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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날이 왔다. 소를 잡고 떡을 치고 사람들이 다 술에 취하여 즐겁게 웃고 이야기한다. 동내부인들은 새 옷을 갈아입고 난수의 집 부엌과 마당에서 분주히 왔다갔다 한다. 문호의 부친과 계부도 내외로 다니면서 내빈을 접대한다. 그러나 그 양미간에는 속일 수 없는 근심이 보인다. 문해도 그날은 감투에 갓을 받쳐 쓰고 분주하다. 그러나 문호는 두루마기도 아니 입고 집에 가만히 앉았다. 혼인날이라고 고모들과 시집 간 누이들이 모여들어 문호의 집 안방에는 노소 여자가 가득히 차서 오래간만에 만난 반가운 정회를 토로한다. 늙은 고모들은 혹 눕기도 하고 젊은 누이들은 공연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마치 오랫동안 시집에 있어서 펴지 못하던 기뭉을 일시에 다 펴려는 것 같다. 가는 말소리, 굵은 말 소리가 들리다가는 이따금 거운 웃음 소리가 합창 모양으로 들린다. 그러나 문호는 별로 이야기 참례도 아니하고 한편 구석에 가만히 앉았다. 시집 간 누이들과 집에 있는 누이들이 여러 번 몰려와서 문호를 웃기려 였으나 마침내 실패에 종하였다. 문호의 어머니가 음식을 감독하다가 문호가 아니 보임을 보고 찾아와서,
" 얘, 왜 여기 앉았느냐. 나가서 손님 접대나 하지 그려. 어디 몸이 편치 아니하냐? "
하여도 문호는 성난 듯이 가만히 앉았다. 여기저기서 취한 사람들의 웃고 지껄이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문호는 분노한 듯이 주먹을 부르쥐었다. 난 수는 형들 틈에 앉았다가 시끄러운 듯이 뛰어나와 문호의 곁에 들어와 앉는다. 형들은 난수을 대하여, '좋겠구나', : '기쁘겠구나', '부자라더라'... ... 이러한 농담을 하였다. 그러나 난수는 이러한 농담을 들을 때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하였다. 난수는 문호의 어깨에 기대며 문호의 누을 본다. 문호는 난수의 눈을 보았다.
그 눈에는 절망과 단념의 빛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난수는 다만 신랑이 천치라는 말에 근심이되고 절망이 될 뿐이요, 이 사건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할 줄을 모르고 다만 나는 불가불 천치와 일생을 보내게 되거니 할 뿐이라. 문호는 눈물을 난수에게 아니 보일 모양으로 고개를 돌리며,
" 아깝다. 그 얼굴에 그 재주에 천치의 아내가 되기는 참 아깝고 절통하다. "
하고 어는 준수한 총각이 있으면 그롸 난수를 부부를 삼아 어디로나 도망을 시키리라 한다. 차라리 부모리 억제로 마음 없는 곳에 시집 가기 보다는 자기의 마음에 드는 남자와 도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문호는 생각한다. 그러고 다시 난수를 보매 사랑스러운 마음과 불쌍한 마음과 아까운 마음과 천치신랑이 미운 생각이 한데 섞여 나온다. 문호는 난수의 손을 힘껏 쥐었다.
난수도 문호의 손을 힘껏 쥐었다. 그러고 이빨로 가만히 문호의 팔을 물고 바르르 떤다. 문호는 무슨 결심을 하였다. 신랑이 왔다. 신랑을 맞는 일동은 모두 다 낙심하고 고개를 돌렸다. 비록 소문이 그러하더라도 설마 저렇기야 하랴 하였더니, 실제로 보건데 소문보다 더하다. 머리는 함부로 크고 시뻘건 얼굴이 두 뼘이나 길고 커다란 누은 마치 소 눈깔과 같고 터다란 입은 헤벌려서 걸찍한 침이 턱에서 떨어진다. 문호의 숙모는 이 꼴을 보고 문호 집 안방에 뛰어들어와 이불을 쓰고 눕고 지금껏 웃고 떠들던 고모들과 누이들도 서로 마주 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없다. 다만 문호의 부친형제와 문해가 웃을 때에는 웃기도 하면서 여전히 내빈을 접하고 동내 부인네와 남자들이 분주할 뿐이요, 양가 가족들은 모두 다 낙심하여 앉았다. 문호는 한참이나 신랑을 보다가 집에 뛰어들어와 난수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난수는 문호의 등에 얼굴을 대고 운다. 문호는 저고릿들이 눈물에 젖어 따뜻함을 깨달았다. 이 때에 혜수가 와서 난수를 안아 일으키며,
" 얘, 난수야, 오라비 두루마기 젖는다. 울기는 왜 우느냐. 이 기쁜 날. "
하고 난수를 달랜다. 난수는 속으로,
' 흥, 제 서방은 얼굴도 똑똑하고 사람도 얌전하니까. '
하였다. 과연 혜수의 남편은 얼굴이 어여쁘고 얌전도 하였다. 아까 그가 신랑을 맞아들여 갈 때에 중인은 양인을 비교하고 혜수와 난수의 행불행을 생각지 아니한 자가 없었다. 난수가 처음에 기다리던 신랑은 혜수의 신랑과 같은 자 또는 문호나 문해와 같은 자더라. 밤이 왔다.
문호는 어디서 돈 오 원을 구하여 가지고 가만히 난수에게,
" 얘, 이제 나하고 서울로 가자. 이 밤 차로 도망하자. 가서 내가 공부하도록 하여 주마. "
하였다. 그러나 난수는 문호의 말에 다만 놀랄 뿐이요, 응할 생각은 없었다.
' 서울로 도망! '
이는 못할 일이라 하였다. 그래서 고개를 흔들었다. 문호는,
" 얘, 이 못생긴 것아. 일생을 그 천치의 아내로 지낼 터이냐. "
하며 팔을 끌었다. 그러나 난수는 도망할 생각이 없었다. 문호는 울며 쓰러지는 난수를 발로 차며,
" 죽어라. 죽어! "
하고 꾸짖었다. 그러고 외따른 방에 가서 혼자 누웠다. 혜수의 신랑이 들어와,
" 자, 나하고 자세. "
하고 문호의 곁에 눕는다. 문호는 또 난수의 신랑과 혜수의 신랑을 비료하고 난 수를 불쌍히 여기는 정이 격렬하여진다. 그리고 혜수의 신랑의 아름다운 얼굴과 자기의 얼굴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는 듯하는 웃음을 보고 문호도 빙긋이 웃는다. 혜수의 신랑은,
" 여보게, 그 신랑이란 자가... "
하고 웃음이 나와서 말을 이루지 못하면서 겨우,
" 내가 떡을 권하였더니 먹기 싫다고 밥상을 발길로 차데그려. 그래 방바닥에 국이 쏟아지고. "
하면서 자기의 젖은 바지를 보이며 웃는다. 문호도 그 소 눈깔 같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발길로 차던 모양을 상상하고 웃음을 금치 못하였다. 혜수의 신랑도 혜수에 비기면 열등하였다. 그는 지금 십칠 세이나 아직 사숙에서 맹자를 읽을 뿐이라 도저히 혜수의 발달한 상상력과 취미에 기급치 못할뿐더러 혜수의 정신력이 자기보다 우월한 줄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직 유취소아였다.
그러므로 혜수도 부에게 대하여는 일종의 회멸하는 감정을 가진다. 그러나 문호나 혜수나 다같이 그의 용모의 미려함과 성질의 온순영리함을 사랑한다. 이튿날 아침에 문호는 계부의 집에 갔다.
아랫방 아랫목에 난수가 비단 옷을 입고 머리를 쪽찌고 앉은 모양을 문호는 말없이 물끄러미 보았다. 난수는 얼른 문호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돌린다. 문호는 그 비단옷과 머리의 변한 것을 볼 때에 형언치 못할 비애와 혐오를 깨달았다. 난수가 작야에 저 천치와 한 자리에 잤는가, 혹은 저 천치에게 처녀를 깨뜨렸는가 생각하매 비분한 눈물이 흐르려 한다. 난 수의 주의에 둘러앉았던 고모들과 누이들은 문호의 불평하여하는 안색을 보고 웃기와 말하기를 그친다. 지수는 문호의 팔을 떼밀치며,
" 오빠는 나가시오. "
한다. 난수도 문호의 심정을 대강은 짐작한다. 그러나 문호는 입술로 '쩝쩝' 하는 소리를 내며, 난수의 돌아앉은 꼴을 본다. 그러고 속으로 '아아 만사휴의로구나' 한다. 왜 저렇게 어여쁘고 얌전하고 재주 있는 처녀를 천지의 발 앞에 던져 주어 짓밟히게 하는가 생각하매, 마당과 방안에 왔다갔다 하는 인물들이 모두 모두다 난수 하나를 못되게 만들고 장난감울 삼는 마귀의 무리들같이 보인다. 힘이 있으면 그 악한 무리들을 온통 때려 부수고 그 무리들의 손에서 죽는 난수를 구원하여 내고 싶다. 문호의 눈에 난수는 죽은 사람이로다. 이런 생각을 할 때에 지수는 또 한 번,
" 어서 오빠는 나가셔요! "
하고 떼밀친다. 그제야 비로소 난수를 보던 눈으로 지수를 보았다. 지수의 눈에는 사랑과 자랑의 빛이 보인다. 문호는 지수나 잘 되도록 하리라 하고 나온다. 나와서 바로 집으로 오려다가 혜수의 신랑한케 끌려 신랑방으로 들어갔다. 혜수의 신랑은, 신랑의 우스운 꼴을 구경하려고 문호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라. 신랑방에는 소년들이 많이 보였다. 혜수의 신랑이 신랑의 곁에 앉으며,
" 조반 자셨나? "
하고 인사를 한다. 신랑은 침을 질질 흘리며 헤 하고 웃는다. 그래도 어저께 자기를 맞던 사람을 기억하는구나 하고 문호는 코웃음을 하였다. 곁에서 누가 문호를 신랑에게 소개한다.
" 이 이가 신랑의 처종형일세. "
그러나 신랑은 여전히 침을 흘리며 다만 '처종형?' 하고 문호의 얼굴을 본다. 그 눈이 마치 죽은 소 눈깔같이 보여 문호는 구역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속으로,
' 아아 저것이 내 난수의 배필! '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