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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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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目漱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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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of 11

二

뿌우 하고 기적이 울리며 기선이 멎자, 거룻배가 기슭을 떠나 저어 다가왔다. 뱃사공은 벌거벗은 몸에 빨간 훈도시 하나만 걸치고 있다. 야만스러운 곳이다. 하기야 이 더위엔 옷을 입고는 못 배기겠지. 볕이 강해서 물이 유난히 번쩍인다.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 눈이 다 아찔하다. 사무원한테 물어보니 여기서 내리는 거란다. 보아하니 오모리쯤 되는 어촌이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런 데서 어떻게 견디나 싶었지만 별수 없다. 기세 좋게 맨 먼저 뛰어내렸다. 뒤이어 대여섯 명은 탔을 것이다. 그 밖에 큰 궤짝을 네 개쯤 실은 뒤 빨간 훈도시는 뭍을 향해 노를 저어 돌아갔다. 뭍에 닿았을 때도 제일 먼저 뛰어올라, 다짜고짜 물가에 서 있던 코흘리개 녀석을 붙들고 중학교가 어디냐고 물었다. 녀석은 멍하니 있다가 몰러유, 했다. 눈치 없는 시골뜨기다. 손바닥만 한 동네 주제에 중학교 있는 데도 모르는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때 이상한 통소매 옷을 입은 사내가 다가와 이리 오라기에 따라갔더니 미나토야라는 여관으로 데려갔다. 재수 없는 여자들이 입을 모아 어서 오르시라기에 오르기가 싫어졌다. 문간에 선 채로 중학교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중학교는 지금부터 기차로 이십 리쯤 가야 한다고 듣고는 더더욱 오르기가 싫어졌다. 나는 통소매 옷을 입은 사내한테서 내 가죽 가방 두 개를 낚아채듯 빼앗고는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갔다. 여관 사람들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거장은 금방 알아냈다. 표도 쉽게 샀다. 타고 보니 성냥갑만 한 기차다. 덜컹덜컹 오 분쯤 움직였나 싶었더니 벌써 내려야 한다. 어쩐지 표값이 싸다 했다. 겨우 삼 전이었다. 그러고는 인력거를 얻어 타고 중학교로 갔더니 벌써 방과 후라 아무도 없다. 숙직은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갔다고 사환이 일러 주었다. 어지간히 팔자 편한 숙직도 다 있다. 교장이나 한번 찾아가 볼까 싶었지만 지쳤기에, 인력거꾼한테 여관으로 데려가라고 일렀다. 인력거꾼은 기세 좋게 야마시로야라는 집 앞에 딱 붙여 세웠다. 야마시로야라면 전당포 간타로네 옥호와 같아서 조금 흥미로웠다.

어쩐지 이층 계단 밑 어두컴컴한 방으로 안내했다. 더워서 있을 수가 없다. 이런 방은 싫다고 했더니 마침 다른 방은 죄다 차 있어서요, 하며 가죽 가방을 팽개친 채 나가 버렸다. 별수 없이 방 안에 들어앉아 땀을 흘리며 참고 있었다. 이윽고 목욕물에 들어가라기에 첨벙 뛰어들었다가 곧 나왔다. 나오는 길에 슬쩍 들여다보니 시원해 보이는 방이 여럿 비어 있다. 괘씸한 것들이다. 거짓말을 했겠다. 그러고는 하녀가 밥상을 들고 왔다. 방은 더웠지만 밥은 하숙집보다 훨씬 맛있었다. 시중을 들며 하녀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기에 도쿄에서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도쿄는 좋은 곳이겠지요, 하기에 당연하다고 대꾸해 주었다. 상을 물린 하녀가 부엌으로 갔을 무렵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시시해서 곧장 잠자리에 들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더운 것만이 아니다. 시끄럽다. 하숙집보다 다섯 배는 소란스럽다. 깜빡 졸다가 기요 꿈을 꾸었다. 기요가 에치고 사사아메를 조릿대째 오물오물 먹고 있다. 조릿대는 독이니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하니, 아니에요 이 조릿대가 약이랍니다, 하며 맛있게 먹고 있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하하 웃었더니 잠이 깼다. 하녀가 덧문을 열고 있다. 여전히 하늘 밑바닥이 뻥 뚫린 듯한 날씨다.

여행을 하면 찻값을 주는 법이라고 들었다. 찻값을 안 주면 푸대접을 받는다고 들었다. 이렇게 좁고 어두운 방에 처넣은 것도 찻값을 안 줘서일 것이다. 초라한 행색에 즈크 가죽 가방과 모수자 박쥐우산을 들고 있어서일 것이다. 시골뜨기 주제에 사람을 얕봤겠다. 아예 찻값을 두둑이 줘서 놀라게 해 줘야겠다. 이래 봬도 학자금 남은 걸 삼십 엔쯤 품에 넣고 도쿄를 나선 몸이다. 기차와 기선 표값이며 잡비를 제하고도 아직 십사 엔쯤 남아 있다. 다 준다 한들 이제부터 월급을 받을 테니 상관없다. 시골뜨기는 인색하니 오 엔만 줘도 눈이 휘둥그레질 게 뻔하다. 어디 두고 보라며 시치미 떼고 세수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으니, 어젯밤의 그 하녀가 밥상을 들고 왔다. 소반을 들고 시중을 들면서 자꾸 히죽히죽 웃는다. 괘씸한 것이다. 얼굴에 축제라도 지나갔단 말인가. 이래 봬도 이 하녀 낯짝보다야 훨씬 낫다. 밥을 다 먹은 뒤에 주려고 했지만 부아가 치밀어 중간에 오 엔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서, 나중에 이걸 계산대에 갖다 주라고 했더니 하녀는 이상한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밥을 마저 먹고 바로 학교로 나섰다. 구두는 닦지 않은 채였다.

학교는 어제 인력거로 지나쳤으니 대충 짐작이 간다. 네거리를 두세 번 돌자 곧 정문 앞으로 나왔다. 문에서 현관까지는 화강암이 죽 깔려 있다. 어제 이 돌길을 인력거로 덜컹덜컹 지나갈 때는 공연히 요란한 소리가 나서 조금 질렸다. 오는 길에 고쿠라산 무명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많이 마주쳤는데, 다들 이 문으로 들어간다. 그중에는 나보다 키가 크고 다부져 보이는 놈도 있다. 저런 것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섬뜩해졌다. 명함을 내밀었더니 교장실로 안내했다. 교장은 성긴 수염에 낯이 검고 눈이 큰, 너구리 같은 사내였다. 어지간히 뻐기고 있었다. 뭐, 힘써 공부해 주게, 하며 정중히 큼직한 도장이 찍힌 사령장을 건넸다. 이 사령장은 나중에 도쿄로 돌아갈 때 둘둘 말아 바다에 던져 버렸다. 교장은 이제 곧 직원들한테 소개해 줄 테니 그때마다 이 사령장을 내보이라고 일러 주었다. 쓸데없는 수고다.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할 바에야 이 사령장을 사흘쯤 교무실에 붙여 두는 편이 낫다.

교사들이 교무실에 다 모이려면 일교시 나팔이 울려야 한다. 아직 시간이 꽤 남았다. 교장은 시계를 꺼내 보고는, 차차 천천히 이야기할 작정이지만 우선 대강은 알아 두는 게 좋겠다고 하더니 교육의 정신을 놓고 긴 훈시를 늘어놓았다. 나는 물론 건성으로 듣고 있었지만 중간부터 이거 엄청난 곳에 왔구나 싶었다. 교장이 말하는 대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나 같은 무모한 인간을 붙잡고 학생의 모범이 되어라, 한 학교의 사표로 우러름을 받아야 한다, 학문 말고도 개인의 덕화를 미치지 못하면 교육자가 될 수 없다는 둥 터무니없는 주문을 한다. 그런 훌륭한 사람이 월급 사십 엔에 이런 시골까지 멀리 올 리가 있나. 사람이란 대개 거기서 거기다. 화가 나면 싸움 한 번쯤은 누구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낌새로는 함부로 말도 못 하고 산책도 못 하겠다. 그렇게 까다로운 자리라면 고용하기 전에 미리 그렇다고 말해야 하는 거다. 나는 거짓말이 싫으니 별수 없이, 속아서 왔구나 하고 단념하고는, 아예 여기서 사양하고 돌아가 버리자고 마음먹었다. 여관에 오 엔을 줬으니 지갑 속엔 구 엔 얼마쯤밖에 없다. 구 엔으론 도쿄까지 못 돌아간다. 찻값 따위 주는 게 아니었다. 아까운 짓을 했다. 하지만 구 엔이라도 어떻게든 안 될 건 없다. 여비가 모자라도 거짓말하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 도저히 말씀하신 대로는 못 합니다, 이 사령장은 돌려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더니 교장은 너구리 같은 눈을 끔뻑거리며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방금 건 그저 희망 사항일세. 내 희망대로 자네가 못 하는 줄은 나도 잘 아니 걱정 안 해도 되네, 하며 웃었다. 그렇게 잘 알면서 처음부터 을러댈 건 또 뭔가.

그러는 사이에 나팔이 울렸다. 교실 쪽이 별안간 왁자지껄해진다. 이제 교사들도 교무실에 다 모였을 거라기에 교장을 따라 교무실로 들어갔다. 넓고 길쭉한 방 둘레에 책상을 늘어놓고 다들 앉아 있다. 내가 들어서는 걸 보고는 다들 짠 듯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구경거리도 아니고. 그러고는 시키는 대로 한 사람 한 사람 앞으로 가서 사령장을 내보이며 인사를 했다. 대개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허리를 굽히는 정도였지만, 유별난 사람은 내민 사령장을 받아 한번 훑어보고는 공손히 돌려주었다. 흡사 동네 굿판 연극 흉내다. 열다섯 번째로 체육 교사 차례가 돌아왔을 때는 같은 짓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려니 조금 지겨워졌다. 저쪽은 한 번으로 끝난다. 이쪽은 같은 동작을 열다섯 번 반복하고 있다. 남의 사정도 좀 헤아려 볼 일이다.

인사를 하는 중에 교감이라는 누구누구가 있었다. 문학사라고 한다. 문학사라면 대학 졸업생이니 대단한 사람이겠지. 묘하게 여자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놀란 건 이 더위에 플란넬 셔츠를 입고 있는 거였다. 아무리 얇은 천이라도 더울 건 뻔하다. 문학사씩이나 되어서 참으로 고생스러운 차림을 했다. 게다가 그게 빨간 셔츠라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나중에 들으니 이 사내는 일 년 내내 빨간 셔츠를 입는다고 한다. 별난 병에 걸린 위인이다. 본인 설명으로는 빨간색이 몸에 약이 되니까 위생을 위해 일부러 맞춰 입는다는데,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럴 거면 겸사겸사 기모노도 하카마도 죄다 빨갛게 하면 될 것을. 그러고는 영어 교사로 고가라는, 몹시 안색이 나쁜 사내가 있었다. 대개 얼굴이 창백한 사람은 마른 법인데 이 사내는 창백하면서도 부어 있다. 옛날 소학교 다닐 적에 아사이네 다미짱이라는 아이가 같은 반에 있었는데, 이 아사이의 아버지가 꼭 저런 낯빛이었다. 아사이는 농사꾼 집이라, 농사꾼이 되면 저런 얼굴이 되느냐고 기요한테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라 저 사람은 끝물호박만 먹어서 창백하게 붓는 거라고 일러 주었다. 그 후로 창백하게 부은 사람을 보면 반드시 끝물호박을 먹은 벌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어 교사도 필시 끝물호박만 먹고 있는 게 틀림없다. 하기야 끝물호박이 대체 뭔지는 지금도 모른다. 기요한테 물어본 적이 있지만 기요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기요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고는 나와 같은 수학 교사로 호리타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자는 다부진 밤송이머리로, 에이잔의 막돼먹은 중이라 할 만한 낯짝이었다. 남이 정중히 사령장을 내보였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이 자네가 새로 온 사람인가, 언제 한번 놀러 오게, 아하하, 했다. 아하하는 무슨. 그런 예의도 모르는 놈한테 누가 놀러 간단 말인가. 나는 이때부터 이 까까머리한테 산미치광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한학 선생은 과연 꼬장꼬장했다. 어제 도착하셔서 필시 피곤하실 텐데 벌써 수업을 시작하시다니 대단히 근면하시군요,――하고 쉴 새 없이 지껄이는 게 애교 있는 노인네였다. 미술 교사는 영락없는 딴따라 풍이다. 하늘거리는 스키야 하오리를 걸치고 부채를 딱딱 접었다 펴며, 고향이 어디시오? 예? 도쿄? 거참 반갑소, 한동네 사람을 만났구려…… 나도 이래 봬도 에도 토박이올시다, 했다. 이런 게 에도 토박이라면 에도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밖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런 식으로 쓰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한도 끝도 없으니 그만두겠다.

인사가 대충 끝나자 교장이 오늘은 이제 물러가도 좋다, 다만 수업에 관한 건 수학 주임과 협의해 두고 모레부터 수업을 시작해 달라고 했다. 수학 주임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바로 그 산미치광이였다. 아니꼽게, 이자 밑에서 일하는 건가, 아이고 하고 실망했다. 산미치광이는 “어이 자네 어디 묵고 있나, 야마시로야인가, 그래, 이따가 가서 상의하지” 하고 말을 남기고는 분필을 들고 교실로 나갔다. 주임 주제에 저쪽에서 먼저 와서 상의하겠다니 격식을 모르는 사내다. 그래도 불러 세우는 것보단 낫다.

그러고는 학교 문을 나와 곧장 여관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돌아가 봐야 할 일도 없으니 동네나 좀 걸어 볼까 싶어 발길 닿는 대로 마구 걸어 다녔다. 현청도 봤다. 낡은, 지난 세기 건축물이다. 병영도 봤다. 아자부 연대보다 못하다. 큰길도 봤다. 가구라자카를 반으로 좁혀 놓은 정도의 너비인데 거리 모습은 그보다도 못하다. 이십오만 석짜리 성 아랫동네라 해 봤자 별거 아니다. 이런 데 살면서 성 아랫동네네 하고 으스대는 인간들이 딱하다고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야마시로야 앞이었다. 넓은 듯해도 좁은 동네다. 이걸로 대충 다 본 셈이겠지. 돌아가서 밥이나 먹자고 문간으로 들어섰다. 계산대에 앉아 있던 안주인이 내 얼굴을 보더니 별안간 튀어나와 어서 오세요…… 하며 마룻바닥에 이마를 댔다. 구두를 벗고 오르니 방이 비었다며 하녀가 이층으로 안내했다. 열다섯 장짜리 앞쪽 이층 방으로 커다란 도코노마가 딸려 있다. 나는 태어나서 아직 이렇게 번듯한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앞으로 언제 또 들어올지 모르니 양복을 벗고 유카타 한 장 차림으로 방 한가운데에 대자로 뻗어 누워 보았다. 기분이 좋다.

점심을 먹고 나서 곧바로 기요한테 편지를 써 주었다. 나는 글재주가 없는 데다 아는 한자도 변변찮아 편지 쓰는 걸 아주 싫어한다. 또 딱히 보낼 데도 없다. 하지만 기요는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배가 난파해서 죽은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 곤란하니, 큰맘 먹고 긴 편지를 써 주었다. 그 사연은 이러하다.

“어제 도착했다. 시시한 곳이다. 열다섯 장짜리 방에서 잔다. 여관에 찻값으로 오 엔을 줬다. 안주인이 마룻바닥에 이마를 문질렀다. 어젯밤은 잠을 못 잤다. 기요가 사사아메를 조릿대째 먹는 꿈을 꿨다. 내년 여름엔 돌아간다. 오늘 학교에 가서 다들 별명을 붙여 줬다.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영어 교사는 끝물호박, 수학은 산미치광이, 미술은 알랑쇠. 앞으로 이런저런 일을 써 보내마. 그럼 이만.”

편지를 다 쓰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면서 졸음이 몰려오기에 아까처럼 방 한가운데 벌러덩 대자로 누웠다. 이번엔 꿈도 뭐도 안 꾸고 푹 잤다. 이 방인가, 하고 큰 소리가 나서 잠이 깨니 산미치광이가 들어왔다. 아까는 실례했네, 자네 담당은…… 하고 일어나 앉기가 무섭게 협의를 시작하는 바람에 크게 당황했다. 담당을 들어 보니 딱히 어려울 것도 없어 보여 승낙했다. 이 정도라면 모레는커녕 내일부터 시작하라 해도 놀라지 않는다. 수업 협의가 끝나자, 자네 설마 언제까지고 이런 여관에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내가 좋은 하숙을 알아봐 줄 테니 옮기게, 다른 사람 말은 안 들어도 내가 얘기하면 금방 될 걸세, 빠를수록 좋으니 오늘 보고 내일 옮겨서 모레부터 학교에 나오면 딱 맞겠다고 혼자 다 정해 버린다. 하긴 열다섯 장짜리 방에 마냥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월급을 몽땅 숙박비로 갖다 바쳐도 모자랄지 모른다. 오 엔이나 되는 찻값을 큰맘 먹고 준 참에 바로 옮기는 게 조금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옮길 바에야 얼른 자리 잡는 편이 낫겠기에 그 일은 산미치광이한테 맡기기로 했다. 그러자 산미치광이는 아무튼 같이 가 보자기에 따라갔다. 동네 외곽 언덕 중턱에 있는 집으로 몹시 한적하다. 주인은 골동품을 사고파는 이카긴이라는 사내로, 안주인은 남편보다 네 살쯤 위인 여자다. 중학교 다닐 때 윗치라는 낱말을 배운 적이 있는데 이 안주인이 영락없이 그 윗치를 닮았다. 마녀 말이다. 윗치라도 남의 아내니 상관없다. 결국 내일부터 옮기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산미치광이는 도리초에서 빙수을 한 잔 사 주었다. 학교에서 만났을 땐 어지간히 건방지고 무례한 놈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것저것 챙겨 주는 걸 보니 나쁜 사내는 아닌 모양이다. 다만 나처럼 성미가 급하고 다혈질인 듯하다. 나중에 들으니 이 사내가 학생들한테 가장 인망이 두텁다고 한다.

Chapter 2 of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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