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국선 · Tiếng Hàn
안국선(1878~1926, 호 천강)의 1915년 한국 최초 단편집 「공진회(共進會)」 마지막 수록 단편.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하여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을 찾아가 강원도 철원에서 펼쳐진 김용필과 박명희의 어린 시절 정혼, 부자 유승지의 음모, 의병 부역 누명, 서울…
Chua co ban dich. Yeu cau dich de day nhanh tien do.
Ghi chu cua bien tap vien Pagera
안국선(1878~1926, 호 천강)의 1915년 한국 최초 단편집 「공진회(共進會)」 마지막 수록 단편.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하여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을 찾아가 강원도 철원에서 펼쳐진 김용필과 박명희의 어린 시절 정혼, 부자 유승지의 음모, 의병 부역 누명, 서울 김참령의 청혼 위협, 그리고 명희의 지혜로운 묘책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메타 구조 단편. 한국 최초 구술 채록 단편의 효시이며, 결구에서 「탐정순사(探偵巡査)와 외국인(外國人)의 화(話)」 두 편이 「경무총장(警務總長)의 명령에 의하여 삭제(削除)」되었음을 직접 명시하여, 1915년 식민지 출판물 검열의 직접 증거를 박은 자리. 「공진회」 단편집 세 편(「기생」+「인력거꾼」+「시골 노인 이야기」)의 종결 자리. 편집자 노트: 안국선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경기도 군수로 부역하여 친일 협력 논쟁의 한복판에 선 작가이며, 「공진회」(1915) 표제 자체가 1915년 시정 5년 기념 식민지 박람회(조선물산공진회)에서 비롯되어 식민지 협력/순응의 paradoks에 서 있는 작품입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독자께서는 비판적 시각과 역사 독서의 adab을 가지고 읽어 주시기를 권합니다.
안국선 · Tiếng Hàn
안국선(1878~1926, 호 천강)의 1915년 한국 최초 단편집 「공진회(共進會)」 마지막 수록 단편.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하여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을 찾아가 강원도 철원에서 펼쳐진 김용필과 박명희의 어린 시절 정혼, 부자 유승지의 음모, 의병 부역 누명, 서울…
Mục lục
Toàn văn
Ban goc (Tiếng Hàn)
벼루에 먹을 갈고 한 손에 붓대를 잡고 또 한 손에는 권연초에 불을 달여 입에다 대었다 떼었다 하는 동안에 입으로 권연초 연기만 후― 후― 내불고 앉았는데, 생각이 아니 난다 붓방아만 찧고 있다가 권연초는 재떨이에 내던지고 붓은 책상 위에 내던지고 벌떡 일어나서 두루마기를 입고 모자 쓰고 문밖으로 썩 나서며 혼자 입속말로 중얼중얼하는 말이,
"내가 붓을 들고 책을 지을 때에 하루에 열 장 스무 장은 놀면서 만드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아무 생각도 아니 나고 종일 앉아 붓방아만 찧고 소설 한 장도 못 만들었으니 이렇게 아무 재료가 도모지 없을까……."
남산을 바라보니 성긴 나무 울울충충 무슨 의사 있는 듯하나 별로 신기한 생각이 아니 나고, 길거리를 내어다 보니 사람들이 오락가락 제각기 일 있는 모양이나 깊은 사정 알 수 없다. 아서라, 저기 시골서 노인 한 분이 이번에 공진회 구경하러 올라왔다 하니 그 양반이나 좀 찾아보고 이야기나 들어 보겠다.
그 노인 거처하는 방은 매우 정결하고 소쇄하나, 한 옆에는 화로에 불을 피우고 약탕관에 약을 달이며, 한 옆에는 책상이 있고, 책상 위에는 그 노인에게 당치 아니한 신학문 서책이 쌓여 있고, 재떨이는 의례건이어니와 요강, 타구도 그 앞에 놓여 있더라. 한 번 절하고 일어 앉아 행용하는 인사를 마친 후에 역사적(歷史的) 이야기를 청하였더니, 그 노인은 안경 너머로 눈을 들어 넘겨다보며 한 손으로 담뱃대에 상초 한 대를 꽉 눌러 담아 피워 물고 하는 말이,
"내가 칠십 세를 살았으니 철모르고 자라난 이십 년 동안을 뺄지라도 오십 년 동안 일은 지내어 보았네. 그동안에 별별 이상한 일도 보았고 고생도 하여보았고 세상 변천하는 것도 여러 번 지내어 보았네. 그런고로 자네 같은 소년들은 나를 오십년(五十年) 역사(歷史)책으로 알고 성가시게 구네 그랴…… 하…… 하…… 그런데 무슨 할 이야기가 어디 있나. 그러나 이것은 참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자네한테나 이야기하는 것이니, 행여나 소설책이나 그러한 데 내지 말게, 부디. 이것은 몇 해 아니 된 일일세."
2. Janji Masa Kanak Yong-pil dan Myeong-hui한 시골 사람이 어린 조카자식을 서울로 올려보내며 당부하는 말이라.
"용필아―, 잘 가거라. 서울은 시골과 달라서 대단히 번화하여 길에 잘못 다니다가는 말에게 밟히기도 쉬우니 조심하여라. 사동 김갑산 영감은 나와 죽마고우로 어려서부터 사이가 좋게 지내었다가 근래 칠팔 년을 서로 소식 없이 지내었는데, 그 집을 찾아가서 내 편지를 전하고 보이면 그 사람이 필연 반가워할 것이오, 또 너를 위하여 출세할 길도 열어줄 것이니 그런 데를 가서 있더라도 똑똑하게 하여라."
이렇게 당부하고 말하는 사람은 용필의 삼촌이니 만초 선생이라면 그 동리 근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오, 그 동리는 강원도 철원 고을 북편으로 십 리쯤 되는 땅이라. 무슨 까닭으로 자기 조카를 서울로 보내느냐 할 지면, 좋은 일에 보내는 것이 아니오, 사세 부득이한 일이 있어서 집에 있을 수 없는 형편이 있는 고로 서울로 보내는 터이라. 당초에 용필의 조부는 상당한 재산이 있어서 요부하게 살뿐 아니라, 그 근처에서 세력이 남에 지지 아니하고 행세도 점잖게 하는 고로 사람마다 존경하더라. 아들은 둘이나 있으되 손자를 못 보아 대단히 바라더니 맏아들에게서 용필이를 낳은지라, 아이도 대단히 탐스럽고 똑똑하게 생겼거니와 늦게 본 손자라 더욱 귀애하여 금지옥엽같이 사랑할 새, 이때 그 친구로 항상 서로 추축하는 박감역이 있으니 역시 가세가 넉넉하고 세력도 있고 문벌도 비등한데 늦게 손녀딸을 보아 대단히 사랑하여 이름을 명희라 부르고, 아침이든지 저녁이든지 명희를 품에 안고 용필의 조부 되는 김도사 집에 가서 담배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놀다 오는 터이라.
용필이는 돌이 지내어 아장아장 걸어오고 걸어가매 김도사가 귀애하여 재미를 보느라고 사람마당 양지짝에 앉아서 용필의 걸음 걷는 양을 보려고 손에 들었던 담뱃대를 멀지 않게 집어 내던지고,
"오―, 내 손자야, 저기 가서 저― 담뱃대 가져온. 옳지, 옳지, 아이고 기특하다."
김도사가 이러할 즈음에 박감역이 명희를 품에 안고 나와서 역시 내려놓고 손을 붙들고 귀염을 본다. 두 어린아이가 빵긋빵긋 웃으며 혹 걷기도 하고 혹 기기도 하여 둥실둥실 노는 모양 남이 보아도 귀엽고 대견하여 어여삐 여길 터인데, 김도사와 박감역이야 오죽 귀여워 하리요. 두 늙은이가 어떻게 마음에 귀엽든지 그 자리에서 서로 언약을 맺고 혼인을 예정하여, 용필이 열일곱 살 되거든 성례하기로 작정한지라, 남녀가 일곱 살만 되면 한자리에 앉지 아니하는 것이 우리 조선의 예법이로되, 용필이와 명희는 예혼을 언약한 터인 고로 십여 세가 되도록 한방에 함께 앉기도 하며, 어른들이 실없이 구느라고 한 자리에 앉히고,
"명희가 네 아내다." "용필이가 네 남편이다." 하며 재미를 보고 웃고 지내더니, 세상만사가 사람의 뜻대로 되기 어려움은 옛적이나 지금이나 일반이라. 박감역이 세상을 이별한 후 일 년이 못 되어서 김도사가 역시 별세하니, 김도사의 집에는 환란이 그치지 아니하여 해마다 초상이 아니 나는 해가 없어, 김도사의 맏아들 죽고 그 둘째 아들 만초 선생의 내외도 중병으로 죽을 뻔하다가 겨우 살아나니, 어언간 가산이 탕패하여 용필이는 부모 없는 고아가 되고 가난한 살림살이로 궁하게 지내는 그 삼촌에게 의탁하여, 숙모가 뒤를 거두어 길러내니 수삼년 전에는 철원 고을에서 일반이 부러워하던 김도사 집이 지금은 아주 보잘것없이 되어 사람마다 세상의 부귀영욕이 일장춘몽과 같다 하는 말을 믿게 하는도다.
어제까지는 사람마다 떠받들고 집집마다 귀여워하던 용필이가 지금은 간데족족 천덕꾸러기가 되어 헐벗고 주리고 모양이 아주 말 못되는데, 그 삼촌 숙부 되는 만초 선생은 평생에 좋아하는 것이 글뿐이오. 돈 같은 것은 변리도 따질 줄 모르고, 집안 살림은 당초에 상관치 아니하여 그 아내가 어찌 어찌하여 지내어 가는 터이라. 그러한 고로 용필이는 더욱 말 못되게 지내어 어떠한 때는 끼니도 굶지 의복은 남부하여 불쌍한 경우에 이르렀는데, 세상 사람이 하나도 돌아보아 주는 사람이 없으되 오직 남모르게 속으로만 불쌍히 여기고 마음으로만 애닯게 여기는 사람 하나이 있으니,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박감역의 손녀 명희라. 박감역이 죽은 후로 박감역의 아들 명 희의 아버지 박참봉은 원래 인색하고 돈만 아는 사람이라, 빈궁한 사람은 사람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부자나 세력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앞에서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아첨하는데, 당초에 김도사가 살아 있을 때에는 김 도사 집이 요부하고 세력이 있어 자기 집보다 나은 고로 자기 딸 명희와 용필이와 예혼 언약한 것을 좋아하였으나, 지금은 김도사 집이 망하고 용필이가 말못되게 있음을 보니 혼인할 마음이 없는데, 명희의 얼굴이 절묘하고 침선 범절과 언어, 행동이 세상 사람 같지 아니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 듯하여 원근간에 칭찬이 자자하고 소문이 널리 나서, 아들 있고 혼처 구하는 사람은 청혼하지 아니하는 자 없는 고로, 박참봉은 더욱 용필이와 성혼하기를 싫어하여 만초 선생에게 돈을 주고라도 파약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만초 선생은 원래 전재를 탐내는 사람이 아닌 고로 말도 하여보지 못하고 어떻게 하여 세력으로 내리눌러서 파혼할 마음이라. 명희는 나이가 아직 어리되 지각이 어른보다 출중한 고로 자기 부친의 눈치를 알아채었도다. 출중한 사람은 출중한 마음이 있나니, 명희의 마음은 용필이를 장래 자기의 배필로 알고 천하 없는 일이 있을지라도 이것은 변치 못하겠다 하여 이따금 담 너머로 용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말은 못 하되 속으로만 간이 사라지는 듯이 불쌍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나서 옷이라도 하여주고 밥이라도 먹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터이라.
하루는 명희가 그 모친과 함께 일갓집 혼인 잔치에 갔다가 저물게 돌아오는데, 만초 선생의 집 앞으로 지나갈 새 어떤 아이가 담 모퉁이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무슨 생각을 하며 대단히 슬퍼하는 모양인데, 자세히 보니 용필이라. 명희의 오장이 녹는 듯하고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 것을 모친 모르게 씻고 집으로 돌아와 그 날 밤에 잠을 못 자고 규중에서 방황하다가, 달은 희미한데 후원으로 들어가서 높은 곳에 올라서서 용필이 섰던 곳을 바라보니 마침 용필이가 어디를 가는지 집 앞으로 지나가는지라. 큰 소리로 부를 수 없는 고로 담 너머로 지나갈 즈음에 명희가 담을 넘겨다보고 가는 목소리로 용필이를 부른다.
"용필아―, 용필."
용필이가 돌아다보고 조용히 단둘이 만나 하나는 담 너머 서고, 하나는 담 안에 있어 나직나직한 말소리로 이야기를 하는데, 저편에서 기침 한 번을 에헴 하고 이리로 향하여 오는 사람이 있는지라, 깜짝 놀라 명희는 제 방으로 들어가고 용필이는 갈 데로 갔으나, 기침하고 오던 사람은 명희의 부친 박참봉인데, 자기 딸이 용필이와 무슨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대단히 괘씸하고 분이 나서 용필이를 죽여 없이 하였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까지 나는도다.
3. Tipu Daya Yu-seungji dan Putusan Mancho이때 철원읍에 사는 유승지는 가세가 심히 요부하여 강원도 안의 제 일가는 부자요. 돈이 많으면 세력이 있는 것은 세상의 상례라. 서울 재상가에도 반연이 있어 벼슬을 승지까지 얻어 하고 철원 고을 안에서는 호랑이 노릇을 하는 터인데 아들이 혼처를 구하되 적당한 데가 없어 경향으로 구혼하더니, 박참봉의 규수가 심히 절묘하고 범절이 갸륵하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사람을 보내어 탐지하여 본 후에, 바싹 욕심이 나서 중매를 놓아 청혼한즉 박참봉의 생각도 매우 좋이 여기지마는, 용필이가 있는 까닭에 허락지 못하고 그 사연 이야기를 말한 후에 중매장이 귀에다 박참봉의 입을 대고 수군수군하는 말이,
"그 아이를 어떻게 없이 하였으면, 내 마음에도 유승지의 아들과 혼인하는 것이 매우 좋겠소."
중매장이가 박참봉의 하던 말을 유승지에게 전한즉 유승지가 하는 말이,
"그까짓 것, 내 수단으로 그것이야 못 없앨라구."
유승지가 그 고을 육방관속을 자기 집 하인 부리기보다 더 쉽게 부리는 터인데, 즉시 이방과 호장을 불러 분부하니 이방과 호장이 감히 거역치 못하여,
"그리하오리다." 하고 물러가더라.
이방이 유승지의 소청을 듣고 나와서 생각하기를, '내가 호장과 부동하여 용필이라 하는 아이를 무슨 죄에든지 얽어 몰아 죽이기 어렵지 아니하나, 무죄한 사람을 애매히 죽이는 것이 옳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선친이 용필의 조부 김도사 그 양반에게 은덕을 입은 일이 있은즉 내가 이 아이를 살려내는 것이 옳다.' 하고 즉시 만초 선생의 집을 찾아가서 용필이 살려낼 일을 의논한다.
(이방) "유승지 영감의 본부가 이러하니 감기 거역할 수는 없고 그리 할수도 없어서 하는 말씀이오. 어떻게 하시려 합니까."
(만초) "큰일났네 그랴. 그러니 박참봉이 그리 할 수가 있나. 이 연유로 관찰부에 고발하면 어떠하겠나."
(이방) "그러면 나는 이방도 못 다니게요. 그뿐 아니라 유승지는 돈이 많고 사람이 간사하고 세력이 있으니까 아무리 하여도 댁에서 질 터인즉 고발하여도 쓸데없지요. 내 생각 같으면 도련님을 서울이나 어디로 멀리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하오이다."
(만초) "자네 말이 옳은 말이세. 그러면 그리하세. 서울 가서 상노 노릇을 하더라도 여기서 이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또 내 친구도 더러 서울 있으니 세의로 하더라도 뒤를 보아줄 터이지."
(이방) "세의 말씀 마시오. 지금 세상인심이 세의를 압니까. 박참봉은 댁과 세의가 없어서 그렇게 마음을 먹습니까. 어찌 되었든지 멀리 보내시오."
이방이 간 후에 만초 선생이 용필이를 불러 앉히고 전후 이야기를 자세히 말하여 들리고 서울로 가라 하니, 용필이도 하릴없이 자라나던 고향 산천을 떠나서 산도 설고 물도 선 서울로 가게 되었도다.
용필이가 그 삼촌 숙부 만초 선생을 하직하고 서울로 찾아가서 동대문을 들어서니, 만호 장안에 인가가 즐비하고 거마가 도로 연락부절하여 사동 김갑산 집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길거리에서 방황하다가, 사동으로 가는 장작 실은 말몰이꾼을 만나서 사동까지는 함께 왔으나, 김갑산 집을 물은즉 하나도 아는 사람이 없어 사동 천지를 집집마다 상고하여 김갑산 집을 찾되 알 수 없는지라, 갈 바를 알지 못하여 낙심천만하고 길에 서서 어찌할꼬 하고 정신없이 걸음 걸어 안동 네거리에 이르러, 이상한 복색에 칼 차고 말 탄 사람이 말을 달려오는데, 또 한편에서는 사륜 남여에 검은 복색 입은 구종들이 늘어서서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서슬에, 그것을 보고 길을 비키려 하다가 달려오는 말에게 다닥드려 용필이는 넘어지니, 말은 용필의 가슴을 밟고 지나가니, 그 말 탄 사람이 말에게서 뛰어내려 넘어진 용필이를 붙들어 일으키니 단단히 다쳐서 까물쳤는지라, 급히 교군을 얻어 태워가지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의원 불러 치료하니 그럭저럭 여러 날이 되었더라.
4. Krisis Park-chambong di Bawah Kapten Kim말에게 상한 용필이가 다른 체도 대강 나아서 일어 앉고 걸어 다닐만 하니, 주인은 집을 알아 보내주려고 거주, 성명을 묻는데 용필이 대답하기를,
"내 고향은 강원도 철원인데 서울로 올라와서 김갑산 집을 찾으려 하다가 길에서 말에게 다쳤나이다." 하거늘 주인이 이 말을 듣고 즉시 하인을 불러,
"작은댁 영감 오시라고 여쭈어라." 하더니 조금 있다가 얼굴이 거무스름하고 눈에는 흰자위가 많은 한 사람이 들어오는데, 주인이 용필이를 대하여 말하기를,
"네가 이 양반을 찾느냐. 이 양반이 지금은 진주 병사라는 벼슬을 하였는고로 김병사라 하지마는, 이왕엔 갑산원을 다녀와서 김갑산이라 하였더니라."
용필이가 김갑산을 찾기는 하지마는 삼촌의 편지를 전하려 함이오. 제가 김갑산의 안면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삼촌의 이름과 올라온 사정 이야기를 대강 하고, 우리 삼촌과 죽마고우로 친분이 자별한 김갑산 영감을 찾노라 하니 그 사람이 깜짝 놀라며 하는 말이,
"아―, 그러면 네가 만초의 조카냐. 김도사의 손자로구나. 오―, 만초를 만난 지가 벌써 칠팔 년이나 되었지."
이때 철원읍에서는 유승지가 박감역의 딸 명희와 자기 아들의 혼인을 맺으려고 김도사의 손자 용필이를 무슨 죄에 얽어서 남모르게 죽여 없애려 하였더니, 용필이가 집을 떠나 부지거처 소식이 없다. 한 달 지내어도 소식이 없고 일 년 지내어도 돌아오지 아니하매 박참봉을 졸라서 성혼하자 하니, 박참봉도 용필이 없음을 다행히 여기어 유승지의 아들과 혼인하려 하나, 혼인에는 무엇이 제일이라던가, 제일 긴요한 색시가 병이 들어 작년 봄부터 이불 덮고 드러누운 사람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내어 다시 봄철이 돌아오도록 방문 밖에를 나와보지 못하여 병 낫기만 기다리고 그럭저럭 지내더니, 세상이 차차 소요하여 난리가 난다, 피난을 간다, 서 학군을 죽이느니, 동학이 일어나느니 하고 예제 없이 소동하여, 밤이면 좀도적, 낮이면 불한당, 어디 어느 곳이 안정한 땅이 없더라. 동학 난리가 지나고 의병 난리가 일어나서 각 지방의 소동하는 그동안에 유승지는 강원도의 부자라 하는 소문으로 동학에게 잡혀가서 여간 재산 다 빼앗기고 생명만 겨우 보존하여 집으로 돌아온즉, 실인심한 사람은 난리 세상에 더욱 살기 어렵도다. 동학이 가장 창궐한 곳은 삼남 지방이라. 경군이 내려가서 겨우 진멸하매 강원도 일경으로는 의병이 또한 창궐하여 서울서 병정을 파송하여 의병을 토멸하려 할 새, 연대장은 원주에 앉아서 작전계획을 만들어내고 각 대대장과 중대장, 소대장이 각 고을에 출주하여 연대장의 명령을 받아 의병 진정하기에 힘쓰니, 철원 고을에 출주한 군대는 대대장이 김참령이오 소대장이 참위 김용필이라.
당초에 김용필이가 김창령의 백씨 김부령의 말에게 다쳐서 김부령 집에서 여러 날 치료하고, 김참령을 만나서 만초 선생의 편지를 전하고 김참령의 집에서 유련하니, 김부령은 위인이 대단히 인자하여 용필이를 사랑하나, 바라고 찾던 김참령은 도리어 성품이 표독하고 마음이 음흉하여 별양 반갑게 여기지 아니하는 모양이라. 눈칫밥을 얻어먹으며 천대를 받고 지내되 그 큰집에를 가면 김부령이 항상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게 하고 불쌍히 여기는 모양인즉 자연히 김부령에게 따르더라.
용필의 위인이 똑똑하고 문필이 유려하고 매사에 영리하여 시골아이의 태도가 도무지 없는 고로 김부령이 매양 사랑하더니, 자기 아우 김참령이 강원도 의병 진멸 차로 대대장으로 출주하게 되니, 그 아우 수하에 사람스러운 보좌원이 없음을 한탄하여 김용필이를 병정에 넣어서 김참령의 수하병이 되게 하여 함께 강원도로 출진할 새, 의병과 수삼 차 접전하여 김용필이가 접전할 때마다 비상한 대공을 이루니 이 일이 자연 연대장에게 입문되어, 연대장이 대단히 김용필의 공로를 가상히 여기어 서울로 보고하였더니, 특별히 참위 벼슬에 임명하여 소대장이 되게 하매, 항상 김참령의 하관이 되어 병정 거느리기를 제제창창하게 하고 의병 진정하기를 귀신같이 하여 명예가 더욱 나타나더라.
한 번은 의병 관련한 사람들이라고 잡아 왔는데 그 중에 박참봉이 있거늘 자세히 조사한즉, 당초에 유승지와 박참봉이 부자의 득명으로 의병에게 패하여 달아나는 서슬에 유승지는 총을 맞아 죽고 박참봉은 자기 집으로 돌아와 있더니, 동리 사람 중에 그 인색하고 더러움을 평생 미워하던 사람이 있어 김참령에게 말을 하여 잡히어 왔는지라, 김용필이가 대대장 앞에 가서,
(용) "여쭐 말씀이 있삽나이다. 저 의병 관련으로 잡혀온 박 아무는 자세히 사실하온즉 의병에게 붙잡혀 다니기는 하였으나 죄는 실상 없사오니 무죄 방송하옴이 어떠하오리까."
(대) "그래도 의병에게 전재를 대어주고 함께 따라다닌 놈은 백방(白放)할 수가 있나."
말을 하면서 용필에게 눈짓을 하여 잠깐 이리로 오라 하더니 사람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입을 귀에다 대고 수군수군 말을 한다.
(대) "내가 들으니 박가의 딸이 지금 열아홉 살인데 대단히 절묘한 미인이라네. 아직 시집도 아니 갔대여. 자네 알다시피 내가 아들이 없어서 첩을 하나 두려 하던 차인즉 박가를 살려주고 그 대신에 내가 첩장가를 들겠네. 그리하여서 내가 일부러 병정을 보내어 탐문하여 가지고 잡아 온 것이니 내놓지 말게."
(용) "에―엣. 아이고, 가슴이야."
용필이가 대대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가슴이 꼭 막히고 목이 메어 말을 못하더니, 한참 만에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어 전후 일을 자초지종 모두 설파할 새, 자기 조부와 박참봉의 부친 박감역이 예혼을 언약한 일로부터 칠팔 세를 지내어 십여 세가 되도록 같이 자라나던 이야기와, 자기 조부 죽은 후에 집안이 결단난 일과, 박참봉이 예혼을 파약하려 하는 심술과 명회가 저를 생각하고 서로 아끼던 정의와, 한 번 담 너머로 넘겨다보고 이야기하려다가 박참봉한테 들키던 일과, 유승지와 박참봉이 동모하여 저를 죽이려 하던 일과, 제가 부득이하여 서울로 올라간 일을 낱낱이 이야기하고 나중에 하는 말이,
"하관은 영감의 아들이나 진배없는 터인즉 하관과 이러한 관계있는 것을 아시면 그 아이는 영감의 며느리같이 생각하시옵소서."
김참령의 시커먼 얼굴이 무안을 보아 붉어지면 마치 아메리카 토인의 홍색 인종 같은지라, 검은 얼굴이 새카매지며 코를 실록실록하고 증을 내어 하는 말이,
"어린 연놈들이 상사라니, 으응."
그러한 후 이삼일이 지난 후에 김용필이 거느린 소대 병정 하나가 촌에나 가서 술 먹고 행패한 일이 있는데, 다른 때 같으면 그 병정을 포살을 하든지 벌을 주든지 할 터이오, 또 김용필이가 그리하였더라도 이 다음에는 그리 하지 말라 하는 말 한마디 훈계로 용서할 터인데, 김용필이가 시킨 것이라고 억지로 죄목을 잡아 이러한 사람은 부하에 둘 수 없다는 연유로 즉시 보고서를 써서 연대소로 보내어 김용필은 갈고 다른 소대장을 보내어 달라 하니, 연대장은 그 보고서를 들어 참위 김용필을 서울 본대로 상환시키고 다른 소대장을 파송하다.
5. Akal Myeong-hui dan Pengungkapan Mancho하루는 김참령이 병정 수십 명을 거느리고 박참봉의 집으로 나가서 조사할 일이 있다 하고 집안 구석구석이 가택수색을 할 새, 안방에서 박참봉의 딸이 나오는 것을 본즉 참 일색이라, 김참령이 정신을 잃고 물끄러미 보고 섰다가 조사할 것을 다 마친 후에 박참봉을 불러 앉히며 하는 말이,
(대) "박참봉 죽고 사는 것은 오늘 내 손에 달렸지."
(박) "살려주십시오."
(대) "내가 나이가 사십여 세가 되도록 아들이 없어서 자손을 보기 위하여 다시 한번 장가들려 하는데 마땅한 데가 없더니, 들은즉 박참봉의 따님이 과년하고 또 유승지 집과 혼인하려다가 지금은 못하게 되었다 하니, 내 말을 들으면 박참봉이 목숨도 살고 우리 집과 척분을 맺어 좋을 일이 많을 터이니 어떠한가."
(박) "……"
(대) "내 말을 아니 들으면 지금 당장 포살이여, 자―, 어서 좌우간 대답을 하여."
박참봉의 생각은 그렇게라도 하여주고 목숨이나 살아났으면 하고 허락을 하려 하나, 딸의 마음을 짐작하는 고로 딸의 마음을 들어 보아야 하겠는지라, 그 연유로 말을 한즉, 김참령은 제 욕심만 채워서 하는 말이,
(대) "물어볼 것 무엇 있나. 박참봉의 허락이면 그만이지. 물어볼 터이면 이리로 나오래서 물어볼 일이지."
이때에 박참봉의 부인과 명희는 어찌 되는 일인고 염려하여 뒷문 밖에서 엿듣던 차라.
명희가 김참령이 자기 부친을 위협하는 거동을 보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나 부친 목숨에 해가 될까 염려하여 온순한 언사로 문밖에서 하는 말이,
(명희) "아버님께 여쭈옵나이다. 대대장 영감께서 나라의 왕명을 몸 받아 지방 인민을 안돈시키려고 이 고을에 내려오사, 무죄한 사람은 죽이실 리 없고 유죄한 사람이라도 회개하면 용서하실 터인데 일개 소녀로 인연하여 그 말씀을 듣지 아니하면 무죄한 아버님이 목숨을 취하겠다 하시오나, 소녀는 이왕 정혼한 곳이 있어, 말하자면 남편 있는 계집이오니 왕명을 몸 받아 오신 그 영감님께 이렇게 하시는 것은 국가의 불충이요 소녀로 하여금 정절을 깨트리게 함이온즉 옳지 못한 일인가 생각하나이다. 그 말씀은 결단코 봉행할 수 없사오니 돌려 생각하십사 하고 말씀하시옵소서."
김참령이 처음에는 허락하는 말인가 하고 아리따운 목소리에 그 향기로운 살결이 자기 등어리에 대어 있는 듯하여 등이 간질간질하더니, 나중에 결단코 봉행할 수 없다 하는 말에 화증이 와락 나서, 내친걸음이라 병정 불러 호령하되,
"이 놈 내다 포살하여라." 하니 병정 십여 명이 우르르 들어와서 박참봉을 끌어내어 살결박을 하는지라, 명희가 이 광경을 보고 정신이 산란하여 어찌할 줄 모르다가 방문을 펄쩍 열고 들어가서 김참령 앞에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머리를 푹 숙이고 하는 말이,
(명) "소녀가 지금 영감의 말씀을 듣자 하오면 두 번 시집가는 음녀가 될 것이오, 아니 듣자 하면 부친의 목숨을 구완치 못하는 불효가 될 터이오니, 효와 열을 쌍전할 수 없는 지경이오면 차라리 효도나 지킬 수밖에 없사오니 소녀의 부친을 살려주시옵소서. 소녀가 영감의 말씀을 봉행하오리다."
(대) "아―, 기특하다. 진작 그리할 일이지. 어서, 그만 두어라. 박참봉을 풀어놓아라."
병정이 박참봉의 결박하였던 것을 풀어놓고 나간다. 명희가 일편단심을 내어 보일까 하다가 다시 돌쳐 생각하고 말을 온순하게 한다.
(명) "소녀가 허락하는 자리에 따로 또 청할 말씀이 있사오이다."
(대) "응, 무엇. 무엇이든지 소청은 다 들어주지. 채단 말인가."
(명) "아니올시다. 그런 말씀이 아니라, 혼인은 인간대사요, 또 영감께서는 부인이 계신 터이니, 소녀가 댁에 들어가면 이렇듯이 어엿하게 행세할 수 있겠삽나이까. 지금 여기서 병정들이라도 이러한 형편을 눈으로 보았은즉 서울 가서 소문새라도 흉하게 나오면 영감 전정에 관계가 적지 아니할 터이오니, 원주에 출주하여 계신 연대장 영감과 소녀의 부친과 영감이 한자리에 합석하여 앉으시고 정중하게 혼인을 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니, 그리하신 후에 연대장 영감으로 증인을 삼고 혼인하는 것이 옳을까 하나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영감께서 위협으로 혼인하였다고 소문이 괴악하오리다."
(대) "아―, 그것 참 명철한 말이로고. 연대장은 나와 대단히 친한 터이오. 또 이 달 보름께는 이리로 오실 터이니 원주로 갈 것 없이 그때 연대장이 오거든 그렇게 하지, 며칠 안 되니까."
원주에 있는 연대장이 각 대대를 시찰할 차로 돌아다니다가 철원읍에 이르니, 김참령은 연대장 오기를 잔뜩 기다리던 터이라, 배반을 성설하여 간곡히 대접한 후에 첩장가 드는 말을 한다.
(대) "하관이 간절히 청할 말씀이 있습니다."
(연) "응, 무슨 말이오."
(대) "다른 말씀이 아니라 하관이 지금까지 혈속이 없어 항상 걱정하던 터에 상당한 처녀가 있으면 치첩을 하여 자손을 볼까 하더니, 마침 이 고을에 사는 박참봉이라 하는 사람의 딸이 있는데 하관도 마음이 간절하고 박참봉도 허락이 된 터이오니 상관께서 한 번 수고하시와 중매되시면 혼인이 영광스럽겠사오이다."
(연) "그것이야 어려울 것 무엇 있나, 그리하지. 그러면 박참봉을 지금 이리로 부르시오."
박참봉의 집에서는 연대장이 철원 고을에 들어와서 대대장과 만나서 이야기한다는 말을 듣고 명희의 혼인 수작이 되려니 짐작하였으며, 명희도 역시 말은 아니하나 속마음에 작정한 일이 있는 모양이라.
하루는 연대장과 대대장이 합석하여 앉고 박참봉을 청좌한다는 말을 듣고 명희가 그 부친 박참봉에게 말을 하여, 자기 집에서 주안을 차리고 연대장과 대대장을 오라 하여 혼사를 말하게 하였더라.
연대장과 대대장도 또한 좋은 일이라 하고 박참봉 집으로 나와서 술잔씩이나 먹은 후에 혼인 이야기가 시작되며, 사랑방 뒷문이 열리며 향내가 방안에 가득하고 옹용한 태도로 윗방자리에 나와 섰는 사람은 명희라.
(명) "연대장 영감께 여짜올 말씀이 있삽나이다. 소녀는 일개 미혼 전 처녀로 감히 좀전에 말씀하옵기 황송하오나, 소녀는 조부 생존시부터 김도사 손자 되는 지금 본대 소장으로 있다가 서울로 갈려간 김용필이와 혼인을 정하여 성례만 아니하였다 뿐이지 성혼한지 이미 오래오니, 소녀는 남편 있는 기집이온즉 다시 다른 곳에 시집갈 수 없사온데, 대대장은 속에 짐승같은 음흉한 마음을 품고 위협으로 소녀를 탈취하려 하여 부친을 의병에 관련 있다고 얽어 몰아 가두고, 김참위가 소녀의 예혼한 남편인 줄 안 후에 김참위를 무고하여 서울로 올리 쫓고 병정을 거느리고 소녀의 집에 와서 부친을 위협하고 소녀를 탈취하려 하옵기, 소녀가 부친의 생명을 염려하와 거짓 허락하고 연대장 영감의 중매를 청하온 것은, 저 금수 같은 김참령의 행위를 연대장 영감께 말씀한 후 죽기로 자처함이오니 살피시기를 바라나이다."
고은 목소리는 녹음 중에서 나는 꾀꼬리 소리 같고, 엄숙한 태도는 심산 중에 앉은 호랑이의 위험 같도다. 김참령은 얼굴이 붉다 못하여 숯검정 같고 박참봉은 죽어 가는 사람같이 벌벌 떠고 있으며, 연대장은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듣는다. 연대장이 이 말을 듣더니 김참령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
"나라의 명을 받아 백성을 안돈시키러 내려온 사람이 마음을 이렇게 음흉하게 먹고 행위를 이렇게 부정하게 하면 저 처녀로 하여금 정절을 깨트리게 하는 동시에 영감은 나라에 대해여 역적됨을 면치 못하겠소."
경사로 이루려 하던 혼인 담판은 살풍경으로 깨어지고, 김참령은 도망하여 서울로 가고, 연대장은 원주로 돌아가서 보고서를 써서 서울로 보고하니, 김참령은 파면을 당하여 육군법원에 갇히고, 김용필은 대대장으로 승차 되어 철원에 출주하고 세상이 평정한 후에 명희와 김용필은 성례하여 지금 화락한 가정을 이루었는데, 세상이 잠깐이라, 벌써 아들을 형제나 낳았지…….
"이리 오너라. 너 안악에 들어가서 영감 내외분더러 아기네들 데리고 이리 나오라 하여라."
하인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있다가 기우 헌앙한 장부 사나이가 요조숙녀 부인을 데리고 아들 형제를 앞세우고 나온다.
그 노인이 나더러 인사를 붙인다.
"자네 인사하게. 이 사람은 김용필인데 내 조카요, 저기 저는 내 조카 며느리, 애명이 명희인데 박참봉의 딸이오, 이 아이들은 그 아들들……."
이야기하던 노인은 만초 선생인 줄을 그제서야 깨달았도다.
차차에 탐정순사(探偵巡査)라 명칭한 일편(一篇)과 외국인(外國人)의 화(話)라 칭한 일편(一篇)이 유(有)하나 경무총장(警務總長)의 명령(命令)에 의하여 삭제(削除)하였사오며, 본(本) 책자(冊子)의 체재(体載)가 완미(完美)치 못함은 독자 제군의 서량하심을 요(要)함
Ghi chu cua bien tap vien Pagera
안국선(1878~1926, 호 천강)의 1915년 한국 최초 단편집 「공진회(共進會)」 마지막 수록 단편.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하여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을 찾아가 강원도 철원에서 펼쳐진 김용필과 박명희의 어린 시절 정혼, 부자 유승지의 음모, 의병 부역 누명, 서울 김참령의 청혼 위협, 그리고 명희의 지혜로운 묘책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메타 구조 단편. 한국 최초 구술 채록 단편의 효시이며, 결구에서 「탐정순사(探偵巡査)와 외국인(外國人)의 화(話)」 두 편이 「경무총장(警務總長)의 명령에 의하여 삭제(削除)」되었음을 직접 명시하여, 1915년 식민지 출판물 검열의 직접 증거를 박은 자리. 「공진회」 단편집 세 편(「기생」+「인력거꾼」+「시골 노인 이야기」)의 종결 자리. 편집자 노트: 안국선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경기도 군수로 부역하여 친일 협력 논쟁의 한복판에 선 작가이며, 「공진회」(1915) 표제 자체가 1915년 시정 5년 기념 식민지 박람회(조선물산공진회)에서 비롯되어 식민지 협력/순응의 paradoks에 서 있는 작품입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독자께서는 비판적 시각과 역사 독서의 adab을 가지고 읽어 주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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