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마구간 옆의 유채
니이미 난키치
마구간 창문 바깥에 유채가 자라나 있었답니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어요. 하지만 봉오리가 잔뜩 맺혀 있었지요.
이제 곧 봄이 옵니다. 마구간 앞 햇살이 날마다 따뜻해져서, 검은 흙에서 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유채 봉오리들은 향긋한 냄새 속에서 점점 부풀어 갔답니다.
“이제 곧이지요” 하고 한 봉오리가 속삭여요.
“그래요, 이제 금방 바깥세상을 볼 수 있어요” 하고 다른 봉오리가 대답해요.
봉오리들은 아직 이 세상을 본 적이 없답니다. 이 세상은 땅과 하늘 둘로 나뉘어 있고, 그 사이에 사람이라는 똑똑한 존재가 살고 있다는 것도, 작은 새라는 다정한 생명이 있다는 것도, 또 봉오리들 자신이 꽃이라는 어여쁜 모습이 된다는 것도 알지 못해요. 그래서,
“바깥세상은 어떤 곳일까”
하고 어느 봉오리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때 건너편 보리밭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종달새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어요. 그러더니 종달새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올라가서는 어여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답니다.
“삐일 삐일 삐일 삐일”
종달새의 노랫소리는 높은 하늘에서 금빛 비처럼 쏟아져 내려와, 마구간 옆 유채 둘레에 흩뿌려졌답니다.
“참으로 어여쁜 목소리야”
“저렇게 좋은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건 누구일까”
하고 유채 봉오리들은 넋을 잃고 서로 속삭였답니다.
그러자 봉오리들의 머리 위에서 누군가가,
“종달새예요” 하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봉오리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어 버렸답니다. 이윽고 놀람이 가시자,
“방금 그 굵은 목소리는 누구일까”
“분명 무서운 무언가일 거야”
하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러자 또 아까 그 굵은 목소리로,
“저는 말이에요. 조금도 무서운 게 아니랍니다”
하고 말했어요. 하지만 봉오리들은 말이 어떤 존재인지조차 알지 못해요.
부드러운 안개 같은 봄비가 이삼 일 줄곧 내렸답니다. 비가 그치자 전보다도 한층 따뜻한 햇빛이 쏟아져 내렸어요.
그러더니 마침내 가장 꼭대기에 있던 봉오리가 눈을 살며시 뜨고 꽃이 되었답니다. 그러고는 차례차례로 봉오리들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활짝 피어 갔어요.
“와아, 눈부셔라”
하고 어느 봉오리든 처음에는 외쳤답니다. 처음 보는 세상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윽고 강한 빛에 익숙해지자 유채꽃들은 둘레를 빙 둘러보고, 나무며 밭이며 길이며 집이며 하늘이며 물을 바라보았어요. 그것이 무척 어여뻐 보였기에 꽃들은 이런 세상에 태어난 것을 함께 기뻐했답니다. 그러고는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로에게서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다 함께 똑같이 노란 옷을 입고 있고 다른 어떤 나무며 풀에도 지지 않을 만큼 어여쁜 줄을 알고는 한층 더 기뻐했답니다.
그때 꽃들의 머리 위에서,
“어머나, 어쩜 이리 곱게 피었네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꽃들이 들어 본 적이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며 보니, 마구간 창문에서 큼직하고 다정한 말의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었답니다. 이렇게 다정한 모습이, 꽃들이 무서워했던 그 말이었던 거예요.
“말 아주머니, 이 세상은 참으로 어여쁘고 좋은 곳이에요”
하고 꽃 한 송이가 말했어요.
“정말 그래요. 저도 어서 우리 아기에게 이 좋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답니다”
하고 말이 대답했어요.
“어머, 아주머니, 아기가 태어났나요”
“네, 벌써 태어났답니다. 하지만 아직 눈을 감고 코 자고 있어요”
꽃들은 아기 말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렇게 창문이 높으니 어떻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겠어요.
“어머, 여러분”
하고 그때 말 아주머니가 말했답니다.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가 있지 않나요”
꽃들은 깜짝 놀라 둘레를 살펴보았어요.
“어디, 어디에”
“저기, 저기, 저기에”
정말이지, 보니까 유채 줄기에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가 하나 남아 있었답니다.
“어찌 된 일일까”
“아직 코 자고 있는 걸까”
“우리가 벌써 눈을 뜬 줄 모르는 걸까”
“이미 봄이 온 줄 모르는 걸까”
그래서 꽃들은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를 깨우러 나섰어요.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야, 이제 봄이란다, 바깥세상으로 나오렴”
“아직 코 자고 있는 봉오리야, 어서 눈을 뜨렴”
그러자 봉오리가 대답했답니다.
“나는 이미 눈을 뜨고 있는걸”
“어머 어머, 그러면 어서 나오렴”
이윽고 그 봉오리가 둘로 갈라지더니 안에서 무언가 나왔답니다. 그런데 꽃들이 깜짝 놀랄 일이 있었어요. 그것은 꽃들처럼 노란 옷이 아니라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던 거예요.
“어머, 어찌 된 일이야, 네 옷은 새하얀걸”
하고 놀란 꽃 하나가 말했어요.
그러자 그때 창문에서 보고 있던 말 아주머니가,
“그건 나비랍니다”
하고 꽃들에게 알려 주었어요.
정말 그것은 한 마리 나비였답니다. 나비는 꽃과 달라요. 날개가 있어서 여기저기 날아다닐 수 있지요. 그리하여 이 나비도 날개가 튼튼해지자 바람을 타고 마구간 지붕을 넘어가기도 하고, 작은 개울 위로 가 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유채 봉오리와 함께 자란 나비라서 유채꽃들과는 무척 단짝이었어요.
“나비님”
하고 날 수 없는 꽃들이 말했어요. “말 아주머니의 아기가 이제 눈을 떴는지 보고 와 주겠니”
나비는 곧장 마구간 창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말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어머, 나비님, 안녕하세요”
“아기는 눈을 떴나요”
“오늘 아침에 비로소 떴답니다”
보니까 아기 말은 마른 짚 속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얌전히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