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 결단 — 돈 임자를 찾아
제4장 · 결단 · 돈 임자를 찾아
"여보게, 내가 며칠이나 잠을 잤나. 어떻게 잠을 잤는지 정신이 하나 없네."
그 아내가 하는 말이,
"인력거 세 얻어오던 날 해지기 전부터 잠자기 시작하여 어젯날 점심때에 일어나서, 술 먹으면 개자식이라는 맹세는 어찌하였는지 일어나는 길로 세수도 아니 하고 바로 나가서 술을 얼마나 자셨기에 그렇게 취하여 들어오셨소. 지금이야 일어났으니 잠도 무던히 잤지마는 어저께는 어찌하여 외상 술을 그렇게 많이 자셨소. 어저께는 술값이 일백팔십 냥이라고 술집 주인이 와서, 집에 돈이 있으니 전후 술값을 다 셈하여 주마 하였다고, 왜 돈 두고 아니 주느냐고 사설하고 갔소. 무슨 돈이 집에 있다고 술값 받으러 오라고 하였습더니까. 집에 돈을 두었는지 어쨌는지 나는 알 수 없으니 술 깨거든 와서 받아가라 하여 보내었소. 필연코 조금 있다가 또 올 것이오."
김서방의 하는 말이,
"왜 그 돈 어찌하였나. 그 속에서 내어 주지 그랴."
그 아내가 새삼스러이 하는 말이,
"그 돈이 무슨 돈이오. 어느 때에 나를 주었소."
김서방이 의아하여 말하기를,
"길에서 얻은 지전 뭉치, 왜 자네가 그때 세어보지 아니하였나. 그래서 사천삼십이원 오십전, 당오 풀이로 이십만 냥 자네에게 맡기고 자지 아니하였나 왜."
"아, 당신이 꿈을 꾸었소. 언제 어느 때에 지전 뭉치를 얻어 가지고 왔소. 나는 지전커녕 종이조각도 못 보았소. 잠을 그만치나 잤으니까 꿈도 많이 꾸었겠지."
김서방이 이 말을 듣더니 하도 기가 막히어 말 한 모금 못하고 잠잠히 앉았더라. 그 아내도 아무 말 없이 앉았더라.
한참 동안을 두 내외가 아무 말 없이 앉았더니 김서방이 입맛을 다시면서 묻는 말이,
"그래, 돈 얻은 것은 꿈이고 친구 데리고 술 먹은 것은 생시라는 말인가. 꿈에 돈 얻어 가지고 생시에 외상술을 먹었으니 술값을 어떻게 하나. 응, 입맛 쓰다."
어느 사람이든지 게으른 사람은 못 살고 부지런한 사람은 잘 사느니, 벌기는 적게 하고 쓰기는 많이 하여 술 먹고 노는 사람 평생이 간구하고 부지런히 벌이하여 적게 쓰고 많이 모아, 다만 한 푼이라도 돈을 모아 두는 사람은 아무리 하더라도 굶든 아니하는지라.
새문 밖 김서방도 일하기 싫고 술 먹기 좋아하여 자나 깨나 생각하기를, 저절로 돈이 생기어 술이나 매일 장취 먹었으면 이 위에 더할 낙이 없을 터인데 저절로 돈 생길 도리가 어디 있으리오. 어느 부처님이 지나다가 지전 뭉치나 길에 빠뜨려서 다른 사람 보기 전에 내가 먼저 얼른 집어 한 구석에 감추어 두고 남모르게 꺼내어 쓰면 술 먹고 싶은 때에 술 먹고 옷 해 입을 때에 옷하여 입고 마음대로 하였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던 차에, 꿈인지 생시인지 이십만 냥 돈을 얻어 좋아하고 하였더니, 술 먹은 것은 적실하고 돈 얻은 것은 꿈이 되어 좋은 일이 허사로다. 가만히 생각한즉 하도 맹랑하고 하도 어이없어 목침 베고 드러누우니 일신이 찌쁘드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