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7 — October 2026

금 따는 콩밭

김유정

PAGERA

금 따는 콩밭

김유정 · 한국어

소작농 영식이는 금점꾼 수재의 꾐에 넘어가 콩이 한창 자라던 밭을 파헤치며 금줄을 찾는다. 콩밭은 버력더미에 묻히고 마름은 징역을 들먹이며, 꾸어 온 쌀로 산제까지 지내도 금은 나오지 않는다. 금점 바람이 불던 1930년대 농촌에서 한탕의 꿈에 매달린 부부의 궁핍과 불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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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ra 서평

소작농 영식이는 금점꾼 수재의 꾐에 넘어가 콩이 한창 자라던 밭을 파헤치며 금줄을 찾는다. 콩밭은 버력더미에 묻히고 마름은 징역을 들먹이며, 꾸어 온 쌀로 산제까지 지내도 금은 나오지 않는다. 금점 바람이 불던 1930년대 농촌에서 한탕의 꿈에 매달린 부부의 궁핍과 불화를 그린다.

작품 길잡이

소작인 영식이는 산 너머 광산의 금줄이 그가 부치는 콩밭까지 뻗어 왔다는 수재의 말을 믿고, 애써 가꾼 콩밭을 파헤쳐 금을 캐기 시작한다. 마름은 구덩이를 묻으라고 을러대고 줄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데, 꾸어 온 양식마저 바닥나면서 부부 사이도 험해진다.

발표
1935년 3월, 『개벽』. 1926년 강제 폐간된 『개벽』을 차상찬이 1934년 11월에 다시 펴내 1935년 3월까지 네 호를 낸 때다
수록
1938년 단편집 『동백꽃』. 작가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에 나온 유고집이다
갈래
단편소설
시점
3인칭. 영식이의 속마음과 함께 아내의 속생각(c1-p056~c1-p059, c1-p082, c1-p100)도 자주 들려주고, 동리 노인의 속생각(c1-p071)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다
배경
발표 무렵의 산골 농촌. 비탈길을 올라간 산자락의 콩밭(c1-p104)과 그 밭에 판 구덩이 속, 영식이네 집. 콩이 한창 자라는 여름부터 벼를 거두는 가을까지
짜임
구덩이 속에서 줄을 찾는 장면(c1-p001)으로 시작해, 수재가 처음 금 이야기를 꺼낸 날(c1-p038)로 거슬러 올라간 뒤 콩밭을 파기 시작한 날(c1-p062)부터 차례로 이어진다. 별표(* * *)로 다섯 토막이 나뉜다

시대 배경

1931년 무렵부터 금값이 오르자 조선총독부는 금 생산을 장려했고, 작품이 나온 이듬해인 1936년에는 금이 조선 광산물 산출액의 63% 정도를 차지할 만큼 금광업이 커졌다. 작품 속 마을에서도 머슴들이 일하다 말고 금점으로 달아난다(c1-p057). 김유정은 1935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해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 한때 금광에 손을 댄 일이 있었고, 「노다지」·「금」처럼 금을 좇는 사람들을 그린 소설을 여럿 썼다. 이 작품은 그런 인물들을 매섭게 꼬집기보다 연민 섞인 웃음으로 그리면서, 1930년대 농촌의 가난과 들뜬 세태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등장인물

  • 영식 · 지주의 밭을 빌려 콩을 부치는 소작인. 밭고랑에서 꾸벅꾸벅 일만 하던 농군으로 금점 일은 해 본 적이 없다(c1-p038). 수재의 말을 믿고 콩밭을 파기 시작한 뒤로는 줄이 나오지 않는 초조함에 공연히 골을 내고(c1-p089), 아내에게 손찌검까지 한다(c1-p108).
  • 영식이 아내 · 흰 고무신을 신고 얼굴에 분도 발라 보고 싶어 남편을 부추긴다(c1-p055~c1-p061). 땅을 파는 동안 뒷집 양근댁에서 양식을 꾸어 오고, 산제에 쓸 쌀까지 얻으러 가며 낯을 들지 못한다(c1-p090~c1-p093).
  • 수재 · 농사는 짓지 않고 금점으로만 돌아다니던 사람(c1-p040). 산 너머 광산의 줄맥이 영식이네 콩밭으로 뻗어 왔다며 영식이를 끌어들이고(c1-p044~c1-p047), 땅 파는 일을 지휘한다(c1-p016, c1-p063). 줄이 안 나와도 낙담하는 기색 없이 “이번에 안 나오거든 내 목을 비게.”(c1-p078)라고 장담한다.
  • 마름 · 지주를 대신해 밭을 맡아 보는 사람. 밭이 망가지면 자기 탓이 되기에 날마다 와서 땅 파는 것을 막고, 구덩이를 묻지 않으면 징역을 가게 될 줄 알라고 을러댄다(c1-p020~c1-p024).
  • 동리 노인 · 소중한 밭에 구멍을 뚫는 일을 세상이 망할 징조로 여긴다. 자주 찾아와 지팡이로 삿대질하며 꾸짖는다(c1-p069~c1-p073).
  • 양근댁 부부 · 영식이네 뒷집. 남편은 날마다 금점 버력더미를 뒤져 토록을 주워다 갈아 돈을 벌고, 양근댁은 남편이 사 준 흰 고무신을 신고 다닌다(c1-p059, c1-p098~c1-p099). 영식이네에 양식을 꾸어 주고(c1-p090) 산제 쌀도 내준다(c1-p095).

낱말 풀이

간드렛불
간드레의 불빛. 간드레는 광산 갱 속에서 불을 켜 들고 다니던 카바이드 등이다. (작품은 이 흐릿한 불빛이 비치는 땅속 구덩이에서 시작한다.)
귀중중하다
몹시 지저분하고 더럽다. ('귀중(貴重)하다'와는 상관없는 말이다. 무덤 속같이 음침한 구덩이 안을 두고 한 말이다.)
버력
광물을 캐며 파낸 것 가운데 쓸모 있는 광물이 들지 않은 잡돌. (영식이와 수재는 파낸 버력을 바지게에 지고 사다리로 올라가 밖에 버린다(c1-p012, c1-p019). '불통버력', '밀똥버력'은 사전에 오르지 않은 금점 말로, 영식이는 밀똥버력이 나와야 금이 온다고 들었다.)
줄
광맥. 금 같은 쓸모 있는 광물이 바위 틈을 따라 몰려 박힌 부분. ('줄을 잡다'는 광맥을 찾아낸다는 말이다. 본문의 '금줄'도 금이 나는 광맥을 이르고, '줄맥'(c1-p046)도 문맥으로 보아 광맥 줄기를 가리킨다.)
굿
광산에서 광물을 캐려고 파 들어간 구덩이.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손질해 둔 것을 이른다. (같은 문단의 '천판'은 갱도나 채굴하는 자리의 천장이고, '굿문'(c1-p019)은 갱도의 입구다. '굿이 풀리는지'(c1-p013)는 손봐 둔 구덩이 벽이 무너지려 한다는 말이다.)
세 벌 논
세 번째 김을 맬 차례가 된 논. (사전에는 '세벌논' 한 낱말로 올라 있다. 논매기는 세 차례로 나누어 하는데, 세벌매기는 모를 낸 논에서 하는 마지막 김매기다. 금을 캐느라 논의 마지막 김매기마저 못 했다는 말이다.)
금점
금을 캐는 광산. 금광. (金店. '금전에 이력이 없었다'(c1-p038), '금전으로만 돌아다니더니'(c1-p040)의 '금전'도 돈(金錢)이 아니라 금광(金廛)을 뜻한다.)
마름
지주를 대신해 소작지와 소작인을 관리하던 사람. (영식이가 부치는 콩밭을 맡아 보는 사람이라, 밭을 버리면 관리를 잘못한 자기 탓이 된다(c1-p023).)
밭도지
남의 밭을 빌려 부치는 대가로 해마다 밭 주인에게 내는 곡식 따위의 삯. (賭地. 영식이가 올해 내야 할 밭도지는 벼 두 섬 반이다.)
노다지
금 같은 광물이 잔뜩 박혀 있는 광맥. ('노다지판'은 그런 광맥이 터져 광물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오늘날에는 손쉽게 큰 이익을 얻는 일을 빗대어 이르기도 한다.)
칠십 냥
냥은 금·은이나 한약재의 무게를 재는 단위로, 한 냥은 37.5그램이다. 칠십 냥은 2.6킬로그램쯤 된다. (같은 문단의 '서너 돈'의 돈도 무게 단위로, 한 냥의 10분의 1인 3.75그램이다.)
시체
그 시대의 풍습이나 유행. 여기서 '시체는'은 '요즘 세상은'이라는 뜻이다. (時體. 죽은 몸을 뜻하는 시체(屍體)와 다른 말이다. '시체는 금점이 판을 잡았다'는 요즘은 금광이 세상을 휘어잡았다는 말이다.)
추겼던
남을 꾀어 어떤 일을 하게 했던. (기본형 '추기다'. 아내가 남편에게 수재의 말을 따르라고 거든 일이다. 영식이는 나중에 이 일을 들어 아내를 탓한다(c1-p137).)
산제
산신령에게 올리는 제사. (山祭. 영식이 부부는 밤중에 떡을 해서 산길을 오르고, 영식이는 콩밭 한가운데 시루를 놓고 산신에게 빈다(c1-p103~c1-p110).)
토록
광맥 본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잡돌에 섞인 채 겉으로 드러난 광석. (양근댁 남편은 금점 버력더미에서 토록을 주워다 장판돌(광석을 올려놓고 깨뜨리는 받침돌)에 갈아, 운이 나빠도 하루 칠팔십 전, 좋으면 이삼 원을 번다(c1-p099).)
장리
곡식이나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을 때 한 해 이자로 본디의 절반 이상을 붙여 받는 일. 봄에 빌려주고 가을에 거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長利. '장리를 놓는다'는 그렇게 남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는 말이다. 양근댁네는 금점 덕에 남에게 장리를 놓을 만큼 살림이 폈다.)
양주
바깥주인과 안주인, 곧 부부. (兩主. 술을 이르는 양주(洋酒)와 다른 말이다. 여기서는 영식이 부부를 가리킨다.)
방자
남에게 나쁜 일이 생기라고 귀신에게 비는 저주. (제멋대로 군다는 '방자(放恣)하다'와 다른 말이다. '맘껏 방자하였다'는 뺨을 맞은 아내가 속으로 금이 나오지 말라고 빌었다는 뜻이다.)
숭맥
물정에 어둡고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 ('숙맥(菽麥)'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말이다. 숙맥은 [숭맥]으로 발음한다. 콩(菽)인지 보리(麥)인지 가리지 못한다는 '숙맥불변'에서 온 말이다.)
곱색줄
황화 광물이 산화하여 붉게 변한 광맥 줄기. (같은 문단의 '한 포'의 포는 자루에 담은 분량을 세는 단위(포대)다.)

생각해 볼 거리

  1. 마름은 “콩밭에서 웬 금이 나온다구”(c1-p023) 하고 호통치고, 아내도 끝내 “콩밭에서 금을 딴다는 숭맥도 있담.”(c1-p131) 하고 비아냥거린다. 숭맥, 곧 숙맥의 '숙(菽)'이 콩이라는 점을 떠올리며 제목 「금 따는 콩밭」이 품은 어긋남과 웃음을 이야기해 보자.
  2. 아내는 흰 고무신과 코다리를 꿈꾸며 남편을 부추겼지만(c1-p059~c1-p061), 산제 날 밤 뺨을 맞은 뒤에는 금이 나오지 말라고 빈다(c1-p111). 영식이는 논둑에서 아내를 때리며 “네가 허라구 옆구리를 쿡쿡 찌를 제는 은제냐”(c1-p137) 하고 탓한다. 콩밭을 망친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 아내의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까닭과 함께 생각해 보자.
  3. 수재는 불그죽죽한 황토 한 줌(c1-p144)을 곱색줄이라 하고 “한 포대에 오십 원씩 나와유.”(c1-p152)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그날 밤 달아날 생각을 한다(c1-p152~c1-p153). 영식이가 아내의 눈물을 닦아 주며 모처럼 아내를 어여삐 여기는 대목(c1-p149) 바로 뒤에 수재의 속셈이 드러나는 결말은 어떤 웃음과 씁쓸함을 남기는가?
  4. 아내는 “시체는 금점이 판을 잡았다”(c1-p056)고 여기고, 마을에서는 머슴들이 금점으로 달아나며(c1-p057), 뒷집 양근댁 남편은 토록을 주워 쌀을 사고 장리를 놓는다(c1-p098~c1-p099). 이런 마을 분위기와 빚에 졸리는 처지(c1-p051)를 함께 놓고 보면, 콩밭을 판 영식이의 선택은 어리석기만 한 것일까?
  5. 영식이는 망가진 콩밭을 보며 “자식 죽는 걸 보는 게 낫지”(c1-p028) 싶을 만큼 괴로워하고, 땅을 파다가 콩잎의 흙을 털어 주기도 한다(c1-p065). 가을에는 “주인을 잃고 콩은 무거운 열매를 둥글둥글 흙에 굴린다.”(c1-p139) 금을 좇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콩과 들판의 모습을 그린 대목은 어떤 구실을 하는가?

참고한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금 따는 콩밭」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김유정」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백꽃」(1938년 단편소설집, 수록작 목록)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개벽」(1934~1935년 속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금」(1930년대 산금 장려와 1936년 산금액)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군수공업화정책」(우가키 총독의 산금 장려) · 한국문학번역원 디지털도서관 「금따는 콩밭」(1935년 『개벽』 발표) · 위키문헌 「금 따는 콩밭」(본문 저본)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낱말 풀이)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낱말 풀이) · 2026-10-14 작성

저자

김유정

김유정(金裕貞, 1908~1937).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 출신.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들어갔으나 중퇴했다. 1935년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며 등단했고,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다. 강원도 산골과 서울 뒷골목 사람들의 삶을 토속어와 해학으로 그린 단편 30여 편을 두 해 남짓한 작가 생활 동안 남겼다. 대표작으로 「봄·봄」, 「동백꽃」, 「만무방」이 있다. 1937년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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