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화 · 한국어
이상화(1901~1943)가 1926년 6월 잡지 《개벽》 70호에 발표한 한국 저항시의 정수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첫 행으로 시작해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결구로 닫히는 11연 시는, 식민지 한국의 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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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ra 서평
이상화(1901~1943)가 1926년 6월 잡지 《개벽》 70호에 발표한 한국 저항시의 정수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첫 행으로 시작해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결구로 닫히는 11연 시는, 식민지 한국의 아픈 봄을 들과 흙과 도랑과 종다리 풍경으로 응시한 자리에서, 「봄 = 들 = 조국」 한 메타포를 한국 시 안에 가장 깊이 박은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22년 《백조》 동인 시기 이상화의 낭만적 자아 응시가 1925년 카프(KAPF) 가입 이후 사회주의 시 운동의 자장 안에서 어떻게 식민지 자기 응시로 변용되었는지 보여주는 분기점 작품입니다. 한국 저항시 라인 (한용운 1926 「님의 침묵」 + 윤동주 1941~42 + 이육사 1939~40)의 출발점입니다.
저자
이상화
이상화(李相和, 1901~1943). 대구 출생. 1922년 동인지 《백조》 창간에 참여해 「나의 침실로」로 이름을 알렸고, 초기의 낭만적 탐미에서 식민지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는 저항시로 옮겨갔다. 1926년 《개벽》에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국권을 잃은 땅의 봄을 묻는 물음으로 한국 저항시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후 교직과 신문사 일을 하다 1943년 위암으로 별세했다.
이상화 · 한국어
이상화(1901~1943)가 1926년 6월 잡지 《개벽》 70호에 발표한 한국 저항시의 정수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첫 행으로 시작해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결구로 닫히는 11연 시는, 식민지 한국의 아픈…
전문
원문 (한국어)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민들레 제비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김을 매는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갔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Pagera 서평
이상화(1901~1943)가 1926년 6월 잡지 《개벽》 70호에 발표한 한국 저항시의 정수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첫 행으로 시작해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결구로 닫히는 11연 시는, 식민지 한국의 아픈 봄을 들과 흙과 도랑과 종다리 풍경으로 응시한 자리에서, 「봄 = 들 = 조국」 한 메타포를 한국 시 안에 가장 깊이 박은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22년 《백조》 동인 시기 이상화의 낭만적 자아 응시가 1925년 카프(KAPF) 가입 이후 사회주의 시 운동의 자장 안에서 어떻게 식민지 자기 응시로 변용되었는지 보여주는 분기점 작품입니다. 한국 저항시 라인 (한용운 1926 「님의 침묵」 + 윤동주 1941~42 + 이육사 1939~40)의 출발점입니다.
저자
이상화(李相和, 1901~1943). 대구 출생. 1922년 동인지 《백조》 창간에 참여해 「나의 침실로」로 이름을 알렸고, 초기의 낭만적 탐미에서 식민지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는 저항시로 옮겨갔다. 1926년 《개벽》에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국권을 잃은 땅의 봄을 묻는 물음으로 한국 저항시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후 교직과 신문사 일을 하다 1943년 위암으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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