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다이제스트 · 2026-05-01 · 읽는 시간 ~ 9분
Pagera에 새로 들어온 일본 거장 3인 — 아쿠타가와·가지이·아리시마
2026년 4-5월 Pagera에 처음 한국어로 출판된 일본 근대 작가 세 명을 소개합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서, 가지이 모토지로의 산문시, 아리시마 다케오의 자기 부정 — 짧지만 강한 단편 다섯 편의 첫인상.
Pagera Editorial
2026년 봄, Pagera에는 일본 근대문학의 굵직한 이름 세 명이 한국어로 처음 들어왔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가지이 모토지로 / 아리시마 다케오 — 모두 한국 독자에게 이름은 익숙하지만, 정작 단편 한 편을 차분히 읽어 본 적은 드물 만한 작가들입니다. Pagera 편집팀이 이번에 선보인 5편의 단편을 짧게 소개합니다.
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유서」(1927)
「라쇼몬」「코」 같은 단편으로 알려진 아쿠타가와가 35세 자살 직전에 남긴 짧은 유서입니다. 친우와 자식들, 부인 앞으로 보낸 사적 서한을 작품으로 모은 형식. 자조와 정연함, 죽음을 앞둔 평정이 4가지 톤으로 분리되어 흐릅니다. "기치가이의 자식"이라 자기를 부르면서도 자식들에게는 한문조 격언으로 고하는 모습이 이 짧은 글의 결정적 장면입니다.
2. 가지이 모토지로 — 「어떤 마음의 풍경」(1926)
가지이는 31세에 폐결핵으로 영면한 신감각파 산문시인. 한국에서는 「레몬」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30편 남짓한 짧은 산문시 전부가 결정성 있는 감각의 응시입니다. 「어떤 마음의 풍경」은 병자의 응시가 아닌 외향적 풍경 응시 — 박다(博多) 유녀촌의 사투리, 꿈속 모자, 정적의 여운이 겹쳐지는 6장 산문시입니다.
3. 가지이 모토지로 — 「『청공』에 관한 이야기」(1928년경)
같은 가지이가 동인지 『青空』(1925~1927)을 회상한 평론. 산문시와는 톤이 정반대 — 위트 가득한 회상 평론입니다. 가지이가 자신의 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동인 친구들과의 일화로 풀어놓는 가벼운 글이지만, "내가 미문(美文)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시기"라는 자기 평가의 잔잔함이 인상적입니다.
4. 아리시마 다케오 — 「가을」
아리시마는 시라카바파의 대표 작가, 1923년 가루이자와 정사로 영면(45세). 톨스토이류 휴머니즘이 저류로 흐르지만 표면은 자연 응시·정적 미감입니다. 「가을」은 홋카이도 농장의 가을 풍경을 19호 사과·이로리(囲炉裏)·매단 램프와 함께 응시하는 짧은 단편. "성스러운 가을(聖なる秋)"이라는 표현이 시정과 종교적 깊이를 동시에 길어 올립니다.
5. 아리시마 다케오 — 「소작인에게 보내는 작별」(1922)
「가을」과 같은 작가가 쓴 결정적 사회사적 문서. 1922년 7월, 아리시마는 자기 소유의 홋카이도 카리부토(狩太) 농장 70여 호를 소작인 전원에게 무상 양도합니다. 본 작품은 그 작별 인사문. 격정이나 연설풍 없이, 정중체 「~합니다」와 「제군」 호명으로 일관한 평정. 같은 작가 두 작품의 톤 변주를 함께 읽으면 시라카바파가 지향한 "도덕적 진지성"이 무엇이었는지 가장 또렷이 보입니다.
왜 지금 이 세 작가인가
한국에 일본 근대문학이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단편 수필은 여전히 번역되지 않은 게 더 많습니다. 아쿠타가와 「유서」 같은 짧은 사적 문서, 가지이의 30편 산문시, 아리시마의 평론·수필 — 이런 짧은 텍스트가 작가의 길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Pagera는 5축 98점 감수 통과한 번역만 출판하기 때문에, 30분 안에 읽을 수 있는 짧은 단편이라도 인쇄 출판물 기준으로 마무리합니다.