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가이드 · 2026-05-04 · 읽는 시간 ~ 8분
다카무라 고운, 12세 소년의 운명 갈림길로 시작하는 메이지 도쿄
일본 근대 조각의 거장이자 시인 다카무라 고타로의 부친. 막말유신 회고담 한 편으로 만나는 메이지 초기 시타마치 풍경과 인정.
Pagera Editorial
다카무라 고운(高村光雲, 1852~1934). 한국 독자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 이름의 아들을 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집 「치에코초(智恵子抄)」로 유명한 시인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郎)의 부친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메이지·다이쇼 시대 일본 근대 조각의 거장. 우에노 공원 사이고 다카모리 동상과 나라 박물관의 「노원(老猿)」을 만든 손이 다카무라 고운의 손입니다.
조각가로서의 명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고운은 1929년 쇼와 초에 「막말유신 회고담(幕末維新懐古談)」이라는 제목으로 회상록을 연재했습니다. 에도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 이후까지, 도쿄 시타마치(下町, 서민 동네)에서 조각사 도제로 살았던 기억을 노년에 정중체로 풀어낸 글입니다. 메이지 초기 도쿄 시타마치 풍속을 이만큼 생생하게 기록한 사람은 드뭅니다.
「막말유신 회고담 03 — 야스도코의 야스 씨 이야기」 깊이 읽기
Pagera에 처음 한국어로 번역된 고운의 글은 회고담 시리즈 세 번째 편, 「막말유신 회고담 03 — 야스도코의 야스 씨 이야기」입니다.
분큐 3년(1863) 봄. 저자 나이 열두 살. 도쿄 시타마치의 이발소 「야스도코」를 드나들던 이발사 야스 씨가 소년 광운의 인생을 바꿉니다. 목수 제자로 가게 되어 있던 소년에게 야스 씨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이 사람이 아는 조각사 선생님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요" — 그 한마디가 소년의 진로를 목수에서 조각사로 틀어 버립니다.
이야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이발사 한 명이 단골 소년의 앞날을 걱정해 발 벗고 나선다는 것. 그런데 그 단순함이 읽는 내내 따뜻합니다. 고운은 70년이 지난 뒤에도 야스 씨를 "제 한평생의 운명이 이 분의 주선으로 정해진 듯하게"라고 회상합니다. 유명 조각사로 이름을 남긴 뒤에도 공양을 거르지 않았다는 결구 한 줄이 담담하게 무겁습니다.
회고담의 톤은 일관되게 정중합니다. "~이옵니다", "~이올시다" — 쇼와 초 노년의 격조 있는 회상체입니다. 야스 씨의 직접 화법은 시타마치 사내의 정중하고 소탈한 말씨로 살아 있습니다. 어린 광운이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장면, 조각사 선생님 댁을 처음 찾아가는 장면 — 19세기 중반 에도에서 막 도쿄로 이름이 바뀌려 하던 시절 시타마치의 공기가 담겨 있습니다.
회고록이 들려주는 메이지 이전 도쿄
분큐 3년은 1863년입니다. 메이지 유신(1868)보다 5년 앞, 아직 도쿄가 에도라 불리던 시절입니다. 야스도코는 에도 시타마치의 이발소입니다. 이발사·목수·조각사가 자연스럽게 이웃으로 섞여 사는 동네. 아직 서양식 직업 분류가 들어오기 전, 도제 제도가 세상의 질서이던 시절입니다.
고운의 회고담은 이 세계를 특별히 극화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씁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사료의 가치를 높입니다. 아사쿠사 관음·핫초보리·이나리초 — 지금도 도쿄에 남아 있는 지명들이 소년의 시선을 따라 등장합니다. 목수 도제와 조각사 도제의 차이가 무엇인지, 당시 장인 세계에서 스승 선택이 어떤 의미였는지 — 그 맥락이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고운은 이 시리즈를 100편 이상 연재했습니다. Pagera에 올라온 한국어 번역은 현재 이 한 편입니다. 시리즈 전체가 번역된다면 메이지 초기 도쿄 장인 세계의 가장 생생한 한국어 사료가 될 것입니다.
다음 번역 예고와 읽기 시작하는 법
「막말유신 회고담」은 총 100편이 넘는 연재물입니다. Pagera는 이 시리즈 추가 번역을 준비 중입니다. 읽고 싶은 작가나 작품을 직접 요청할 수 있는 번역 요청 페이지에서 고운의 다른 회고담 번역을 신청해 두시면 우선순위에 반영됩니다.
지금 당장 읽을 수 있는 한 편은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