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7 — October 2026
봄·봄 표지

봄·봄

김유정 · 한국어

1935년 『조광』 12월호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강원도 농촌의 데릴사위 ‘나’가 ‘점순이의 키가 자라야 한다’는 핑계로 혼인을 미루는 장인 봉필과 벌이는 짜증과 자조와 사랑의 한바탕. 김유정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 능청, 그리고 약자들의 따뜻한 처세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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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ra 서평

1935년 『조광』 12월호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강원도 농촌의 데릴사위 ‘나’가 ‘점순이의 키가 자라야 한다’는 핑계로 혼인을 미루는 장인 봉필과 벌이는 짜증과 자조와 사랑의 한바탕. 김유정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 능청, 그리고 약자들의 따뜻한 처세가 한국 근대 단편의 정수로 살아있다.

작품 길잡이

'나'는 딸이 자라면 성례를 시켜 주겠다는 장인의 말만 믿고 데릴사위로 들어와, 삼 년 일곱 달째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일한다. 장인은 점순이가 아직 덜 자랐다는 핑계만 되풀이하고, 속이 탄 '나'는 꾀병을 부리고 구장을 찾아가며 장인과 맞선다.

발표
1935년 12월, 『조광』
수록
1938년 단편집 『동백꽃』. 같은 해 나온 『현대조선문학전집 2』에도 김유정의 대표작으로 실렸다
갈래
단편소설
시점
1인칭. 데릴사위 '나'가 서술자로, 장인과 다툰 뒤에 지난 일을 돌아보며 들려준다(c1-p010, c1-p072). '나'의 말투가 그대로 서술이 되어 사투리와 거친 말이 많다
배경
발표 무렵의 산골 농촌. 못자리에 볍씨를 붓고 모낼 채비를 하는 봄철(c1-p011, c1-p021). 장인 집과 논, 산골짜기의 화전밭(c1-p035), 구장 집 앞(c1-p051)
짜임
어제 논에서 장인과 다툰 일(c1-p011)을 이야기하다가 그 전날 화전밭에서 점순이가 한 말(c1-p035)로 거슬러 오르고, 다시 어제 구장 집 일(c1-p051)과 어젯밤 뭉태네 집 일(c1-p076)을 거쳐 오늘 아침(c1-p088)에 이른다. 일어난 차례와 이야기하는 차례가 자주 엇갈린다

시대 배경

1930년대 농촌의 마름은 지주를 대신해 소작지를 관리했다. 장인도 읍내 지주 집의 마름이라, 닭이나 일손을 바치지 않은 소작인은 가을에 땅을 떼이고 동네 사람들은 욕을 먹으면서도 굽실거린다(c1-p018). 김유정이 1935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해 발표했고, 「동백꽃」과 함께 고향 실레마을의 가난하고 순박한 사람들을 그린 대표작으로 꼽힌다. 우직한 '나'의 어리석음을 연민 어린 웃음으로 감싼다는 평가, 옛이야기 속 바보 사위와 이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데릴사위를 품삯 없는 일꾼으로 부리는 장인의 간교함을 꼬집는다는 평가도 있다.

등장인물

  • 나 · 점순이와 혼인하기로 하고 장인 집에 들어온 데릴사위. 돈 한 푼 받지 않고 삼 년 하고도 일곱 달을 일했다(c1-p005). 점순이보다 열 살 위로(c1-p040) 기운이 세고 일도 잘하지만, 장인과 말로 따지면 늘 밑지고 만다(c1-p032~c1-p034). 성례를 미루는 장인에게 꾀병으로 맞서거나 구장에게 판단을 받으러 간다.
  • 장인(봉필) · 점순이의 아버지. 읍내 배 참봉 댁의 마름으로, 욕을 잘해 동네 아이들까지 그를 욕필이라 부른다(c1-p018). 성례를 시켜 달라는 '나'에게 점순이가 아직 덜 자랐다는 말만 되풀이한다(c1-p003, c1-p031). 남 앞에서는 빙장님이라 불러야 좋아한다(c1-p055). 뭉태의 말로는 아들 없이 딸만 셋이라 데릴사위를 여럿 갈아들이며 일을 시켜 왔다(c1-p085).
  • 점순이 · 장인의 둘째 딸로 올해 열여섯 살. 몸이 남보다 두 살이나 덜 자라 키가 작다(c1-p040). 내외를 해야 해서 '나'와 마주 서서 말을 나누지 못하지만, 화전밭에 점심을 이고 와서는 혼잣말처럼 '나'를 부추기고(c1-p043~c1-p048), 오늘 아침에도 아침상을 내려놓으며 쫑알거린다(c1-p089).
  • 구장 · 마을 구장. 서울에 다녀오더니 사람은 점잖아야 한다며 양쪽으로 뾰족이 삐친 윗수염을 늘 쓰다듬는다(c1-p051). '나'의 이야기를 듣고 성례를 시켜 주라고 했다가 장인의 한마디에 물러서고(c1-p059~c1-p062), '나'에게는 일을 버리고 가면 징역을 간다며 타일러 돌려보낸다(c1-p070). 뭉태는 구장이 장인에게서 땅을 얻어 부치는 처지라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c1-p069).
  • 뭉태 · '나'의 동네 친구. 장인에게서 땅을 얻어 부치다 떨어진 뒤로 장인만 보면 으르렁거린다(c1-p086). 어젯밤 마실 온 '나'를 빈정거리며 부추기고, '나'가 장인이 점순이에게 들인 세 번째 데릴사위라는 내력을 일러 준다(c1-p079~c1-p085).

낱말 풀이

성례
혼인 예식을 치르는 일. (成禮. 장인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딸이 자라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겠다고만 했다(c1-p006).)
데릴사위
처가에 들어가 장인, 장모와 한집에서 사는 사위. ('나'는 혼례도 치르기 전에 장인 집에 들어와 농사일을 도맡는다. '명색이 좋아 데릴사위지'라는 말에 그 처지가 드러난다.)
붙배기
한자리에 박힌 채 움직이지 않는 것. '붙박이'와 같은 말이다. (우리말샘에는 '붙박이'의 북한어로 올라 있다.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은 키는 그대로 있고 옆으로만 퍼지는 몸이라는 말이다.)
숙맥
물정에 어둡고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 (菽麥. 콩(菽)인지 보리(麥)인지 가리지 못한다는 숙맥불변에서 온 말이다. 장인의 속을 모르고 기다리기만 한 자신을 두고 '나'가 한 말이다.)
내외
가족이 아닌 남녀가 얼굴을 맞대지 않고 서로 피하는 일. (內外. 혼례 전이라 장인이 내외를 하라고 해서 '나'는 점순이와 마주 서서 이야기 한마디 못 한다. 점순이도 밥을 내려놓고 등을 돌린 채 떨어져 앉는다(c1-p041).)
서낭당
마을과 땅을 지켜 준다고 믿은 서낭신을 모신 곳. ('나'는 나무하러 가면 여기 돌을 올려놓고 점순이 키가 크게 해 달라고 빈다. 같은 문단의 치성은 신에게 정성을 다해 비는 일, 고사는 떡 같은 음식을 차려 놓고 신에게 비는 일이다.)
모를 붓다가
모를 기르려고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다가. ('붓다'의 여러 뜻 가운데 하나로, 모종을 내려고 씨앗을 많이 뿌린다는 뜻이다. 물이나 가루를 쏟아 담는다는 뜻과는 쓰임이 다르다.)
벼 담긴 키
볍씨를 담은 키. 키는 곡식을 위아래로 까불러 쭉정이와 티끌을 날려 보내는 납작한 도구다. ('나'는 이 키를 겨드랑이에 끼고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던 참이다. 점순이의 키(몸의 길이)와 소리가 같은 다른 낱말이다.)
참봉
조선 시대에 여러 관아에 두었던 종9품 벼슬. (參奉. '배참봉댁'은 읍내에 사는 배 참봉의 집이다. 장인은 이 집의 땅을 맡아 관리하는 마름이다.)
마름
지주를 대신해 소작지와 소작인을 관리하던 사람. (소작인이 땅을 떼이고 얻는 일이 마름 손에 달려 있어, 장인 집 외양간에는 황소가 절로 기어든다(c1-p018).)
호박개
털이 북슬북슬하고 뼈대가 굵은 개. ('나'는 마름이란 생김새도 호박개 같아야 하는데 장인이 꼭 그렇게 생겼다고 비꼰다.)
애벌논
여러 차례 하는 김매기 가운데 첫 김매기를 마친 논. ('애벌논 때 품을 좀 안 준다든가'는 첫 김을 맬 무렵 마름인 장인 집 일에 일손(품)을 대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안달재신
몹시 속을 태우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 (여기서는 남이 떼인 땅을 얻으려고 미리부터 마름에게 돈과 술을 먹이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가리킨다.)
삶아
논의 흙을 써레로 썰고 판판하게 골라 부드럽게 만들어. (기본형 '삶다'. 물에 넣고 끓인다는 뜻과 다른 쓰임이다. '나'는 '남이 이틀 품들일 논'을 혼자 이렇게 해 놓아 장인을 놀라게 했다.)
사경
머슴이 주인에게서 한 해 일한 값으로 받는 돈이나 물건. (私耕. 표준국어대사전에 '사경'의 둘째 뜻으로 올라 있고, '새경'과 같은 말이다. 장인은 사위로 왔지 머슴살러 온 것이 아니라며 사경 이야기를 막는다(c1-p029).)
구장
예전에 시골 동네를 이끌던 우두머리. (區長. '나'는 장인과 말로는 이길 수 없자 구장에게 판단을 받으러 가자며 장인의 소매를 끈다.)
빙장
남의 장인을 가리키는 말. (聘丈. 같은 문단의 빙모(聘母)는 남의 장모다. 장인은 남 듣는 데서는 장인님 대신 빙장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나'에게 늘 당부한다. 본래 남의 장인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 사위가 제 장인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격식만 차린 셈이다.)
정장
관청에 소장(訴狀)을 내는 일. (呈狀. '나'가 사경을 받으려고 관청에 호소하겠다고 하자, 구장은 그러면 도리어 죄를 뒤집어쓴다며 겁을 준다.)
작인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그 값을 내는 사람, 곧 소작인. (作人. 마름인 장인이 관리하는 땅을 부치는 사람들이다. 장인은 요즘 이들 앞에서 양반 행세를 하고 싶어 한다(c1-p073~c1-p075).)
관격
먹은 음식이 갑자기 체해 가슴이 꽉 막히고, 자꾸 토하면서 대소변은 나오지 않는 위급한 증세. (關格. '나'는 아침밥을 먹고 난 뒤 관격이 났다며 일하러 나가지 않고 드러눕는다(c1-p094).)

생각해 볼 거리

  1. '나'가 그동안의 사경을 셈해 내놓으라고 하자 장인은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살러 왔니?”(c1-p029) 하고 받아친다. 뭉태가 전하는 장인의 데릴사위 내력(c1-p085)과 함께 놓고 보면 '나'는 사위인가, 머슴인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혼인 약속이 '나'를 어떻게 붙잡아 두는지 이야기해 보자.
  2. 구장은 처음에 성례를 시켜 주라고 했다가 장인의 한마디에 입맛만 다시고(c1-p059~c1-p062), 장인이 귓속말을 하고 간 뒤에는 '나'를 따로 불러 일을 버리면 징역을 간다느니 법률상 성년은 스물하나라느니 하며 타일러 돌려보낸다(c1-p069~c1-p070). 동네 사람들이 욕을 먹으면서도 장인에게 굽실거리는 까닭(c1-p018)과 함께, 마름 한 사람이 마을에서 어떤 힘을 쥐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3. 점순이는 화전밭에서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c1-p043) 하고, 오늘 아침에는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c1-p092) 하며 '나'를 부추겼다. 그런데 막상 '나'가 장인과 맞붙자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c1-p122) 하며 '나'의 귀를 잡아당긴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속을 모르겠다고 말한다(c1-p121, c1-p124). 점순이는 왜 그랬을까? 본문을 근거로 여러 해석을 내 보자.
  4. 마지막 싸움을 이야기하던 '나'는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c1-p110)라며, 싸움이 끝난 뒤 장인이 터진 머리를 지져 주고 올가을에는 꼭 성례를 시켜 주겠다고 한 일(c1-p111~c1-p115)을 먼저 들려준 다음 다시 싸움 장면으로 돌아간다. 같은 약속이 앞에서도 나왔다는 점(c1-p023, c1-p070)과 작품이 장인의 고함(c1-p125)으로 끝난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면, 이렇게 차례를 바꾼 짜임은 어떤 웃음과 씁쓸함을 남기는가?
  5. 장인은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c1-p003)라며 점순이의 키를 핑계로 삼지만, '나'는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c1-p050)며 점순이가 며칠 사이에 속으로 부쩍 자란 듯하다고 느낀다. 장인과 '나'는 각각 무엇을 재고 있는 것일까? 봄이 두 번 되풀이되는 제목 「봄·봄」과 함께 생각해 보자.

참고한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봄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김유정」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백꽃」(1938년 단편소설집, 수록작 목록) · 한국문학번역원 디지털도서관 「봄·봄」(1935년 12월 『조광』 발표) · 위키문헌 「봄봄」(본문 저본)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낱말 풀이)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낱말 풀이) · 2026-10-22 작성

저자

김유정

김유정(金裕貞, 1908~1937).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 출신.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들어갔으나 중퇴했다. 1935년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며 등단했고,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다. 강원도 산골과 서울 뒷골목 사람들의 삶을 토속어와 해학으로 그린 단편 30여 편을 두 해 남짓한 작가 생활 동안 남겼다. 대표작으로 「봄·봄」, 「동백꽃」, 「만무방」이 있다. 1937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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