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May 2026

작가 가이드 · 2026-05-04 · 읽는 시간 ~ 1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9편으로 읽는 일본 단편의 정수

Pagera에 한국어로 출판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9편을 한 번에. 라쇼몬·지옥변 너머의 단편들 — 갓파·두자춘·광차로 만나는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

Pagera Editoria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 한국 독자에게는 「라쇼몬」 하나로 알려진 이름입니다. 고등학교 교과서, 일본 문학 입문서, 세계 단편 선집 — 어느 쪽에서도 아쿠타가와 하면 라쇼몬입니다. 그런데 라쇼몬이 씌어진 1915년부터 아쿠타가와가 35세에 생을 마감한 1927년 사이, 그는 150편이 넘는 단편을 쏟아냈습니다. Pagera는 그 중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9편을 모았습니다.

왜 지금 아쿠타가와인가

라쇼몬은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9편을 한 번에 읽을 기회는 드뭅니다. 환상 풍자 소설인 「갓파」, 당나라 전기를 번안한 「두자춘」, 광산 화차의 기억을 담은 회상 단편 「광차」 — 같은 작가가 같은 시기에 이처럼 다른 결을 가진 글을 쓴다는 사실이 아쿠타가와를 단순한 교과서 필자 이상으로 만듭니다. Pagera에 모인 9편은 그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대표작 3선

갓파 (河童) — 만년 걸작, 세상을 뒤집어 본 풍자

정신병원 환자 제23호가 의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그는 어느 날 갓파 나라에 떨어져 한동안 그곳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갓파는 일본 전래의 물요괴. 아쿠타가와의 갓파 나라는 인간 세계를 거울처럼 뒤집어 놓은 곳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태어날 아이가 먼저 태어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합니다. 노동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 소비되고, 재판관은 법 조항보다 분위기를 더 중시합니다. 인간 사회의 위선·부조리·군중 심리를 갓파의 눈으로 신랄하게 짚어 내는 이 작품은 1927년 아쿠타가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완성한 만년 걸작입니다. 짧지만 밀도가 높고, 읽고 나면 한동안 마음 어딘가에 남는 소설입니다.

두자춘 (杜子春) — 황금과 자식 사랑 사이의 우화

당나라 전기(傳奇) 소설 「두자춘전」을 아쿠타가와가 어린이 독자를 염두에 두고 번안한 작품입니다. 빈털터리 청년 두자춘은 어느 날 신비한 노인에게 황금을 받아 일순간 부자가 됩니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노인을 찾아가 더 큰 황금을 얻고, 부귀영화를 누리다 또 탕진합니다. 세 번째 만남에서 노인은 두자춘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선인(仙人)이 되려면 어떤 고난 앞에서도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인간의 욕망과 가족 사랑이라는 두 힘이 맞붙는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성인 독자에게도 충분히 긴 여운을 남기는 우화입니다.

광차 (鉱車) — 어린 시절의 기억, 짧고 선명한 회상

광산을 지나가는 화차에 매료된 소년의 짧은 모험. 아쿠타가와의 자전적 회상이 담긴 단편으로, 분량이 짧고 회상조 문체여서 입문작으로 읽기에 가장 부담이 없습니다. 화차가 달려 나가는 장면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역사 배경도 복잡한 전기 설정도 없이, 한 장면의 질감만으로 소설이 되는 아쿠타가와 단편의 솜씨를 가장 간결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읽는 순서 추천

처음 아쿠타가와를 만나는 독자라면

짧고 회상조인 「광차」부터 시작하세요. 한 장면의 긴장감을 짧은 분량에 담아내는 방식이 아쿠타가와 단편의 기본 골격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우화 구조가 뚜렷한 「두자춘」을 읽으면, 전기물을 다루는 아쿠타가와의 솜씨를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갓파」 — 만년 걸작답게 밀도가 높으니, 앞의 두 편으로 감각을 익힌 뒤 읽으면 더 깊이 들어갑니다.

아쿠타가와를 더 깊이 파고 싶은 독자라면

「고독지옥」부터 시작하세요. 메이지 신앙 폐지 시기 승려의 절망을 담은 단편으로, 아쿠타가와 특유의 어둡고 절제된 문체가 잘 드러납니다. 이어서 「신선」(도사 우화, 인간 욕망의 끝), 「자식의 병 — 잇유테이에게」(사적 편지 형식의 단편)로 이어가면, 라쇼몬 너머의 아쿠타가와가 보입니다. 「어느 저녁의 이야기」「이른 봄」은 짧지만 섬세한 정조가 인상적인 단편입니다. 「열 개의 바늘」까지 더하면 Pagera의 아쿠타가와 9편을 모두 읽은 셈입니다.

Pagera에서 바로 읽기

9편 모두 한국어 번역으로 지금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Pagera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전체 작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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