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of 3

밤마다 아즈마바시(吾妻橋) 다리목에 우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사람의 소매를 끌어 놀이를 권하는 어둠의 여자(闇の女)들은 장마도 그치고 사방이 한층 여름다워져 가는 데에 따라 차차 그 수가 늘어나, 지금은 아무래도 열 명 가까이 되는 모양이다. 여자들은 매일 밤이다 보니 서로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알고 지내는 사이다.

모두에게 미치짱이라거나 미치코 씨라 불리는, 둥근 얼굴에 또렷한 눈매, 보통 키와 보통 몸집의 여자가 있다. 작년 여름 무렵부터 이 벌이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강바람이 몸에 스미는 가을도 어느새 지나고, 장갑 낀 손끝마저 얼어붙을 듯한 겨울이 와도 매일 밤 거르지 않고 나오는 통에, 지금은 여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고참이 되어 있다.

언제나 검은 바탕 치마에 옷깃 언저리에 레이스 장식을 살짝 단 흰 셔츠 차림. 립스틱만은 조금 짙게 발랐지만 분은 발랐는지 안 발랐는지 모를 만큼 옅은 화장이라, 공원으로 영화 보러 오는 점잖은 처자들보다 도리어 수수해 보일 정도다. 다리 난간의 그다지 밝지 않은 불빛 아래서는 근처 상점에서 일하는 여자가 아니면 진중한 여사무원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자기 처지를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그래서 나이도 스물둘셋쯤으로 보이지만 진짜 나이는 그보다 두세 살은 더 먹었을지도 모른다.

미치코는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댐과 동시에, 칠흑같이 어두운 공원 뒤로 우뚝 솟은 마쓰야(松屋) 건물의 지붕과 창을 물들이는 불빛을 올려다보던 눈을, 곧장 다리 아래 선창에서 강물 쪽으로 옮겼다. 강물 위는 건너편 하늘에 빛나는 아사히 맥주 광고의 불빛과, 도부 전철 철교 위를 끊임없이 오가는 전차의 불빛에 비쳐, 보트를 빌려 노 젓는 젊은 남녀의 모습뿐 아니라 흘러가는 부유물 가운데 수박 껍질이며 헌 게다(下駄)가 떠 있는 것까지도 또렷이 보였다.

마침 보트 대여점 선창에서는 뱃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초롱을 매단 납량선이 곧 닻줄을 풀고 떠나려는 듯, 손님을 불러들이는 여자의 목소리가 한층 새되게 “언제나 승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상버스에 타시는 손님은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수상버스는 고토토이(言問)에서 야나기바시(柳橋), 료고쿠바시(両国橋), 하마초 강변(浜町河岸)을 일주하는 한 시간 코스로, 요금은 한 분에 오십 엔이 되겠습니다.” 하고 외치고 있다. 다리 위는 강 위의 이 흥성거림을 바라보러 모인 사람들로 나카미세(仲見世)나 영화관 거리에도 못지않은 혼잡. 난간에 기댄 사람들은 서로 어깨가 부딪힐 정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걸어가던 누군가가 곧바로 그 자리에 끼어들어, 강물의 흐름과 거기에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미치코는 자기 곁에 느닷없이 흰 바지에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끼어들기에 살짝 몸을 옆으로 비킨 그 순간, 무심코 그 얼굴을 보았다. 두세 해 전 일이지만 팰리스(パレス)라는 고이와(小岩)의 영업집에 매여 있던 시절, 이따금 묵으러 오던 손님이라, 어조도 절로 막역해져,

“어머, 기지마(木嶋) 씨 아니에요. 저예요. 벌써 잊어버리셨어요?”

남자는 느닷없이 놀란 듯 여자의 얼굴을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팰리스의 13호예요. 미치코예요.”

“알지.”

“놀다 가요.” 주위 인파를 의식해, 미치코는 셔츠 소매째로 남자의 팔을 잡아끌고, 난간에서 차도의 다소 어두운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한껏 어리광 부리는 말투로,

“있잖아요, 기지마 씨. 놀다 가요. 오랜만이잖아요.”

“안 돼. 오늘 밤은. 가진 게 없거든.”

“그쪽 시세랑 똑같이 받을게요. 부탁이에요. 여관비만 더 들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치코는 한 걸음 한 걸음 남자를 다리 건너 어두운 쪽으로 끌고 가려 한다.

“어디로 가는 건데. 여관이 있어?”

“건너편 강가에 조용하고 좋은 집이 있어요. 우리 사이라면 한 시간에 이백 엔이면 돼요.”

“그래. 네가 거기서 안 보이게 된 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한살림 차린 줄로만 알고 있었어. 이런 데까지 벌이 나오고 있을 줄은 몰랐는걸.”

“저는요, 팰리스 쪽 빚은 다 갚았고, 은공 갚음으로 반년이나 더 일해 줬으니까, 어머니만 살아 계셨더라면 집으로 돌아가 점잖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저, 당신도 알고 계신 대로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 돌아가셔서, 지금은 정말 외톨이거든요. 이런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요.”

남자는 미치코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무슨 말을 늘어놓는 거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음 음 하고 끄덕이며, 묵직해 보이는 가죽 가방을 좌우로 바꿔 들고 손에 이끌려 다리를 건넜다.

“이쪽이에요.” 미치코는 곧장 오른편 옆길로 꺾어 들어, 앞문을 닫아 둔 일반 민가들 사이에 끼여 처마 끝에 여관 등을 내건 이층집의 격자문을 열고, 한 걸음 먼저 들어서며 “들어갑니다.” 하고 안에 알렸다. 그 소리에 응해,

“어서 오십시오.” 젊은 여종업원이 들머리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꺼내 둔 슬리퍼를 가지런히 놓고는, “이층으로 올라가시지요. 막다른 끝방이 비어 있습니다.”

층계를 오르니 복도 한쪽으로는 세면대와 변소의 삼나무 문이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삼첩과 육첩 다다미방이 세 칸 남짓 늘어서 있는데, 어느 방이나 손님이 든 모양으로 꼭 닫힌 후스마(襖) 밖에 슬리퍼가 벗겨진 채 놓여 있다.

미치코는 복도 막다른 끝의 후스마가 열린 채로 있는 안쪽 방에 손님과 함께 들어섰다. 베개 둘이 나란히 놓인 침구가 깔려 있고, 창가 벽 옆에 작은 화장 거울과 램프 모양 스탠드, 재떨이가 놓여 있다. 다른 벽에는 춘화 같은 인물화 액자가 걸려 있고, 그 아래 꽃병에는 노란 여름 국화가 꽂혀 있다.

미치코는 손님보다 먼저 입은 옷을 벗으며 베갯머리 창의 유리 미닫이를 열고, “이 집, 시원하지요?”

창 아래는 바로 강의 흐름이고, 고마가타바시(駒形橋)의 다리 그림자와 건너편 동네의 불빛이 보인다.

“느긋하게 놀아요, 자기야. 묵고 가시면 안 돼요?”

손님은 알몸인 채로 창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너 팰리스에 있을 적에 노출증이라고들 했었지. 정말 그렇구나.”

“노출증이 뭔데요?”

“몸 어디도 가리지 않고 태연히 보여 주는 거지.”

“그럼 스트립 하는 사람들 다 그렇겠네요. 더울 땐 시원해서 좋잖아요. 자, 당신도 벗으세요.” 미치코는 남자가 벗다 만 와이셔츠를 뒤에서 거들어 잡아당겨 벗겨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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