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가이드 · 2026-05-04 · 읽는 시간 ~ 9분
나카지마 아쓰시, 5편으로 만나는 산월기 너머의 세계
한국 교과서의 「산월기」 작가 나카지마 아쓰시. 33세 요절 전에 남긴 한문 번안과 산문시 5편을 Pagera 한국어 번역으로 만나보세요.
Pagera Editorial
나카지마 아쓰시(中島敦, 1909~1942)를 처음 만난 게 고등학교 문학 시간이었다는 한국 독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당나라 시인 이징(李徴)이 호랑이로 변신하는 이야기 「산월기」 — 교과서에 발췌되거나 참고서에 인용될 만큼 한국 문학 교육 현장에서 자주 불려 나온 일본 단편입니다. 그런데 나카지마 아쓰시는 33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불과 서너 해의 집중된 창작 기간에 남긴 작품들이 현재까지 정전(正典)으로 읽힙니다.
Pagera에는 현재 그의 한국어 번역작 5편이 올라와 있습니다. 「산월기」 한 편만 알고 있다면 — 나머지 넷은 아마 예상을 한 번씩 비껴갈 것입니다.
왜 지금 나카지마 아쓰시인가
나카지마 아쓰시가 한국 독자에게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교과서 등재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한문·중국 고전에 깊이 통한 작가였습니다. 조부와 부친이 모두 한문 교사였고, 본인도 경성(현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나라·위나라·춘추전국 시대의 고사(故事)를 현대 일본어로 번안한 단편들이 그의 주요 성과인데, 그 텍스트들은 중국 고전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인간 보편의 불안을 짚어냅니다. 재능과 자만, 변신과 자기파괴 — 동양 고전의 언어로 쓴 실존적 물음입니다.
33세라는 요절이 남긴 아쉬움이 오히려 작품을 더 선명하게 만듭니다. 긴 경력 속에 흐릿해질 여지 없이 가장 강도 높은 시기에 완성된 단편들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작 3선
산월기
당나라 시인 이징이 관리가 되지 못한 울분과 자만 속에서 호랑이로 변해 버립니다. 오랜 친구 원참(袁傪)이 밀림 속에서 이징을 우연히 만나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호랑이의 입을 빌려 자신의 시를 낭독하고, 자신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고백하는 이징의 독백 —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문화권에서나 공명할 이야기입니다. 「산월기」는 중국 당나라 전기(傳奇) 「인호전(人虎傳)」을 저본으로 삼았지만, 나카지마 아쓰시의 손을 거쳐 자의식 과잉이라는 현대인의 병을 꿰뚫는 단편이 되었습니다.
와카 아닌 노래
헤겔, 아미엘, 지드, 횔덜린. 나카지마 아쓰시는 동양 고전만 다룬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와카 아닌 노래」는 동서고금의 사상가와 예술가들의 삶과 사유를 넘나드는 산문시이자 아포리즘의 연속입니다. 형식도 일반적인 소설과 다릅니다. 짧은 단상들이 이어지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단락과 단락 사이의 비약이 크고, 하나의 주제가 해소되기 전에 다음 사유로 건너뜁니다. 그 리듬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읽다 보면 오히려 그것이 이 텍스트의 솔직함임을 알게 됩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정리된 답으로 포장하지 않겠다는 태도. 「산월기」의 서사적 밀도와는 전혀 다른 결로, 나카지마 아쓰시가 얼마나 넓은 독서와 사유 위에 서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허
한자 제목 「零虚」가 시사하듯, 비어 있음과 허무를 정면으로 다루는 사상적 단편입니다. 나카지마 아쓰시 특유의 한문 어조가 살아 있으면서도, 그것이 장식이 아니라 사유의 언어로 기능합니다. 「영(零)」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고, 「허(虚)」는 채워지지 않은 공간입니다. 이 두 글자가 묶이면서 단편 전체가 하나의 질문처럼 읽힙니다 — 완성이란 무엇인가, 혹은 완성되지 않은 삶은 어디로 가는가. 산월기의 변신 서사와 와카 아닌 노래의 산문시적 탐색을 모두 경험한 뒤에 읽으면, 세 작품이 서로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읽는 순서 추천
입문 경로: 이미 「산월기」를 학교에서 접했다면, 먼저 하마로 넘어가는 것을 권합니다. 하마는 짧고 단정한 단편으로, 동양 고전의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평온한 분위기입니다. 산월기의 격렬한 자기고백 이후 숨을 고르기에 좋습니다. 그 다음 여우 들림 — 여우와 인간의 경계가 흔들리는 동양 고전 번안 특유의 환상성 속에서, 이번에는 변신이 아닌 빙의(憑依)라는 다른 각도로 인간 심리를 들여다봅니다. 세 편을 읽고 나면 나카지마 아쓰시의 기본 언어 감각과 그가 좋아하는 주제의 윤곽이 손에 잡힙니다.
깊이 읽기 경로: 와카 아닌 노래를 먼저 펼치십시오. 서사보다 사유가 앞서는 텍스트라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나카지마 아쓰시가 어떤 지적 세계 위에 서 있었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마지막은 영허로 마무리합니다. 한문 어조 속에 현대적 허무가 응축된 결말 같은 작품입니다.
다섯 편을 모두 읽고 나면, 33년의 생애가 얼마나 밀도 높은 시간이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Pagera에서 바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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