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조 낙시(즐거이 베풂) — 첫째 단: 절용과 베풂의 뿌리, 가난한 벗·내 곳간
제6조 낙시(즐거이 베풂) — 첫째 단: 절용과 베풂의 뿌리, 가난한 벗·내 곳간
절약하되 흩어 베풀지 않으면 친척이 그를 등진다. 「낙시(樂施, 즐거이 베풂)」야말로 덕(德)을 심는 근본이다. 못 위에 물이 있어 머무르고 고이는 것은 장차 그것을 새어 흘려 만물을 적시려 함이다. 그러므로 능히 절약하는 자라야 능히 베풀 수 있고, 절약하지 못하는 자는 베풀지도 못한다. 기녀를 가까이하고 창기를 부르며 거문고를 타고 피리를 불며, 비단을 끌고 비단을 겹쳐 입고, 좋은 말에 새긴 안장을 얹고, 거기에 더하여 상관에게 아첨하여 섬기고 권귀(權貴)에게 뇌물을 보내어, 비용이 하루에 수만에 이르고 한 해 동안 천억을 헤프게 쓴다면 무엇으로 친척에까지 베풀겠는가. 「절용(節用)」이 「낙시」의 근본이라는 이 한마디를 모르면 안 된다.
가난한 벗과 곤궁한 친족은 그 힘을 헤아려 두루 돌보아야 한다. 한 집안 사람을 비록 다 데려와 살게 할 수는 없더라도 가난하여 끼니를 잇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그 식구를 헤아려 매달 양식을 이어 주지 않을 수 없다. 소공(小功) 안의 친족 중에 가난하여 끼니를 잇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보름치 양식을 이어 주고, 그 나머지는 위급한 때만 도울 따름이다. 가난이 그리 심하지 않은 자에게는 때때로 선물을 보내라. 가난한 벗이 찾아와 청하는 자가 있거든 후하게 대접하되 그를 보낼 때에는 노자(路費)를 헤아려 보태어, 집에 돌아가는 날에 남는 것이 있도록 함이 옳다. 유관(劉寬)이 남양태수(南陽太守)가 되어 매달 받는 봉록(俸祿)을 가난한 친족에게 나누어 주매, 아내가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지 못하였다. 범순인(范純仁)이 제주(齊州)를 다스릴 때 흉년이 들매 곧 자기 월급을 줄여 가난한 자를 구휼하였다. 고개지(顧愷之)가 장사태수(長沙太守)가 되매 매달 받는 봉록의 나머지를 가난한 친족에게 나누어 주었다.
내 곳간에 남음이 있어야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 공물(公物)을 훔쳐 사사로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예(禮)가 아니다. 만일 공채(公債)가 실로 많이 쌓여 있다면 마땅히 실정(實情)을 친지와 벗에게 두루 알려, 다소 여유가 생긴 뒤에야 와서 구하도록 하여라. 객기(客氣)로 호기를 부려 관(官)의 창고가 텅 비고 아전이 목매고 종이 달아나 한 경계에 해독(害毒)이 퍼지게 한다면, 「낙시(樂施)」를 덕(德)으로 삼을 수가 없다. 윤우(尹友)인 외심(畏心)은 그의 아우가 해남재(海南宰)가 되어 공채가 아직 많이 쌓여 있을 때, 형의 제수(祭需)를 보내자 형 윤우가 그것을 물리치고 받지 않으며 「아래에서 아전의 재물을 빼앗아 내 형의 제(祭)에 쓴다면 예가 아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