발을 다니던 그 모습을 잊지 않았다. 또,
“저 스님이 마을에 들어오면 반드시 누군가 죽는다.” 하던 소문이 있었던 일도 잊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눈이 되어 한 해가 저물고, 이 마을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십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중풍을 앓던 건널목지기가 물에 빠져 죽고부터, 이 마을에 몇 차례의 변천이 있었지만, 그 뒤로 그 승려는 드물게 이 마을로 들어와 탁발을 하며 다녔으나, 사람들이 줄어들고 마을이 쇠해지고부터는 아주 발길을 끊었다. 이미 몇 해째 오지 않으니, 마침내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어쩌면 어디선가 이 승려는 비명에 죽은 것이 아닌가 하고 여겨졌다. 그리하여 이 승려가 다시금 이 마을로 들어오는 일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별안간 십 년 만에 이 승려가 탁발을 하러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노부부는 눈을 희번덕이며 놀랐다. 이제는 자기들이 죽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온 것인가 하고 슬퍼했다. 두 사람은 어느 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제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자는 어두운 숲속의 집과 우리, 그리고 이웃 아낙의 집뿐이다. 단지 이 세 집을 노리고 스님이 이 마을에 들어오신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역시 오늘 온 스님은 옛날에 오던 그 스님일까 하고 할멈이 말했다.
이미 노망이 든 영감은, 이때만큼은 정신이 또렷하였다. 그러고는 단언하였다.
“십 년 전에 오던 스님이다. 똑같은 스님이다.” 밤은 어둡고, 작은 오두막의 처마 끝까지 바짝 다가와 있었다. 귀를 기울여 집 안의 기색을 엿듣고 있는 듯하였다.
“그때의 스님이라면, 더 나이를 먹었을 것이 아닌가.” 하고 할멈이 말했다.
영감은, 조금도 변한 데가 없다. 차림새며 거동이며 그때 그대로라고 일러 주었다.
할멈은 슬퍼하며 다음과 같은 일을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분명 이번에 죽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 숲속 집의 따님일 게다. 얼마 전, 잠깐 보았을 때 새파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죽은 사람의 형상이라고 생각하였다. 옻칠 같은 머리털이 얼굴 위로 드리워지고, 눈이 푹 꺼지고, 손발이 야위어 그 모습을 보았을 때 몸서리가 났다. 나는 더는 오래가지 못하리라 생각하였다. 분명 스님이 오신 것은 저 따님을 데리러 오신 것이리라 생각한다.
조용하고 어두운 밤이었다. 백발의 할멈과 마주 보고, 이가 빠지고 머리가 벗어진 영감이 앉아 있었다. 어둑한 등잔불이 집 안을 그저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다.
툭툭 창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할멈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큰물이 났을 때보다, 그 못된 병이 돌았던 때가 더 무서웠지. 어찌하여 이 마을은 사람이 오래 머무르질 못하는 것일까. 우리도 어서 자식이 한몫을 하게 되어, 가게라도 차리게 되거든, 읍으로 옮겨 가고 싶은 일이로다.”
“아, 비가 오기 시작하였구나.” 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영감이 말했다.
“저물녘에 서쪽 하늘이 몹시 어두웠다. 고요한 밤이니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하고 할멈이 말했다.
한동안 영감과 할멈이 마주 보고 잠자코 있었으나, 바깥에는 비가 내리는 소리가 추적추적 들렸다.
“어찌하여 스님은 이 마을에만 오는 것이오.” 하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할멈이 말했다.
“무엇, 이 마을 사람들이 죄다 죽어 끊길 때까지 들르겠지.”
하고 영감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떨군 채로 말하였다.
승려는 두서너 날 이 마을을 탁발해 다녔으나, 어느 사이엔가 어디론가로 떠나 버렸다. 노부부는 어두운 숲 쪽을 바라볼 때마다, 머지않아 관이 저 숲속에서 나오리라 서로 이야기하였다. 홀로 빈집을 지키고 있는 아낙은 멀리, 바다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북쪽 하늘에 마음을 보내며 남편의 신상을 걱정하고 있었다. 흙빛은 희게 말라 있었고, 나뭇잎은 거의 다 떨어졌다. 텃밭에 남은 뽕잎은 검게 시들었다. 천지는 온종일 소리가 없고, 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눈이, 머지않아 오겠다.”
하고 영감은 문간으로 나서서, 이런저런 것들을 거두어 치우며 말하였다.
하늘에는 그저 흰빛의,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구름이 빈틈없이 드리워 있었다. 숲도, 집도, 텃밭도, 머리부터 수의를 뒤집어쓴 듯 잠자코, 음산하였다.
이 모든 소리가 죽은 듯한, 더없이 고요한 날에 노부부에게 기별이 왔다.
읍의 시계방에서 일하던 아들이 급병으로 죽었다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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