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가이드 · 2026-05-06 · 읽는 시간 ~ 7분
나메토코산의 곰 — 미야자와 켄지가 그린 사냥꾼과 곰의 윤리극
미야자와 켄지의 「なめとこ山の熊」 한국어 번역으로 읽는, 사냥꾼 고주로와 산속 곰들의 슬프고 따뜻한 이야기. 동화의 외피를 두른 켄지의 가장 깊은 자연 윤리극.
Pagera Editorial
「나메토코산의 곰들 이야기는 흥미롭다.」 첫 문장이 이렇게 가볍게 시작됩니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면 — 이 짧은 동화가 사실은 미야자와 켄지의 가장 무거운 자연 윤리극 중 하나임을 알게 됩니다.
「銀河鉄道の夜」가 아닌 또 다른 켄지
한국 독자에게 미야자와 켄지(宮沢賢治, 1896~1933)는 「은하철도의 밤」 「주문이 많은 요리점」 작가로 익숙합니다.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작가. 그러나 켄지에게는 또 다른 결이 있습니다 — 이와테(岩手) 산골 마을의 가난, 사냥, 농업, 죽음을 직시하는 결. 「나메토코산의 곰」은 그 결의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
이 단편은 켄지가 1929년경에 쓴 것으로 추정되며, 그의 사후(1933년) 발견·간행된 유고 중 하나입니다. 켄지는 「나메토코산」을 가공의 이름이지만, 이와테 사투리와 산골 풍속이 그대로 살아 있어 — 켄지가 본 실제 산골 사람들의 윤리관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주인공 고주로 — 가난한 곰 사냥꾼
주인공은 고주로(小十郎). 나메토코산 일대를 누비는 곰 사냥꾼입니다. 그는 곰을 죽이는 일을 — 즐기지 않습니다. 사냥은 가족을 먹이기 위한 직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곰은 죽임을 당합니다. 그것이 산 사냥꾼의 일입니다.
켄지의 묘사가 빛나는 부분은 고주로와 곰들 사이의 — 이상한 신뢰 관계입니다. 곰들은 고주로를 알아봅니다. 고주로도 곰들을 알아봅니다. 한 곰은 고주로에게 「2년만 더 살게 해달라. 2년 뒤에 다시 와서 너에게 잡히겠다」고 말합니다. 고주로는 약속을 받아들이고 떠납니다. 2년 뒤, 곰은 고주로의 집 앞에 죽어 누워 있습니다.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죽이는 일
이 단편의 가장 무거운 한 장면은 — 고주로가 마을 도매상에게 곰 가죽과 담즙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부분입니다. 산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잡은 곰이 도매상의 안방에서 헐값으로 환산됩니다. 켄지는 이 장면을 비난하지도 동정하지도 않고, 그저 — 고주로가 도매상 앞에서 등을 굽히는 모습 그대로 적습니다.
여기서 켄지의 한 줄이 박힙니다. 「곰을 죽이는 것이 슬픈 일이라면, 곰을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인간의 가난은 더 슬픈 일이다.」 동화의 외피 안에 들어 있는 이 윤리가 「나메토코산의 곰」을 미야자와 켄지의 가장 어른스러운 작품으로 만듭니다.
고주로의 마지막 — 곰들의 보답
나이 든 고주로는 어느 겨울 큰 곰을 만나 — 자신이 곰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죽기 전 곰은 고주로에게 짧은 말을 건넵니다. 「오, 고주로. 미안하구나(おお小十郎、おまえを殺すつもりはなかったのに).」 평생 곰을 죽인 사냥꾼이, 마침내 곰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 그 죽음의 순간이 폭력이 아닌 화해의 형식을 띱니다.
고주로의 시신은 산속에 그대로 남습니다. 며칠 뒤 마을 사람들이 그를 찾으러 왔을 때, 고주로의 시신 주위에는 — 그가 평생 죽인 곰들이 마치 장례를 치르듯 둘러앉아 있었다고 켄지는 적습니다. 사냥꾼과 짐승, 살인자와 피살자의 경계가 마지막 장면에서 무너집니다.
왜 켄지를 다시 읽는가
「나메토코산의 곰」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21세기에 다시 읽힙니다.
- 인간과 동물의 윤리 관계 —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시점을 인간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한 방식.
- 가난과 직업의 윤리 — 「악한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살 수 있는 자」의 무게를 동정 없이 그린 산문.
- 이와테 산골의 사실성 — 켄지가 살았던 1920년대 일본 산촌의 풍속·언어·노동이 환상의 외피 아래에 그대로 보존됨.
번역에서 살린 것
Pagera 한국어 번역본은 다음을 보존했습니다.
- 이와테 사투리의 결 — 표준어로 평탄화하지 않고 한국어 산골 어조로 옮김.
- 고주로의 어색한 침묵 — 켄지가 의도한 「말하지 않는 인물」의 여백을 직역으로 보존.
- 곰의 인격성 — 곰의 발화를 의인화 과잉 없이, 켄지 원문의 절제된 톤 그대로.
- 결구의 정조 — 슬픔도 동정도 아닌, 자연의 사실로 마감되는 켄지 산문의 호흡.
Pagera에서 「나메토코산의 곰」 한국어 번역본을 바로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